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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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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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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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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10.0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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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DUMMY

“이 녀석들 하이넬라의 정규군인이었으면서 어찌된 거야!”

페일은 투덜거리며 도망치고 있었다. 하이넬라 레인저 출신의 20명,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이만한 정예병은 없었다. 그들의 힘을 이용해 페일은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살아왔다. 샤라크둠의 습격 때는 쓴맛을 보긴 했지만, 멍청한 오크들의 상황을 이용해 임기응변으로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오크들을 이용해 디아스 패밀리를 장악하던가,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의 이득을 얻으려 했다. 엘프들이 몰려왔을 때 그들을 이용해 오크들마저 장악하려고 임기응변을 발휘했을 때는 자신의 능력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랬을텐데!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에밀리 디아스가 살아나서 허튼 소리를 한다 해도 나는 볼드윈의 피를 이어받은 자! 그렇게 쉽게는....”

그는 골목쪽으로 도망치고 마피아의 증거인 검은 재킷을 벗어던졌다. 하지만 그때였다.

“어머. 엘프 아저씨.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페일은 엘프로서는 이제 막 소년티를 벗은 젊은이로 아저씨라고 불릴 외모는 아니다.

“큭.”

페일이 짜증을 내며 몸을 돌이켰을 때... 돌계단 위에 서서 그의 재킷을 손에 쥐고 있는 붉은 머리칼의 미소녀가 있었다. 아직 성장하지 않았지만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뭔가 아는 듯 한 호박색의 눈동자가 눈웃음친다.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고혹적인 눈빛이다. 미성숙한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그 고혹함이라니. 흡사 먹잇감을 바라보는 서큐버스의 눈빛같았다.

“아니....”

페일은 소녀의 눈빛에 시선을 고정하다가 소녀의 손에서 재킷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걸 보았다.

은색의 권총, 실버카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헉!”

탕!

소녀는 미소를 지은 채 방아쇠를 당겼다. 페일의 오른손이 부서지고 손가락 세 개가 잘려나갔다.

“으윽!”

“아직 죽기는 일러. 네놈이 이 일의 원흉이지?”

붉은 머리칼의 소녀는 미소를 지으며 총을 연사했다. 페일의 왼손이, 양 무릎이, 발이 순식간에 박살났다.

“크아아아악! 아니야... 나, 나는!”

“어머나~ 이제와서 허튼 소리를.”

소녀는 빈 권총의 탄피를 뽑고 새로 총알을 장전했다.

“안심해.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일 생각은 없어. 네놈의 버러지같은 목숨 하나로 이 죄를 다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불쾌하군. 우선 네 부모부터. 그리고 네게 형제가 있다면 형제를, 친구가 있다면 친구를,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그래서 애완동물 레벨까지 네가 조금이라도 마음 두고 있는 놈들을 모조리 죽여야 분이 풀릴 것 같거든? 그때까진 안심하라고. 칠생보국(七生保國), 아니 칠생복원(七生復怨)할 각오하라고.”

그녀는 새로 장전한 리볼버를 그의 이마에 겨누었다. 하지만 페일의 눈을 바라보던 소녀는 뭔가를 느꼈는지 눈을 깜빡였다.

“이런. 이건 공들일 가치도 없는 놈이군.”

소녀는 흥이 식은 듯 총을 거두었다.

“네게 소중한 건 네 목숨밖에 없지? 네 주위 사람들에겐 다행이군.”

그녀는 페일의 마음을 단숨에 꿰뚫었다. 대체 이 소녀는 누구일까? 페일로서는 도저히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설마 여신이라도 된단 말인가?

소녀는 권총을 거두고 단검을 빼들었다.

“너 하나 죽여선 분이 안 풀리는지라 일단 죽이지 않고 폐인으로 살려두도록 하지. 마피아 따위가 절대로 넘보지 못 할 정도로 많은 신성력이 필요할 정도로 손 봐주면 되겠지?”

소녀는 사형선고를 내리며 빙긋 미소를 지었다.




레노아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 레메나삭이 사람들에게 살해당한 이후 그녀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설사 레메나삭이 믿으라고 부탁했던 우진이라 하더라도 레노아에게 그것은 커다란 기하학 도형들의 집합체에 불과했다.

“레노아. 먹을 걸 구해왔어.”

우진은 못생긴 감자들 몇 알과 물을 가져왔다. 손톱은 다 벗겨지고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는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미소라는 걸 짓고 레노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레노아는 뭔가 먹을 기력이 없었다.

아버지가 없는 세상, 그녀 혼자만의 세상에서는 살 의미가 없었으니까.

“치워. 하인 주제에 오빠 흉내를 낼 셈이야?”

레노아는 손을 휘둘러 우진의 손에 들려있던 감자들을 쳐냈다. 우진의 손에서 벗어난 감자들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아!”

우진은 허둥지둥하면서 감자들을 잡으려 했지만 너무나 지친 그는 허공에 헛손질을 했다. 감자들이 땅 위를 구르며 온통 흙이 달라붙었다.

“먹어야 해. 이런 강행군에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면 죽는다.”

“시끄러워. 그냥 죽어버리겠다니까! 왜 날 살리려고 하는 거야?!”

“레노아. 지금은 좀 정신이 없어서 그런 모양인데....”

“날 그렇게 쉽게 부르지 마! 하인이었던 주제에!”

레노아는 홧김에 마법을 시전했다. 그러나 우진은 그녀의 마법을 피하지 않고 맞아냈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순수한 마법 탄환이 우진의 뺨을 스쳐 지나며 피를 흘리게 했다.

“당신만... 당신만 없었더라도 아버지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았어! 다 당신 잘못이야! 이제와서 이까짓 걸로 속죄 되리라 생각하지마!”

레노아는 격분해서 바닥에 구르는 감자를 걷어찼다. 쉬지않고 하루에 30킬로미터 이상을 길도 없는 거리만을 골라 이동한 그들에게 있어서 이 식량은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다. 우진은 폐허가 되다시피 한 화전민 마을을 뒤져 겨우겨우 몇 알의 감자를 구해서 그걸 구워온 것이다. 그걸 알고 있기에 레노아는 발로 찼다. 이 멍청한 녀석이 이걸로 제발 좀 정신 차리고 눈앞에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

“레노아! 무슨 짓이야. 먹을 거엔 죄가 없어. 쯧.”

우진은 레노아가 뭐라고 하건 간에 상처받지 않는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감자를 주워서 흙을 털어냈다. 그 뻔뻔하기가 너무나도 얄밉다! 레메나삭이 왜 죽었는데 이 녀석은 그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자약하다.

레노아 자신도 정서적으로 온전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진의 상태는 진짜 이상했다. 그는 너무나도 빨리 아픔을 잊는다. 정서적으로 아픔이라는 감정이 결여되어 있는 걸까? 아니면 바보인걸까?

‘더 신경 쓰고 싶지도 않군.’

레노아는 몸을 돌려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우진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혹시나 그가 그녀를 공격할까봐 경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진은 바닥에 떨어진 감자들을 주워 털어낼 뿐이다.



그날 밤에 다시 적들은 찾아왔다. 어둠의 여왕의 군대에 종사하는 거인들이 산악 지형을 단숨에 성큼성큼 넘어와 우진과 레노아가 머물고 있던 산지기의 별장을 파괴한 것이다. 우진은 몸부림치는 레노아를 업은 채 양 손에 도끼와 창을 들고 거인들에 맞서 싸우고 있었다. 천위류 제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마침내 천위류 사상 네번째로 천검, 아키블레이드를 터득하여 검마(劍魔)라고 까지 불리던 우진의 무예도 피로를 못 이겨 무뎌져 있었다.

레메나삭이 그 자질을 너무도 사랑하여 양자로까지 받아들인 제자, 우진의 모습은 확실히 레메나삭과 닮아있었다. 아버지를 너무나 닮아있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레노아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천검의 레메나삭. 레노아에게 있어서 그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 세상이 파괴되고 이제 여기 그를 떠올리게 하는 이 소년이 그녀를 괴롭혔다. 너무나도 아버지와 닮아있지만 결코 아버지가 될 수는 없는 존재. 만약 레노아가 그에게 마음을 연다면 그것은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그저 대용품에 기대는 것일까? 그러한 때가 온다면 레노아는 자신을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콰직!

우진은 지친 몸으로도 봉검(封劍)의 비법을 발휘해 거인들의 몸을 부쉈다. 자신을 향해 창을 휘두르는 거인의 공격을 피하고 그 손가락을 도끼로 베어 자른다.

자신의 힘에 거인의 힘을 더하여 반격과 봉검, 봉수를 활용해 거인들을 베자 피가 강처럼 흘러내려 아직 녹지 않은 눈들을 적신다. 피의 강물 위에서 우진은 신들린듯 검무를 추며 도전자들을 베어넘겼다.

레노아는 알고 있다. 우진 역시 그녀 못지않게 레메나삭을 사랑하고 따랐다는 것을, 그런데 어째서 그는 레메나삭을 잃고도 이렇게나 강건하게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사랑하지 않았던 건가? 그저 레메나삭의 무예와 학식을 훔치기 위해 사랑스러운 제자였던 척, 아들이었던 마냥 연기를 한 것일까?

“약하고 무능하면 착하기라도 해야지! 이 버러지들아! 덤벼!”

추적자들을 향해 우진은 피를 토하듯 외쳤다. 소년이라고 믿을 수 없는 무시무시한 투지가 추적자들의 기세를 꺾는다. 그들은 겁에 질려서 감히 우진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 투지는...우진을 증오하던 레노아에게도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대체 그는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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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20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7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5 15 10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10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40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5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1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4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5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9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5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800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70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3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4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2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7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300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6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5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3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2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5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6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1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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