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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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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67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7 08:57
조회
1,037
추천
10
글자
8쪽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DUMMY

캐스터는 작년에 비공개 체육관 시합에서 아키라가 은호를 1라운드에 KO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은호의 스타일이 아키라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단정을 내렸다. 그 말을 듣자 수지는 걱정이 덜컥 들었다. 아키라가 그렇게 무서운 선수였나.


1경기가 시작되었다. 상대선수는 네덜란드의 스네이더로 저돌적이고 화끈한 공격이 전매특허였다. 은호는 초반에 고전을 했다. 페인트 모션과 반박자 빠른 공격도 스네이더의 파워 넘치고 투박한 스타일에 쉽게 리듬이 깨져버렸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2라운드까지 마쳤다. 캐스터는 무림고수들의 일합을 보는 것 같다면서 극찬을 했다. 제대로 들어간 공격은 없었지만 아슬아슬하게 주고받는 공방이 오히려 스릴만점이라고 했다.


수지도 고수들이 선보이는 격투기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3라운드에 들어서자 스네이더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파워풀한 경기를 선호하는 선수들의 특징이었다. 은호는 체력안배를 잘해서 별다른 무리가 없었다. 힘이 빠진 스네이더의 공격 궤적이 커졌고 가드가 수시로 내려갔다.


은호는 다음 경기를 대비해서 무리하지 않고 착실하게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상대의 맷집도 만만치 않았다. 몇 번이나 카운터가 적중했는데도 라운드 끝까지 잘 버텨냈다. 누가 봐도 은호의 승리였다. 수지는 은호의 멋진 모습에 감탄을 했다.


하지만 어이없는 판정결과가 나왔다. 경기는 무승부였고 선수들은 연장전에 나섰다.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시키면 결승전에서 불리했다. 누가 봐도 반대블록의 아키라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주최측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캐스터도 월드맥스에서는 화끈하게 이겨야 진정한 승리라며 경기진행을 거들었다.


수지는 캐스터가 얄미워서 뒤통수라도 갈겨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연장전에서도 3라운드와 똑같은 양상이 벌어졌고 결국 은호가 승리했다. 은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고 힘이 부치는 기색도 역력했다.


2경기에서는 아키라와 상대선수가 초박빙의 승부를 펼쳤고 아키라가 근소한 차이로 판정승을 거두었다. 체력상태는 아키라가 확실히 은호보다 양호해 보였다. 이어서 슈퍼 파이트 두 경기와 월드맥스 세러모니가 중계되었고 드디어 지구상에서 맥스급 격투기 최강자를 가리는 결승전이 펼쳐졌다.


나은호와 아키라. 비공식 시합을 포함해서 오늘이 세 번째 대결이었다. 아키라도 실력이 수준급이었지만 오늘 결승전은 사실상 주최 측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일본은 K-1을 세계최고의 격투기 상품으로 히트시켰지만 정작 일본인 선수가 챔피언이 되기에는 세계의 벽이 너무나 높았다.


일본은 마사토라는 걸출한 스타 이후에 오랜 세월동안 챔피언을 배출하지 못했고 이대로 간다면 K-1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오늘은 반드시 아키라가 승리해서 국민적인 염원을 풀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마침내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아키라는 주먹인사를 하면서 오늘 은호의 격투기 인생을 끝내주겠다고 악담을 했다. 그는 소극적으로 경기운영을 했고 은호가 공격을 시도하면 적당히 뒤로 빠져버렸다. 은호의 체력을 확실히 빼놓고 승부를 걸겠다는 작전이었다. 2라운드까지 김빠지는 경기가 지속되었다.


라운드가 시작될 때마다 공이 울리면서 아키라의 악담도 귓전을 때렸다. 은호를 심리적으로 흔들어 놓으려는 심산이었다. 3라운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 날아왔다.


“오늘 밤 네 부모님의 가슴을 찢어놓겠다.”


은호는 그만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감히 부모님을 들먹이다니 더 이상 전술도 전략도 필요 없었다. 오로지 아키라를 쳐부수고 말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분노가 극도에 달하면서 순식간에 피부발진이 터져 나왔다. 은호는 아키라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아키라의 머리, 몸통, 다리에서 빈틈이 느껴질 때마다 감각적으로 공격을 날렸다. 아키라는 최선을 다해 방어를 했지만 몇 차례 정타를 허용했고 급기야 은호에게 클린치를 시도했다. 승부는 완전히 은호에게 기울고 있었다.


수지는 은호가 무서웠다. 그토록 순한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고 상대가 죽을 때까지 공격을 쏟아부을 것만 같았다. 3라운드 종반에 접어들자 은호는 지치기 시작했다. 너무 한꺼번에 힘을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아키라도 지쳤는지 적극적으로 반격하지 않았다. 은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 반드시 승리해서 아버지에게 챔피언 벨트를 바치고 싶었다.


아키라는 노련하고 맷집도 강해서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두 선수 모두에게 너무나 길게 느껴졌던 3라운드가 종료되었다. 은호는 실신한 것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었다. 완벽한 은호의 승리였다.


은호가 한국 격투기 역사상 최초로 K-1 세계 챔피언이 된 것이다. 수지는 한꺼번에 긴장이 풀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신이 은호와 함께 경기를 치른 느낌이었다. 당장이라도 경기장에 달려가서 은호를 안아주고 싶었다.


잠시 후에 두 선수가 링 중앙에서 심판의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키라의 표정에도 패색이 짙어 보였다. 경기장이 숙연해졌고 아나운서가 심판 세 명의 채점결과를 발표하였다. 경기는 어이없게도 무승부로 선언되었다. 일본인 관중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키라의 이름을 외쳤다. 수지는 기가 막혔다. 로비에 있는 사람들도 편파적인 판정이라며 수군거렸다.


연장전이 시작되었다. 은호는 챔피언 벨트를 강탈당한 기분이었지만 다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아키라도 무안했던지 아무 말이 없었다. 은호는 호흡을 크게 가다듬고 아키라에게 돌진했다. 라운드 초반의 경기양상은 3라운드와 흡사했다. 은호는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고 아키라는 몇 차례 휘청거리면서도 근근이 버텨냈다.


라운드 중반이 되자 은호의 스피드와 파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두 선수 모두 탈진상태가 되어서 더 이상 정상적인 파이팅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것처럼 팔다리가 허우적거렸고 서로에게 수시로 클린치를 시도했다. 관중들은 자정에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지루함에 빠져들었다.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길게 느껴졌던 연장전도 끝이 났다. 라운드 전체를 놓고 보면 초반에 좋은 모습을 보인 은호의 승리가 당연했다.


‘설마 또 무승부는 아니겠지.’


설마가 여지없이 수지를 잡았다. 경기결과는 또다시 무승부였고 연장전 2라운드가 선언되었다. 경기장에서도 야유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수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더 이상 경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경기장에 있었다면 은호를 강제로 끌고 내려왔을 것 이다. 이따위 개떡같은 대회는 두 번 다시 나오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갑자기 은호가 이상해 보였다. 은호는 링코너에서 체육관의 천장 부근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공이 울리고 심판이 불러도 꿈쩍도 안하고 서있었다. 시합을 포기하려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은호야. 뭐해! 너 그만둘 거야?”


강 관장이 고함을 지르자 은호는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면서 링 중앙으로 걸어갔다. 심판이 경기시작을 알렸지만 은호는 여전히 두 팔을 내린 채로 서있었다. 아키라는 가만히 서있는 은호의 얼굴에 죽을 힘을 다해서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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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파인딩 스타(4부) - 맹수들의 대결(1) +2 12.12.13 93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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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파인딩 스타(4부) - 격투기 카페(2) +2 12.12.10 99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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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3) +9 12.12.08 1,079 12 9쪽
»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3 12.12.07 1,038 10 8쪽
43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1) +4 12.12.06 1,105 14 10쪽
42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2) +4 12.12.05 1,118 15 9쪽
41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1) +4 12.12.04 1,06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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