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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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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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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343

작성
12.09.2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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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DUMMY

우진은 에밀리 디아스에게 2000메세타 짜리 수표를 받았다. 세븐즈리그 중앙은행이 발행한 이 수표는 세븐즈리그 어디에서나 현금처럼 쓰이는 것이었다.

“우진. 그동안 고마웠어.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

“거절합니다.”

우진은 딱 잘라 말했다.

“계약에는 당신들을 구출하는 것 까지가 전부였어요. 뭐 페일이란 친구나 그외 몇몇이 빠져있긴 했지만 이정도면 계약을 달성한 게 맞지요. 그렇지만... 그 이상은.”

우진은 무장한 엘프 마피아들을 바라보았다. 에밀리도 완전히 무장하고 두꺼운 권총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 엘프 마피아, 디아스 패밀리는 샤라크둠에게 대대적인 반격을 계획하고 있었다. 우진이 그들을 구하느라 수많은 오크들을 쓰러뜨린게 문제였다. 우진이 오크들을 죽인 건 아니지만 단번에 회복될만한 부상도 아니다. 에밀리 디아스는 그렇게 쓰러진 오크들이 바로 전선에 복귀하지 못할 거라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샤라크둠에게 반격을 가할 순간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처럼 샤라크둠이 약해질 때가 어디있단 말인가? 아마 오늘을 넘기면 샤라크둠은 순식간에 증원해서 자신들을 굳건히 방어할 테고 그러면 디아스 패밀리로서는 두들겨 맞고 어디서 하소연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진도 사실 이렇게 될 것은 알고 있었다. 에밀리 디아스, 개인으로서는 나무랄데없는 아름답고 총명한 아가씨다. 우진에 대한 신의를 반드시 지키겠지. 그러나 디아스 패밀리의 에밀리 디아스로서는... 우진을 이용할 만큼 이용해야 할 것이다. 샤라크둠을 쓸어버리는 우진의 검술을 본 그녀가 우진을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리라.

“역시 안 되나? 보수를 많이 준다고 해도?”

“불법적으로 납치되어 감금당한 엘프를 구출하기 위해 무력을 휘두른 건 일종의 자의구제라고 봐서 무죄가 될 수도 있겠지만 복수를 위해 샤라크가 머물고 있는 병원에 쳐들어가는 행위는 엄연한 범법행위에요.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 입니다.”

우진은 잘라 말했다. 구구절절 옳은 소리다. 마피아도 아닌 우진이 돈 때문에 샤라크를 찌르러 쳐들어갈 놈이었다면 애초에 복정타운에서 미스티 디아스가 회유했을 때 돌아섰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우진. 마지막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래?”

“예?”

우진은 의아해하며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잘라 말했는데 부탁할 게 뭐가 있을까?

“마피아인 이상. 난 보복하러 가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만, 알다시피 나라고 해서 반드시 살아남는 건 아냐. 어쩌면 죽을 수도 있고. 감옥에 갇힐 수도 있지. 그래서 그런데....”

에밀리 디아스는 주먹을 쥐었다. 마치 카지노에서 다이스를 쥐었을 때 처럼 빈 주먹을 쥔 그녀는 미소지었다.

“여기에 미인의 축복을.”

“그러니까 그건 남자가 여자에게 써먹는 거라니까 그러네요.”

“그래도 해줘.”

에밀리 디아스가 우겼다. 우진은 하는 수 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들이 보면 이거 개망신인데.”

물론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우진은 이미 카지노에서 남들 다 보는 앞에서도 했었다. 하두 어이가 없어서 에밀리가 시키는 대로 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은 백주대낮인데... 그래도 워낙 간절하게 요구하니 뭐 어쩔 수 없었다.

우진이 그렇게 그녀의 손에 입김을 불어넣으려 할 때 에밀리는 슥 손을 펼쳐서 우진의 뺨을 잡고 입을 맞췄다.

“어?”

“후후. 바보. 이렇게 쉽게 속다니.”

에밀리 디아스는 우진에게서 몸을 빼서 뒤로 빠졌다.

“사실. 너랑 약혼 했을 때, 그리 싫지 않았어. 현우진. 그리고 지금은 음... 더 좋아졌을지도?”

“에밀리...디아스.”

에밀리 디아스는 뒷짐을 지고 히죽 웃으면서 빙글 몸을 돌렸다.

“오늘 도와준 것만 해도 고마워. 그리고 어제... 데이트 해줘서 고마워. 고마워 우진.”

에밀리 디아스는 그 말을 남기고 부하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옆에 선 다른 엘프들이 그녀에게 중절모를 건네주었다.

“좋아. 그럼.”

에밀리 디아스는 중절모를 눌러쓰고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모자를 기울였다.

“샤라크둠에게 디아스 패밀리를 건드린 대가를 치루 게 해볼까!”

엘프 마피아 대원들은 일제히 마차에 올라탔다.





“저 썅년이.”

건물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레노아는 에밀리가 우진에게 수작(?)을 부리는 걸 보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숨을 헐떡였다.

“하아. 하아...하아... 헉헉.”

우진은 레노아에게 있어서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인간이다. 그녀를 위해 목숨을 걸고 그녀를 위해 싸우고 그녀를 위해 자신의 피를 흘린 단 하나뿐인 인간. 그리고 아버지가 찍어준 평생의 반려였다.(오빠니까 평생의 혈연이긴 하지만....)

그런데 저 엘프 여자가 감히 남의 밥그릇에 숟가락을 꽂아? 레노아는 저속낙하 주문을 걸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퍽!

너무 흥분해있어서였을까? 레노아는 발 밑에 웬 골렘이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 골렘은 원래 경찰들이 사용하던 치안유지용 골렘이었는데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은지 레노아가 내려선 것만으로도 삐그덕거리며 목에서 하얀 완충제가 빠져나왔다.

“우아악! 무슨 짓이야? 꼬마야!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낮잠을 즐기고 있던 보안관이 뛰쳐나왔다. 여자애 발길질에 채여서 망가질 정도의 골렘이면 애초에 폐기처분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 남자를 바라본 레노아는 그의 가슴에서 빛나는 금속을 발견했다.

그의 가슴에서 빛나는 보안관 배지에는 남동구 보안관 ‘겔렌 하스탈론’ 이라고 적혀있었다. 보안관 사무실 입구에는 이 보안관이 선거 때 썼던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붙어있는 샤프한 모습의 젊은이와, 보안관 배지를 단 이 백돼지와는 약 1000킬로미터 정도의 간극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가 백돼지(?)임에도 불구하고 보안관이라는 걸 알아차린(!) 레노아는 골렘에서 뛰어내리며 원래 그또래의, 순진무구한 소녀처럼 양손을 착 모으고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저씨. 큰일났어요! 우리 오빠가! 엘프 마피아들에게 끌려가고 있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엘프 마피아들이 오크들에게 복수한다고 지금 북동구 구립병원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제 오빠는 그만 거기 휘말려서..., 제발 오빠를 살려주세요. 예? 보안관 아저씨~!”

레노아는 한껏 가녀린 소녀를 연기했다. 배우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연기력..., 아니 너무 리얼해서 배우로는 오히려 써먹지 못할 정도의 연기였다. 그러나 그런 레노아도 한 가지 실수한 게 있으니 그녀의 등 뒤에 메고 있는 하플링킬러의 존재였다.

“그런데 꼬마야. 그건 애가 쓰기엔 위험한 물건이란다. 이건 어디서 난거니?”

“아... 이건 저, 저희 아버지가 팔아서 술을 사오라고 한 거에요. 보, 보안관님 드려야 하나요? 드, 드려야 한다면 드려야 겠지만 그럼 아버지가 혼낼 거에요.”

레노아는 울먹거리며 과감하게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백설처럼 새하얀 다리에 피멍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순백의 피부와 시뻘건 피멍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헉.”

보안관은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났다.

“술을 사오지 못하면 아버지가 매일같이 때려요. 흑흑.”

레노아는 치마를 들어 올려서 여전히 다리를 드러낸 채 일부러 흐느끼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경국지색이라 불리던 어머니를 닮아서 아직 어린 소녀이지만 어찌나 가련하고 아름답게 보이는지... 보안관 겔렌은 이 소녀를 지켜야 겠다는 사명감에 불타올랐다. 물론 그녀가 등에 짊어지고 있는 하플링킬러 따위는 머리 속에서 날아간 지 오래다.

“아니 그, 그런! 너같이 귀여운 소녀의 어디를 때린다고!”

물론 레노아의 피멍은 레노아의 특기인 광학마법을 이용해 만든 환영이다. 레노아는 살며시 치맛자락을 내려 놓고 보안관에게 애교를 떨었다.

“아 늠름한 보안관 아저씨. 저 자신의 몸은 괜찮아요. 지금은 저보다 제 오빠의 목숨이 위중해요. 부디 오빠를 도와주세요.”

“으음. 엘프 마피아라. 뭐 무슨 이야기인지 잘 알겠다.”

최근 샤라크둠과 디아스 패밀리가 항쟁중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 겔렌도 원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겔렌과 자경단은 대충 구색만 맞췄을 뿐, 본격적으로 그들의 항쟁에 끼어들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겔렌은 이 어리디 어린 미소녀의 부탁에 용기백배했다. 그는 자신의 선거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다페날에 정의를!’

선거 표어는 빛이 바래서 바람에 나부끼지만 그의 가슴속에는 다시금 정의감이 솟구쳐 올랐다. 원래 그는 다페날을 바꾸고자 했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임기나 때우면서 혹시 정계에서 부르지 않을까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려고 선거에 나온 게 아니었다.

“밀리샤(자경단)! 전원 집결!”

보안관 겔렌은 종을 치면서 자경단 막사로 뛰어들었다.

“참 다루기 쉬운 돼지로군.”

레노아는 겔렌이 종을 치며 자경단 막사로 들어가는 걸 보고 즉시 발걸음을 옮겼다.

우진의 성격은 그녀 자신이 잘 안다. 에밀리 디아스가 우진에게 수작을 건 덕분에... 우진은 에밀리 디아스가 죽을까봐 걱정되어서 저 가증스러운 엘프들을 따라 북동구 구립병원까지 따라갈 것이다.

‘이 더러운 엘프 년! 내 오빠에게 상처 하나라도 나기만 해봐! 너희들은 다 죽을 줄 알아!’

레노아는 이를 갈며 골목길을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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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19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6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4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39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4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0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3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4 22 8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8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69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2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1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6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299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4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5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0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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