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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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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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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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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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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0쪽

파인딩 스타(3부) - 강화도 빌리진(2)

DUMMY

가을 꽃게철이었다. 빌리진호는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바다로 출격했다. 마재신이 가세하자 전력운용이 한층 안정되었다. 신체능력이 뛰어난 마재신은 고되고 거친 바다에도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했다. 사람이 없을 때는 어느 자리에 기용되어도 능숙하게 임무를 완수했고 커피 배달도 도맡아 하면서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켰다.


재신이도 괴로운 것이 있었다. 새벽 2시 30분의 기상. 수감생활을 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에는 어느 정도 적응했지만 밤 체질을 쉽게 바꿀 수는 없었다. 댄서생활을 할 때도 그랬고 인천에 머물 때도 밤낮의 경계는 없었다. 서민우가 배멀미와 사투를 벌였다면 마재신은 잠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바다는 혹독한 시련을 견뎌낸 사람만 품어주는 것 같았다.


11월 어느 날 서해 5도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바람이 차갑고 거세지면서 꽃게잡이 배들이 철군을 준비하는 시기였다. 서민우와 마재신은 오랜만에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


“형. 드디어 신호가 잡혔다.”


“뭐? 신호?”


“형 아들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어.”


“뭐라구?”


마재신은 혼자 인천에서 지내는 동안 서민우의 아들을 찾아다녔다. 서민우는 생활이 좀 더 자유로워지면 아들을 찾고 싶다고 했지만 마재신은 두 사람의 만남을 조금이라도 앞당겨주고 싶었다. 끈질긴 수소문 끝에 나채원을 만나게 되었고 나은호가 일본에 가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채원은 의심어린 눈길을 보내며 오빠에 대한 대화를 계속 피하려고 했다. 마재신은 나은호가 지난 몇 달간 강호 체육관에 다녔다는 정보에 만족해야 했다.


마재신은 강호 체육관에 찾아가서 강시춘 관장을 만났고 은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은호는 체육관에서 전설이나 다름없었다. 전설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너무 슬프다는 말도 들었다. 윤지호였다. 마재신은 나은호에 대한 소식을 들으면 꼭 알려달라고 강 관장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윤지호가 대뜸 따졌다.


“아저씨도 은호 형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에요?”


마재신은 순간 당황했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지호에게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네.”


“마이클 잭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나쁜 짓 안한다.”


그 이후로 마재신은 가끔씩 체육관에 전화를 걸어서 나은호의 행방을 확인했지만 꽃게철이 되면서 한동안 잊고 지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던 그 날,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가 생각지도 않게 은호의 소식을 듣게 된 것이었다. 나은호는 일본에서 돌아와서 다시 체육관 생활을 시작하고 있었다.


서민우는 은호 소식을 듣자 해상에서 일어나는 풍랑이 마음에까지 들이닥친 것 같았다. 꿈속에서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아들이 가까운 서울에서 지내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아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다.


은호는 지금 스무 살. 자신의 나이는 기억나지 않아도 아들의 나이는 한 시도 잊어버린 적이 없었다. 연초부터 자신의 분신이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은호가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 아들이 행복하게 잘 산다면 자신의 인생도 충분히 보상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서민우는 아들에게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진정시키려고 집을 나섰다. 집 밖에는 성난 바람이 천지에 난동을 부리고 있었고 하늘은 사색이 되어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바다도 바람과 합세해서 닥치는 대로 행패를 부렸고 포구의 어선들은 죽을 힘을 다해서 파도에 저항하고 있었다.


갑자기 난폭한 바람 하나가 어느 배의 나무 판대기를 뜯어내서 바다에 사정없이 내던졌다. 그러자 덩치 큰 파도가 달려들어서 판대기를 집어들고 배의 옆구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빌리진호도 바람과 파도의 폭력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서민우는 자연의 거대한 풍랑에 압도되어서 서둘러 집으로 피신했다.


재신이의 말에 의하면 은호는 날마다 불광동 체육관 근처에 있는 북한산 수리봉에 오른다고 했다. 서민우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산에 가면 은호를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저 산에서 가다오다 만나는 사람으로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싶었다. 아빠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라도 은호와 가까워질 수 있다면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서민우는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해서 은호를 보러 갔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서울로 빠져 나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불광역에서 내렸다. 은호가 지내는 곳은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편의점에서 김밥과 물을 사서 가방에 집어넣고 산행에 올랐다. 수리봉은 북한산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가라앉는 능선의 마지막 봉우리였다.


11월 중순의 산은 여전히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었다. 산길 곳곳의 단풍은 짝사랑을 들켜버린 소녀의 얼굴처럼 빨갛고 고왔다. 산은 지금 누구와 사랑에 빠져 있는 것일까.


서민우는 출발한지 1시간도 안돼서 정상 부근에 도착했다. 수리봉은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북극의 빙산처럼 보이는 거대한 바위능선이 압권이었다. 이른 시간에도 등산객들이 많은 편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다양했지만 바위능선이 경사가 심해서 위험해 보였다.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전한 산길을 놔두고 바위의 홈을 짚으며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올라갔다. 다른 쪽의 기암절벽에는 로프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아찔했다.


수리봉에 오르자 작은 산들 사이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시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강화도에서 작은 섬들 사이에 푸른 바다가 보이는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었다. 답답한 도심을 내려다보자 벌써부터 바다가 그리워졌다. 매일 지긋지긋하게 보는데도 말이다. 서민우는 김밥을 꺼내먹고 은호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전 10시였다. 은호는 매일 이 시간에 정상에 나타난다고 했다. 마침 바위능선 아래에 하얀색 점퍼를 입은 청년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바위에 난 홈을 따라서 힘들게 오르고 있었고 청년은 바로 옆의 경사진 바위를 맨 손으로 가뿐하게 타고 있었다.


사람들이 기겁을 하며 쳐다보는 가운데 청년은 단숨에 수리봉 정상을 정복했다. 점퍼에는 강호라고 적혀 있었다. 나은호가 틀림없었다. 얼굴은 엄마를 닮았지만 자신의 느낌도 묻어났다. 다 자란 아들의 모습을 보니 천하를 얻은 기분이었다.


“자네 완전히 스파이더맨 같구만.”


서민우는 자신도 모르게 은호에게 말을 걸었다. 걱정했던 것 보다는 마음이 담담했고 말도 편하게 나왔다.


“아‥. 네. 제가 몸이 가벼워서요.”


은호도 낯선 아저씨한테서 왠지 모를 친밀감을 느꼈다.


“난 강화도에서 고기를 잡는 사람인데 여기 산은 바위가 많아서 그런지 배를 타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것 같아.”


“아. 어부시군요. 저한테는 배를 타는 것이 훨씬 힘들 거예요.”


서민우는 빈손으로 올라온 은호에게 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은호는 물을 마시고 나서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서민우는 은호의 뒷모습을 보면서 20년 전에 지나연이 아기를 안고 가는 모습을 떠올렸다. 아기는 멀리서도 눈에 띌 정도로 지독한 아토피에 시달리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해서 개장수가 사는 곳에 불을 지르지 않았던가. 그리고 시작된 기나긴 감옥생활. 서민우는 인생을 한 번도 가치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깨끗하고 잘생긴 아들을 보자 자신의 인생도 왠지 쓸모 있는 구석이 있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서민우는 한 달에 두세 차례 수리봉을 찾았다. 아무 날에 가도 정해진 시간에 항상 은호를 볼 수 있었다. 눈 덮힌 겨울 산에서도 은호를 만날 수 있었다. 은호는 무시무시한 빙벽도 아이젠 하나로 거뜬하게 올라왔다. 서민우와 나은호는 가다오다 만나는 사이치고 꽤나 친밀해졌다. 어부생활과 격투기생활. 고향과 가족이야기.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다양해졌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가고 다시 봄이 찾아왔다. 꽃게철에 접어들면서 서민우는 한동안 산에 갈 수가 없었다. 은호에게도 그렇게 말해두었다. 서민우는 힘든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이 풍족했다. 자신에게는 분신과도 같은 마재신이 있고 가족같은 동료들이 있다. 이제는 아들도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인생이 행복하다는 느낌이 낯설기도 했지만 점점 편안하게 다가왔다.


5월에 꽃게 축제가 있는 날이었다. 선수포구의 모든 배들이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서민우와 마재신은 빌리진 선장에게 특별휴가를 얻어서 같이 수리봉으로 갔다. 서민우는 마재신에게 아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은호가 정말 여기를 그냥 올라간단 말이야?”


마재신은 가파른 바위능선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두 사람은 정상에서 따끈한 시루떡을 먹으면서 은호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바위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은호의 모습은 보일 기미가 없었다. 12시가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하산해서 강호 체육관을 찾아갔다. 서민우는 밖에서 기다렸고 마재신 혼자 체육관에 다녀왔다. 마재신의 표정에 근심이 역력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형. 은호가 지난주에 고향에 갔대. 은호 엄마가 눈이 나빠져서 실명이 됐나봐.”


“뭐? 은호 엄마가 실명이라구?”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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