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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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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92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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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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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DUMMY

그들은 벌판을 계속 걸었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과 그 위에 뻗은 하늘은 수십개의 색으로 물들고 모습을 변화하며 아름다웠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도 몇날며칠을 계속 걷다보니 머리위의 공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토르와 동료들은 이 거대한 거인과 그가 말하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무시무시한 거인들이 살고있는 이 미지의 왕국에 가고싶지 않았지만, 그들이 얼마나 재빨리 달리고 뛰든간에 저 꼭대기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있는 거인 스크리미르를 피해서 도망치는것은 불가능해보였다. 그들은 낮에는 계속 걷고, 밤에는 들판 아무데서나 누워 잠을 청했다. 스크리미르가 눕는곳에 곧 기대어 잘 산이 하나 생겼기 때문에, 자는곳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토르는 내내 불편한 얼굴로 거인을 죽일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걸 정말 죽일 수 있겠어?"


프레이가 그날 밤 잘 자리의 풀을 눕히면서 말했다. 토르는 스크리미르의 등인 거대한 산등성이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을 보며 묠니르를 만지고 있었다.


"너는 저녀석이 던져준 음식보따리의 줄 하나 끄르지 못했잖아. 그래놓고 자존심 때문에 보따리를 열어달라는 말도 못해서 우린 벌써 사흘동안 굶었다고. 이 망할 들판에는 잡아먹을것 하나 없는데, 빌어먹을 거인의 주머니조차 풀지 못하면서 대체 어떻게 저놈을 죽이겠다는거야?"


프레이가 말했고, 프레이야는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몸을 뉘였다. 그녀는 힐끗 로키를 돌아보았지만, 갑자기 유난히 말수가 적어진 장난의 신은 이미 몸을 돌린채 자고있었다.


'왜저러는거야? 무슨 기분나쁜일이라도 있나?'


프레이야는 생각했다. 괜히 걱정이 돼서 하는 생각은 아니었다.


토르는 벌떡 일어났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천둥이 감돌고 있었다.


"두고봐."


토르는 말했고, 묠니르를 들어 산으로 다가갔다. 프레이야는 한쪽 팔로 머리를 괴고 그런 토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토르는 산으로 훌쩍 뛰어올라, 스크리미르의 이마위에 뛰어내렸다. 거인의 이마는 작은 집 앞마당만했는데, 토르는 그 위에 서서 망치를 힘껏 들어올려 내리쳤다.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막 잠에 들려던 프레이가 후다닥 일어났고, 발드르는 몸을 일으킨채 올려다보았다. 프레이야는 입을 벌렸다. 잠시 고요한 순간이 내려앉았고, 다음순간 땅이 흔들리며 산이 몸을 일으켰다.


스크리미르는 반쯤 자다깬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고있는 신들을 향해 눈을 깜박였다.


"뭐야, 나뭇잎이 이마를 간질여서 잠에서 깼어. 벌써 일어날 시간인가?"


스크리미르는 푸르게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보며 몸을 일으켰다. 발드르는 말을 잇지못했고 프레이는 당황하여 입을 벌렸다가 웃음을 참기위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토르는 그날 내내 걷는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날도 밤이 될때까지 걸었다. 머리위의 하늘이 강물위에 번지는 피처럼 붉은 황금빛으로 물들었을때, 스크리미르는 발을 멈췄다.


"다 왔다."


스크리미르가 말했고, 발드르 옆에있던 프레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여기라고?"


그들이 앞에 선 것은 안개가 낀 허허벌판이었다. 프레이는 이 거인의 거대한 머리에 뇌가 들어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아무것도 없잖아."


우트가르트의 왕께선 왕국을 안개속에 숨겨놓으셨지.


스키르미르는 미소짓고 발을 들어올리더니 빠르게 세번 쿵쿵쿵 하고 땅을 울렸다.


거인이 자신들을 밟아죽이려는줄 알았던 신들은 흔들리는 대지에 간신히 중심을 잡고 앞을 보았다. 그러자 안개속에서 희뿌옇게 무언가 빛이 번쩍이고, 다음순간 지축이 흔들리며 거대한 흰 산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아...!"


발드르가 소리쳤다. 그것은 흰 산이 아니었다. 가장 정교하고 화려한, 햇살에 닿은 창공의 흰 구름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것같은 아름다운 거대한 흰 건물이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기둥 하나하나가 가장 깨끗한 파도의 부서지는 포말처럼 흰빛이었고, 가장 오래된 석양이 그 빛을 드리우고싶을만큼 아름다운 건축물이었다.


프레이야는 입을 벌렸다. 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히는 그녀의 궁전인 세르룸니르도, 가장 크고 웅장한 건물로 꼽히는 오딘의 궁전인 발홀도 이렇게 아름답지는 않았다. 가장 오래되면서도 가장 깊은 꿈을 품고있는듯한 장엄하고도 고요한 빛이 건물에 떠돌았다. 스키르미르는 말을 잃은 다섯 신과 티알피를 돌아보았다.


"왕을 뵐 시간이다."


그리고 궁전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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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사랑에 빠진 프레이 4 21.12.06 36 1 6쪽
50 사랑에 빠진 프레이 3 21.12.03 37 1 5쪽
49 사랑에 빠진 프레이 2 21.12.03 38 1 6쪽
48 사랑에 빠진 프레이 1 21.12.01 38 1 3쪽
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6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8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1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7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1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40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8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1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1 1 3쪽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90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7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7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5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6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6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6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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