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퓨전

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58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18 18:57
조회
804
추천
12
글자
19쪽

파인딩 스타(4부) - 살인자의 아들(2)

DUMMY

나은호가 제아무리 악마적이라고 해도 코앞으로 다가온 생소한 경기에서 이태룡을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경기에 나설 의욕도 없고 토네이도를 연습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그는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이다.


배기철은 토네이도 홍보에 총력전을 펼쳤다. 먼저 이태룡과 나은호의 메인 이벤트를 순수 국내 격투기와 외국 격투기의 대결구도로 몰아갔다. 또한 대회홍보 동영상에서 이태룡은 호쾌하고 신사적으로 묘사했고 나은호는 냉혹하고 잔인하게 보이는 장면을 부각시켜서 천사와 악마의 대결구도를 강조시켰다.


“우리 맥주 한 잔 해요. 잠깐이면 돼요.”


어느 날 이태룡이 배기철을 호프집으로 불러냈다. 토네이도 창설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시기였다. 시합을 앞두고 술을 마실 친구는 아니었지만 긴히 할 말이 있는 것 같았다. 이태룡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먼저 나은호를 상대로 붙여줘서 정말 고맙다고 했다.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컨디션이 최상이고 토네이도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기 때문에 은호에게 멋지게 복수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배기철이 보기에는 이태룡이 아직 본론을 꺼내지 않은 것 같았다. 이미 서로 알고 있는 얘기들로 적당히 뜸을 들이면서 맥주를 계속 들이키고 있었다. 취기가 적당히 오르자 말수도 줄어들고 얼굴에 활기가 사라졌다.


“오늘 체육관에 나채원이 인터뷰하러 왔었어요.”


이제야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를 털어놓으려는 것인가.


“토네이도 방송중계에 필요한 인터뷰 동영상이래요. 채원이랑 고향이 같아서 그런지 평소에도 왠지 가까운 느낌이 있었어요. 은호랑 남매지간인 것만 빼고요. 방송에서만 보다가 오늘 직접 보니까 정말 반가웠어요. 그 애도 저를 친근하게 대해줬어요. 촬영이 일찍 끝나서 얘기를 좀 나누게 되었는데 온통 은호 걱정 밖에 없더군요. 은호가 요즘 악성루머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네요.”


이태룡은 도중에 말을 멈추고 맥주 한 잔을 단숨에 넘겨버렸다.


“채원이는 은호를 걱정하고 있는데 저는 채원이가 예쁘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채원이가 걱정에 잠겨있으니까 저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배기철은 정색을 하면서 이태룡의 말을 끊었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 절대로 그 애를 좋아하면 안돼. 나은호랑 K-1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할 라이벌이야. 나은호가 요즘 궁지에 몰리면서 나채원도 같이 공공의 적이 된 거 몰라? 혹여나 나채원이랑 가까워지면 너도 망하게 되어있고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구.”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은 다른 얘기를 하려고 오늘 만나자고 한 거예요.”


“그래. 얘기해 봐.”


“고등학교 때 한수지라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얼굴이 예쁘고 똑똑해서 제가 굉장히 좋아했어요. 그 애가 은호랑 잠시 사귀다가 헤어진 적이 있었는데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저한테는 눈길 한 번 안주더군요. 그 때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오늘 채원이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수지가 은호랑 다시 만나기 시작했대요.”


이태룡은 침통한 얼굴로 다시 술을 마셨다. 배기철은 훈련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제지하고 싶었지만 이태룡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그냥 내버려두었다. 이태룡은 알코올에 풀어헤쳐진 마음을 다시 끄집어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에 불덩이 하나가 떨어지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아직도 한수지를 생각하면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가 뚫리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애들은 왜 은호만 바라보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비참한 기분 밖에 안 들어요.”


이태룡은 잠시 말을 멈추고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은호하고 수지가 헤어지게 만들어 주세요. 그래야 마음이라도 편할 것 같아요. 부탁입니다. 저는 시합에서 반드시 은호를 때려눕힐게요.”


“그래. 걱정하지 마라. 형한테 그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 가능한 시합 전에 두 사람을 갈라놓으마. 나은호가 진짜로 미칠지도 모르니까 너가 오히려 조심해야겠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형이 있어서 정말 든든해요.”


“무슨 소리야. 나야말로 네가 있어서 정말 든든하다. 형하고 약속 하나 하자. 나채원은 절대로 안 된다. 예쁘고 좋은 여자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어. 알겠지?”


“네. 조심할게요.”


그 무렵 나은호는 깊은 충격에 빠져있었다. 자신이 잔인한 악마로 지탄받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사이버그들이 가족의 신상을 낱낱이 공개해서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집안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서민우가 마재신을 죽였다는 소문에는 분노가 치밀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모든 일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의 정신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도 죄를 짓는 것 같아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명세를 치르는 거라고 생각해. 헛소문은 풍선처럼 금방 바람이 빠지게 되어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강시춘 관장이 어떻게든 위로해 주려고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유명세라고 하기에는 마음의 상처가 너무나도 컸다. 이 와중에 K-1 월드맥스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상한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도저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K-1에서 강하게 압력을 넣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일본 측이 올해 월드맥스에서 또다시 자국선수를 띄우려고 자신에게 무리한 경기를 요구하고 부상이라도 입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개새끼들. 세상 진짜 지랄 같네.”


강 관장은 은호가 사이버그들의 대대적인 공습을 받은 이후에는 입안에 욕설을 한가득 장전하고 틈나는 대로 발포했다.


“은호야. 손으로 하든 발로 하든 우리나라에서 누가 너를 이기겠냐. 그거 뭐냐. 토네이도인지, 토마토인지. 또 누구냐. 태룡인지, 도롱뇽인지. 그냥 묵사발을 만들어 버리자구.”


그는 재빨리 토네이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은호에게 알려주었다. 은호는 이미 채원이를 통해서 토네이도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고등학교 동창인 이태룡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도 아는 사실이다.


토네이도가 이정걸 국회의원과 김장영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격투기 이벤트라는 것은 미디어를 통해서 잘 알려졌지만 배기철이 숨어서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은호는 강 관장의 말처럼 마음을 비우고 운동에 전념해 보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일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세상이 진실을 알아줄 거라는 믿음을 애써 가져보았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은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건이 터진 이후로 취재를 요청하는 전화가 계속 빗발쳤고 체육관을 찾아오는 기자들도 날마다 늘어갔다. 세상에 언론사가 그렇게 많은지 신기할 정도였다.


그는 체육관 운동을 중단하고 날마다 북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등산이라도 다녀야 할 것 같았다. 해질 무렵이 되면 수지가 있는 학교를 찾아갔다. 요즘은 수지를 보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둘은 데이트조차도 마음 편하게 할 수가 없었다. 은호도 외부노출을 조심해야 했지만 수지의 존재는 완벽하게 감춰두어야 했다. 사이버그들에게 발각이라도 되면 수지의 인생도 곤경에 빠질 것이 뻔했다.


주로 어두워진 교정에서 산책을 하다가 수지의 집으로 가서 같이 저녁을 먹는 것이 매일 반복되는 데이트 코스였다. 수지는 은호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정성껏 위로해 주었고 기발하게 장난을 치면서 기분을 유쾌하게 해주었다. 은호는 온통 먹구름과 소나기뿐인 세상에서 수지가 씌워주는 우산이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행복했다.


“수지야. 난 너 하나만 있으면 돼.”


며칠 후에 은호와 수지가 밤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은호가 기겁을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은호야. 왜 그래?”


그 때 도로변에 정차하고 있던 차 한 대가 급하게 달아났고 은호는 뛰어서 쫓아가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수지에게 되돌아왔다.


“수지야. 저 놈들이 적외선 카메라로 우릴 찍고 도망갔어. 번호판도 가려놓았고. 젠장. 우리 당분간 정말 조심해야겠다.”


두 사람은 일단 시합이 끝날 때까지는 만나지 않기로 했다. 이제 토네이도 창설대회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토네이도 시합에서 패배하면 왠지 모든 것을 잃을 것 같았다. 그나마 나은호를 응원하고 있는 팬들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러면 사이버그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자신과 가족에 대한 모든 루머를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로 다짐했다.


은호가 시합을 사흘 남겨두고 어느 체육관에 은둔해서 훈련에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수지는 학교에서「21세기의 미디어」라는 과목의 강의를 듣고 있었다. 담당교수는 인류문명의 발달은 곧 정보통신과학의 발달이라고 정의를 내리며 우리는 새로운 미디어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미디어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는 정보통신혁명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와 같은 사람들이 줄곧 예견해왔던 유비쿼터스(ubiquitous)와 컨버전스(convergence)의 시대가 드디어 여러분의 손 안에 도래한 것입니다. 이제 스마트폰은 실생활의 옴니포턴스(omnipotence)를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교수는 현재 세계적인 IT기업들이 야심차게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있었다. 수지는 교수님이 열변을 토하고 있는 정보통신과학의 발달이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다. 모든 것이 은호를 공격하는 첨단무기들로 생각되었다.


사이버 세상에는 자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성공한 사람들을 무작정 시기하고 음해하는 재미로 사는 무리들이 있다. 은호는 그들을 우리 주변의 음습한 곳에서 살고 있는 벌레들처럼 인터넷 세상에도 어쩔 수 없이 공존하고 있는 사이버그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왜 사이버그들을 박멸하는 기술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수지가 깊은 상념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쪽지 하나를 보내왔다. 뒤를 돌아보자 어떤 학생이 자신도 뒤에서 전달받은 것이라고 했다. 수지는 누가 어떤 내용을 썼는지는 몰라도 쪽지 자체가 너무 정겹고 반가웠다. 아무리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해도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나 쪽지만큼 인간적인 소통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지는 호기심에 바로 쪽지를 열어보았다.


----------------------------------------------------------

< 첫 번째 경고 >

우리는 악마의 비밀병기인 나은호를 사냥하고 있다. 그대도 다치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나은호를 떠나라. 그대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는 것이다. 나은호와 이별하겠다는 표시로 오늘부터 머리를 뒤로 묶고 다녀라. 그렇지 않으면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항상 너를 지켜보고 있다.

- 노노클럽 -

----------------------------------------------------------


수지는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며칠 전 밤에 은호와 함께 있는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달아난 사람들이 생각났다. 겁이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알려진 것일까. 갑자기 왜 은호랑 헤어지라고 하는 것일까.


은호와 이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말을 무시하면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았다. 그냥 거짓으로 머리를 묶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나중에 탄로라도 난다면 오히려 일이 커질 수도 있다.


그녀는 수업이 끝나고 은호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은호가 훈련에 열중하고 있는지 그날은 종일 연락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가능한 누군가의 시선을 따돌려 보려고 문화회관에서 학생들 틈바구니에 끼어 있다가 몰래 스카프를 뒤집어쓰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그날 밤에 은호와 통화를 하면서 쪽지에 대해서 말하자 은호는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다며 무시하자고 했다.


다음 날 수지는 눈을 뜨자마자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인터넷에는 설마했던 일들이 적나라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나은호의 애인 한수지’라는 검색어가 실시간 순위에서 1위를 기록했고 며칠 전에 은호와 데이트할 때 찍혔던 사진이 증거샷으로 올라와 있었다. 수지는 자신의 다양한 사진과 함께 세세하게 공개된 신상정보를 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이버그들은 온갖 사진과 정보를 날조해 놓았고 수지를 블랙앤젤이라고 부르며 본격적인 사냥에 나섰다. 그들은 블랙앤젤이 은호의 팬클럽 활동을 주도하면서 은호의 경기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했으며 특히 미성년자들을 집중적으로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녀가 가세하면서 은호의 악마성이 한층 사악해졌을 뿐 아니라 우리사회에 폭력충동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강조했다. 수지는 예쁜 얼굴 하나만으로도 일반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그럴수록 사이버그들의 활약은 종횡무진이었다.


수지는 공개처형장에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설과 돌팔매질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고 자살을 했던 연예인들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학교에도 인터넷 소문이 벌써 구석구석 깔려 있었다. 학생들은 수지가 나은호의 애인이라는 사실을 무척 신기해하면서 호감을 보였지만 수지가 없는 자리에서는 온갖 괴소문에 대해 끊임없이 쑥덕거렸다.


지도교수는 인터넷 악성기사에 학교의 이름이 언급돼서 심히 우려스럽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친한 학생들은 노노클럽이 물론 광적인 사이비 단체이지만 격투기가 인기를 끌수록 사회에 폭력이 조장된다는 말은 일리가 있다는 얘기로 잘난 척을 했다.


그녀는 학교에 있는 시간이 내내 불편하고 힘들었다. 강의시간에도 교수님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왜 그 놈들은 느닷없이 은호와 자신에게 헤어지라고 요구하는 것일까. 왠지 오늘 당한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때 또다시 어디선가 쪽지가 배달되었다. 수지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누구의 짓인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

< 마지막 경고 >

그대는 우리의 첫 번째 경고를 무시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당장 나은호와 헤어져라. 이번에도 우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대의 남은 인생을 불구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호텔리어의 꿈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가. 나은호와 이별하겠다는 표시로 오늘부터 머리를 뒤로 묶고 다녀라. 우리의 인내는 여기까지다.

- 노노클럽 -

----------------------------------------------------------


수지는 겁이 나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호텔리어의 꿈과 노력이 아깝지 않은가.’ 이 말이 너무 무섭게 들렸다. 자신의 인생을 훤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았고 정말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사단이라도 날 것 같았다. 휴식시간에 강의실의 모든 학생들을 들쑤시며 쪽지의 유통경로를 추적해 보았지만 모두들 단순히 전달해 준 것뿐이라는 반응이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시간을 버틸 수가 없었다. 수지는 쪽지를 들고 은호가 있는 체육관으로 찾아갔다. 토네이도 창설대회가 이제 이틀 남았다. 은호도 이번에는 반응이 심각했다.


“도저히 안 되겠어. 그 놈들이 정말 어떻게 나올지 모르잖아. 일단 우리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거짓으로 이별한 척을 하자. 네가 수모당하는 걸 더 이상 못 견디겠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 놈들이 왜 갑자기 우리를 헤어지라고 하는 거지?”


“모르겠어. 나를 잘 아는 놈들의 소행인 것 같아. 나를 완전히 망가뜨리려고. 누가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우리가 거짓으로 헤어진다고 해도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아. 난 이미 사악한 블랙앤젤이 되어버렸잖아. 사이버그들이 끝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을 것 같단 말이야. 그리고 그 놈들 때문에 우리가 얼굴도 못보고 지내야 된다는 게 말이 돼? 단 하루라고 해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야.”


“그치만 수지야. 너의 인생까지 망가뜨린다잖아. 일단 소나기부터 피하고 보자. 무슨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괜찮아. 은호야. 나도 너 하나만 있으면 돼.”


수지는 은호에게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이겨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체육관을 떠났다. 은호는 수지가 머리를 뒤로 묶을 때까지 보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수지가 끝까지 말을 듣지 않았다.


수지는 은호를 보고나서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은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냥 모든 일들이 아이들 장난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은호를 이렇게까지 좋아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그동안 은호가 혼자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는 동병상련이 된 것 같았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이젠 숨어서 만나지 말고 당당하게 데이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호텔리어를 단념하면 어떤가. 그동안의 노력이 아깝기도 했지만 예전에 자신이 은호에게 주었던 끔찍한 고통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이번 대회가 끝나면 악성루머의 주동자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요절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집에 가는 길에 바람결을 따라 살랑거리는 긴 머리가 유난히 기분 좋게 느껴졌다.


다음 날 블랙엔젤은 인터넷에서 십자포화를 당했다. 2년간의 일본생활이 주요 타겟이었다. 수지가 오사카 호텔 사장에게 주기적으로 성을 상납한 대가로 호텔 일자리를 얻었고 동시에 사장아들을 유혹해서 수시로 잠자리를 갖다가 결국 사장에게 발각돼서 한국으로 쫓겨났다는 유언비어가 사실로 굳어가고 있었다.


사이버그들은 수지가 호텔사장과 다정하게 서있는 장면과 술집에서 사장아들과 노는 장면의 사진을 교묘하게 합성해서 게시판에 올려놓았고 그녀가 추악한 과거를 감추고 현재 국내 명문여대에 다니면서 뻔뻔하게 호텔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맹비난했다. 마지막으로 호텔 관계자들은 호텔이 망하고 싶지 않다면 한수지 같은 사악한 여자를 채용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라고 일성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인딩스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파인딩 스타" 홍보 이벤트 알림 +8 12.12.08 1,190 0 -
59 파인딩 스타(완결) - 너의 곁으로(2) +7 12.12.26 846 12 10쪽
58 파인딩 스타(완결) - 너의 곁으로(1) +2 12.12.26 803 8 12쪽
57 파인딩 스타(4부) - 토네이도(3) +2 12.12.24 886 7 12쪽
56 파인딩 스타(4부) - 토네이도(2) +3 12.12.21 834 8 8쪽
55 파인딩 스타(4부) - 토네이도(1) +2 12.12.20 978 8 9쪽
» 파인딩 스타(4부) - 살인자의 아들(2) +5 12.12.18 805 12 19쪽
53 파인딩 스타(4부) - 살인자의 아들(1) +7 12.12.16 916 14 15쪽
52 파인딩 스타(4부) - Just Stay Alive +2 12.12.15 1,029 16 11쪽
51 파인딩 스타(4부) - 맹수들의 대결(2) +2 12.12.14 938 13 10쪽
50 파인딩 스타(4부) - 맹수들의 대결(1) +2 12.12.13 935 13 11쪽
49 파인딩 스타(4부) - Funny Star(2) +5 12.12.12 1,043 13 12쪽
48 파인딩 스타(4부) - Funny Star(1) +4 12.12.11 1,046 14 9쪽
47 파인딩 스타(4부) - 격투기 카페(2) +2 12.12.10 993 8 10쪽
46 파인딩 스타(4부) - 격투기 카페(1) +2 12.12.08 1,190 9 11쪽
45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3) +9 12.12.08 1,079 12 9쪽
44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3 12.12.07 1,037 10 8쪽
43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1) +4 12.12.06 1,105 14 10쪽
42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2) +4 12.12.05 1,117 15 9쪽
41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1) +4 12.12.04 1,069 10 11쪽
40 파인딩 스타(3부) - 황제가 떠난 날(2) +6 12.12.03 1,163 14 9쪽
39 파인딩 스타(3부) - 황제가 떠난 날(1) +3 12.12.01 1,189 13 8쪽
38 파인딩 스타(3부) - 강화도 빌리진(2) +3 12.12.01 1,187 11 10쪽
37 파인딩 스타(3부) - 강화도 빌리진(1) +2 12.11.30 1,201 11 15쪽
36 파인딩 스타(3부) - 우츠보 공원(2) +3 12.11.29 1,339 11 15쪽
35 파인딩 스타(3부) - 우츠보 공원(1) +1 12.11.28 1,284 11 11쪽
34 파인딩 스타(3부) - 강호 체육관(2) +2 12.11.27 1,380 12 10쪽
33 파인딩 스타(3부) - 강호 체육관(1) +5 12.11.26 1,199 15 10쪽
32 파인딩 스타(3부) - 시골 격투기 천재(2) +2 12.11.25 1,281 17 12쪽
31 파인딩 스타(3부) - 시골 격투기 천재(1) +4 12.11.21 1,305 1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