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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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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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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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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2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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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파인딩 스타(4부) - 토네이도(3)

DUMMY

경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은호는 참담한 기분이었지만 의료진의 만류에도 끝까지 경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누군가 자신을 망가뜨리려고 끝까지 기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대회와 관련 있는 사람들의 짓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너져야 토네이도가 확실히 뜨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수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했고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것들을 격투기로 응징해주고 싶었다. 은호는 몰골이 말이 아니었지만 분노 하나로 투지를 다지고 있었다.


아나운서의 힘찬 소개와 함께 드디어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이태룡과 나은호의 대결은 선악구도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등장음악과 배경화면을 통해서 이태룡은 영웅으로 묘사되었고 나은호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순진한 관중들은 배기철의 의도대로 반응했다. 이태룡이 등장하자 모두 기립해서 박수로 열광했고 나은호한테는 끝없는 야유를 퍼부었다.


링 위에서 아나운서가 차례로 선수소개를 했다. 이태룡은 밝고 활기가 넘쳐 보이는 반면에 나은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관중들은 이태룡에게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지만 단 하나의 예외는 있었다. 은호의 소개가 끝나고 관중들이 야유로 응사하고 나자 누군가 “나은호 파이팅!”을 큰 목소리로 외쳤다.


최하윤 서장이었다. 이정걸 의원이 뒤돌아서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최 서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또다시“나은호 이겨라!”를 내질렀다. 이번에는 모든 관중들도 최 서장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나은호는 이태룡과 주먹교환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반가움과 정겨움을 느꼈다. 4년 만에 보는 동창생 아닌가. 예전에도 태룡이한테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룡의 태도는 달랐다. 눈빛에 적개심이 가득했고 공이 울리지 마자 거칠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은호는 아직 발로만 하는 격투기에 적응하지 못했는지 펀치를 뻗으려다 멈칫하는 동작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토네이도의 강점은 발기술의 현란한 컴비네이션과 스피드에 있었다. 이태룡은 신참선수에게 한 수 가르치듯이 자신의 모든 기술을 쉴 새 없이 퍼부었고 강력한 정타공격을 여러 차례 적중시켰다. 은호도 반격을 해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기운이 생기지 않았다.


태룡이의 공격이 시원하게 들어갈 때마다 관중들의 환호소리도 커져갔다. 은호는 몸을 움츠리고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었다. 이정걸 의원과 그의 사단이 가장 기뻐했고 배기철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시합을 지켜봤다. 태룡이는 여세를 몰아서 은호의 가슴을 밀어차고 백스핀 킥으로 정확히 복부를 가격했다. 은호는 장이 파열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


은호는 수세에 몰리면서 계속 정타를 허용했다. 신체에 고통이 쌓일수록 피부의 방어체계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피부발진이 극심해졌고 미칠 것 같은 가려움이 몰려왔다. 이제는 얻어맞는 것보다 가려움증 때문에 더 괴로웠다. 펀치를 맞을 때마다 극도의 가려움증이 전신의 마디 마디에 퍼져나갔고 피부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극한의 상태가 얼마간 지속되자 비현실적인 해방감이 찾아왔다. 어렸을 때 아토피에 시달리면서 자주 경험했던 기분이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몸속에서는 거짓말처럼 강렬한 에너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우주의 에너지가 온 몸을 관통하면서 세상만물의 움직임이 세세하게 감지되고 있었다.


은호는 커버를 바짝 올리고 공격을 피하면서 상대의 동작을 몸 전체로 읽어나갔다. 1라운드 후반에는 태룡이의 공격도 현저하게 약화되었다. 은호가 방어하고 반격하는 속도가 태룡이 보다 훨씬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관중들도 침묵하면서 은호의 움직임에 감각적으로 취하고 있었다.


“나은호 잘한다!”


1라운드가 종료된 직후에 최 서장이 회심의 응원을 날렸고 이 의원은 곧바로 뒤돌아보면서 최 서장에게 욕설을 날렸다.


“너 이 새끼. 아가리 안 닥쳐? 한 번만 더 지껄이면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최 서장은 이 의원의 협박도 개의치 않고 은호에게 환호성을 연발했다. 은호가 코너로 걸어오면서 최 서장이 있는 곳을 향해 고맙다는 의미로 주먹을 들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의원은 분노를 간신히 삭였고 배기철은 두 사람 사이의 험악해진 분위기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휴식시간 동안 겉모습은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은호가 처참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태룡이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 같았고 은호를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위기감이 사방에서 엄습해왔다.


은호도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몸에서 솟구치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어느 순간에 자신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자신이 끝장나기 전에 빨리 상대를 끝장내야 했다. 수지는 괜찮은 걸까. 온몸이 초인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머릿속에는 수지에 대한 걱정이 잠시도 떠나지 않았다.


‘수지가 곁에서 응원을 해준다면‥.’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은호는 적극적으로 태룡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태룡이도 혼신을 다해서 반격에 나섰지만 은호의 스피드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종반 무렵이 되자 태룡이는 다리에 충격이 쌓였는지 움직임이 둔해졌고 더 이상 변변한 공격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 관중들은 아무도 응원하지 않았고 은호가 태룡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관중들의 눈에는 은호가 먹잇감을 물어뜯으며 피투성이가 된 맹수처럼 보였다. 경기장에는 적막이 무겁게 내려앉았고 오직 시뻘건 맹수만 바람처럼 움직이며 먹잇감이 쓰러질 때까지 사냥에 열중했다.


관중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맹수의 사냥에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맹수가 사냥감 주변을 돌 때는 긴장감이 폭발할 것 같았고 달려들어서 공격할 때는 짜릿한 스릴이 솟구쳤다. 어느새 관중들과 맹수는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다. 폭력충동에 사로잡힌 관중들이 맹수에게 빠르고 화끈한 공격을 주문하자 맹수는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으로 화답했다.


“퍽!”


은호가 철창을 딛고 날아올라서 순식간에 무릎으로 태룡이의 얼굴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태룡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심판이 다운을 선언했다. 관중들은 희열이 극도에 달했지만 낯선 공포감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자리엔 열혈남아 최 서장이 있었다.


“나은호 최고다! 나은호 파이팅!”


지금까지 조용히 묻혀있었던 은호의 팬들도 최 서장을 따라 박수를 치면서 “나은호”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 의원의 다혈질을 제대로 건드렸다. 이 의원은 곧바로 몸을 돌려서 최 서장의 면상에 스트레이트를 꽂았다.


“퍽!”


최 서장의 유아독존과 파죽지세가 일순간에 제압되었다. 링 위에서는 은호와 태룡이가 다시 맞붙기 시작했다. 이미 승부가 기울었지만 태룡이는 죽을 때까지 싸울 기세였다. 관중들은 숨을 죽이고 한층 사나워진 맹수의 공격에 빠져들고 있었다.


관람석에서는 배기철이 숨을 죽이고 또 다른 맹수를 잔뜩 경계하고 있었다. 최하윤 서장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를 보니 당장이라도 이 의원을 죽이려고 달려들 기세였다.


그 때 최 서장이 잠바 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주변이 캄캄해서 쉽게 분간되지는 않았지만 자세히 보니 권총이었다. 배기철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최 서장의 팔을 붙잡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두 사람은 서로 총을 쟁탈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관중들은 시합에 완전히 몰입해서 맹수의 사냥을 열렬하게 환호하고 있었다. 사냥감은 치명상을 입고 숨통이 끊어지기 직전이었고 관중들의 긴장감도 터져나갈 것만 같았다.


“탕!”


격투시합에 흠뻑 빠져있던 관중들의 시선이 총소리가 울린 곳으로 일제히 쏠렸다. 총격사건 발생장소에는 이정걸 의원이 머리 총상을 입고 처참하게 쓰러져 있었고 바로 뒤편에서 배기철이 총을 들고 있었다. 최 서장과 배기철이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에 실수로 총이 격발되자 최 서장이 귀신같이 먼저 손을 빼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건의 현장에서 총을 든 배기철의 모습을 대중들이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배기철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자신의 짓이 아니라는 제스처를 보였지만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최 서장은 얼떨결에 부하들에게 배기철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경찰들이 곧장 달려들어서 배기철에게 수갑을 채우고 강제로 끌고 나갔다. 경기장은 배기철이 억울하다며 악을 쓰는 소리와 이태룡이 아버지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하는 소리가 뒤엉키면서 아비규환이 되었다.


행사장이 온통 아수라장이 된 가운데 링 위에는 은호가 조용히 쓰러져 있었다. 극한의 상태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다가 긴장감이 풀리자 순식간에 실신해 버린 것이었다. 그는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탈진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은호는 깊은 꿈에 빠져 있었다. 혼자 산길에서 수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또다시 수지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마음은 공황상태가 되었고 몸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가까스로 언덕 하나를 넘자 느닷없이 조강득 무리와 마주쳤다. 심장 깊숙이 박혀있던 공포감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세월이 지나도 조강득의 기분 나쁜 웃음은 그대로였다. 조강득과 실랑이할 여유가 없었다. 그들을 밀쳐내고 수지에게 가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조금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조강득 일당의 구타가 시작되었다. 반격을 하려고 해도 몸이 뭔가에 포박되어 있어서 그냥 무참하게 얻어맞는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모든 통증이 가슴에 집중되었고 맞으면 맞을수록 숨을 쉬는 것이 괴로워졌다. 한바탕 숨 막히는 폭행이 끝나고 조강득은 사라졌지만 녀석의 재수 없는 웃음소리는 계속해서 귓구멍을 파고들었다.


은호는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생명을 붙잡고 싶어도 더 이상 기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수지의 향기가 희미하게 다가왔다. 수지가 근처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는 모든 힘을 쏟아서 수지의 향기에 집중했다. 왠지 향기를 놓치면 숨도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향기가 도중에 끊어지기도 했지만 매번 혼신의 힘으로 향기를 되살려냈다. 향기가 점점 진하게 발산되기 시작했다. 은호는 숨을 쉬는 것이 수월해지자 큰소리로 수지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나야. 여기 있어.”


수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수지를 찾은 것이다. 은호는 수지의 목소리와 함께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차츰 꿈결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빨리 수지를 보고 싶은 마음에 몸부림을 치면서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토록 간절하게 찾던 수지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괜찮아? 정신이 들어?”


사실상 수지가 은호를 살려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수지는 아무 연락 없이 경기장에 와서 은호의 시합을 구경하고 있다가 은호가 쓰러지자 가장 먼저 링 위로 올라왔다. 의료진도 뒤따라 올라왔지만 주변의 만류를 끝내 뿌리치고 은호에게 미친 듯이 심폐소생과 인공호흡을 시도한 것이다. 결국 수지의 숨결이 세상의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있는 은호를 구해주었다.


작가의말

다음은 마지막 편, 3년 후 그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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