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휘긴 님의 서재입니다.

아키블레이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71,406
추천수 :
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10.04 04:17
조회
3,224
추천
15
글자
10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DUMMY

하늘이 뚫린 것처럼 눈이 쏟아지는 산, 우진과 레노아는 눈보라를 꿰뚫고 추적자를 베어넘기며 도망쳤다.

어둠의 여왕은 자신에게 수치를 안겨준 천위류를 용서하지 않는다. 혼자의 몸으로 어둠의 여왕이 자랑하는 절망의 군주를 넷이나 상대한 천위류 종사 레메나삭을 백성들의 손으로 살해한 것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그 권속들을 모조리 몰살시키지 않고서는 그녀의 증오가 식지 않기에 저들, 퀸즈랜드의 병사들은 지옥 끝까지라도 우진과 레노아를 뒤쫓을 것이다.

삶에 대한 의욕을 완전히 잃었던 레노아가 그래도 이 혹독한 도주를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아버지를 살해한 적에게 승리를 안겨주기 싫다는 오기뿐이었다. 결코 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왔다.

“아.”

레노아는 주저앉았다. 눈보라를 꿰뚫으며 넋을 잃고 걷던 그녀가 마침내 기력이 다한 것이다. 갑자기 잠이 쏟아져서 레노아는 그대로 피로에 몸을 맡겼다.

“레노아!”

우진은 또 시끄럽게 달려온다. 사내 녀석이 호들갑은.

“정신차려. 레노아. 잠들면 죽는다! 레노아!”

‘시끄러워.’

“왜 살려고 하질 않는 거야! 레노아. 제발... 살아야 해!”

‘좀 닥치라고. 내가 죽겠다는 데 왜 네놈이 호들갑이야?’

레노아는 그렇게 되쏘고 싶었지만 도저히 입이 안 열려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목숨이 다해가는지 차가운 바람도 추위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아무런 감각 없이 굳어져 갈 뿐....

그때 문득... 레노아는 늘 궁금해하던 것을 물어보았다. 자신이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였을까? 평상시는 우진의 모든 것을 거부하던 그녀였지만 위급한 순간, 정신이 나갔나 보다.

우진은 눈을 잠깐 크게 뜨더니만 곧 대답했다.

“나는... 범속한 인간들이 너무나도 싫다.”

그건 꽤나 의외였다. 선량하고 착실해보이던 그가 인간들이 싫다는 소리를 하다니.

“사람들은 대부분은 무능하고 비굴하지. 돈 몇 푼에 인의를 저버리고 은혜를 배신하는 자들이 지천에 널려있어. 그런 무능하고 비굴한 이들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내 가족을 두 번이나 잃었다. 스승님께서는 인간은 갈대와 같아서... 갈대가 굽었다고 탓하기보다는 바람을 탓하라 하셨지만 나는 스승님처럼 광명정대한 사람이 못되어서 갈대도 바람도 모두 하나같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현씨 일가는 세븐즈리그 최대의 부자, 상공회 의장 다말 샤크펜슬의 비자금 문제를 공표한 덕분에 공중분해 당했다. 세븐즈리그의 정의를 위해, 내부 고발자가 된 현씨 일가는 몰살당하고 우진은 세븐즈리그를 떠나 레메나삭에게 주워져 자랐다. 그런 우진에게 있어서 백성들의 배반으로 파멸당한 레메나삭은 괴로웠던 과거의 재래였으리라.

“레노아. 네가 뭐라고 원망해도 좋다. 여기서 널 죽일 수는 없어. 이제 두 번 다시는 내 가족을 세상에 빼앗기지 않을 거야. 바람불면 굽히는 갈대들 따위에게 내 가족을 잃을 수는 없어. 그러니 살아. 살아서 날 원망해라.”

우진은 단검을 꺼내 자신의 손목, 상처가 제대로 아물지도 않은 손목을 그었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므리타.”

진한 향기가 차갑게 굳은 설산의 공기를 녹여나간다. 향긋하면서도 따뜻한 것이 레노아의 입으로 강제로 흘러들어왔다. 그동안 모든 음식물을 거절하던 레노아였지만... 그 천상의 향기를 가진 무언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진하고 고귀한 향기가 레노아의 입을 통해 몸 안으로 흘러들어왔다.

레노아의 몸 안으로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갔다. 얼마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그것은 놀랍게도 다 죽어가던 레노아를 완전히 소생시켰다.

“아.”

레노아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우진이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 짓고 있었다. 방금 전 까지는 기하학도형의 집합에 불과했던 그가 이제는 확실히 인간으로 보인다.

“레노아. 몸은 좀 괜찮아?”

“으응.”

레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서 그녀는 그 손을 맞잡았다. 순간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떨린다. 두근두근, 심장의 박동이 너무 거칠어서 우진에게 박동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우진은 그녀를 절대로 죽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믿어도 된다. 설사 세상의 끝이 온다 하더라도 우진은 그녀를 지켜줄 것이다. 마치 레메나삭이 그러했던 것 처럼....

레노아가 뭐라고 해도, 그녀가 예쁘다거나 가치가 있다거나 대가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레노아이기 때문에 우진은 그녀를 사랑하고 지켜줄 것이다. 그런 사실은... 그동안은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애써서 부정해왔다. 레노아로서는 우진을 미워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어찌 미워할 수 있을까?

“어.”

레노아를 일으켜 세운 우진이 대신 눈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 아므리타라는 술법은 그의 진원지기 자체를 변환시키는 것이라 후유증이 극심한 것 같았다. 그동안 수백의 추적자들을 베어넘기면서도 꿋꿋하게 버티던 우진이 주저앉았다.

“으윽....”

우진이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갑자기 전신에서 힘이 빠진 듯,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레노아가 우진에게 손을 건넸다.

“레노아?”

우진은 언제나 자신에게 성질만 부리던 레노아가 손길을 주는 것을 보며 의아해했다. 그러나 레노아는 얼굴을 붉히며 투덜거렸다.

“추워. 눈보라도 몰아치고. 얼른 잡아. 일어나서 내 바람막이가 되어줘야지!”

“아 그래. 알고 있었어?”

우진은 항상 그녀보다 앞에 서서 자신의 몸으로 레노아에게 눈보라가 몰아치지 않도록 방패막이가 되었다. 레노아도 그건 알고 있었지만 방금 전까지는 도저히 그를 믿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레노아의 안에는 우진의 피가, 그 생명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레노아가 원한다면 우진은 자신의 목숨마저 내어주리라. 왜 진작 그를 믿지 못했을까?

“으응. 일어나. 우진. 그렇게 허약해서야 레노아 칼린즈의 오빠가 못된다고.”

레노아는 우진을 일으켜 세워 그를 끌어안았다. 그때부터 우진과 레노아는 한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이후로 레노아는 우진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우진은 세상의 범속한 것들을 싫어한다 했지만 그는 세상 모든것을 미워하기엔 너무나 선하다.

그러니까 레노아가 세상으로부터 우진을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다만 우진에게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이기 싫었기에 그녀는 우진이 잠드는 틈을 타서 움직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를 일이지만 아므리타를 사용해 체력을 소모한 우진은 쉽게 잠들어버렸고 레노아는 우진이 잠든 순간 무장을 갖추고 산을 역주해 추격자들을 먼저 만나 그들을 몰살시켰다.

천검, 아키블레이드를 터득한 이는 천위류 역사상 단 네 명 뿐, 그중에서도 13세에 아키블레이드를 터득한 우진은 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무예의 천재다.

그러나 레노아 칼린즈의 재능은 우진조차 압도한다.

우진의 자질이 하늘의 축복이라면 레노아의 재능은 재앙이었다. 그녀의 인성마저 갉아먹는 압도적인 힘, 언젠가 반드시 이 타이세라의 재앙이 될 레노아의 마탄은 수백의 추격자들을 솔람인근의 산맥에 묻어버렸다. 그 결과... 절망의 군주 엘레이스 나자루스가 직접 그들 둘을 잡기 위해 추격해온 것이었다.



아므리타는 그래서 레노아에게 큰 가치가 있었다. 우진의 진원지기를 갉아먹는다 해도 그게 수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연속으로 쓰지만 않는다면 언젠가 휴식으로 회복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급한 상황에, 레노아 외에 다른 여성에게 아므리타를 사용하다니. 레노아는 그게 견딜 수가 없었다.

“죽여버릴까.”

레노아는 급수탑으로 오르는 사다리를 잡고 다시금 기어오르며 으르렁 거렸다.

에밀리 디아스는 우진의 옛날 약혼자로 그녀는 우진의 친가족, 현씨 일가를 이용하기 위해 우진이 아직 아이이던 시절에 이미 약혼을 맺었고 현씨 일가가 파산하자 미련없이 그들을 걷어찼다. 그렇게 뻔뻔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또, 우진은 그녀를 위해 2천 메세타란 터무니없이 저렴한 가격에 자신의 실력을 팔았을 뿐 아니라 종국에는 그녀에게 아므리타까지 내주었다.

살려두면 이후에도 계속, 우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에밀리 디아스가 사심을 가지고 우진에게 접근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 디아스가 마피아인 이상 사심이 없다 하더라도 우진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우리 오빠보다 더 괜찮은 남자가 이 타이세라에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건 이해하지. 흥 주제에 눈은 높아가지고.’

에밀리 디아스야 사심없이 이성으로서 좋아한다 치더라도 그녀는 범죄조직의 조직원, 그런 여자랑 얽히게 되면 우진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리게 된다. 이번 일만 해도 솔직히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사람 좋은 우진이 뛰어든 게 아닌가? 2천 메세타를 받은 시점에서 에밀리 디아스가 죽건 말건 신경 끊는 게 좋았을 것을.

“역시 지금 죽여야겠어.”

레노아는 급수탑 위에 올라가 하플링킬러를 장전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어수선할 때 죽여 버리면 샤라크 둠에게 책임이 돌아갈 터, 그녀를 죽이려면 바로 지금이다.

레노아는 마안으로 어렵지 않게 에밀리 디아스의 위치를 찾았다. 우진이 벽장에 숨겨두었던 에밀리를 빼내서 자경단에 잡히지 않도록 그녀를 내보내고 있었다.

“젠장.”

오빠가 보는 앞에서 쏴 죽일 수는 없다. 우진은 레노아의 능력을 완벽히 파악하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레노아가 놀라운 사격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레노아는 이를 악 물고 총을 거뒀다.

우진이 목숨을 깎아가면서 까지 살리고 싶어했던 여자다. 죽이는 거야 너무 쉬우니까 지금은 오빠의 뜻에 따라 그녀를 살려두는 게 나으리라. 그녀가 예뻐서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우진을 위해서다.

“운이 좋은 여자군.”

레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키블레이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아키블레이드의 휘긴 입니다. +22 12.09.09 9,915 5 -
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20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7 16 13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5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40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5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1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4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5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9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70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3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2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7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300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5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6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1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3 2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