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69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09.10 22:04
조회
44
추천
2
글자
10쪽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DUMMY

성난 거인들의 고함소리가 꼭대기가 다 보이지도 않는 거대한 산을 쩌렁쩌렁 울렸다. 오딘이 뱀으로 변해 바우기가 뚫은 천공기를 타고 그 거대한 산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숨어 지켜보고있던 프레이 들은 안절부절 못했다.


"가서 도와야하는거 아냐? 저러다 삼촌이 잡히겠어."


프레이가 말했다.


다른 거인들보다 머리 세네개는 큰 거인인 주퉁이 고함을 지르고 있었고, 부하 거인들은 주인의 명령에 따라 거대한 바위로 동굴의 입구를 틀어막았다. 거인 열댓이 달라붙어 겨우 움직일수 있던 바위가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리자 지반을 흔들게하는 커다란 진동이 울렸다.


토르와 프레이야들이 보는동안, 주퉁은 이번에는 바우기가 산에 꽂은 천공기가 있는쪽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주퉁의 수하들이 잡아 무릎꿇려놓은 바우기가 있었다. 주퉁은 허리춤의 거대한 칼을 들어 바우기의 목을 그었다. 거인은 목에서 피를 쏟으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주퉁은 바닥에서 죽어가는 동생을 돌아보지도 않고 거인들에게 손짓했다.


토르와 프레이는 거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양쪽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항아리를 들고왔는데, 뱀이 들어갔던 천공기의 구멍으로 항아리를 기울여 물을 쏟아냈다. 항아리는 거인 셋이 들어야할만큼 커다랬지만, 그 안의 물을 부어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것이다. 그러나 거인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있던 신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항아리에서 나오는 물이 끝없이 쏟아졌던 것이다.


"저게 대체 뭐야?"


프레이가 물었고, 프레이야는 고개를 저었다.


"주퉁이 갖고있는 보물 중 하나겠지.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저들이 하고있는일을 봐."


프레이야의 말에 토르와 프레이는 천공기 안으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물을 보았다.


"주퉁은 오딘을 잡으려고 하는게 아니야. 오딘을 죽이려고 하는거지."


프레이야가 말한다. 토르는 묠니르를 움켜쥐었다.


"아버지를 도와야겠어."


토르가 일어서며 말했지만, 로키는 토르를 붙잡았다.


"나서지마."


로키가 말했고, 토르는 로키를 노려보았다.


"오딘신을 죽게 만들 셈이야?"


그러나 로키는 토르를 보고있지 않았다. 로키의 눈은 산을 향해있었다. 그 녹색눈으로 마치 산 안의 가장 깊은 동굴 속에 있을 오딘을 꿰뚫어보고있기라도 하듯이.


"지켜봐."


로키가 말했다.


"오딘이 살아나오지 못하길 바라는거야?"


프레이야가 물었다. 저 오래된 녹색눈에는 대체 얼마만큼의 증오가 서려있는것인지, 프레이야는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아니."


로키는 대답했다.


"오딘은 죽지않아."


녹색눈의 신은 산을 노려보며 말했다. 프레이야와 프레이,그리고 토르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그러나 감히 반박할 수 없는 로키의 분위기에 그녀를 보고있었다. 증오같은 바람이 여신의 검은 머리를 나부끼게했고, 로키는 그순간 장난의 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보였다. 그것이 복수인지 열망인지 절망인지, 프레이야는 알 수 없었다.


들끓는 불꽃같은 침묵이 그들을 감싸고, 로키는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너희들이 똑바로 봐. 오딘이 어떻게 죽지 않는지. 너희들의 최고의 신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그가 어떤 신인지."




















바람이 오딘의 귓가를 가르고 지나갔다. 오딘은 오르텐베르트의 꼭대기에 서 있었다. 술을 전부 몸에 담은 블린드르가 군로드를 돌아보았을때 그는 이미 오딘이었고, 군로드는 최고신의 앞에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당신이 술을 가진것을 알고있을거야."


군로드가 말했다.


저 멀리서 쿵 하는 거대한 소리가 났다. 오딘이 놀라 돌아보았지만 군로드는 오딘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에 미동조차 없었다.


"저 소리는 아버지의 부하들이 이 동굴의 입구를 막는 소리야."


군로드가 말했다.


정적이 뒤따랐다. 오딘은 존재를 집어삼킬듯한 적막속에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한참뒤에, 다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은 오딘의 눈이 커졌다.


물소리.


지반을 타고 흐르는 실처럼 얇은 수원같던 그 물소리는 얕은 개울처럼 심박수를 키우더니 이내 점점 동굴쪽으로 다가오고있었다. 오딘이 보고있는동안 동굴의 입구로 어느새 거대한 파도가 된 물결이 쏟아져들어왔고, 심장을 얼릴듯 차가운 물은 순식간에 오딘의 다리와 거인의 발을 적시며 동굴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물결에 쓸려들어온 해골과 갖가지 보석들이 부딪히며 짤그랑거리고 덜컥거리는 소리를 냈다. 군로드는 자신의 동굴을 채우는 그 죽음의 물을 감정없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버지는 동굴을 물로 채워 도둑을 수장시키려는거야. 지금처럼."


오딘은 경악한 눈으로 군로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 동굴에는 너도 있잖아. 날 잡으려고 너까지 죽이겠다고?"


오딘이 말했다. 군로드는 고개를 저었다.


"이 동굴안에는 아버지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 있어. 그리고 그건 내가 아니지."


오딘은 군로드의 미소를 보았다.


"나는 아버지의 보물을 지키는데 실패했어.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물건을 버리는건 아버지에게 당연한 일이야."


물은 어느새 군로드의 어깨까지 잠겨있었다. 군로드는 오딘을 손 위에 올려 수면위로 올려주며 천장을 가리켰다.


"저 천장에는 작은 새가 지나갈만한 구멍이 나있어. 덕분에 동굴안에서도 내가 숨쉴 수 있지. 아버지는 저 구멍에 대해서는 몰라. 저건 이 동굴에 수십년간 누워있던 나만 발견한 것이니까."


군로드가 말했다. 그리고 오딘을 바라보았다.


"너는 모습을 바꿀 수 있지. 작은 새로 변해서 저 위로 날아가. 그럼 살 수 있어."


오딘은 군로드의 손 위에서 거인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물은 거인의 턱까지 차올라있었다.


"너를 버리고 가라고?"


오딘이 말했다. 군로드는 미소지었다.


"술을 가져간 순간 너는 이미 내 목숨을 가져갔어. 그러니 이제 살길을 찾아, 최고신."


거인이 말했고, 오딘에게 키스했다. 거인의 입술이 떨어졌을때, 그 자리에는 작은 새가 날아올랐다.


"아버지를 이길 방법을 찾아, 블린드르. 그게 네가 나에게 빚진 목숨값이야."


물은 오딘에게 키스한 군로드의 입술을 씻겼다.


간신히 밀려드는 파도의 물결을 피한 새의 날갯깃에 차가운 물이 튀었다. 새는 천장의 작은 구멍에 도착했을 때에야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거인이 서있던 자리에는 시푸른 물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새는 동굴을 빠져나갔다.





***





바람이 오르텐베르크의 상공을 나는 작은 새의 귓가를 가르고 지나갔다. 작은새는 저 멀리서 이쪽을 지켜보고있는 한무리의 신들을 볼 수 있었다. 오딘은 그 가운데 녹색눈을 보았다.


네가 살 줄 알았지.


그 눈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네가 살아남을 줄 알았지.


오딘은 그 눈을 바라보았다.


새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는 그 눈을 향해 웃어주었을것이다. 그러나 다음순간 커다란 발톱이 그의 눈을 할퀴고 지나갔고, 작은 새는 허공에서 푸드덕거리며 날개를 비틀었다.


거대한 매가 창공을 가르며 길게 짖는 소리가 허공을 찢었다. 작은새는 피를 흘리는 눈을 간신히 떠 태양을 가리고있는 저 높은 창공위의 매를 보았다. 날개 사이로 햇빛이 창살처럼 번뜩인 새는 길게 우는듯 하더니 다시 아래로 쏜살같이 쏟아져내렸다. 작은새는 매의 발톱을 피해 있는힘을 다해 날기 시작했다.


두마리의 새는 필사적으로 날았다. 하나는 도망치기위해, 하나는 빼앗긴 보물을 위해. 작은 새는 몇번이나 큰 새에게 붙잡힐 뻔 했지만, 그때마다 아슬아슬하게 발톱사이를 빠져나와 도망쳤다. 큰 새의 비명소리는 더욱 커졌고, 그가 날갯짓 할때마다 태풍이 시작되었다.


작은새의 부리가 벌어지며 그 사이로 술이 몇방울 땅으로 떨어졌다. 그 술방울에 맞은 인간들의 입에서 노래와 아름다운 시들이 터져나왔다. 새의 날갯짓은 점점 지쳐갔고, 커다란 새는 지치지않고 간격을 좁혔다.


마침내 거대한 매의 발톱이 작은새를 움켜쥐었을때, 새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커다란 새의 발톱아래에서 피를 흘리며, 오딘은 새들의 왕을 올려다보았다.


"잡았다, 이 간악한자야. 이 거짓말쟁이, 도둑, 살인자야."


거대한 매, 주퉁이 말했다. 발톱아래 살이 찢긴 오딘은 매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살인자라고?"


오딘이 물었다.


"군로드는 네가 죽였다. 네가 죽인거야."


매의 날카로운 부리는 금방이라도 오딘의 푸른눈을 뽑아낼듯 위협적이었지만, 오딘은 미소지었다.


"그래, 내가 죽였지."


오딘이 말했다.


"그리고 너도, 내가 죽였다."


"뭐?"


주퉁은 오딘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음순간, 천둥소리와 함께 번개가 매의 심장을 강타했다. 매는 비명소리를 지르며 뒤로 넘어갔고, 도망치려했다. 그러나 다음순간 칼이 날아와 매의 날개를 길게 찢었다. 매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분노에 차 울부짖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오딘을 쫓아 아스가르드까지 날아온것을 깨달았다. 그들은 성벽을 넘었고, 에시르 신들이 그를 죽이기위해 몰려와있었다. 주퉁은 고함을 질렀다. 매가 날개를 퍼득이자 단검을 던진 프레이가 태풍에 쓸려 날아갔고, 새의 긴 꼬리가 토르를 후려쳐 성벽으로 던졌다.


"오딘---!"


새의 부리에서 터져나온 거인의 고함소리는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자신을 내려다보는 오딘의 얼굴에서 미소를 지울 수는 없었다. 오딘은 이제 은빛으로 빛나는 번개를 쥐고 있었는데, 주퉁은 그게 무엇인지 알았다. 궁니르. 이바르탄의 난쟁이들이 벼려준, 세상 모든 표적을 맞추는 전지전능한 오딘의 창.


"어서 덤벼라, 이 겁쟁이 신이여--! 그 창으로 내게 맞서 싸워라, 이 비겁자야!"


주퉁이 소리쳤지만, 오딘은 그저 미소지을 뿐이었다. 그는 주퉁을 바라보며 창을 던지는대신, 천천히 내렸다. 주퉁은 분노로 울부짖었고, 그런 거인의 몸 위로 수많은 화살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오딘은 웃고있었다.


작가의말

군로드를 단지 사랑에 빠져서 오딘에게 속아넘어간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로 그려보고싶었습니다 ㅋㅋ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사랑에 빠진 프레이 4 21.12.06 36 1 6쪽
50 사랑에 빠진 프레이 3 21.12.03 36 1 5쪽
49 사랑에 빠진 프레이 2 21.12.03 37 1 6쪽
48 사랑에 빠진 프레이 1 21.12.01 37 1 3쪽
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5 1 4쪽
4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39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7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1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0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6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0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39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7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0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2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0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89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6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6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4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5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5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5 1 7쪽
»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4 1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