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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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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13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18 18:56
조회
1,216
추천
13
글자
8쪽

파인딩 스타(2부) - Christmas Miracle(1)

DUMMY

서민우는 추위에 뒤척이다가 잠이 깼다. 교도소의 겨울은 단 하루도 따뜻한 적이 없었다. 그는 원래 추위를 잘 타는 편이었다. 겨울 내내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다 보니 다른 계절에도 새우잠을 자는 것이 습관이 돼버렸다.


몸과 이불사이의 미세한 공간으로 차가운 실바람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불을 몸 아래에 쑤셔 넣자 마치 미라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김을 불어보았다. 하얀 입김이 선명하게 어둠을 갈랐다. 어느 영화에서 입김을 통해 영혼이 떠나는 장면이 떠올랐다. 할 수만 있다면 입김을 타고 몸을 떠나고 싶었다.


몇 시나 됐을까. 편안하게 잠을 자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불면에 시달린다. 교도소 생활이 벌써 18년째. 상상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른다. 교도소 생활초기에는 싸움에 많이 휘말렸다. 밤송이와 붙은 뒤로는 주변에서 조금만 건드려도 죽기 살기로 덤볐고 수시로 독방에 드나들게 되었다. 살기 싫은 마음이 그렇게 표출되었다.


그 시절에는 독방생활과 특별교육의 연속이었다. 교도소는 특별감호 대상자들을 정신적으로 진이 빠지게 만들었다. 지루한 훈화교육은 기본이었고 반성문 같은 것을 자주 쓰게 했다. 물론 서민우는 지나치다 싶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겠다는 교도관들의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굶어서 죽겠다며 음식물 일체를 거부한 적도 많았다. 교도소에서도 삶을 포기한 사람에게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법이었다.


특별감호 대상자가 되면 일단 철저하게 격리된 생활을 해야 했다. 운동도 할 수 없었고 햇빛도 볼 수 없었다. 제일 피곤한 일은 성직자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종파별로 성직자들이 수시로 찾아와서 구원과 깨달음을 설파했다. 서민우는 우주만물을 주관하는 신의 존재는 믿었지만 인간이 만든 종교는 믿지 않았다.


어떤 종교이든 보통 사람들이 성직자의 옷을 입도록 강요했다. 회사원은 정장이 필요했고 근로자는 작업복이 필요했다. 주부는 앞치마가 필요했고 학생은 캐주얼이 필요했다. 운동선수는 유니폼이 필요했고 연예인은 패션을 살려야 했다. 하지만 종교는 그들이 필요한 옷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성직자의 옷만 입히려고 했다.


서민우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신께서 원하시는 삶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행복을 느낀다면 신께서도 기뻐하실 것 같았다. 종교로부터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울 수는 있겠지만 종교가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서민우를 만나본 목사들은 대체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겸손하고 심성이 착한 것 같은데 오히려 사형수들보다도 전도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하신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죄를 대신해서 2천년 전에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다. 당신은 이미 구원받았다.” 이 정도 얘기만 해도 웬만한 사형수들은 마음이 무너졌지만 서민우는 구원받는 일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무리 정성껏 복음을 전해도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가 어이없는 말로 허탈하게 만든다고 했다.


“저를 지켜주는 신이 계시니까 굳이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그에게는 종교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자 교도소에서 서민우를 건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다. 수감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헤아려 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교도소에서는 단 하루도 살기 싫었다. 지난 시간들을 떠올리면 언제나 세월이 날카로운 유리날이 되어 가슴을 무참하게 찔러왔다.


늘 자살과 탈옥을 생각했다. 하지만 불쌍한 자신을 끔찍하게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영혼이 편하게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탈옥하는 일도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성공하더라도 평범한 삶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도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다. 절대로 이런 곳에서 인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아들이 보고 싶었다. 요즘 들어 교도소에서 젊은 친구들을 보면 성장한 아들의 모습이 애타게 그리워졌다. 지나연이 좋은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는 죄책감이 무뎌졌고 마음도 편안해졌다.


하지만 피붙이에 대한 부정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여자는 오래 전에 단념해 버렸지만 한 아이의 아빠로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간절해졌다. 물론 그럴 염치도 없고 자격도 없다. 은호를 찾아가서 혼란스럽게 하는 일은 추호도 없을 것이다. 다만 아들의 모습을 가끔씩이라도 볼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교도소에 들어왔던 때가 28살. 가끔씩 나이를 생각하면 머릿속을 한참이나 더듬어야 했지만 지금 나이는 뇌리에 깊숙이 박혀 있다. 올해 나이 46살. 생과 사의 갈림길이 놓인 나이다. 그동안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디데이로 잡고 치밀하게 탈옥을 준비해왔다.


불가능한 탈옥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마재신. 나이는 서민우보다 12살이 어렸다. 재신이도 28살 때 교도소에 들어왔고 같이 생활한지 6년 정도 되었다.


재신이를 처음 보았을 때 어떤 운명적인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이 교도소에서는 처음이었다. 아니, 살아오면서 가장 강렬했던 느낌이었다. 왠지 서로의 영혼이 잘 통할 것 같았다. 그의 첫 인상은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절대로 나쁜 짓을 하고 수감된 것 같지는 않았다.


어느 날 오후의 운동시간이었다. 운동장 구석에서 몇 놈들이 재신이를 괴롭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이봐. 잭슨 춤을 춰보라니까.”


서민우는 곧바로 달려갔고 신발을 벗어서 제일 큰 녀석의 머리에 던졌다. 그 녀석은 신발을 얻어맞자 자동반사적으로 쌍욕을 난사했다.


“씨팔. 어떤 씨브랄 씹새끼야.”

“나랑 친한 동생이니까 괴롭히지 마라.”


그는 서민우를 보자 순간 멈칫했다. 교도소 불량배들한테는 서민우가 지긋지긋한 존재였다. 집단의 위화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떻게든 괴롭히고 싶었지만 죽기 살기로 덤벼오면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재소자들은 독방생활에 넌더리를 냈지만 그는 독방생활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았다. 그와 붙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독방생활도 싫었고 수감생활을 연장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에이. 씨팔. 재수없어.”


마재신을 괴롭히던 녀석들은 똥 묻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그 날부터 서로 통성명을 하고 본격적으로 가깝게 지냈다. 12년의 나이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입소한 나이가 28살이었다. 교도소에서의 세월은 그저 실수로 물에 빠뜨린 신발이 떠내려가는 장면을 애석하게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영혼의 나이는 둘 다 28살에서 멈춰버린 것 같았다.


서로 교도소에 들어온 사연을 듣고 나서는 영혼의 분신을 만난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둘 다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버린 사람들이었다. 서로 마음 깊은 곳까지 너무 닮아서 감옥에 들어온 것이 오히려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탈옥을 모의했다. 탈옥에 성공해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능했지만 무슨 일이든 함께 한다면 아무 것도 두렵지 않을 것 같았다. 깊은 산속에서 사는 것도 괜찮았고 밀항선을 타고 뉴질랜드 같은 먼 나라로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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