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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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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80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27 08:26
조회
1,380
추천
12
글자
10쪽

파인딩 스타(3부) - 강호 체육관(2)

DUMMY

강 관장은 은호를 최고의 격투기 스타로 만들기 위한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K-1의 열성팬이었다. 은호를 킥복싱 같은 전통 격투기보다는 엔터테이닝 요소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K-1에 내보내고 싶었다. K-1은 쿵푸(Kung-Pu), 킥복싱(Kick-Boxing), 가라데(Karate) 등 3K에서 최고의 K를 가려보자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1993년에 일본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입식타격 스포츠로 자리를 잡고 있다.


K-1을 이종격투기라고 폄하하는 시선도 많았지만 강 관장은 생각이 달랐다. 스포츠는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하는 엔터테이닝 산업이다. 인기를 많이 끌어야 자연스럽게 돈이 뒤따라오고 풍부한 자본력은 재능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흡입해서 스포츠 산업이 번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흥행요소와 걸출한 스타가 필요했다.


태권도, 권투, 킥복싱과 같은 전통 격투기 종목은 엔터테인먼트에 실패하고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무예의 정통성만 내세우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후예들이 운동을 하면서 최소한 배는 고프지 않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한 때 권투가 세계적인 인기를 구가하며 거대한 자본시장을 형성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많은 챔피언이 탄생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권투는 계속해서 주먹만 휘두르다가 발까지 화끈하게 내지르는 격투기의 박진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K-1은 잔인한 종목이라는 막연한 편견도 있었지만 입식으로만 겨루기 때문에 무척 신사적인 경기라고 생각했다. 쓰러진 사람 위에 올라타서 머리를 피투성이로 만드는 종합격투기의 잔혹함과는 차원이 달랐다. 또한 3분 3라운드의 속전속결 운영으로 15라운드까지 선수들의 진을 빼놓는 권투보다도 훨씬 인간적인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아쉽게도 K-1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마사토가 있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대형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은호라면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강 관장은 국내 K-1 경기를 주관하는 회사를 무작정 찾아가 보았다. 회사 관계자에게 제자인 은호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랑하며 시합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 사람은 올빼미같이 큰 눈을 흐리면서 강 관장의 말을 심드렁하게 듣고 있었다.


“글쎄요. 우리나라에 세계 최고의 잠재력과 가능성만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워낙 많아서요.”


강 관장은 나이 어린 사람 앞에서 순식간에 철없는 어른이 된 것 같아서 멋쩍었다. 자신도 모르게 은호 자랑을 너무 앞세운 것 같았다. 모두가 지호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K-1에 출전할 수 있는 건가요?”


올빼미의 눈빛이 다시 한번 흐려졌다. 그는 K-1 시스템이 한국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국내 격투기는 역사가 일천하고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유명 체육관의 추천 선수 위주로 대회가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실력있는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서 토너먼트를 개최하고 있지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다.


아직 국내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는 대중의 관심과 수익이 저조해서 경기홍보와 운영을 위한 비용의 상당부분을 경기에 참전하는 체육관들이 내고 있다고 했다. 선수가 K-1에서 대박을 터뜨리면 체육관도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관장은 올빼미의 말을 듣다보니 새삼 자본주의의 서글픔이 느껴졌다. 돈이 없으면 경기에 나갈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것 같았다. 화려하게 보이는 K-1의 이면에는 돈벌이에만 눈이 충혈되어 있는 자본주의의 악마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동안 시대착오적이라고 깔보았던 전통 격투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상업주의에 밀려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지금도 누구나 열심히 하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일단 K-1 협회 가입비 명목으로 천만 원을 내시면 1회 출전권을 드립니다. 차후에는 전적에 따라서 참가비가 달라지고 챔피언이 되면 상금도 제법 받을 수 있으니까 관장님은 걱정 안하셔도 되겠습니다. 제자의 기량이 세계적이라면 국내대회는 우스운 것 아니겠습니까.”


올빼미가 돈 없는 사람을 조롱하는 것 같았다. 아주 흉악한 녀석이었다. 강 관장은 아무 말 없이 연간 K-1 대회 일정표를 받아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머릿속에 천만원 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절대로 K-1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천만원을 마련하고 말겠어.’


강 관장은 며칠 동안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했다. 지금이 6월이니까 10월에 열리는 시합에 내보내면 적당할 것 같았다. 참가신청 시기를 고려하면 3개월 정도 시간이 남은 것이다. 어디서 끌어올 돈은 없었고 스스로 벌어야 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마누라한테 갖다 바칠 생활비도 고려해야 했다. 일단 여세를 몰아 관원수를 늘리고 체육관 수입을 챙겨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본인이 직접 돈벌이에 뛰어들기로 작심했다.


강 관장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마땅한 일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다. 다행히 어느 후배로부터 고소득 일자리를 추천받게 되었다. 고속도로 공사 일용직이었다. 심야시간에 작업을 하고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보수가 제법 많다고 했다.


그는 바로 짐을 꾸리고 떠날 채비를 했다. 우선 경기도에서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절친한 친구로부터 코치파견을 부탁했다. 나중에 사례를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은호에게도 부탁을 남겼다. 차마 아르바이트를 뛰러 간다는 말은 꺼낼 수가 없었다.


“K-1에 나가는 것이 간단치가 않아. 준비할 것이 많아서 일본에 두세 달 정도 출장을 다녀와야겠다. 새로 오시는 코치님 잘 도와주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어. 알겠지?”


강 관장은 후배의 도움으로 다음 날부터 바로 작업에 투입되었다. 서해안 고속도로 서산-목포 구간의 대대적인 보수공사였다. 아스팔트의 조그만 파손부위를 보수하는 일에도 대규모 장비와 병력이 투입되었다. 아스콘차량, 청소차량, 안전표시차량, 인부차량, 도로공사차량 등 많은 차들이 고속도로에 줄지어 섰고 가장 뒤편에는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었다. 강 관장은 맨 끝자리에서 안전봉을 흔드는 임무가 부여되었다. 나이 어린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 곳도 짬밥을 따지는 곳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밤하늘 가득히 반짝이는 별들과 사방에 펼쳐져 있는 산등성이의 달빛 실루엣.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은 신선한 공기. 자연이 고이 잠들어 있는 어둠의 세계도 무척 아름답게 느껴졌다.


낭만적인 감상도 잠시였다. 작업이 시작되자 공사차량의 굉음이 잠들어 있는 우주만물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수도 없이 깜빡이는 차량의 불빛들이 가까이 매복해 있는 산들의 신경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산들은 금방이라도 공사현장을 덮쳐버릴 것 같았다.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새벽의 고속도로에는 지나는 차들이 거의 없었다. 거대한 어둠과 시끄러운 소음에 한없이 위축되면서 파도처럼 밀려드는 졸음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따금씩 지나치는 차량의 불빛에 혼자 놀라서 혼비백산을 하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지나자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 익숙해졌다. 하루일당이 15만원이었다. 다행히 쉬는 날이 많지 않아서 벌써 4백만원 가까이 벌었다. 이대로 두 달만 더 버티면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풀릴 것 같았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이제 새벽 작업시간에도 정신이 말짱했다. 요즘은 안전봉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래를 불렀다. 사랑이 지나가면. 소녀. 광화문 연가. 난 아직 모르잖아요. 깊은 밤을 날아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가을이 오면. 주로 청춘시절에 가슴을 점령했던 이문세의 노래였다.


어느 날 저녁에 윤지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다급한 목소리였다.


“관장님. 큰 일 났어요. 은호 형이 사라졌어요.”


“무슨 소리야. 얼마 전에도 통화했는데.”


“몰라요. 은호 형 짐이 하나도 없어요. 빨리 올라오세요.”


은호가 갑자기 사라졌다니. 강 관장은 무슨 소리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며칠 집에 다녀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가슴이 충동질하기 시작했다. 뭔가 일이 잘못된 것 같았다. 코치도 은호가 정말 떠나버린 것 같다고 했다. 은호가 없다면 자기도 그 곳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늦은 밤 시간.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올라오는 시간동안 절망감에 가슴이 베어나가고 있었다. 또다시 배신을 당한 것일까. 이번에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체육관에 도착했다. 텅 빈 곳을 보자 눈물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그동안 체육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말 은호가 자신에게 아무 말도 없이 떠나버린 것일까. 그는 미친 사람처럼 은호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은호가 짐을 모두 싸고 떠난 것이 분명했다.


강 관장은 망연자실하면서 사무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면에 걸려있는 앤디 훅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도 앤디 훅처럼 불행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한동안 멍하니 사진을 쳐다보다가 앤디 훅의 글러브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은호가 붙여놓은 메모지였다.


「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에 참전했습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매일 찾아뵐게요.

파인딩스타를 많이 응원해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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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2.11.27 10:12
    No. 1

    주인공이 자연과 대화했던 어린 시절의 감성과 능력을 잊어 버린 건 혹은 잃어 버린 건 아닐까 걱정됩니다 개와 대화했던 장면에는 코끼리와 대화했다는 붓다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서 처음에는 구도를 위해 정주행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나은호
    작성일
    12.11.27 11:00
    No. 2

    에궁.. 원하시는 방향이 아니어서 실망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주인공이 자연, 동물과 교감하는 장면은 간간이 나올 예정입니다.
    다만, 파인딩 스타는 장르가 로맨스+액션이고 엔터테인먼트 성격이 강합니다.
    영화 한 편 보는 마음으로 부디 재밌게 읽히기를 소망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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