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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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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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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2,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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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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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파인딩 스타(4부) - 맹수들의 대결(1)

DUMMY

2010년 8월 14일 토요일. K-1 맥스 아시아 지역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가 한국에서 열렸다. 국민들은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선수들한테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슈퍼파이트에 출전하는 은호에게만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은호가 국민스타로 떠오르고 나서 국내에서 처음 갖는 경기였다.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행사의 들러리를 서는 것 같은 씁쓸함을 맛보아야 했다.


경기에 대한 열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은호의 상대는 태국 무예타이의 고수이자 K-1을 두 번이나 제패한 적이 있는 수리야였다. 은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흑표범이라 불리며 엄청난 동물감각을 발휘했던 선수였다. 이번 경기는「실버 타이거 VS 흑표범, 맹수들의 대결」이라는 표현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었다.


은호는 기자 회견장에서 수리야를 반드시 KO로 잡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들어 체력강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다. 지난 경기들을 분석해 보면 상대선수를 압도할 수 있는 파워가 부족했던 것 같았다. 혹독한 훈련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증량에 성공했고 근육사이즈도 키웠다. 은호는 컨디션이 최상이었고 어느 때 보다도 자신감이 넘쳤다.


은호의 가족들도 처음으로 경기장을 찾았다. 나치곤과 지나연은 VIP석에 자리를 잡았고 나채원은 중계석에서 경기의 진행을 맡았다. 수지는 혹시라도 은호의 애인으로 무차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집에서 TV로 관람했다.


토너먼트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 모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선수들의 주먹싸움이 격렬해지고 관중들의 함성이 거칠어질수록 은호에 대한 걱정이 커져만 갔다. 채원이도 현장중계를 담담하게 진행하고 있었지만 은호의 경기가 다가올수록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드디어 토너먼트 4강전이 끝나고 슈퍼파이트 시간이 되었다. 먼저 수리야 선수가 비장한 음악과 함께 등장했다. 관중들은 왕년의 챔피언에게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수리야가 링 위에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동안 아나운서가 우렁찬 목소리로 은호의 입장을 외쳤다.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파이터! 실버 타이거 나은호 선수 입장!”


은호의 등장곡은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이었다. 특유의 강렬한 비트에 맞춰서 누군가 잭슨의 춤을 멋지게 추었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전주의 환상적인 안무가 끝나자 마침내 은호가 등장했다. 은호가 링으로 걸어 나올 때 빌리진 춤을 추었던 사람도 뒤를 따라왔다. 빌리진 댄서는 다름 아닌 윤지호였다.


은호의 원조 팬클럽 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지호는 어느덧 고2가 되었고 외모도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세월이 흘러도 해맑은 미소와 순수한 마음은 그대로였고 여전히 은호가 인류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우상이었다. 은호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마재신을 추모하기 위해서 등장곡을 마이클 잭슨의 노래로 정했을 때 지호가 선뜻 나서서 안무를 준비한 것이다.


은호가 티셔츠를 벗고 링 위로 올라가서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에 경기장이 폭발할 것 같았다. 링 아나운서가 두 선수를 소개하는 동안 같이 생중계를 하고 있던 해설가가 채원이에게 갑작스런 질문을 던졌다.


“나은호 선수가 가슴에 문신을 했네요. 모양이 아주 특이한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습니까?”


은호의 왼쪽 가슴에 이로 깨문 모양이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채원이도 금시초문이었지만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글쎄요. 동물가족 촬영을 할 때 맹수한테 진짜로 물린 건 아닐까요?”


그 순간 TV를 보고 있던 한수지는 벅찬 감동에 KO를 당하는 기분이었다. 어젯밤 통화에서 은호가 새로운 사랑의 징표를 찾아보라고 했었다. 자신이 장난으로 깨문 자국을 가슴에 문신으로 남길 줄이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얼굴이 화끈거려서 어쩔 줄 몰랐다.


종이 울리고 실버타이거와 흑표범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열광의 도가니였던 경기장에 일순간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관중들 모두 숨을 죽이고 두 선수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았다. 은호와 수리야는 1라운드 초반까지 가벼운 잽과 로우킥을 던지며 탐색전을 펼쳤다. 두 선수 모두 가벼운 움직임에도 선명하게 살아나는 세세한 근육 때문에 긴장감이 터져나갈 듯 했다.


탐색전이 끝나자 은호가 먼저 거친 압박을 시도했다. 펀치와 킥을 조합한 강력한 컴비네이션을 퍼부었고 수리야는 가드를 올린 채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은호의 공격이 끝나자 수리야도 똑같은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몇 차례 공방이 오가고 나자 승부의 추가 서서히 은호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은호는 방어를 하면서도 수리야의 얼굴과 몸에 빈틈이 보일 때마다 펀치를 정확히 찔러넣었다. 반면에 공격할 때는 상대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몰아세워서 카운터 공격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전성기가 지난 흑표범은 기세등등한 실버타이거에게 밀리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관중들도 은호가 공격할 때마다 열렬한 함성으로 흑표범의 기를 죽였다. 1라운드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은호가 화끈한 공격으로 라운드의 후반을 멋지게 장식하다가 그만 불의의 일격을 당해버렸다.


“퍽!”


은호의 오른쪽 눈두덩에서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수리야가 은호에게 클린치를 시도하다가 팔꿈치로 안면을 가격해버린 것이었다. 팔꿈치 타격은 부상의 위험이 너무 높아서 K-1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기술이다. 무예타이에서는 일반적인 기술이라 당황한 수리야가 습관적으로 팔꿈치 공격을 했는지 아니면 고의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수리야는 경고를 당했다. 의료진이 곧바로 올라와서 은호에게 응급처치를 해주었지만 좀처럼 피가 멈추지 않았다. 눈두덩이도 순식간에 부어올라서 은호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관중들은 수리야에게 엄청난 야유를 뿜어냈다. 의료진은 추가부상의 우려 때문에 경기중단을 권유했지만 은호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수리야 선수. 정말 신사답지 못하군요. 나은호 선수의 부상이 심각해 보이는데 경기를 속개해도 괜찮을지 너무나 염려스럽습니다. 나은호 선수. 오늘 압도적인 기량으로 수리야 선수를 몰아세웠는데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채원이는 바로 눈앞에서 은호가 피를 쏟는 모습을 보며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침착하게 방송진행을 이어갔다. 카메라는 은호의 엄마와 아빠의 놀란 얼굴표정을 수시로 클로즈업했다. 은호의 상처는 속살이 보일 정도로 깊었다. 혼자서 경기를 시청하고 있던 수지는 격정을 못 이기고 소리를 질렀다.


“이 바보야. 그냥 경기를 포기하란 말이야. 안 그러면 이따가 내 손에 죽을 줄 알라고.”


닥터체크가 끝나자 바로 1라운드가 종료되었다.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러내렸다. 강시춘 관장의 만류에도 은호는 경기를 제대로 끝내고 싶다면서 포기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은호의 본능이 절대로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2라운드의 공이 울렸다. 관중들의 뜨거운 환호 속에 두 선수가 주먹인사를 나누고 혈투를 재개했다. 은호는 정상적인 기량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피가 멈추지 않았고 눈이 부어서 시야 확보도 어려웠다. 펀치와 킥이 생각한 대로 먹히지 않았다.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수리야는 인정사정없이 은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은호가 안면에 몇 차례 강타를 허용하자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링 바닥에도 선혈이 낭자했다. 다시 경기가 중단되었고 의료진이 올라와서 은호의 피를 닦고 지혈을 해주었다.


“나은호 선수. 제발 경기를 중단했으면 좋겠습니다.”


채원이는 애원하다시피 말을 했다. 은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 상태로 붙으면 승산이 없다. 눈으로 보고 공격하는 것 보다는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동안 수리야의 경기 동영상을 수도 없이 틀어놓고 쉐도우를 해왔다. 1라운드에서도 수리야의 공격과 수비 패턴을 완벽하게 감지하지 않았던가. 이제 단 한 번의 기회가 남아있다. 또다시 닥터스탑이 되면 경기는 중단될 것이다. 이제는 보이지 않는 감각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다시 경기가 시작되었다. 은호는 수리야가 흐리게 보였지만 제대로 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히자 수리야의 펀치와 킥이 연속해서 날아왔다. 은호는 감각적으로 피하면서 상대가 공격할 때의 자세와 위치를 느낌으로 기억했다. 흑표범은 상처입은 실버타이거에게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수리야의 공격궤적이 커질수록 빈틈도 많이 느껴졌다. 은호는 가드를 단단히 올리고 방어를 하면서 결정적인 타격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반드시 단 한방으로 제압해야 했다. 수리야는 승기를 확실히 잡은 것처럼 마음껏 펀치를 휘둘렀다.


연이은 펀치충격에 은호는 출혈이 심해지고 시야도 상실되고 있었다. 이제는 상대의 흐릿한 형체와 빨간색 글러브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본능적으로 다양한 공격 포인트를 감지하고 있었다. 수리야가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뻗을 때였다. 수리야의 오른쪽 안면방어가 느슨해져 있었다. 은호는 머리를 숙이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라이트 훅을 날렸다.


“퍽!”


수리야는 관자놀이를 제대로 맞고 곧바로 실신해버렸다. 흑표범을 때려눕힌 실버타이거는 링 코너의 로프를 밟고 올라가서 오른손을 힘껏 치켜들었다. 은호는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포효했고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관중들도 남녀 할 것 없이 모두가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의 소나기 박수로 은호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은호에게 마이크가 전달되자 뜨거운 박수열기가 순식간에 진화되었다. 은호는 수건으로 피와 눈물을 닦아내고 승리의 소감을 담담하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께서 끝까지 응원해 주셔서 오늘 시합에서 이길 수 있었습니다. 1라운드 후반에 눈에 상처가 생기는 바람에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습니다. 어쩌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뜻하지 않는 불행이나 고난과 부딪히게 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결국은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오늘 시합에서도 지켜보고 싶었습니다. 오늘 승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좌절을 겪고 계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밤 여러분 모두가 챔피언들입니다.”


또다시 열화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 나왔고 감동의 물결이 경기장에 범람하고 있었다. 인터넷 열기도 폭발적이었다.


「나은호, 부상투혼으로 수리야를 한 방에 제압」


은호의 승전보가 실시간으로 모든 사이트의 토픽이 되었고 검색순위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 맹수들의 대결이라는 경기 동영상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고 각종 인터넷 카페나 아고라에서는 감동의 사연과 댓글이 밤새도록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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