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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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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68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25 11:49
조회
1,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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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2쪽

파인딩 스타(3부) - 시골 격투기 천재(2)

DUMMY

다음 날부터 채원이에게 귀찮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차례. 점심시간과 저녁방송이 끝나는 시간에 낯선 사내들이 번갈아가며 나타났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왼팔에 무예타이 선수들의 표식인 붉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저기요. 김찬우 선배가 채원씨를 한번 만나보고 싶답니다.”


나채원은 만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소문을 들어보니 김찬우는 여자를 매일 갈아 신어줘야 하는 양말 정도로 여긴다고 했다. 그의 새 양말이 되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김찬우의 후배들은 나채원의 단호한 거절에 점점 지쳐갔다. 처음에는 개폼을 잡고 점잖게 말했지만 이제는 애걸에 가까웠다.


“우리도 힘들어 죽겠어요. 그냥 한 번만 만나주세요.”


무예타이 전사들의 공격이 한 달 가량 지속되자 나채원도 신경이 쓰여 죽을 맛이었다.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가 없었고 방송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길을 가다가 왼팔에 붉은 띠를 두른 학생들과 마주치면 가슴이 철렁거렸고 멀리에서 보면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는 버릇도 생겼다. 더 이상은 안될 것 같았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어느 붉은 띠의 전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3시에 학생회관 커피숍에서 그 사람을 보게 해주세요.”


무표정하던 전사의 얼굴이 왼팔에 묶어놓은 띠처럼 붉게 상기되었다. 고맙다는 말을 연발하고 나서 곧바로 사령관에게 달려갔다. 김찬우는 이제야 작업이 먹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도 동원령을 해제시켰다. 오늘 어떻게든 끝장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사람 만나는 일이 억지로 되는 건가요. 명색이 킹카라는 분이 왜 이렇게 사람을 귀찮게 하세요?”


나채원은 망설이는 기색 없이 단호하게 말을 시작했다.


“예쁜 암사자를 차지하고 싶은 수컷이라고 생각해줘. 우리학교에서 끌리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저는 정말 마음이 없거든요. 사냥이 안 될 것 같을 때는 사자처럼 과감하게 물러날 줄도 아셔야죠.”


“난 한 번도 사냥에서 실패해 본 적이 없거든. 너의 최고의 남자가 되어줄게. 이러지 말고 나에게 기회를 줘.”


“저는 지금 누군가를 사귈 생각이 조금도 없어요. 제발 단념해 주세요.”


“네가 내 진심을 받아줄 때까지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


정말 끈질긴 사람이었다. 여자와 사귀는 일을 승부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인생에서 한 번도 좌절감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기에 더 무서웠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자신을 굴복시킬 때까지 계속 귀찮게 나올 것 같았다.


“좋아요.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어요. 제가 아는 사람 중에 격투기를 조금 하는 친구가 있어요. 선수는 아니고요. 그 사람과 경기해서 이기신다면 기회를 드릴게요.”


김찬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격투기로 승부를 낼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떤 일보다 자신 있었다. 게다가 선수도 아니지 않은가. 두 사람은 시합 날짜까지 정하고 나서 헤어졌다.


‘어휴.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른 거지.’


나채원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얼떨결에 은호를 싸움판에 끌어들여 버렸다. 은호에게 타고난 격투기 센스는 있어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었다. 상대는 날마다 전문적인 훈련을 하고 학교에서 챔피언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막강하다. 저녁에 은호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잘했어. 걱정할 필요 없어.”


나은호는 이제 본격적으로 격투기에 나설 참이었다. 조강득의 폭행사건 이후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만 지내왔다. 더 일찍 대도시로 나와서 격투기에 뛰어들고 싶었지만 엄마가 허락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객지로 내보내서 고생을 시키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나은호는 혼자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마쳤고 운동도 혼자 했다.


날마다 산에 오르며 체력단련을 했다. 따로 격투기 기술을 배울 수는 없었지만 체력만 뒷받침이 되면 나중에라도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린 시절에 혼자서 놀던 아지트는 격투기 훈련장으로 바뀌었다. 나무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가볍게 펀치와 킥연습을 했다. 집에서는 격투기 방송을 빼놓지 않고 챙겨 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스파링 연습이 되었다. 자신이 공격하는 선수가 되기도 했고 방어하는 선수가 되기도 했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온몸의 세포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정말 괜찮겠니?”


“괜찮아. 나 계속 운동하고 있었잖아. 내가 그 자식을 제대로 혼내줄게. 안 그래도 체육관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어. 이참에 그 자식이랑 데뷔전이나 치뤄야겠다.”


“고마워. 널 믿을게. 그래도 너무 쉽게 생각하면 안 돼.”


은호의 자신 넘치는 목소리에 채원이는 안심이 되었다. 교내에서 붉은 띠가 눈앞에 어른거려도 대수롭지 않았다.


‘너희들 대장이 무명 선수한테 KO를 당해도 계속 그렇게 폼 잡고 다닐 수 있는지 보자고.’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났다. 금요일 오후에 수많은 학생들이 체육관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김찬우와 나은호가 경기를 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여느 토너먼트 대회 못지않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나채원은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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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에 운동 천재가 살고 있습니다. 어떤 운동도 배워본 적이 없지만 초등학교 때는 전국체전에 나가서 양궁과 사격의 금메달을 휩쓸었고 고등학교 때는 태권도부 학생들과 겨뤄서 모두 승리했습니다. 또한 동네의 유명한 양아치를 주먹 한 방으로 가볍게 제압해버린 일은 이미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가 우리 학교 격투기 챔피언인 김찬우 선수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시골에서 은둔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운동 천재라고 해도 오랫동안 운동으로 단련해온 챔피언과 상대가 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 격투기 천재와 격투기 챔피언의 대결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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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일반 체육관의 선수들도 많이 찾아왔다. 방송의 홍보효과가 지나쳤던 것일까. 나채원은 김찬우의 기를 죽이기 위해서 적당히 관중을 모으려고 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인파에 자신의 기가 죽어버렸다. 은호가 분위기에 압도되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 나채원은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격투부 코치가 경기시작을 알리고 김찬우와 나은호를 차례로 소개했다. 관중들은 김찬우에게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지만 나은호에게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재야의 격투기 천재라고 하기에는 왠지 초라하고 왜소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둘 다 키는 170cm 후반 정도였지만 체격이나 근육사이즈는 김찬우가 월등히 좋았다. 나은호는 별로 운동한 티가 안 보이는 평범한 몸매였다.


트렁크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컸다. 김찬우의 트렁크는 화려했지만 나은호는 동아리에서 급히 빌린 단색의 초라한 트렁크를 입고 있었다. 시골 격투기 천재에게서 타잔이나 옹박을 기대했던 관중들은 길거리 청년 같은 평범한 모습에 곧바로 호감을 상실해버렸다.


나은호는 링 위에서 현장의 분위기를 온 몸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그에게 비호의적인 에너지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자신에게는 나채원이 있었다. 이 세상 어떤 에너지 보다 사랑의 에너지가 강하다. 그는 링 바로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채원이에게 자신 있다는 표정을 보여주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김찬우는 저돌적으로 접근하며서 스트레이트와 로우킥을 날렸다. 나은호는 가볍게 피하면서 김찬우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방송을 통해 고수들의 몸동작에 익숙해진 탓인지 김찬우의 공격패턴이 너무 평범하게 느껴졌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머리, 복부, 다리로 잽을 던져 보았다. 김찬우는 나은호의 펀치에 파워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방어에 신중하지 않았다.


관중들은 나은호의 움직임에 차츰 홀리고 있었다. 보통 선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잽을 한 방 날려도 어깨, 허리, 다리가 함께 움직이며 신체의 완벽한 조화를 보였다. 또한 펀치를 내뻗을 때 숨은 근육이 세세하게 살아나면서 예술가의 조각품을 연상시켰다. 공격을 피하는 동작도 신기할 정도로 빨랐다.


김찬우는 공격이 잘 먹히지 않자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펀치와 킥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 다소 둔해 보였다. 나은호는 상대의 파워를 느껴보기 위해서 일부러 로우킥을 허용했다.


“퍽!”


체중이 실린 다리공격에 나은호가 충격을 받고 몸이 휘청거렸다. 그러자 김찬우가 재빨리 달려들어서 공격을 퍼부었다. 나은호는 머리를 감싸고 무릎을 꿇었다. 생각보다 다리의 충격이 강했다.


“다운! 원, 투, 쓰리‥.”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하자 나은호는 곧바로 일어섰다. 관중들은 학교 챔피언이 경기의 흐름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나채원은 불안해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다시 경기가 이어졌다.


‘이제 끝장을 내야겠다.’


나은호의 공격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김찬우도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더 이상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나은호는 다양한 컴비네이션으로 김찬우를 교란시키면서 안면을 집중적으로 강타했다. 주로 눈과 코 부위였다. 연이은 안면공격에 김찬우의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고 바로 1라운드가 종료됐다. 휴식시간에 후배들이 달려들어 진화에 나섰지만 김찬우의 코피는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김찬우는 참혹한 모습이었다. 눈이 거의 감길 정도로 눈두덩이 부어올랐고 코와 입 주변에 선혈이 낭자했다. 수많은 여심을 흔들었던 매끈한 얼굴은 종적을 감추었다. 체력도 급격하게 떨어진 것 같았다. 김찬우의 펀치 궤적이 커지기 시작했다. 실력차이를 의식했는지 큰 것 한 방으로 KO를 노리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나은호에게 빈틈만 노출시킬 뿐이었다.


나은호는 더 이상 경기를 지속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김찬우가 또다시 펀치를 던지며 돌진해오자 안면에 정확하게 카운터 펀치를 꽂았다.


“퍽!”


김찬우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레프리가 경기를 중단시키고 나은호의 팔을 번쩍 들어주었다. 관중들 사이에 오랫동안 적막이 흘렀다. 학교의 간판스타이자 대한민국 격투기의 유망주가 길거리의 청년에게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관중들은 길거리 청년의 몸동작에서 동물적인 움직임을 보았다. 보통 인간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몸놀림이었다.


“저게 도대체 사람이야?”


엄청나게 불어나 버린 관중들의 궁금증은 나채원에게 집중적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결과에 말문을 잃어버린 나채원은 주변 사람들의 질문공세에 당황스러웠다.


“우‥ 우리 오빠에요.”


격투기 천재가 나채원의 오빠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체육관은 거대한 미스테리 극장으로 돌변했다. 나채원은 감당할 수 없는 대중의 호기심에 질식당할 것 같았다. 그녀는 은호에게 연못 쉼터로 오라는 귓속말을 남기고 먼저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나은호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어서 서둘러 탈의실로 갔다. 옷을 갈아입고 탈의실에서 나오자 누군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명함을 불쑥 내밀었다. 명함에는 ‘강호 체육관 강시춘 관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네 우리 체육관에서 운동을 해보지 않겠나.”


작가의말

K-1은 은호가 거쳐가는 과정입니다.

지금은 종적을 감춰버렸지만 그냥 이야기로만 재밌게 봐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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