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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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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343

작성
12.10.0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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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DUMMY

“이봐! 어디 의사 없어요?!”

우진은 피를 흘리는 에밀리 디아스를 안은 채 병원 안 건물을 뒤지고 있었다. 일단 어렵사리 호흡은 돌려놓았지만 에밀리 디아스의 몸에는 여전히 화살이 꽂혀있다. 이대로라면 다시 죽을 뿐이다.

하지만 화살을 함부로 뽑을 수도 없었다. 그나마 피가 덜 나오는 건 이 화살이 그녀의 몸에 박혀서 피가 흘러나올 구멍을 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옮기는 과정에서 상처가 벌어지고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죽겠군.”

회복물약을 찾아서 먹인다 해도 외과수술 없이 무작정 물약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외과수술 없이 상처를 수복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신성마법 뿐, 그러나 신성마법은 기대할 수 없었다.

타이세라에는 만신전이란 이름대로 일만의 신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 일만의 신은 교리가 제각각 달라 서로서로 경쟁하고 투쟁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이들 모두가 공통으로 선택한 것이 있으니 바로 담합이었다.

그들 간에 경쟁이 일어나게 되면 신성마법의 가치가 폭락하게 된다. 그걸 막기 위해 모든 교단은 교단에 평상시 기여하지 않은 자는 아무리 막대한 돈을 들고 온다 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것은 일견 돈으로 신앙을 팔지 않겠다는 숭고한 뜻 같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치료받을 필요가 없는 자들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교단에 미리미리 헌금하고, 신앙생활을 투철히 해야 겨우겨우 치료받을 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치료받을 때마다 거금을 치루는 것 보다 이렇게 평상시의 기여도를 가지고 치료 대상을 고름으로서 교단은 실제로 신성마법을 소모할 필요 없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에밀리 디아스는 세닐리아의 신자이긴 하다. 그러나 그녀의 상처는 치명상이라 세닐리아에서 그녀를 치료해줄 리 없다. 신성마법에도 마나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어서 치명상 한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중상자 100명을 치료할 수 있는 마력이 필요하고, 또한 중상자 한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경상자 100명을 치료할 마력이 소모된다.

에밀리 디아스를 치료하기 위해서 만 명에게 돌아갈 마력을 소모해야 한다니, 세닐리아 교단이 그러한 지출을 감수하고 신성마법을 집행할 리가 없다.

남은 수단은 외과수술과 회복물약을 병행하여 살리는 것 뿐인데 이게 꽤나 어려운 수술이라서 제대로 된 외과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안에서 의사를 찾긴 틀린 것 같다. 아마 의사들은 다들 도망쳤겠지.

“쿨럭.”

에밀리 디아스는 다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 안가면 그녀는 죽는다. 우진이 그 전에 의사를 찾을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것인가?

“후우!”

우진은 심호흡을 했다. 요 며칠간 연달아 싸움을 벌인 통에 마나는 별로 회복되어있지 않다. 체력도 그다지 여유가 있다고는 할 수 없는 데다가 적들중에는 그가 일합에 쓰러뜨릴 수 없는 엘프 레인저들이 있다.

카운터 어택에 특화되어있는 천위류다 보니 일발 승부가 많아서 다른 이들에게는 월등히 강력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상대방의 호흡을 잃고 반응을 읽고, 예측하고, 예측이 빗나갔으면 수정해가면서 맞서 싸우는 천위류의 전법은 육체와 정신, 양면을 극도로 갉아먹는다.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우진은 요 몇번의 계속되는 전투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런 판국이니 만큼 엘프 레인저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그러나 우진에게는 그녀를 살릴 수단이 있었다. 에밀리 디아스를 살리는 대신 우진의 심력과 체력은 물론, 근원지기까지 손상시키는 것이지만 분명한 것은 살릴 수단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그 수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자신이 살기 위해 그녀를 죽게 내버려둔다면... 우진이 혐오하는 것들과 그가 뭐가 다르겠는가?

“레노아가 알면 난리치겠군.”

우진은 다 포기한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승리를 위해서는 자신의 자식까지 사지로 몰고 갈 수 있어야 군학자라 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사지를 자르고서라도 승리를 쟁취하는게 군학자의 마음가짐, 아무래도 그런 면에서 우진은 제대로 된 군학자는 될 수 없으리라.

‘뭐 어때?’




눈을 감고 있던 에밀리에게 누군가 속삭였다. 에밀리는 그 말을 들었지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피가 다 빠져나가고 있는지 빈혈 때문에 꼼짝을 못하겠다. 에밀리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가만히, 귀만 기울였다.

“눈을 떠요. 에밀리 디아스.”

그는 쓰러진 에밀리를 안아 올렸다. 에밀리는 그제서야 눈을 조금 뜰 수 있었다.

우진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우진?”

꿈을 꾸는 것일까? 아니면 죽기 직전에 그저 너무 바라던 환상을 보고 있는 걸까? 에밀리 디아스는 그런 생각을 하다 웃었다. 아니 웃으려 했지만 웃을 수 없었다.

‘나도 참. 주책이지.’

우진은 그녀에 비하면 아직 한참 어린 소년이다. 그녀가 엘프라는 걸 감안하면 나이 차이는 더욱 더 벌어진다. 게다가 그녀는 마피아고 우진은 일반인이다. 법을 지키고 싶어하고 상인으로서 성공하고 싶어한다. 그게 복수를 위해서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건, 아니면 단지 여동생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가족애에 의해서건 우진은 법을 어기려들지 않을 것이다. 마피아인 그녀에게 우진이 마음을 기울이는 것도 그저 옛날의 작은 인연이 있어서였을 뿐. 그가 여기까지 올 리가 없다.

그러니까 지금 여기에 있는 우진은 에밀리 디아스가 간절히 바란 환영일 것이다.

“천상의 용맹!”

우진은 주문을 외웠다. 세속 간다르바인 그를 천인 간다르바로 잠시나마 천계의 힘으로 전신을 충만하게 만드는 주문, 천상의 용맹.

그러나 이번 마법은 평상시 쓰는 우진의 천상의 용맹과 달랐다. 우진은 자신의 입술을 깨물어 피를 내었다.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가 주위를 확 휘어잡았다. 작렬하는 불꽃이 나무와 풀을 태우는 냄새도, 흘러넘치는 피비린내도, 그 모든 것도 천상의 향기에 묻혀 사라진다.

“아므리타!”

우진의 피에서 흘러나오는 향기가 더욱 더 지독해진다. 마치 마약과 같아서 향기에 취하는 것 만으로 정신이 붕괴될까 두려울 정도였다. 후각과, 그에 연관된 뇌신경계가 환희에 가득차 경악할 만큼, 지금 우진의 피는 강렬한 힘을 발휘했다.

우진은 에밀리 디아스에게 입 맞추고 자신의 피를 흘려 넣었다. 그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너무나도 감미롭고 향긋하다. 게다가 고작 몇 방울 마셨을 뿐인데도 입으로부터 목구멍 안, 뱃속까지 향기와 감미가 떠나가질 않는다. 청명한 기운이 그녀의 안에서부터 샘솟아 올랐다.

“자 그럼 274곱하기 36은?”

우진은 에밀리 디아스에게 갑자기 그 질문을 던졌다. 에밀리 디아스가 우진의 질문에 정신팔린 사이 우진은 잽싸게 그녀의 가슴에 박힌 화살을 빼냈다. 혼절할 만큼 고통스러울 것일 텐데도 에밀리 디아스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아?”

그사이 우진은 외과수술용 바늘을 꺼내 에밀리 디아스의 상처를 꿰맸다. 아므리타의 힘이 발동된다 하더라도 아므리타만으로 에밀리 디아스를 완전히 낫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럼 여기 숨어있어요. 가만히 있으면 더 악화되진 않을 거에요.”

우진은 에밀리를 병실바닥에 놓고 모포를 펼쳐 그녀를 덮고 그녀를 벽장에 놓았다.

“나머지 잔당 놈들을 소탕하고 올테니 기다려요.”

우진은 웃음을 짓고 벽장을 닫으려 했다. 그러나 닫기 전에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우진. 어떻게...?”

에밀리 디아스도 우진이 무슨 짓을 했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에밀리 디아스의 상처는 신성마법 없이는 설사 회복물약을 쓴다 하더라도 수복되기 힘든 것이었다. 그걸 가능케 한 피를 우진은 아므리타라고 불렀다.

아므리타... 세계의 정수. 천신들에게 신성을 부여한 불로불사의 영약. 아므리타로부터 간다르바와 아프사라스가 태어났다는 걸 감안해보면 간다르바인 우진이 그 피를 아므리타로 바꿀 수 있는 것도 불가능해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그 반동은 엄청난 것이었다. 자신의 생명의 근원을 깎아내는 짓을 한 대가로 지금 우진은 비오듯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

에밀리 디아스는 식은땀을 흘리는 우진을 보며 걱정을 했다. 그러나 우진은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내 걱정하지 말고 상처 누르고 쉬고 있어요. 최근에 한 번 아므리타를 뽑았더니만 이번엔 양이 너무 적어서 완치시키진 못했으니까...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내 목숨 깎아서 살려놨는데 헛짓거리 하다 다치기라도 하면 그때는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우진은 엄포를 놓고 벽장의 문을 닫았다.

현재로서는 페일 디아스가 엘프 마피아들을 제어하고 있을 터, 부상을 입은 에밀리는 오크들에게도, 엘프들에게도 넘어가서는 안 된다.

걸음을 내딛는 우진의 몸은 흔들리고 있었다. 마력은 이미 거의 다 써버렸다. 게다가 피로와 격통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이라도 바로 쓰러져서 잠을 자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잘 수는 없었다.

“자아 와라. 이 정도는 되어야 나도 할 맛이 나지.”

우진은 이를 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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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19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6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4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39 19 12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5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0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3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4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8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69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2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1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6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299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4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5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0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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