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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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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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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76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8 23:06
조회
1,190
추천
9
글자
11쪽

파인딩 스타(4부) - 격투기 카페(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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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이정걸. 52세. 충남 출신의 재선의원.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케이블 방송계의 로비 1순위. K-1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대 스포츠 채널, 다이나믹 스포츠의 김장영 회장과 막역한 고향친구. K-1 월드맥스와 월드그랑프리는 일본에서 직접 참관할 정도로 격투기에 관심이 많음.


차기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직을 위해 태권도계 인사들과 활발히 접촉중. 공식석상에서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격투기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함. 성격이 다혈질이고 지인들 사이에서는 의리파로 알려져 있음. 수백억대 재산가이며 선거 때마다 재산형성 문제로 곤욕을 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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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철은 이정걸 의원에 대한 프로필을 만들고 있었다. 자신이 구상하는 격투기 이벤트를 창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본에 머무르면서 격투기 매니지먼트 사업에 눈을 떴다. 격투기 선수로 대성할 수 없다면 격투기 사업가로 최고가 되고 싶었다.


국내 격투기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팬들은 메이저 격투기 시합을 케이블 방송으로 즐겨보면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기량에 익숙해져 있었다. 수준차가 확연한 국내 격투기 시합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국내 선수들도 K-1과 같은 메이저 대회에 입성하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최근에는 타 종목에서 K-1으로 전향하는 선수들이 부쩍 늘어났다.


“병신. 아주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네.”


다른 무대에서 아무리 인기가 좋았던 선수라도 K-1에서 변변치 못한 실력으로 무너지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단 한 번의 도전과 실패로 K-1을 떠난 선수들이 비일비재했다. 왕년의 권투처럼 우리나라에서 K-1 세계챔피언이 나온다면 국내 격투기도 인기가 폭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격투기의 짧은 역사와 열악한 인프라를 생각한다면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격투기 이벤트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했다. K-1을 뛰어넘는 엔터테이닝 요소. 세계적인 경기수준과 두둑한 파이트 머니. 무엇보다도 한국 선수가 두각을 보일 수 있는 경기방식이어야 했다. 배기철은 오랫동안 아이디어를 구상해왔다.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끌어들여야 했다.


전방위적으로 알아본 결과 결정적인 열쇠는 이정걸 의원이 쥐고 있었다. 그는 파워 있는 국회의원이고 격투기의 열혈팬이다. 또한 막대한 재산가이며 대기업 총수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무엇보다도 다이나믹 스포츠의 회장과 둘도 없는 친구사이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 의원만 공략하면 어렵지 않게 야심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해서 주변인물 조사에 착수했다. 그는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장남의 이름은 이태룡. 한국체대 3학년이고 태권도를 전공하고 있었다. 격투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 것 같았다.


이태룡은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각종 태권도 대회를 휩쓸고 다녔다. 국가대표 선발 0순위로 알려져 있었다. 차녀인 이태희는 서울에서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으며 특이한 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먼저 이태룡을 교두보로 삼아야 할 것 같았다. 배기철은 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부를 찾아갔다. 먼저 코치를 만나서 자신을 격투기 매거진 기자라고 소개했다. 태권도 유망주 이태룡을 인터뷰하러 왔다고 말했다. 코치는 갑자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아‥ 네‥ 이태룡 선수는 지금 학교에 없습니다. 그리고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을 때는 선수들의 인터뷰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나중에 다시 오시겠습니까?”


코치의 표정과 말투가 왠지 석연치 않았다. 배기철은 더 이상 매달리지 않았다. 이태룡의 행방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밖으로 나가는 길에 휴식중인 태권도부 학생들에게 말을 걸었다.


“반갑습니다. 격투기 매거진 파이터 기자입니다.”


「파이터」기자란 말에 어수선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단방에 제압되었다.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격투기 매거진 기자에게 모든 학생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배기철이 마술이라도 부린 것일까.


“대학부 태권도 스타인 이태룡 선수와 여러분들을 취재하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태룡 선수가 안보이네요?”


이태룡을 언급하자 학생들의 호기심이 순식간에 근심으로 변했다. 배기철이 또 한번 마술봉을 휘두른 것 같았다. 학생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이태룡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파이터에 실리면 여러분에게도 좋은 일입니다. 이태룡 선수의 소재를 아시는 분은 이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배기철은 맨 앞에 있는 학생에게 명함을 건네주고 학교를 나왔다. 도대체 이태룡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코치와 학생들 모두 이태룡 얘기를 꺼내자 황급히 대화를 끝내려고 했다. 마치 천기를 누설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사람들처럼 보였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이태룡에게 안 좋은 일이 있다면 이정걸 의원이 조용히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에 무난히 입성하기 위해서는 아들이 반드시 국가대표가 되어야 한다. 아들 문제로 벌써 학교를 뒤집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저녁시간이었다. 휴대폰이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미끼를 물었군.’ 배기철의 예상대로 어느 한국체대 학생의 전화였다.


“기자님. 먼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제가 태권도 금메달감인데 갑자기 이종격투기를 하겠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배기철은 느닷없는 퀴즈에 입이 찢어지고 있었다. 이태룡을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순진한 학생이었다. 이태룡이 격투기를 하고 싶다니 이건 예상치 못한 횡재였다.


“당연히 태권도를 해야죠. 태권도로 세계최고가 될 수 있고 국위선양도 할 수 있는데 그저 그런 격투기 선수가 될 이유가 없죠. 태권도는 절대로 이종 격투기에서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는 태권도에 대한 가식적인 애착을 덧붙이면서 학생의 경계심을 풀어주었다. 이제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를 할 차례다.


“태룡이가 요즘 방황하고 있습니다. 내일모레면 국가대표가 될 놈이 글쎄 격투기를 하겠대요. 누구의 말도 듣지 않습니다. 학교도 초비상입니다. 기자님은 격투기 분야의 전문가이고 태권도에도 관심이 많으니까 왠지 태룡이하고 대화가 될 것 같아서요. 이건 정말 극비사항입니다. 제발 인간적으로 도움을 주세요.”


도둑질하러 가는 사람에게 돈 가방을 맡기는 격이었다. 학생의 말에 의하면 이태룡은 요즘 광명시에 있는 격투기 카페에 자주 드나들고 있다고 했다. 배기철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는 형이 운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는 통화가 끝나자 곧바로 광명으로 갔다.


카페에는 격투기 경기가 한창이었고 응원하는 손님들로 떠들썩했다. 반원 구조의 카페 가운데 벽면 위치에 사각링이 있었다. 손님들은 어느 위치에서나 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격투기를 즐길 수 있었다. 경기가 없는 날에는 링이 무대로 변신해서 라이브 카페가 되기도 했다.


격투기 카페에서는 5분 단 게임으로 짧고 화끈한 경기가 열렸고 일주일에 한 번은 일반인들도 링 위에 오를 수가 있었다. 유명선수들 또한 격투기 붐 조성을 위해서 빈약한 파이트 머니에도 기꺼이 시합에 참여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격투기 카페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


카페사장이 배기철을 보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일본에서 만난 사이였다. 바쁜 시간이라 긴 대화는 나눌 수가 없었다.


“형. 이태룡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그동안 카페시합에 나간 적이 있는지 확인해줘.”


사장은 컴퓨터 기록을 조회하면서 이태룡은 출전선수 명단에 없다고 했다. 배기철은 카페에 있는 손님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카페 뒤편의 2인석 테이블에 하얀 모자를 눌러쓰고 혼자 앉아있는 친구가 눈에 띄었다. 이태룡 후보 1순위였다. 배기철은 맥주를 가지고 하얀 모자에게 접근했다.


“안녕하세요? 카페 매니저입니다. 요즘 계속 혼자 오시는 것 같은데 우리 같이 맥주 한 잔 하시죠.”


배기철은 하얀 모자의 옆자리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권했다. 하얀 모자는 불편한 기색 없이 맥주잔을 받았다. 가까이서 보니 인터넷 사진으로 기억해놓은 이태룡이 확실했다.


“남다른 격투기 포스가 느껴지는데 시합 하나 잡아드릴까요?”


이태룡은 빙그레 웃기만 했다. 카페 매니저가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배기철은 자연스럽게 격투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유럽, 일본, 태국같은 나라에서는 격투기가 생활스포츠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격투기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머지않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태권도에 대한 견해도 살며시 덧붙였다.


“무예적인 측면에서 태권도의 우수성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전에서는 그다지 실력발휘를 못하고 있는 점이 정말 안타까워요. 태권도 발차기의 다양한 기술과 파워 그리고 스피드는 다른 격투기에 비해서 압도적입니다. 전 세계 태권도 인구가 8천만명 가까이 됩니다. 정말 엄청난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태룡도 수긍했다. 주변에도 수없이 많은 친구들이 올림픽 메달을 따려고 죽을 힘을 다해서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다. 하지만 태권도로 성공하는 일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일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노메달리스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태권도장을 차려서 코흘리개들을 붙잡고 생계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것인가. 교회, 노래방, 미용실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장을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서글프게 느껴졌다.


처음 만남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배기철은 직접 카페 매니저로 일을 하면서 이태룡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시합이 있을 때는 사설 캐스터가 되어서 선수들의 특징, 에피소드, 격투기 기술과 같은 관전 포인트를 제법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태룡은 시합이 없는 날도 자주 카페를 찾았다.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자상한 배기철에게 인생진로에 대한 고민을 서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배기철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단추를 제대로 끼웠다고 생각했다. 이제 이태룡을 작업에 끌어들일 때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을 끊임없이 되새겼다. 서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이태룡이 새로운 격투기 이벤트에 대한 꿈과 열정이 자신과 똑같아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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