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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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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65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2.05 08:57
조회
1,117
추천
15
글자
9쪽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2)

DUMMY

성진하였다. 그도 마재신이 죽고 나서 절망의 시간을 보냈다. 요즘은 재신이의 흔적을 최대한 수집하기 위해 주변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성진하는 은호가 체육관에 전화를 했을 때 강 관장과 함께 있었고 계속 고집을 부려서 기어이 은호를 데리러 온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마재신의 절친한 형이라고 소개했다.


“재신이에 대해서 많이 기억해줄수록 그 애가 덜 외로울 것 같아서요. 선장님을 찾으러 함께 가고 싶습니다.”


은호는 깜짝 놀랐다.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은호는 성진하의 한 마디에 유서깊은 동지애를 느꼈다. 두 사람은 횟집의 개를 데리고 서울로 빠져 나왔고 다음날 무작정 파주의 고령산을 찾아갔다.


사진으로 보니 고령산은 서울의 북한산과 도봉산 일대에서 임진강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산줄기 중 하나였다. 인터넷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고령산은 신라시대의 고찰인 보광사가 유명하며 대웅보전은 영조16년(1740)에 대대적으로 중창된 건물로 추정된다고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드넓은 산간지대에서 빌리진 선장의 소재는 어느 곳에도 추정되지 않았다.


믿는 것은 삐레 밖에 없었다. 일단 구파발 부근에서 371번 도로를 타고 고령산 지대의 오른쪽 옆구리를 타고 올라갔다. 머리 부근에서 98번 도로로 갈아타고 왼쪽으로 5㎞ 정도 가서 367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고령산 일대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장흥유원지, 돌고개 입구, 예뫼골 등 도로에서 산으로 나있는 길목마다 차를 세우고 삐레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삐레도 주인을 찾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다지 특별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98번 도로에 접어들고 기산저수지와 석골이란 곳을 지나칠 때도 마찬가지였다.


성진하는 운전대를 잡고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를 이용해서 첩첩산중에 있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직까지 개가 짖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었다. 저런 개가 주인이 있는 곳을 어떻게 알려줄 수 있을까. 하지만 은호는 개가 주인이 있는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아직 목적지가 나타나지 않은 것뿐이었다.


도로 표지판이 200미터 전방의 마장저수지를 안내하고 있었다. 마장저수지가 보이는 길로 진입하자 갑자기 삐레가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오른쪽 방향이었다.


“아저씨. 저쪽이에요.”


성진하는 급히 차를 돌려서 은호가 말하는 방향으로 갔다. 삐레는 허브테마공원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계속 짖고 있었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삐레가 언덕아래의 저수지 옆길로 뛰쳐나갔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삐레! 같이 가!”


은호가 외치자 삐레가 뒤돌아서 기다리며 꼬리를 초고속으로 흔들었다. 두 사람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싶으면 다시 길을 따라 뛰어갔고 은호가 부르면 멈추기를 반복했다. 성진하의 눈에도 개가 주인의 위치를 확실히 아는 것 같았다. 삐레를 따라 야트막한 산길을 15분 정도 올라가자 저수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작은 산장을 발견했다.


삐레의 짖는 소리가 고요한 산천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었다. 산장 안에 사람이 있다면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그 순간 한 아저씨가 산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빌리진 선장이었다.


“아니. 네가 여기 웬일이냐.”


선장은 삐레를 안고 쓰다듬으면서 나은호와 성진하를 바라보았다. 수염이 덥수룩했고 얼굴은 수척해 보였다. 병원에서 은호와 잠시 대면한 적이 있었지만 바로 기억을 못하는 것 같았다.


“선장님. 안녕하세요? 나은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장님.”


성진하도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선장은 어리둥절하다가 은호가 병원 얘기를 꺼내자 그제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런데 자네들이 어떻게 여기를‥.”


은호는 자신을 서민우의 아들이라고 소개했고 성진하도 마재신의 절친한 형이라고 말을 꺼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심적인 충격과 고통에 많이 시달렸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 선장을 찾아왔다고 했다. 선장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네며 사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잠깐. 벌써 점심시간이네. 라면 괜찮지?”


선장은 말을 끊고 산장에서 휴대용 가스렌지와 냄비를 가지고 나왔다. 그는 물이 끓는 동안 산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마장저수지의 관리사무소로 쓰인 적이 있었고 공무원 친구가 폐쇄하기 아까워서 조난객 대피소로 겨우 살려두었다고 했다.


억만장자도 이런 별장은 가지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산이 물을 감싸고 있는 것 같았고 물이 산을 감싸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아름다운 자연이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고 있다는 사실이다. 냄비의 물이 끓자 선장이 라면 다섯 개를 넣고 깻잎과 파를 듬성듬성 썰어 넣었다.


“저 녀석도 라면을 진짜 잘 먹어.”


선장은 삐레를 보고 말했다. 곧바로 푸짐한 라면 상이 차려졌다. 라면이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산에서는 무엇을 먹어도 산해진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휴양림에서 휴가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선장이 호의를 베풀고는 있었지만 정작 서민우와 마재신에 대한 얘기는 물어볼 엄두가 안 났다.


라면을 먹고 나자 선장이 커피를 타주었다. 커피의 맛도 환상적이었다. 선장은 커피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민우와 마재신에 대한 얘기를 꺼내려는 것인가. 가능한 많은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침묵을 깨뜨리지 말아야 했다. 드디어 선장이 입을 열었다.


“산에서 지내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더군. 영혼이란 건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산과 같은 거라고. 저마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나무 하나하나가 되어 영혼이라는 산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 내 영혼은 북한산이나 도봉산은 아니겠지만 고령산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싶네. 여기도 얼마나 아름다운가. 지금 내 산은 폐허가 돼버렸어. 화산이 폭발된 것 같기도 하고. 엄청난 산사태가 일어난 것 같기도 하고. 그 두 친구가 죽고 나서 말이지. 내가 혈육보다도 진한 애정을 느꼈던 동생들인데 말이야. 어떻게 마이클 잭슨이 죽은 날 그렇게 다 가버릴 수가 있는가.”


선장의 얼굴에 가벼운 경련이 보였다. 그는 감정을 억누르려고 깊게 숨을 몰아쉬었다. 나은호와 성진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고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내고 있었다. 선장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산장에서 두꺼운 다이어리 한 권을 가지고 나왔다. 다이어리 표지에는 JSA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이거 서민우가 직접 쓴거야. 경찰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내가 챙겨놨지. JSA는 Just Stay Alive란 의미일세. 사실 그 친구들이 탈옥수들이란 사실을 알고 나서 많이 혼란스러웠어. 사람 사는 게 뭔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는 건지. 다행스럽게도 이 다이어리에 진실이 담겨 있었네. 그 친구들이 어쩌다가 감옥에 갔고 어떻게 지내왔는지 알게 되었어. 나랑 같이 보낸 시간들이 모두 진실이었다는 것도 확신할 수 있었고. 그 친구들이 불쌍해서 정말 견딜 수가 없어. 내가 다이어리를 읽으면서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네.”


선장은 흐느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나은호와 성진하도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세 남자 모두 소리죽여 울었다. 눈물로 서민우와 마재신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울다가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렇게 찾아와줘서 정말 고맙네. 함께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친구들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아. 이제 우리는 남은 인생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나도 곧 내려갈걸세. 그리고 이 다이어리는 자네들이 가져가게.”


한 동안 세 사람의 영혼에 지독하게 몰아쳤던 비바람이 그치면서 고운 무지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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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3) +9 12.12.08 1,079 12 9쪽
44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3 12.12.07 1,037 10 8쪽
43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1) +4 12.12.06 1,105 14 10쪽
» 파인딩 스타(3부) - 하늘 저편(2) +4 12.12.05 1,118 1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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