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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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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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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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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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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3)

DUMMY

은호는 그대로 링바닥에 뻗어버렸고 경기는 아키라의 KO승으로 끝이 났다. 찜찜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아키라의 호쾌한 승리에 열광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빵빵 터지는 축포와 오색리본으로 경기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고 카메라는 아키라가 우승에 감격하는 장면을 계속해서 전파에 실어 보냈다. 정말 오랜만에 일본인 선수가 K-1 월드맥스 챔피언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은호의 모습은 더 이상 화면에 나오지 않았다. 수지는 조금 전에 은호가 그랬던 것처럼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프런트 동료가 어깨를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강 관장은 분노와 설움을 가까스로 삼키면서 은호를 부축하고 링 아래로 내려갔다.


“왜 그런 거야?”


“관장님. 죄송해요. 관중석에서 배기철을 봤어요.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몸도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 사기꾼 자식? 그 자식 지금 어딨어?”


은호는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길에 수많은 인파를 둘러보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강 관장은 배기철을 찾아서 요절을 내기 전까지는 절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밤 10시 13분. 수지는 객실 701호 앞에 서있었다. 은호가 투숙하고 있는 방이었다. 수지는 아직도 은호가 당한 KO패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은호에게 무슨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 이제는 그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작정 벨을 눌렀다. 여러 번 눌러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자고 있는 것일까. 객실에 있는 것이 분명한데.’


또다시 벨을 눌렀다. 오늘 밤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벨을 누르는 속도가 심장 박동처럼 빨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눌러도 반응이 없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얼마나 벨을 눌렀을까. 체념하려는 순간 버튼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은호가 미간 부위에 얼음팩을 대고 얼굴을 내밀었다. 수지는 은호를 보자마자 울음부터 터뜨렸다.


“세상에. 어떡해. 너 괜찮은 거니?”


은호는 난데없는 상황에 어안이 벙벙했다. ‘이 여자 누구야.’ 순간 스쳐간 생각이었지만 울고 있는 여자의 신원확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은호는 자신도 모르게 얼음팩을 떨어뜨렸다. 은호의 얼굴은 무참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한수지 맞지? 너가 어떻게 여길‥.”


은호는 깜짝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수지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일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일단 들어가자.”


문을 닫고 들어가는 동안 은호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뒤엉켜 버렸다. 심장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신호를 자꾸 보내왔다. 이건 아니지 않는가. 수지에게 처절하게 배신을 당하고 버림을 받지 않았던가.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치밀어 올랐다. 수지를 향한 그리움이 언제나 마음 한 구석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 여기서 보니까 야경이 그림같이 예쁘다.”


수지는 발코니 창문으로 오사카 시내를 내려다보며 감탄을 했다. 머리를 올려서인지 기다란 뒷목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작은 얼굴과 가느다란 목. 여느 여자의 뒷모습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느껴졌다. 백조처럼 고상하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지는 한동안 그렇게 서있었다. 은호는 부상의 아픔도 피곤함도 의식되지 않았다. 점점 마음이 격렬해졌다. 왜 자신을 비참하게 버리고 떠났는지 따지고 싶었다. 그 때 받은 고통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은호!”


수지가 갑자기 뒤돌아서서 은호를 노려보았다. 은호는 먼저 수지를 부르려던 찰나에 먼저 기습을 당해 버렸다.


“너 사람이 그러면 안돼.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받아주기도 해야지. 어떻게 사람을 거들떠도 안보니. 내가 그렇게 찾아가도 날 외면하고. 넌 정말 나쁜 놈이야.”


은호는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지금 수지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것인가. 수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그 때 그냥 떠난 거 아니었어? ”


“너야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내 편지는 받아본 거 맞아?”


“편지?”


“‥‥”


거대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둘 다 모르는 진실이 있는 것 같았다. 서로에 대한 원망에 오랫동안 가려져 있던 진심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기억은 수지가 은호를 배신했던 날로 돌아가 있었다. 그 날의 기억은 도로 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빨간 신호등 같았다. 잊고 살려고 해도 어느 순간 마음속에 빨간 불빛이 켜졌고 막연한 아픔을 느꼈다.


고요하게 흐르고 있는 침묵에 수지가 먼저 말을 던지기 시작했다. 동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접근했던 일. 은호에 대한 마음은 모든 것이 진심이었고 그렇게 무서운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고 했다. 편지도 보내고 수도 없이 찾아갔지만 매번 냉정하게 거절을 당했다고 말했다. 수지는 마음깊이 용서를 빌었다.


“미안해. 은호야.”


은호는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뒤엉킨 감정이 녹아서 뜨거운 눈물로 흘러나왔다. 오랜 마음의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나도 미안해. 아무 것도 모르고 너를 원망하기만 했어.”


은호도 몰래 감추고 있던 말들을 꺼내서 내던졌다. 그 날 이후 4개월 동안 폐 속 깊숙이 박혀 있던 커다란 얼음송곳 하나. 온 몸을 점령한 아토피의 광란. 먹고 자고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게 느껴지던 나날들. 수지가 되돌아온다면 모든 고통에서 한 순간에 벗어날 것 같다는 바보 같은 생각들‥.


침묵에 내던진 말들이 마음속에서 뜨겁게 끓어올랐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안고 서있었다. 미안함과 그리움이 눈물에 녹아서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노래가사처럼 마음깊이 그리워하면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라도 만나지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이 꿈결처럼 느껴졌다.


“은호야. 얼음팩 어딨니? 좋은 얼굴 완전히 못쓰게 생겼어.”


은호가 냉장고에서 얼음팩을 꺼내왔다. 수지는 소파에 앉아서 은호가 머리를 자신의 무릎 위에 대고 눕도록 했다. 수지는 부은 얼굴을 정성껏 마사지했다. 은호는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지금같은 기분으로 시합을 한다면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었다. 오늘 비록 격투기 세계 챔피언은 되지 못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궁금한 게 있어. 그 때 크리스마스 밤에 너 기차역 부근에서 이태룡이랑 걷고 있었잖아. 둘이 사귀었던 거야?”


“이태룡? 그 태권도 하던 친구?”


“응.”


“아, 너가 얘기하니까 기억난다. 그 날 태룡이랑 차 한 잔 마시고 금방 헤어졌어. 학교 다닐 때 태룡이가 날 많이 좋아했는데 내가 안받아줬어.”


“왜?”


“너랑 잘못되고 나서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어.”


“난 너가 태룡이랑 사귀는 줄 알고 괜히 마음만 상했네.”


“그 날 너도 채원이랑 같이 있는 모습이 참 좋아 보이더라. 남매 같지가 않았어. 채원이가 날 쳐다보는 눈빛도 정말 싸늘했고.”


“너도 맘이 많이 상했겠다.”


“아무래도 기분이 좋았을 리가 없지.”


“우리한테 운명의 장난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수지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다소 어두운 곳에서 바라보는 수지의 눈빛은 정말 예쁘고 묘한 매력이 있었다.


“나 오사카 호텔에서 일하고 있어.”


그녀는 일본 유학생활과 호텔에서 일하게 된 경위를 말해주었다. 일본의 낯선 곳에서 K-1 월드맥스에 참가하고 하룻밤을 지내는데 그 곳에 수지가 있다니‥. 은호는 신기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정말 신기한 얘기 하나 해줄까?”


수지는 1년 전에 들었던 일본의 고대설화를 말해주었다. 그 때 1주일 동안 은호에 대한 세 번의 징표를 보았고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는 징표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얘기해 주었다.


“잠깐. 지금 우츠보 공원이라고 했어? 나도 그 무렵에 거길 갔었는데. 후드티를 입은 적도 있고.” “정말? 그럼 그 사람이 진짜 너였을까?”


모든 것이 신기했다. 그리움이 인생의 퍼즐조각이 되어 두 사람의 재회를 완성시켜 준 것 같았다. 수지는 은호의 얼굴에서 얼음팩을 떼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 은호는 얼음보다도 짜릿함을 느꼈다.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고 있었다. 수지는 좌표를 이동해서 은호의 입술에 착지했다. 숨소리 하나에도 호텔이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두 눈을 감은 세상에 시공간이 상실되고 있었다. 서로의 숨결이 기도를 타고 전신에 뜨겁게 퍼져나갔다. 서로에게 미친듯이 빨려들고 녹아들면서 깊은 밤이 해체되고 있었다. 오사카는 축복의 땅이었다.


작가의말

이렇게 극적으로 은호와 수지가 재회하였답니다.

어느덧  마지막 4부 이야기만 남았네요.

 

은호의 인기를 상술로 이용하려는 신종 격투기 단체의 등장.

많은 시련 속에서 깊어지는 수지와의 사랑.

마재신의 명예회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성진하.

그리고 채원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

 

보다 재밌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매일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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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3) +9 12.12.08 1,080 12 9쪽
44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3 12.12.07 1,038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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