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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황금사과를 문 뱀과 최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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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달
작품등록일 :
2021.03.17 22:34
최근연재일 :
2021.12.06 15:09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993
추천수 :
72
글자수 :
187,815

작성
21.11.29 15:08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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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6쪽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DUMMY

로키는 절벽위에 서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토르는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그 아래의 평원에는 낮까지만해도 그들이 보았던것중 가장 아름답고 거대한 궁전이 서있었다.


그 벌판에는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로키는 토르의 옆에 다가가 함께 그 빈 벌판을 바라보았다. 마치 오랫동안 꾸어온 꿈 같았고, 오랫동안 꾸어온 빚 같았다.


토르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가지 위안이라면 당신에게 아베스크가르트르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점이겠군, 로키.'


그녀는 그 말을 들었을때의 로키의 얼굴을 곱씹고 있었다.


아베스크가르트르. 그걸 어디서 들었더라? 토르는 생각했다. 그리고 토르는 깨달았다.


성벽을 지으러 왔다가 신들에게 살해당한 변장한 거인, 에탄바르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는 로키를 꾈 때 말했었다. 사라진 도시, 기억에서 잊혀진 도시를 아느냐고.


'이 도시는 아름답습니다. 아베스크가트르드처럼요.'


신들의 무기에 처참하게 죽기 전 거인은 로키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또 무슨일이 있었더라.


토르는 빛나던 푸른눈을 기억한다. 맞은편에 빛나는 그림자처럼 서있던, 발드르의 모습도.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려, 검지 끝을 천천히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던 빛의 신의 모습을 기억한다.


시리도록 새파랗게 빛나는 하늘아래 빛나던, 그보다 더 푸른 발드르의 눈을.




발드르가 원하는것은 무엇이었을까?


















"계속 나를 무시할 셈이야?"


로키가 입을 열었고, 토르는 한참이나 바람을 맞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네가 저들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를 언제 해줄 참이었어?"


토르가 물었다. 로키는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서리거인이야. 그것도 강력한 마법을 쓰는. 내가 언제 숨긴적이 있었던가?"


토르는 로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가 번쩍이고 있었다.


"나는 화를 내고싶어. 네가 알려주지 않은것들. 너는 수없이 화려하고 많은 말을 하지만 그 안에 정말 중요한건 나에게 얘기해주지 않아."


토르는 그녀가 늘 해오고싶었던 말이 이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랫동안 담아두고있어서, 그녀가 원한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그것은 토르의 가장 오래된 비밀 중 하나였다. 토르는 자신의 뺨이 붉어지는것을 느꼈다.


로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토르는 그녀가 그대로 가버릴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사실을 알기싫어서 그녀는 고집스럽게 눈 아래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면서도 토르는 자신이 조금 망설인다는것을, 조금 후회한다는것을 깨달았다. 로키가 말해주지않은 환상속의 풍경. 그것을 침범하는것이 과연 옳은일이었을까?


'위미르에게는 자유의지가 없었을까?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거인은 자신의 손으로 세계를 창조해내지 않았을까? 어린 오딘이 처음 위미르의 살을 베어냈을때, 그는 왜 웃고있었을까?'


거인의 말이 환청처럼 귓가에 떠돌았고, 토르는 아무나 붙잡고 소리쳐 묻고싶었다. 그가 알고있는것은 어디까지가 진실이지? 수천년간 믿고있었던 그의 세계가 어딘가 거짓이라는것을, 어쩌면 무시무시한 불합리라는것을 누가 확인해줄수있지? 그전에, 토르는 진심으로 알고싶은것이 맞았나?


"아주 어릴때,"


낮은 목소리가 말했다. 그 목소리는 잔잔하고 담담해서, 토르는 미처 듣지 못할뻔 했다.


"내가 아주 어릴때. 나는 이 벌판에서 자랐어. 이 궁은 나의 집이었고, 이곳에 내 가족과 친구들이 있었지."


로키가 말한다. 토르는 눈을 깜박인채 로키를 돌아본다. 수천년을 살아오는동안, 로키의 어린시절의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로키는 담담하게 들판 아래를 내려다본다.


"거인들의 수를 줄이기위한 오딘이란 재앙이 찾아왔고, 나 때문에 내 가족과 이곳에 살던 사람들이 전부 죽었어."


로키가 말한다. 토르는 로키의 목소리에서 죄책감을 느낀다. ---왜?


로키는 토르의 표정을 보지못하고 말을 잇는다.


"그러나 그들이 마법이 너무 강력해 그들은 스스로의 힘에 속박되어 죽은 이후에도 땅을 떠나지 못했지. 그들의 기억과 의지가 남아 이곳에 머물며 멸망한 왕국의 기억을 이어가고있어. 우리는 방금 그들의 기억속에 있다 온거야."


로키가 말한다. 토르는 저택에 들어선 내내 창백하고 말수를 잃었던 로키를 생각한다. 그녀에게 지난밤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토르는 내내 생각해오던 질문을 혀아래 씹는다.


물을까. 묻지말까.


그녀는 정말 알고싶을까. 알고싶지 않을까.


"아까 그 거인들의 기억속에서. ... 네 가족들도 만났어?"


로키는 어깨를 으쓱인다.


"너도 만났어."


로키가 말한다. 토르는 로키를 본다. 로키는 토르를 향해 미소짓는다.


"내 어머니를 봤잖아."


토르는 눈을 깜박인다. ... 토르의 입이 벌어진다.


"어이!"


뒤편에서 프레이가 손을 흔들며 소리친다.


환상같은 꿈에서 깨어난 신들은 어리둥절하지만 동쪽으로의 여정을 잊지 않았다. 로키는 프레이들을 돌아보고, 토르를 향해 웃는다.


토르는 웃을 수 없다. 그럼에도 신들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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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사랑에 빠진 프레이 4 21.12.06 36 1 6쪽
50 사랑에 빠진 프레이 3 21.12.03 37 1 5쪽
49 사랑에 빠진 프레이 2 21.12.03 38 1 6쪽
48 사랑에 빠진 프레이 1 21.12.01 38 1 3쪽
4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2 21.11.29 36 1 4쪽
»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1 21.11.29 40 1 6쪽
4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0 21.11.23 38 1 6쪽
4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9 21.11.07 42 1 6쪽
4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8 21.10.23 41 1 6쪽
4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7 21.10.21 47 1 3쪽
4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6 21.10.21 41 1 3쪽
4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5 21.10.21 40 1 2쪽
3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4 21.10.20 48 1 4쪽
3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3 21.10.19 41 1 3쪽
3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2 21.10.18 43 1 4쪽
3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1 21.10.18 41 1 3쪽
35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0 21.10.17 90 1 5쪽
34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9 21.10.17 87 1 4쪽
33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8 21.10.13 97 1 5쪽
32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7 21.10.04 75 1 3쪽
31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6 21.09.29 80 1 2쪽
30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5 21.09.29 81 1 2쪽
29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4 21.09.27 66 1 5쪽
28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3 21.09.25 66 1 6쪽
27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2 21.09.23 66 1 3쪽
26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거인과 멸망한 도시 이야기 1 21.09.23 60 1 4쪽
25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10) 21.09.20 66 1 7쪽
24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9) 21.09.10 45 2 10쪽
23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8) 21.09.02 52 1 14쪽
22 이야기꾼을 만들어주는 꿀술 이야기(7) 21.08.26 5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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