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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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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60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10 08:59
조회
993
추천
8
글자
10쪽

파인딩 스타(4부) - 격투기 카페(2)

DUMMY

어느 날 빗소리가 깊어지는 밤이었다. 두 사람은 창 밖을 쳐다보며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빗물이 지나간 추억과 마음의 상처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불어나는 회상을 가누어 보려고 계속 맥주를 들이켰다. 이태룡의 눈빛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기철은 오늘 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태룡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요즘 집이나 학교는 좀 어때?”


“다른 친구라면 학교선배들이 어떻게든 찾아내서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데려갔을 거에요. 저는 하늘같은 빽이 있어서 아무도 건들지 못해요. 제 아버지가 국회의원이거든요. 사실 아버지한테 맞아죽을 뻔했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이 코앞인데 제가 이러고 있으니까요.”


“자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종 대회를 휩쓸고 다녔잖아. 지금 왜 방황을 하고 있는지 물어봐도 될까?”


이태룡은 깊은 숨을 내쉬고 맥주 한 잔을 단숨에 들이마셨다.


“고등학교 때였어요. 태권도부 훈련시간에 코치님의 지시로 어떤 학생과 겨루기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태권도 4단에 챔피언급이었고 상대는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태권도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제가 완전히 나가 떨어졌어요. 그 때 받은 충격은 상상도 못해요. 어떻게든 재대결을 해보려고 했는데 그 친구가 도중에 학교를 그만뒀어요.”


“평범한 학생이 자넬 이기다니 정말 놀라운 일인걸.”


“그 친구가 눈앞에서는 사라졌지만 마음에서는 도저히 사라지지 않더군요. 전국 태권도 대회에서 우승을 해도 온전히 기쁘지가 않았어요. 그 친구를 꺾어야 진정한 챔피언이 될 것 같았어요. 마음 한 구석이 늘 걸렸는데 최근에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그 친구는 격투기의 슈퍼스타가 되어 있더군요. 세계 챔피언들과 상대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완전히 기가 눌렸어요. 예전의 뼈아픈 기억도 되살아나고‥. 그 친구를 보고 나서는 태권도에 마음을 붙일 수가 없어요. 도저히‥.”


갑자기 배기철의 눈빛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그 친구가 나은호 맞아?”


이태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기철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태룡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나은호에 대한 생각이 술기운을 타고 뇌를 점령해 버렸다. 그도 나은호가 이렇게까지 잘나갈지는 꿈에도 몰랐다. 나은호를 대충 이용하고 버린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작년에 K-1 맥스 결승전에서 나은호가 경기하는 모습을 일본에서 직접 보았다. 자신과 눈빛이 마주치지 않았다면 주최측에서 아무리 억지를 부린다고 해도 결국 은호가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은호는 전 세계의 매스컴이 주목하는 스타이다. 국내에서도 여느 연예인 부럽지 않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은호가 잘 나갈수록 배기철은 초조해졌다. 자신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킨다고 해도 나은호에 의해서 일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 배기철은 이태룡을 의식하지 못하고 연거푸 술을 마셨다.


“괜찮으세요? 형도 은호를 아세요?”


“미안해. 나도 은호와 안 좋은 추억이 있다보니 술기운에 그냥 옛날 생각에 빠져버렸네. 그런데 자네도 은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니 사람 인연은 정말 알 수가 없어.”


“은호하고 무슨 일이 있었어요?”


“내가 일본에서 트레이너를 하고 있을 때 은호를 알게 되었어. 내가 격투기를 기초부터 가르쳐 주고 생활에도 지장이 없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글쎄 이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어. 조건이 좋은 곳으로. 인간적인 배신감이 너무 컸어.”


배기철은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것처럼 비통해 보였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나요? 그 자식은 인간적으로도 형편없는 녀석이군요. 그런 놈이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나은호에 대한 반연합 전선이 강력하게 형성되었다. 굵은 빗물이 창문을 세차게 폭격하고 있었다. 이태룡은 가까스로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나은호 때문에 괴로운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카페창문에 짝사랑의 얼굴을 커다랗게 떠올려 보았다.


눈물이 핑 돌았다. 여러차례 용기를 내서 사랑고백을 했지만 끝내 거절당했다. 이태룡은 한때 사랑의 열병을 심하게 앓았다. 사람의 마음에도 급소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간절한 사랑이 외면당하면 죽을듯한 고통이 몰려온다는 것을‥.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 한수지를 짝사랑했다. 그녀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 첫사랑이 나은호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또 한 번 절망에 몸부림을 쳤다. 시합에서 나은호에게 진 것보다도 충격이 컸다. 쾌속으로 질주하던 자신의 인생이 느닷없이 나은호를 두 번이나 들이받고 처참하게 부서져 나가 버렸다.


그 때의 괴로움이 오늘 밤에도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었다. 세찬 빗방울이 아픈 마음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었다. 배기철은 이태룡이 한껏 괴로워하도록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은호에 대한 적개심이 활활 타오르도록. 이건 정말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횡재였다. 나은호와의 악연이 두 사람을 피 끓는 전우로 만들어 주고 있었다. 항상 목에 걸린 가시처럼 느껴졌던 나은호에게 큰 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태룡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격투기에서 나은호를 이기면 되는 거야.”


“제가 세계 챔피언이나 다름없는 놈을 무슨 수로 이기겠어요. 태권도는 안 되는 거 아시잖아요.”


“태권도니까 이길 수 있어.”


“네?”


“격투기가 K-1만 있는 건 아니잖아. 태룡아. 격투기에서 발만 쓰도록 한다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겠어?”


“발만 쓴다면 아무래도 태권도가 유리하겠죠. 그런 격투기가 정말 있는 건가요?”


“우리나라에서 머지않아 탄생할거야. 한국에는 태권도라는 훌륭한 무예가 있는데 굳이 K-1같은 외국 격투기 이벤트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태권도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격투기 이벤트를 만든다면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 같다.”


알코올에 풀어져있던 이태룡의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끝도 없는 고달픈 항해에서 애타게 육지를 찾는 듯한 눈빛이었다. 배기철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K-1은 주먹타격이 중심이고 우리나라 선수들 수준은 아직 멀었어. 발차기는 태권도의 특기잖아. 발차기 중심의 격투기가 나온다면 한국선수들도 바로 통할 수 있지 않겠어? 무예타이, 가라데, 쿵푸, 카포에라 같은 쟁쟁한 무술들이 있으니까 그만큼 세계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발차기 기술은 화려하고 파워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주먹을 보충하는 용도 아닌가요? 발차기로만 경기를 한다면 타격의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요. 상대가 몸을 가까이 붙이면 위협적인 공격이 나올 수도 없어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지루한 시합이 되지 않을까요?”


“네 말이 맞다. 사각링이나 매트 위에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지. 만약 경기장 사면이 벽으로 되어있다면 어떨 것 같아?”


경기장에 벽이 있다는 말에 이태룡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진짜 벽면에 머리라도 부딪힌 기분이었다.


“벽의 반동을 이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정말 다양하고 강력한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선수들이 피할 공간이 없어지니까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가능하겠어요.”


“그런 격투기가 생긴다면 한 번 도전해 보지 않겠어?”


“당연하죠.”


일요일 오후였다. 배기철은 이태룡을 데리고 구로에 있는 체육관을 찾아갔다. 체육관 경기장에는 대형팬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미국 UFC를 준비하는 파이터를 위한 국내 유일의 철창 링이었다.


“관중들이 있는 곳에 진짜 벽을 설치할 수는 없겠지? 이 정도의 철창이라면 충분히 반동을 이용할 수 있어.”


배기철은 이태룡이 킥으로만 격투기를 해볼 수 있도록 일류급 파이터 두 명을 섭외해 놓았다. 시합은 해보나 마나였다. 평소 주먹위주의 파이팅에 익숙한 선수들은 이태룡이 쉴 새 없이 내지르는 킥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묵직한 로우킥과 미들킥을 구사해 보았지만 이태룡의 스피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철창은 이태룡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었다. 철창을 딛고 몸을 홱 돌려서 상대의 어깨를 내리찍는 발기술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다. 두 선수 모두 발로만 해서는 이태룡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배기철은 이태룡을 보면서 대박조짐을 느꼈다. 이태룡은 태권도 고수답게 발차기의 격투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자신이 구상해온 격투기를 현실로 보니 정말 흥미진진하고 긴장감이 넘치는 것 같았다. 발차기의 달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구름떼처럼 몰려오는 장면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이태룡도 배기철의 격투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격투기를 하면서 이렇게 희열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배기철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착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은 이정걸 의원을 공략할 차례였다.


‘이제 태룡이 아빠는 어렵지 않게 끌어들일 수 있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7 뚱뚱한멸치
    작성일
    12.12.10 09:59
    No. 1

    현실에서도 배기철과 같은 류의 인간들이 많다는게 문제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는게 더 큰 문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중풍(重風)
    작성일
    12.12.10 21:20
    No. 2

    순진한 놈 꼬으는 건 쉽죠...
    문제는 저렇게 꼬이면...풀고 나면 더 꼬일 수도 있다는 거...ㅡㅡ
    은호가 위험해!!!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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