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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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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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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DUMMY

펜너는 구제불능의 남자였다.

엘프들 사이에서도 펜너 디아스에 대한 평가는 최악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악인이라는 건 아니다. 다만 그는 자리에 어울리는 능력과 정신력을 갖추지 못했을 뿐이다.

그는 언제나 여인들을 좋아했고 조직의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눈물도 많고 여린 마음을 가진 그는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속여서 돈을 만드는 걸 참을 수 없어했다. 누군가를 협박하는 것도 싫어했고 싸우는 것도 싫어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부하들이 벌어온 돈을 쓰지 않은 건 아니다.

의지가 약한 그는 범죄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통해 들어온 돈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조직은 점점 기울어갔다. 유능한 부하들은 떠나고, 그나마 친지들만이 남아있었지만 친지들도 그를 포기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에게는 아름다운 용모가 있었다. 날 때부터 타고난 그의 미모를 자식들도 이어받아서 그런지 펜너 디아스의 자식들은 미인들이 많았고 그런 미인들을 원하는 이들은 펜너의 어려운 사정을 알고 돈으로 그를 유혹했다.

게다가 펜너는 육욕과 호의도 구별하지 못하는 아둔한 자, 그런 그의 나약함과 선량함, 그리고 아둔함이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내었다. 펜너는 그들을 희생시켜가며 조직을 꾸려왔다.

그런 나약함에도 불구하고 펜너는 이 험한 세상에서 생존할 수 있었다. 펜너의 형 에밀리오는 하이넬라 향우회에서도 영향력이 높은 영웅이었다. 세븐즈리그 의용병에 지원해 어둠의 여왕의 손에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는 의협심 넘치는 협객으로서 이름이 드높았다. 그 에밀리오를 기리는 이들이 에밀리오의 유언대로 펜너를 돌봐 주었던 것이다.


펜너를 죽이기 위해서는 디아스 패밀리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하이넬라 향우회. 즉 엘프 마피아 전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미스티 디아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복수를 계획했을때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법도 쓰지 못하고 무예에도 능통하지 못한 여자 혼자의 힘으로 마피아의 보스를 죽이는 것은 아무리 그 마피아 보스가 자격미달의 저능아라 하더라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다행히 미스티 디아스는 세닐리아의 신도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다. 그 시절의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다페날에 아직 많이 있었다. 미스티는 그들을 찾아 포섭을 시작했다.

그렇게 포섭된 사람이 바로 하프엘프 안누. 원래는 세닐리아 신전의 경비대였던 그녀는 경비대에 사표까지 내면서 미스티를 돕기위해 발벗고 나섰다.

게다가... 미스티의 예전 친구이던 다른 여성도 협력에 가담했다.

미스티는 이런 방식으로 미리미리 사람들을 포섭해두고 나서야 비로소 샤라크에게 접근했다. 폭력배인 샤라크를 이용해 디아스 패밀리를 압박하면 펜너는 틀림없이 자신의 연인들에게 몸을 위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노림수였다.

미스티와 안누는 연락받은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에게 연락을 넣어준 여성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더니 문을 열었다.

“약을 먹여서 잠들어있어요.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건가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당신에게는 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어요.”

미스티 디아스는 걱정스러워 하는 젊은 여성에게 그렇게 말하고 소매에서 100메세타 짜리 금편(片)을 다섯 장이나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안누와 미스티를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작은 여성용 침대위에 엘프남자 한명이 세상모르고 잠들어있었다. 은은한 금색 머리칼을 한 이 엘프는 이제 청년기를 지나 중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장난기 있어보이는 얼굴표정이 실제보다 더 젊어보인다. 아직 젊은 여성들에게 어필할 장점이 많은 모습이었다.

미스티 디아스는 오래간만에 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지팡이를 들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반면, 그녀는 자신이 한 고생을 이 남자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 남자 때문에 겪은 고생들을 그저 한번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보상받을 수 없다.

원한을 가지고 곱씹어온 자들은 언제나 깔끔하게 복수를 완성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집착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스티가 어리석게 집착해서라고 할수 있는게 아니다. 복수라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런 것일 뿐.

“묶어. 끌고 가지.”

미스티는 안누에게 명했다. 그러자 안누가 두꺼운 철사를 꺼내 쓰러져 있던 펜너를 묶었다.

“으으으윽....”

약이 독해서 그런지 펜너는 몸을 뒤척이면서도 깨어나지 못했다. 미스티는 그런 펜너의 머리에 자루를 덮어 씌웠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깜짝 놀란 미스티와 안누가 몸을 돌렸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온건 적이 아니라 샤라크둠의 젊은 오크였다.

“죽이지 마세요!”

“안 죽였어. 무슨 일이지?”

“으음... 엘프 놈들, 아니 디아스 패밀리 놈들이 인질을 구출했습니다. 지금 죽이면 곤란해요.”

“뭐? 아니...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미스티는 깜짝 놀랐다. 샤라크둠의 선제공격으로 마피아는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렸다. 물론 도망친 이들이 많이 있긴 했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무력하게 그저 하이넬라 향우회가 개입하길 바라고만 있었다.

하이넬라 향우회, 엘프 마피아들이 모여 엘프 종족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이 거대한 조직이 엘프 마피아들의 발전성을 저해시키는 원인중 하나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믿음직한 조직이 배후에 있으면 그 조직을 안전장치로 여기는 이들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예가 바로 에밀리 이전의 디아스 패밀리 였다.

“그게. 에밀리 디아스가 고용한 소년이 굉장한 놈이라고 하더군요. 선생도 단칼에 패했다고 합니다.”

“선생? 아아. 롭슬리 말이지?”

“으음. 그 소년이.”

안누는 엄지손톱을 깨물었다. 우진에게는 이미 한번, 공격당해서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의 일이 그저 우연이라던가 안누의 방심이 아니었단 말인가? 정말 그 소년이 그 정도의 실력자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긴 하다. 정말 단칼에 패했으니까. 안누의 실력도 녹록찮은데 단칼에 패퇴시키다니 그런 인물이 많을리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에밀리 디아스는 그런 소년을 어디서 구했을까?

“알겠어. 마침 잘됐군. 우리들로서는 나르기 힘드니까, 남자인 네가 나르도록 해.”

미스티는 철사로 묶은 펜너를 오크에게 떠넘겼다.




샤라크는 병상에서 일어났다. 지금 그가 머물고 있는 북동구 병원으로 부상당한 오크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병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샤라크둠의 조직원들이 실려들어오고 있는데 두목된 입장에서 편하게 누워있을 수 없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엘프들이 전원 탈출했습니다.”

“뭐?!”

그 이야기를 듣고 한 엘프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를 에워싼 오크 감시자들이 그를 다시 찍어 눌렀다.

이 자는 창백한 은발을 가진 젊은 엘프 청년이었다. 그가 바로 디아스 패밀리를 팔아넘기겠다는 제안을 한 페일 디아스다. 디아스 패밀리는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서 거래에 나선 것인데, 일이 이렇게 꼬여버리다니. 페일 디아스는 치를 떨었다.

“이런 멍청한 놈들. 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런 곳에서 탈출 시킨 거야?”

“야 엘프.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넌 좀 닥치고 있어.”

샤라크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페일을 노려보았다. 이 녀석은 낄데 안낄 데를 가리지 않고 허튼 소리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샤라크둠 사이에 있는 주제에 디아스패밀리를 못잡았다고 되려 화내다니? 이놈 좀 어디 정신이 이상한게 아닐까?

“어찌 된 일이지?”

“우진 칼린즈입니다. 그놈이 경비들을 습격해서 창고를 털어버렸습니다.”

“선생은?”

“선금 받은걸 돌려주고 가버렸습니다.”

“일합에 졌다고 하더군요.”

“뭐? 선생이 일합에?”

샤라크는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 나기류의 롭슬리 카이타가 일검에 패했다니.

“그럼 지금 너희들은, 고작 소년 한명에게 4~50명이나 되는 니들이 다 패했다는 걸 자랑하려고 온거냐? 어이구.”

상처가 욱신거려서 샤라크는 화도 내지 못했다. 핑하고 빈혈이 머리를 해머처럼 내리친다. 샤라크는 머리를 감싸 쥐고 침상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펜너는 확보했습니다만.”

“그만둬. 지금 죽이면 우리가 화를 뒤집어쓴다. 이거 어쩐다?”

샤라크는 부두목인 달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달카스가 모노클을 고쳐 쓰며 중얼거렸다.

“펜너를 돌려주고 합의금을 물어서 상황을 무마하는 게 최선이겠군요. 이제 디아스 패밀리와 티격태격 할 수가 없어요.”

“으음.”

다잡은 물고기가 입에 들어올 판이었는데 도망가버렸다. 그렇게 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다. 샤라크는 한껏 구겨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옆에서 페일이 속삭였다.

“펜너와 에밀리를 죽여. 그렇게 하면 내가 디아스 패밀리의 보스가 되어 당신들과 교섭해주지. 당신들이 체면 구기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은 그 방법 밖에 없어.”

“말은 그렇게 쉽게 한다만, 펜너야 우리 손에 들어왔다 치고 에밀리 디아스는 어떻게 하지? 그리고 네놈이 정말 조직을 장악할 수 있나?”

“난 하이넬라 마피아의 신용을 받고 있다고.”

“조직은 결코 그렇게 쉽게 누구를 신용하지 않아. 너처럼 아무런 경력도 없는 녀석을 단지 혈족이란 이유만으로 감싸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진 못할걸.”

페일은 으르렁거렸다. 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달카스와 샤라크에게 한 오크가 다가왔다.

“보스. 엘프들이 왔습니다.”

“뭐? 벌써?”

“아니 그런데 백기를 들고 왔는데요. 게다가 페일을 찾고 있습니다.”

전령은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힘든지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페일 디아스가 일어나 자신을 억누르던 오크들을 밀쳐냈다.

“이거 놔! 젠장. 더러운 놈들.”

페일은 옷을 털어내고 코웃음 쳤다.

“내가 디아스 패밀리를 장악할 수 있냐고? 물론이라고. 그 증거를 보여주지. 덤으로... 에밀리도 해치워 주겠어. 그러니까 너희들은 날 디아스 패밀리의 보스로 만들어!”

페일은 오크들 사이를 지나쳐 병실 밖으로 나갔다. 다른 오크들은 그를 말리려 했지만 워낙 기세가 등등해서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은 도움을 바라는 것 처럼 샤라크와 달카스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고. 지금 상황에선 그게 가장 나으니까.”



에밀리오, 펜너 형제와 달리 디아스 패밀리에는 또 다른 축이 있었다. 바로 칼리토와 그 아들 페일쪽이었다. 이들은 굉장한 수완가로 자산을 다 까먹는 펜너와 달리 착실히 돈을 벌어들여 막대한 부를 쌓고 있었다. 디아스 패밀리가 죽을 쑤고 있을때도 그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충실히 지켜왔고 가문과 조직내에서의 영향력을 오히려 더욱 더 확장시켜왔다. 자신들의 친족인 펜너일가가 빚에 허덕이는 걸 보고서도 방치, 아니 오히려 더욱 더 허덕이도록 조장해왔던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돈으로 사람들을 모아 조직을 꾸려나갔다. 칼리토와 그 패거리들은 디아스 패밀리의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사실은 별개의 조직이라고 보는 게 타당했다.

실제로 디아스 패밀리를 습격했을 때 많은 엘프들이 도주했는데 이들이 대부분 칼리토 계파의 인물들이었다.

그런 능력을 가진 칼리토는 당연히 펜너를 우습게 여겼다. 그래도 펜너에게 붙어있던 것은 펜너가 죽게 될 경우, 합법적으로 간단히 디아스 패밀리를 삼킬 수 있으리란 바램 때문이었다. 만약 에밀리 디아스가 수완가로서 활약하지 않았다면 맹한 기르스 같은 녀석으로는 조직을 계승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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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6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4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39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5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0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3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4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9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69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2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1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6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299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4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5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0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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