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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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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69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4 08:31
조회
1,069
추천
10
글자
11쪽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1)

DUMMY

“엄마. 잘 보여?”


지나연의 눈을 가리고 있던 안대가 풀어졌다.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지 일주일이 지나서였다. 뿌연 빛이 눈에 먼저 들어왔고 사람들과 주변물체의 윤곽이 서서히 선명해졌다. 비눗물을 두껍게 칠해놓은 유리창을 오랜만에 깨끗한 물로 닦아내는 느낌이었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자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평생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가족들 덕분에 보통 사람들처럼 잠을 잘 수 있었고 시력도 다시 찾게 되었다.


지나연은 의사와 간호사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가족들을 부둥켜 안았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고맙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나치곤, 나은호, 나채원. 가족들도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훔치면서 새롭게 태어난 지나연을 진심으로 환영해 주었다.


“자기야. 각막은 누가 기증해 준거야?”


나치곤은 잠시 지나연을 바라보다가 사물함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책장을 들추자 신문스크랩 한 장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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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마이클 잭슨으로 90년대를 풍미한 마재신(37)이 지난 6월 25일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마재신은 1998년 4월 뺑소니 살인혐의로 구속되어 송주교도소에 수감되었고 2006년 12월 서민우(49)라는 재소자와 함께 탈옥을 한 바 있다. 경찰조사 결과 그들은 사망하기 전까지 강화도에서 어부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민우도 마재신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같은 날 저녁 강화도에서 음독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재신은 주변사람들에게 양준기로 알려져 있었으며 실제로 소지품에서 양준기의 주민등록증이 발견되었다. 마재신은 경찰조사로 정확한 신원이 밝혀지기 전에 양준기의 이름으로 각막과 신장을 ○○병원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클 잭슨의 이미테이션 가수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마재신은 공교롭게도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날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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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연은 신문기사를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가늘어진 눈물 줄기가 또다시 굵어졌다. 또 그 사람이었구나. 서민우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언제나 하늘 저편을 바라보면 그가 생각났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세상. 아득한 그 곳에서 서민우는 얼마나 힘겹게 살고 있을까.


행복한 순간에도 하늘 저편을 바라보면 순식간에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반들반들한 비눗방울이 순식간에 터져서 사라지는 것처럼. 그저 그가 행복해지기를 마음 깊이 빌었는데 고생만 하다가 정말 하늘 저편으로 가버렸다. 지나연은 두 눈을 감고 계속 눈물을 쏟아냈다. 다시 암흑세상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엄마. 괜찮아? 이 사람들 누군데?”


지나연은 은호의 손을 붙잡고 계속 울기만 했다.


“나, 서민우라는 아저씨 누군지 알 것 같애.”


갑자기 지나연이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은호를 바라보았다.


“네가 그 사람을 안다고?”


“서울 불광동에 수리봉이라고 있는데 강화도 어부라는 아저씨가 자주 왔었어. 나한테 정말 잘해줬고 왠지 남 같지가 않았어. 병원에 어부 아저씨들이 많이 왔었잖아. 선장님한테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인상착의가 그 아저씨가 맞는 것 같아. 나도 신문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어. 엄마. 서민우라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


지나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은호에게 어떤 말을 해주어야 할까. 그동안 은호에게 친부에 대한 이야기를 감추기만 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이젠 사실대로 말해주어도 괜찮은 것일까. 은호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나연은 나치곤에게 고개를 돌렸다.


“괜찮을까요?”


“자기는 괜찮겠어?”


“네.”


“자기는 안정이 필요해. 내가 잘 말해줄게.”


나치곤은 은호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두 사람은 1층 대합실로 내려가서 의

자에 앉았다. 대합실에는 밤새 피난살이를 했던 환자 가족들의 고달픈 흔적들이 널려 있었다. 나치곤은 결론부터 말해주었다.


“은호야. 서민우란 사람이 네 친아버지다.”


“네?”


은호는 충격을 받고 숨조차 가누지 못했다. 나치곤도 차분히 숨을 고르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의 말투에도 서민우에 대한 진한 애정과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서민우의 사랑과 실수 그리고 뼈저린 참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저지른 살인과 기나긴 수감생활. 5분 남짓한 시간동안 한 사람의 삶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나치곤의 말이 끝나자 은호는 병원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음에 휘몰아치는 소용돌이를 견딜 수가 없었다.


불의의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아빠가 얼마 전까지도 살아계셨다니. 더군다나 북한산에서 자주 보았던 강화도 어부 아저씨라니. 아빠의 자상한 얼굴과 선한 웃음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아빠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니. 아빠가 그렇게 비극적인 인생을 사셨는데 자기는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은호가 걸어가는 동안 세상에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했다. 건물과 도로가 사정없이 흔들렸고 눈물이 범람하면서 보이는 모든 곳이 침수되고 있었다. 은호는 사람을 피해서 어느 건물의 뒤편으로 들어갔다. 자신도 모르게 아빠를 부르며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온 몸으로 울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아무리 눈물을 쏟아내도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도 씻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 은호는 아빠의 흔적을 찾으려고 강화도를 찾아갔다. 아빠를 많이 기억해주면 아빠가 그만큼 덜 외로우실 것 같았다. 빌리진 횟집은 선수포구에서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선장의 아내로 보이는 아줌마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아직 점심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선장님을 뵈러 왔는데 계십니까?”


“우리 양반 여기 없어요. 무슨 일이죠?”


카운터 부근에 커다란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배 위에서 선장과 어부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순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유심히 살펴보니 아빠도 있었다. 아빠의 왼편에 다정하게 서 있는 사람이 마재신이란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은호의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런 분들에게 인생이 그토록 가혹할 수 있을까.


“제가 이 분 아들입니다. 선장님을 뵙고 싶습니다.”


은호는 서민우를 가리키며 말을 했다. 갑자기 선장의 아내가 벌떡 일어서서 은호에게 다가왔다.


“김씨 아저씨 아들이라구요? 정말이에요? 이를 어째.”


아줌마는 김씨를 부르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선장도 아빠를 김씨라고 했었다. 아빠가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 가명을 사용했다고 들었다. 아줌마는 카운터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눈물을 닦았다.


“우리 양반 산에 들어갔어요.”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선장은 파주에 있는 고령산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뱃사람 두 명을 잃고 나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끼니는 제대로 챙겨먹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은호가 선장님이 고령산 어느 곳에 계시는지 아느냐고 묻자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마 저 놈은 알거예요.”


횟집 앞에 진돗개를 닮은 하얀색 개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 이름은 ‘삐레’라고 했다. 선장은 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에도 삐레와 함께 잠시 산에서 지냈다고 했다. 삐레는 요즘 선장이 안보여서 그런지 계속 침울해 보인다고 했다. 은호가 삐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삐레는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은호는 한참동안 삐레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이 녀석이 선장님 계시는 곳을 정말 아는 것 같아요. 삐레를 데리고 산에 다녀오면 안 될까요?”


아줌마는 흔쾌히 수락했다. 경계심이 많은 삐레가 은호를 잘 따르는 모습을 보자 안심이 되었다. 김씨한테 배어있던 사람냄새가 아들에게도 풍겨졌다. 비린내가 가득한 바닷가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깊고 은은한 사람냄새. 평온한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사람.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도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을 것 같은 사람. 아줌마는 또다시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 은호는 강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설명했다.


“관장님. 개 한 마리를 데려가야 해요. 죄송한데 차를 가지고 강화도로 와주세요. 부탁입니다.”


강 관장은 당장 날아오겠다고 했다. 약속시간까지는 3시간 정도 남았다. 은호는 선수포구를 둘러보고 싶었다. 아빠가 생활했던 곳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에 담고 싶었다. 선수포구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느 곳을 보아도 하늘과 바다가 시원스러웠고 낮게 포복하고 있는 산과 섬은 그림처럼 예뻤다. 포구의 정오는 무더웠고 정박된 배들은 평온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다.


유독 비탄에 잠겨있는 배 하나가 눈에 띄었다. 빌리진호였다. 블랙과 화이트로 도색된 모습이 장례식 복장처럼 느껴졌다. 오랫동안 아빠와 동료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던 배가 이제는 버려진 폐가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횟집에 걸려있는 아빠의 사진이 오버랩되자 또다시 가슴이 저미고 눈물이 흘러 나왔다.


어떤 끌림이 있었던 것일까. 은호가 서있는 곳은 서민우가 죽기 전에 장시간을 보냈던 자리였다. 은호는 아빠처럼 무더위에 탈진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같은 곳에 정박되어 있었다. 문득 갯벌이 의식되기 시작했다. 거대한 바닷물이 햇빛을 잘게 부수며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바닷물이 버리고 떠난 자리는 모든 것이 쓸쓸해 보였다.


은호는 바닷물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떠나가는 바닷물을 아무도 붙잡을 수 없었고 바닷물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모든 것들이 지나가고 다시는 되돌릴 수가 없다. 기쁨과 슬픔 모든 것이. 수지와의 이별과 일본에서의 체육관 생활. 죽을 것 같이 괴로운 시간들도 이제는 아득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지나가는 것들은 무심히 놓아주어야 한다. 은호는 아빠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을 썰물에 실어 보내기 시작했다.


관장님이 오실 시간이 되었다. 은호는 서둘러서 횟집으로 걸어갔다. 횟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빨간색 제네시스 쿠페가 눈에 띄었다. 한 남자가 차문을 열고 나와서 은호에게 말을 걸었다. 세련된 옷차림에 깔끔한 인상이었다.


“나은호씨인가요?”


“네.”


“강 관장님을 대신해서 왔습니다.”


“누구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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