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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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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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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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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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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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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06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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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1)

DUMMY

밤 10시 오사카 호텔 프런트. 한수지는 야간조 직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고 있었다. 다음 날 행사 스케줄을 보니 굵직한 행사가 줄줄이 잡혀 있었다. 그중에 2009 K-1 월드맥스 기자회견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벌써 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수지는 오사카 대학의 교환학생 과정을 마치고 곧바로 호텔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일본에서 1년 정도 호텔 경험을 쌓고 싶었다.


수지는 월드맥스 출전선수 중에 한국선수가 없는지 눈여겨 살펴보았다. 작년 행사 때는 한국선수를 볼 수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다행히 수많은 국적 중에서 KOR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선수의 이름을 보자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Na, Eun-ho」


나은호? 설마 내가 아는 나은호는 아니겠지. 머리는 애써 부인하고 있었지만 온 몸의 세포가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수지는 곧바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한국 도메인의 검색창에 ‘나은호’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렀다. 나은호는 장삼이사가 아니었다. 유명 연예인처럼 같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 동영상, 뉴스기사, 카페글이 컴퓨터 화면에 일목요연하게 펼쳐졌다.


‘세상에. 은호가 맞잖아.’


남몰래 가슴에 간직해 놓은 나은호가 자신이 모르는 세상에서는 엄청난 스타였다. 인터넷은 국내 K-1을 제패하고 월드맥스에 출전하는 나은호에 대한 응원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3년이란 세월동안 은호는 다부진 파이터로 변했지만 선한 눈빛은 여전했다.


언제나 동화 속 장면같이 떠오르는 은호와의 추억들. 수지는 수많은 꿈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은호는 언제나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러다가 딱 한 번 수줍게 웃으면서 희망사항을 말한 적이 있었다. 격투기 선수를 해보고 싶다고‥. 자신은 꿈을 향해 이제야 한 걸음을 뗀 것 같은데 은호는 벌써 한 걸음만 더 가면 꿈을 이루지 않을까.


수지는 설렘에 밤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내일이면 은호를 보게 된다. 고통스럽게 잊어야 했고 생사도 알 수 없었던 은호가 대스타가 되어 자신이 일하는 호텔에 오게 된 것이다. 영화나 소설도 이렇게 극적일 수 있을까. 은호와의 모든 추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고 있었다.


고속으로 질주하던 설렘이 순간 은호가 얻어맞던 기억과 정면충돌하면서 박살나기 시작했다. 새벽 3시가 훌쩍 넘었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은호를 만나서 용서를 구하고 오해를 풀고 말리라.


다음 날 오후 5시. 투숙하는 선수들은 벌써 체크인을 하고 호텔에서 쉬고 있었다. 은호도 투숙객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아직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자회견 시간은 5시 30분. 수지는 하루종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은호가 당장이라도 현관문을 열고 나타날 것 같았고 느닷없이 마주치면 어떻게 하나 싶었다.


이왕이면 경기가 끝난 후에 만나면 좋을 것 같았다. 그 때 현관문이 열리면서 어떤 아저씨가 은호로 짐작되는 남자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은 호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은호가 틀림없었다.


수지도 프런트 동료에게 양해를 구하고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갔다. 수많은 취재진들과 팬들로 행사장의 열기가 뜨거웠다. 수지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신경이 은호에게 집중돼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그녀는 왼쪽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 사이를 정신없이 비집고 들어갔다.


선수들 주변을 둘러볼 필요가 없었다. 바로 앞에 은호가 앉아 있었다. 왈칵 쏟아져 나오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은호는 행사시간 내내 어색하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인터뷰가 들어오자 담담한 어조로 답변을 했다.


“K-1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동경해온 꿈의 무대입니다. K-1에서 세계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시합을 하게 되어서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은호에 대한 취재열기는 대단했다. 은호가 지난 16강전과 8강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경기력 때문이었다. 특히 8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의 보누치와 맞붙어서 라운드 내내 초접전을 벌였고 결국 판정승으로 승리했다. 보누치는 경기직후 인터뷰에서 동물이랑 싸우는 느낌이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그 때부터 챔피언을 무너뜨린 은호에게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어떤 한국기자가 지어준 ‘실버 타이거’라는 별명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한국의 인터넷 세상에서는 이미 은호가 세계 K-1 챔피언으로 추대되었고 마땅한 적수를 찾지 못해서 애를 먹고 있었다. 기자회견장에서도 많은 한국 취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수지는 살며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왔다. 너무 긴장을 했던 탓인지 현기증이 돌았고 가슴도 답답했다. 그녀는 은호가 대견스러웠지만 한 편으로는 시합을 하다가 다칠까봐 걱정이 들기도 했다. 터프한 외국선수들과는 달리 은호의 얼굴이 너무 순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은호가 한 대라도 맞으면 자신이 KO 당할 것만 같았다. 프런트에서 틈나는 대로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주변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동영상은 볼 수가 없었고 뉴스기사 위주로 자료를 검색했다. 그중에 은호가 다니는 체육관 관장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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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선수의 신체반응 감각은 정말 천재적입니다. 피하고 때리는 모습을 보면 동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동안 기본적인 격투기 기술 습득과 체력단련에 중점을 두었지만 자기만의 특별한 훈련비법도 있습니다. 매일 혼자서 산에 올라갔다가 뛰어서 내려옵니다. 산에서 훈련하면 자연의 모든 감각이 몸에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명선수들의 경기 동영상을 보면서 쉐도우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본인 말로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몸으로 읽혀진다고 합니다. 누구라도 은호 선수의 경기를 보면 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무명에 가깝지만 이번 월드맥스를 치르고 나면 세상이 발칵 뒤집힐 것입니다.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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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만 보면 체육관 관장이 아니라 팬클럽 회장 같은 발언이었다. 은호가 정말 격투기 천재였구나. 설레는 가슴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고 곁에 있는 프런트 동료가 무슨 좋은 일이 있느냐고 계속 물어보았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선수들과 사람들이 호텔로비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가늘게 충동질하던 심장이 미친 듯이 박동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은호와 눈빛이 마주칠까봐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고 프런트에 오는 손님들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그날 밤 수지의 꿈에서 은호의 경기가 먼저 시작되었다. 은호는 표범처럼 움직였다. 상대선수 주변을 정적인 느낌으로 살며시 돌다가 순식간에 달려들어서 일격을 가했다. 쓰러진 선수는 즉사한 것 같았다. 다른 선수가 올라와도 마찬가지였다. 세 명의 선수를 연이어 격파하자 수많은 선수들이 링 위로 올라와서 은호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순간 사각 링이 벌판으로 바뀌었고 선수들도 늑대로 변해서 은호에게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수지는 은호를 구하고 싶었다. 이번에는 죽어도 은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압사를 당하는 듯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을 치다가 잠에서 깨었다. 새벽 3시였다.


드디어 2009년 K-1 월드맥스가 열리는 날이었다. 수지는 경기에 나서는 선수처럼 초조하고 가슴이 떨렸다. 연이틀 잠을 제대로 못잔 탓에 머리가 무거웠고 일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은호의 심정은 어떨까. 수줍음을 잘 타는 친구인데 얼마나 긴장이 될까. 은호가 경기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더 걱정이 되었다.


승패를 떠나서 제발 조금도 다치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경기가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은호를 어떻게 만나볼 수 있을까. 은호가 자신을 외면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곁에서 프런트 동료가 무슨 나쁜 일이 있느냐고 수도 없이 물어보았다.


저녁 7시에 월드맥스가 시작되었다. 수지는 호텔로비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TV를 통해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일본에서는 K-1이 국민스포츠였다. 로비에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격투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오프닝 파이트 두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의 입장식이 시작됐다. 선수들 모두 카리스마가 넘쳤고 순수한 은호의 얼굴도 여러 차례 클로즈업 되었다. 얼굴이 편안해 보여서 안심되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아는 친구라고 큰 소리로 자랑하고 싶었다.


은호는 제1경기에 나섰다. 수지는 긴장감에 가슴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은호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Silver Tiger라는 자막과 함께 최근 경기 동영상이 나왔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피하고 때리는 동작이 전혀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캐스터는 은호를 강력한 다크호스로 소개했지만 자국선수인 아키라의 우승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아키라는 4강전의 반대편 블록에 있었다. 아키라는 일본에서 워낙 유명한 스포츠 스타이기 때문에 수지도 아는 선수였다.


‘그럼 결승전에서 은호가 아키라와 만나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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