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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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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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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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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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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파인딩 스타(3부) - 황제가 떠난 날(2)

DUMMY

2009년 6월 25일. 빌리진호는 금어기를 앞두고 마지막 꽃게잡이에 나섰다. 희미한 안개가 바다를 점령했고 배는 무더위에 포박되어 있었다. 바람도 태양이 내쉬는 숨결처럼 뜨거웠다. 안개를 걷어내면 태양이 바로 머리 위에 떠있을 것 같았다. 빌리진호는 아침부터 더위에 헐떡거렸고 어부들도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많았다.


오늘은 꽃게와 전투를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바다에 휴전을 선포하러 왔다. 어부들은 가을의 풍성한 꽃게잡이를 기원하며 서해바다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오늘은 전날 두 군데 투망해놓은 통발을 걷어올리는 작업만 하면 된다.


무더운 바다의 배 위에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탈진할 것 같았지만 기분은 하늘에서 구름사이로 윈드서핑을 하는 것 같았다. 모두가 봄이 머무는 바다에서 밤낮없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투의 승리자였다.


오전 통발작업을 끝내고 점심을 먹었다. 오늘 메뉴는 선장의 아내가 특별히 마련해준 얼음 콩국수였다. 이 세상에 여름 바다위의 콩국수보다 맛있는 음식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다들 한마디 말도 없이 콩국수를 허겁지겁 들이키고 있었다. 선장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라디오를 틀었다. 갑자기 입에만 쏠려있던 감각이 귀로 돌진했다.


*****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오늘 새벽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연예뉴스 웹사이트인 TMZ.com은 긴급 의료진이 마이클 잭슨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마이클이 숨을 멈춘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BBC는 올해 50세인 마이클 잭슨이 다음 달 13일 영국 런던에서 컴백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다고 전했습니다.

*****


“지금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고 한 거야?”


“뭐야. 갑자기 잭슨 형이 왜 죽어.”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느닷없는 비보에 모두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빌리진호의 모든 어부들이 마이클의 팬이었다. 유쾌했던 점심시간이 어뢰를 맞고 침몰하기 시작했다. 선장은 욕설과 함께 언론을 비난했다..


“이 놈의 개 같은 언론이 또 잭슨을 잡는구만.”


모두가 마이클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 배를 타고 태평양이라도 건너갈 태세였지만 마재신은 아무 말이 없었다. 충격이 너무 커서 실어증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서민우는 재신이가 너무 걱정스러웠다. 얼굴이 창백해 보였고 신체의 모든 부위가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이 한순간에 깨져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괜찮아?”


마재신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서민우의 말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마이클의 죽음을 오보로 결론내리고 빠르게 현실로 복귀했다.


마지막 통발작업이 시작되었다. 마재신은 서민우의 만류에도 작업에 동참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마재신은 최전방에서 통발을 걷어올리는 작업을 했다. 전동 도르래가 감아올리는 속도에 맞춰서 5미터 간격의 통발을 쉴 새 없이 줄에서 떼어내는 일이었다.


통발이 열 개 남짓 올라왔을 때였다. 갑자기 통발 줄이 뭔가에 걸린 것 같았다. 통발이 올라오다 멈췄고 전동기가 굉음을 내면서 줄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배가 살며시 바다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팽팽해진 줄에 살기가 넘쳤고 조금만 건드려도 끊어져 나갈 것 같았다.


“빨리 전동기 꺼.”


선장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마재신은 멍하니 서있었다. 마이클 잭슨의 사망소식을 듣고 나서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 순간 바다 밑에서 통발 줄을 붙잡고 완강하게 버티던 것이 배의 무게를 못 이기고 떨어져 나갔다. 동시에 통발 하나가 방아쇠가 당겨진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튀어 올랐다.


“퍽!”


총알이 된 통발은 마재신의 심장 부위를 정확하게 가격했다. 마재신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뒤로 넘어졌고 머리를 갑판에 부딪혔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재신은 의식을 잃었고 호흡도 멈췄다.


“재신아. 안 돼. 재신아.”


서민우가 달려들어서 재신이를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인공호흡을 했다. 평소에는 양준기라는 가명으로 불러야 했지만 지금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이름이었다. 선장은 바다에 잠겨있는 60여개의 값비싼 통발 줄을 끊어버리고 육지로 배를 돌렸다. 다른 어부들도 달려들어서 가슴뼈가 부러질 정도로 인공호흡을 했지만 재신이의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배는 전속력을 다해서 후포항으로 가고 있었다. 멀리서 안개에 잠긴 마니산이 희미하게 보일 때였다. 재신이의 동공이 살며시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재신아. 정신이 들어?”


마재신이 무슨 말을 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입술을 움직이기 위해서 얼굴 전체가 고통스럽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서민우는 마재신의 입에 귀를 가까이 댔다. 마재신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내‥눈‥은‥호‥엄‥마‥줘.”


마재신은 가까스로 일곱 음절을 내뱉고 나서 바로 숨을 거두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가는 길에 이 말을 하려고 잠시 다녀간 것 같았다. 서민우와 어부들 모두가 오열하면서 애타게 불렀지만 마재신은 끝내 되돌아오지 않았다.


후포항에는 앰블런스가 도착해 있었다. 서민우는 선장에게 마재신을 지나연이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조사가 두려워서 자신은 차마 갈 수가 없었다. 앰블런스에 선장이 올라타자 다른 어부들도 전부 같이 가려고 아우성을 쳤다. 모두가 재신이의 팬이었다. 빌리호의 마지막 출항은 그렇게 비극적으로 끝이 났다.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날, 한국의 마이클 잭슨도 같이 따라간 것이다.


앰블런스가 떠나자 안개가 빠르게 걷히기 시작했다. 하늘과 섬과 바다가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이른 오후의 포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서민우는 텅 비어버린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재신이가 죽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다. 안개는 모두 사라졌고 깨끗한 하늘과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안개가 재신이를 데려간 것일까. 안개 속에서 일어난 비극이 모두 꿈결처럼 느껴졌다.


‘재신아. 너 살아있는 거지? 아까 일은 꿈이지?’


서민우는 시간감각도 잃어버렸다. 얼마나 오랫동안 바닷가에 서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포구에 들이닥친 물이 다시 빠져나가는 것을 보니 시간이 꽤나 흐른 것 같았다. 작렬하는 태양이 체내의 모든 수분과 함께 영혼까지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의 몸은 타다 남은 종이 재처럼 살짝만 건드려도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다.


그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가게에서 소주 세 병을 사서 산으로 올라갔다.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는 언덕이 있었다. 재신이와 자주 올라왔던 곳이다.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태양이 하루종일 빨아들인 에너지를 하늘에 방사하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하늘이 눈물 나도록 아름다웠다. 재신이는 낙조를 볼 때마다 외로워서 미칠 것 같다고 했다. 여자에 대한 그리움이 심장 깊숙이 파고든다고 했다. 서민우도 마찬가지였다. 나이가 들어도 사랑 없는 인생이 언제나 눈물겨웠다.


“넌 좋은 여자 만나서 얼마든지 잘 살면 된다. 형 걱정은 하지 말고 기회 되는 대로 이곳을 떠나라.”


“에이. 무슨 소리야. 난 형이랑 사는 게 더 좋아. 저 놈의 노을이 꼭 남자를 잡는다니까.”


마재신은 얼마든지 양준기의 인생을 살 수 있었지만 절대로 서민우의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재신이가 죽었다니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늘도 원망스러웠고 자기 자신도 원망스러웠다. 마음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분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서민우는 분노를 짓이기려고 소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원래 술에 약한 그였다.


술에 저항하는 기운이 온 몸에서 치밀어 올랐다. 서민우에게는 악마의 기운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악마 때문인 것 같았다. 악마가 안개를 불러왔고 재신이도 데려간 것이다.


‘재신아. 형이 복수해줄게.’


서민우는 악마를 죽이려고 이를 악물고 술을 삼켰다. 벌써 소주가 세 병째였다. 하늘의 붉은 노을이 악마의 핏빛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악마가 죽은 것이다. 그는 곧바로 실신해 버렸다.


그날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서민우의 의식은 이승과 저승 사이를 배회했고 비를 맞으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을 끝내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서민우는 다음 날 오후에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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