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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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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383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1.21 08:46
조회
1,305
추천
13
글자
11쪽

파인딩 스타(3부) - 시골 격투기 천재(1)

DUM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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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봄은 생명이 움트는 계절입니다. 아직 날씨는 춥지만 봄은 벌써부터 우리 캠퍼스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답니다. 어제는 연못 화단에 개나리꽃을 탄생시켰고 오늘은 어느 인문대 여학생의 무거운 옷차림을 화사한 원피스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내일은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바로 여러분 차례입니다. 봄이 여러분에게 어떤 마술을 부릴지 무척 기대가 됩니다. 봄을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노래 한 곡 들려드릴게요. 박정현의「사랑이 올까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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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사랑이 올까요’가 감미롭게 흘러나가는 동안 학교 캠퍼스에는 이미 사랑이 당도해 있었다. 학생들은 새로운 방송 DJ의 매력에 중독되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끌리는 목소리와 억양. 마음 깊이 찔러넣는 감성멘트. DJ가 바뀌고 나자 저녁 시간에 캠퍼스에서 방송을 감상하는 학생들이 부쩍 늘어났다.


학생들은 교내방송을 가슴으로 청취하기 시작했다. 세익스피어의 사랑에 가슴이 설레었고 베토벤의 실연에 마음이 아팠다. 마라토너 이봉주의 묵묵한 도전정신에 용기를 얻기도 했고 지구를 마음에 품고 사는 한비야의 봉사정신에 감명을 받기도 했다.


날씨와 분위기에 맞는 음악선곡도 탁월했다.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경쾌한 음악으로 현실의 괴로움과 미래의 불안감에 지친 학생들을 편안하게 위로해 주었다. 이제는 DJ의 말 한마디로 추운 겨울이 따스한 봄이 되기도 했고 상처만 남기고 떠난 사랑이 다시 그리워지기도 했다.


“애들아. 나 저 애를 갖고 싶다.”


경영학과 3학년 김찬우가 운동을 마치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후배들에게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그는 여자를 사귀는 작업에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외모, 체격, 재력, 집안, 학벌. 웬만한 여자는 가볍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얼굴이 예쁘거나 화려하게 꾸미기 좋아하는 여자들은 공략하기가 쉬웠다. 그들의 허영심만 살짝 건드려주면 그만이었다.


김찬우는 여자들에게 금방 싫증을 냈다. 한 번 사귀면 두 달을 넘기기 힘들었다. 이기적인 행동과 불량한 말투. 작업을 걸 때 외에는 여자들에게 상냥한 법이 없었다. 그런데도 여자들은 이 ‘나쁜 남자’에게 순애보적인 사랑을 보였다. 그는 여자들이 자신에게 깊이 빠질수록 더욱 거칠게 굴었다. 그래도 떨쳐내기 힘들 때는 일부러 새로운 애인을 만들어서 순애보가 보는 앞에서 진한 키스를 하기도 했다. 이 정도 되면 대부분의 여자들은 커다란 칼날에 가슴이 베인 채 회복불능의 상태로 물러났다.


새로운 방송 DJ가 학생들의 마음속에 봄과 함께 마술을 부리던 그 날. 한동안 여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던 김찬우에게 DJ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 것이었다. 일단 호감이 꽂히면 무조건 자기 여자로 만들어야 하는 나쁜 남자의 본능이 작동했다. 다음 날 후배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입수한 DJ의 신상정보를 앞다투어 브리핑했다.


“선배님. 신문방송학과 1학년 나채원이래요. 원래 경험을 쌓고 3학년 정도 돼야 DJ를 시켜주는데 이 친구가 운이 좋았답니다. 전직 DJ들이 휴학을 많이 했고 아파서 병원에 입원한 친구도 있었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똘똘해 보이는 신입생을 투입했는데 왕대박이 난 거랍니다. 이젠 인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선배들이 자리를 다시 되찾기도 힘들대요.”


“집은 충청도 시골이고요. 고등학교 때부터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했답니다. 글쎄 이 친구가 전체수석으로 우리학교에 들어왔대요. 여자가 똑똑하기만 하면 남자가 피곤한데 성격까지 아주 말랑말랑하답니다. 정말 끝내주지 않습니까.”


“선배님. 전체수석이고 뭐고 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는데 얼굴이 연예인 뺨치게 예쁩니다. 벌써부터 그 애를 꼬시려고 남학생들이 개떼처럼 몰리나 봐요. 아직은 남자친구가 없는 것 같은데 더 늦기 전에 작업에 돌입하셔야겠어요.”


김찬우는 묘한 스릴을 느꼈다. 평지에서 오랫동안 지루하게 걷다가 갑자기 높은 산을 만난 것 같았다. 반드시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충동이 생겼다. 그는 작업의 고수였다. 일단 자신의 매력을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면서 호감을 준다. 절대로 먼저 접근하지 않고 상대가 자신을 찾아오게 만든다.


마침 좋은 기회가 있었다. 이번 주 금요일에 학생체육관에서 교내 격투기 동아리의 토너먼트 시합이 개최될 예정이었다. 김찬우는 학교에서 마땅한 적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기량이 탄탄했다. 자신이 시합하는 모습을 본다면 나채원도 한 방에 가지 않을까.


그는 학교 네트워크를 풀가동해서 신문방송학과의 여자 선배가 나채원을 데리고 나오도록 만들었다. 또한 그녀가 시합의 우승자를 직접 만나고 인터뷰 내용을 방송에 내보내도록 했다. 우승을 못하면 말짱 헛일이지만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설마 하는 생각에 실력 있는 후배 몇 놈을 시합에서 아예 빼버릴까도 고민하다가 그냥 단념해버렸다. 너무 싱겁게 우승하는 것 보다는 치열하게 싸워서 이기는 것이 훨씬 돋보일 것이다.


금요일 오후에 학생 체육관에서 교내 격투기 대회가 열렸다. 나채원은 방송부 선배와 함께 체육관을 찾았다. 그녀도 이번 대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은호가 가야할 길이기 때문에 분위기를 알고 싶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경기장에 몰려왔다. 세계적인 격투기 열풍이 학교에도 들이닥친 것 같았다.


격투기를 보는 재미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3분 3라운드로 짧고 굵게 진행되었고 선수들의 연이은 공격과 방어에 박진감이 넘쳤다. 선수들의 실력도 뛰어난 것 같았다. 한 경기에서 체격이 다부진 선수가 강력한 오른손 스트레이트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저 사람이 우리학교 킹카이고 오늘 우승후보야. 잘 봐둬.”


선배가 나채원에게 김찬우를 가리키면서 귀띔을 했다. 물론 김찬우가 선배에게 미리 당부를 해놓았다. 우승후보는 결승전에서 거칠고 돌격적인 스타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상대선수의 영리한 경기운영에 고전도 했지만 결국 판정승을 거두었다. 그가 거만한 표정으로 오른손을 번쩍 치켜들자 학생 팬들이 열화와 같은 환호성을 질렀다. 곁에 있는 선배도 엉덩이를 방방 튕기면서 열성적으로 박수를 쳤다.


‘저돌적인 매력이 있네. 은호가 저런 사람이랑 붙어도 괜찮을까.’


나채원은 인터뷰를 하러 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링 위로 올라가서 마이크를 잡았다. 관중들의 출렁이는 흥분을 잠재우고 공식인사를 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대학방송 ‘언제나 그대 곁에’ DJ 나채원입니다. 오늘 멋진 경기를 보여주신 챔피언을 인터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팬들의 환호성에 다시 한번 불이 붙었다. 김찬우에게 집중되던 스포트라이트가 순식간에 나채원에게 넘어갔다. 그동안 목소리만으로 캠퍼스를 사로잡은 DJ의 얼굴을 공식석상에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김찬우도 가까이서 그녀를 보자 주체할 수 없는 작업욕이 끓어올랐다.


“오늘 경기하시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승 소감 한 마디 해주시죠.”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응원 덕분에 오늘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격투기가 최고의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더욱 열심히 해서 K-1을 제패하고 싶고 우리 학교의 이름도 빛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격투기 동아리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채원은 인터뷰를 간단하게 끝내고 링에서 내려왔다. 김찬우가 킹카라는 사실은 인정해야 했다. 남자다운 얼굴과 체격에 수준급인 격투기 실력. 게다가 말도 폼나게 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겉멋만 부리는 남자에게는 호감이 생기지 않았다. 저녁방송을 준비하려고 혼자 방송실로 가는 길에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말도 없이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니.”

“어머. 미안해요. 방송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

“그래. 오늘 격투부 애들이 우리 방송부한테 저녁을 쏘겠대. 이게 웬 횡재니. 너도 꼭 참석해야해.”

“어떡하죠? 저는 금요일이라 집에 내려가야 해요.”

“안돼. 얘. DJ가 빠지면 어떡하니.”

“미안해요. 오늘 꼭 가봐야 하거든요. 저는 그냥 빼시고 다른 분들이랑 좋은 시간 보내세요. 언니.”


그날 저녁이었다. 학교 후문에 있는 고깃집에서 격투부와 방송부가 처음으로 뭉쳤다. 모두가 수시로 서로의 술잔을 폭격하며 기분좋게 웃음을 터뜨렸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김찬우만 표정이 굳어있었다. 이따금씩 고기를 집어먹어도 고기를 씹는 것인지 똥을 씹는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다.


나채원이 없다면 오늘 저녁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엉뚱한 녀석들만 입이 즐거워진 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격투기 챔피언은 아무 말 없이 술만 퍼마시다가 스스로 자폭해버렸다.


그 후로도 김찬우는 나채원에게 몇 차례 식사자리를 제안했다가 매번 거절을 당했다. 나채원의 동선을 파악해서 우연인 척하며 여러 번 접촉해 보았지만 아무런 호감도 나타내지 않았다. 여자로부터 외면을 당해보기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어떻게 나를 거절할 수 있지.’


김찬우는 자존심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레퍼토리를 짜내서 작업을 거는데도 좀처럼 통하지가 않았다. 작업의 고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신입생 여자애한테 밑도 끝도 없이 농락당하는 기분이었다.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운동시간에 그의 격투기가 한층 격해지고 있었다.


‘반드시 널 꺾어버리고 말거야. 그리고 내 여자로 만드는 순간 가차없이 차버릴 거야.’


김찬우는 작전을 바꾸었다. 신사적이고 로맨틱한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나채원은 남자를 사귈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실탄이 없다면 남은 것은 육탄전 밖에 없다. 집요하고 끈질기게 공격해서 무너뜨리고 말리라. 그는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 후배들에게 동원령을 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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