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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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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글자수 :
206,343

작성
12.09.09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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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DUMMY

엘프 마피아들이 총격과 화살, 마법에 맞고 픽픽 쓰러졌다. 상대방의 준비가 너무 철저했다. 에밀리와 그 마피아 패거리들이 원래 그리 큰 조직이 아니긴 하지만 조직원들의 훈련 상태가 떨어지진 않는다. 아마 지금 공격해온 이들과 개인의 기량을 견주어본다면 엘프 마피아 쪽이 당연히 앞설 것이다. 허나 장비가 있고 없고의 차이, 초기 배치의 차이, 인원수의 차이등에서 밀리니 대세가 확 기운다.

“샤라크둠! 이 자식들!”

에밀리 디아스는 저격수들을 향해 크롬펜서를 휘둘렀다. 마치 일순간 검이 늘어난 것처럼 긴 은색의 검광이 뻗어나가 그들을 강타했다. 단 일격에 오크 셋이 피를 흘리며 앞으로 주저앉았지만 멀쩡한 다른 오크들이 일제히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 에밀리의 모습이 흐릿해지며 그녀를 향해 날아든 모든 공격이 무산되었다. 허나 다른 엘프들은 또 이들의 공격에 쓰러져간다. 이제 남은 건 간부급인 로베르트, 기르스, 그리고 에밀리 세 명뿐이다. 나머지 엘프들은 다들 전투력을 잃고 쓰러지거나 죽어버렸다.

“이... 이런.”

쌍방의 수가 차이 날 경우... 그 차이는 공방을 더할수록 더욱 더 현격하게 벌어지게 된다. 장거리 무기를 주로 하는 선박들 간의 싸움에서만 적용되는 공식이 아니다.

“모두들....”

에밀리는 쓰러진 엘프들을 바라보고 이번엔 자신의 친족인 간부들, 로베르트와 기르스를 바라보았다. 로베르트와 기르스도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였다. 방패 마법으로 총탄을 비껴가게는 했지만 총탄이 몸을 스치고 지나가며 긴 상처를 냈는데 흥분해있어서 그런지 그리 크지 않은 작은 상처로도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와 옷을 아주 흠뻑 적셨다. 이제 여기서 저항하는 건 의미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에밀리 디아스가 잡히는 건 곧 디아스 패밀리의 파멸을 뜻했다. 에밀리는 독한 마음을 먹고 주문을 외웠다.

“전광의 맹속!”

에밀리 디아스는 주문을 외우고 앞으로 달렸다. 그녀의 달리기 속도를 예측해서 무수한 사격이 그녀의 전방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에밀리 디아스는 앞으로 달리는 시늉을 한번 해보인뒤 극적으로 몸을 틀어 직각으로 방향을 꺾었다. 마법으로 속도를 가속시킨 상태에서 방향을 틀기란 매우 힘들지만 그녀는 사력을 다해서 방향을 틀고 좁은 창고 건물들 사이로 몸을 날렸다.

에밀리 디아스는 그렇게 절망적이라 할 포위망을 뚫고 사라져버렸다. 오크들 몇몇이 그녀의 뒤를 쫓았지만 다른 오크들은 로베르트와 기르스,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엘프들, 화살을 맞아 주저앉은 엘프들을 에워쌌다.

“크르르르르르.”

“이 자식들. 어떻게 할까?”

오크들은 으르렁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남겨진 로베르트와 기르스는 양 손에 쥔 무기를 내려놓고 손을 들었다.

“이거 참 오늘 파란만장하네.”

“그래도 에밀리가 탈출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로베르트와 기르스가 서로를 바라보며 한마디 할 때 그들의 얼굴로 뭔가가 날아들었다.

퍽!

두 엘프 청년들이 차가운 부두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13>


다페날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은 다페날 경찰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아서 만들어낸 자경단(Militia)다. 국가와 정권으로부터, 위에서 아래로 주어진 치안과 복지를 상징하는게 경찰이라면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질서가 자경단이다.

그 자경단을 관리하는 자가 각 구에서 뽑히는 보안관, 그리고 그 보안관을 통솔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대표하는 이가 바로 호민관이다. 경찰들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귀족이나 유력자들, 부유한 상인들을 위해서만 움직이지만 이들 자경단은 도시의 치안, 그 자체를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는 진정한 시민의 편이다.

그러나 지금, 다페날의 중남구 보안관 겔렌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가 관장하는 중남구 지역에서 오크 폭력조직인 샤라크 둠과 엘프 마피아 디아스 패밀리가 격돌했다는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범죄조직간의 항쟁이 벌어졌다고 한다면 경찰들은 아마 대부분 손을 놓을 것이다.

그리고 자경단 내에서도 이번 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경찰들과 달리 자경단은 여론과 의견에 의해서 많이 좌우되는 조직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기부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조직이다 보니 그렇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민들은 폭력배들간의 항쟁에서 피해를 입긴 싫어하면서도 폭력배들끼리 싸워 없어지는 것은 찬성하는 쪽이었다. 폭력배들이 지들끼리 싸워서 없어지겠다는 데 굳이 세금의 지원을 받는 자경단이 출동해 물적, 인적 자원을 낭비하며 그들을 체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으으음.”

보안관 겔렌은 바로 그것 때문에 고민하는 중이었다. 지금 출동할 경우 이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샤라크둠이나 디아스 패밀리나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한 자경단원들이 상대하기엔 버거운 이들이다. 자경단원이 다치고 귀중한 물적자원들을 잃어가면서 힘겹게 소탕했을 때 시민들의 반응도 별로 좋지 않을 터, 겔렌 이전의 보안관이던 구스타프가 폭력조직간의 항쟁에 끼어들었다가 자경단에 몇 없는 치안유지용 골렘을 부숴먹은 것 때문에 다음 번 재선 때 쫄딱 망해버린 걸 떠올려보면 이번 일에 개입하는 건 신중해야 했다.

솔직히 만약 시민들에게 피해만 안 간다면 그냥 방치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시가지 내에서 마법과 총화기, 활과 도검 등의 병기를 마구 사용하는데 시민들에게 피해가 안갈리 없다.

“그딴 놈들 자멸하게 내버려둬야 합니다!”

“옳소!”

“그렇지만 피해자가 나면....”

피해자가 날 경우에 해를 입는 건 보안관뿐이다. 보안관의 재선에 문제가 생기는 것뿐이니 직접 현장을 뛰어야 하는 자경단원들이 알 바 없다.

보안관 겔렌은 자경단원들의 분위기를 보며 방침을 정했다.

“일단 모든 장비를 갖추고 나가도록 하지. 단. 어디까지나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거지 체포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하지 말도록. 경찰들에게 지원 요청을 해둬.”

겔렌은 부하들에게 명령하고 투구를 썼다. 오랫동안 안 쓴 투구인지라 투구를 쓰니 얼굴 살이 밀려서 투구 안에 꽉 찬다. 보안관 겔렌은 투덜거리며 투구를 눌러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예.”

자경단들도 보안관의 심정을 이해하는지 낡은 가죽갑옷과 사슬 갑옷을 걸치고 자경단 사무소앞 공터에 집결했다. 싸우러 간다기보다는 대충 길이나 막겠다는 심보가 돋보이는 느슨한 대열이었다. 보안관 겔렌은 남동구 보안관에게 지급된 치안유지용 골렘의 등에 올라탔다. 하지만 골렘은 마나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시동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야. 시동 켜봐.”

보안관이 부관에게 명하자 부관이 투덜거리며 골렘의 시동을 켰다. 마나배터리가 잔량이 얼마 안 남았는지 붉은 색으로 점멸했다. 다 낡은 골렘이 힘겹게 파들파들 팔다리를 떨며 일어난다. 부자들이 사는 북서구에서 쓰다 남은, 폐기연한이 다한 골렘을 어떻게 재생해서 넘겨받은 건데 마나배터리까지 부실하니 움직임이 무슨 노인네 같다.

‘이것은 마치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칠순 넘은 부모님 등짝에 매달려서 고혈을 쪽쪽 빨아먹는 후레자식이 된 기분이군!’

보안관은 자기보다 더 부실해 보이는 골렘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골렘을 그가 타느니 그가 골렘을 끌고 가는 게 낫겠다.

“이봐 부관. 마나배터리 좀 채워봐.”

“골렘용 마나배터리를 저 혼자 채우라고요?”

부관이 투덜거리며 마법을 쓸 수 있는 자경단원들에게 마나 배터리를 뽑아 돌렸다. 자경단원들은 오늘밤 싸울 마음이 없는지 가지고 있는 마력을 죄다 마나배터리 안에 퍼부었는데 다들 마력도 약하고 마법 채우기 기술도 제대로 못써서 그런지 여러 명의 손을 돌아다녔는데 마나배터리는 아직도 점멸하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보시다시피 자경단의 전투력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낮 시간에 직장에서 마력을 쪽쪽 빨아 먹히고 난 사람들이 밤에 치안 좀 유지하겠다고, 혹은 법원에서 받은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나와서 마력이 있을 리가 없었다.

자경단 단원들 중 마법을 쓸 수 있는 이들 전원의 마력을 긁어모았는데 골렘용 마나 배터리는 팔분지 일만 충전된 상태였다.

“저출력 모드로 그냥 타고 다니죠 뭐. 오늘 밤에 본격적으로 싸울 것도 아닌데.”

“그러지.”

보안관과 부관이 골렘을 조작하자 골렘은 양 손을 땅에 짚고 다리와 팔에서 바퀴를 꺼내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바퀴가 저속으로 돌면서 느릿느릿, 골렘이 앞으로 나아간다. 자경단원들이 줄지어 그 뒤를 쫓아가는데 골렘도 느릿느릿, 자경단원도 느릿느릿해서 이대로라면 샤라크둠이 디아스 패밀리를 다 때려잡고 난 뒤에나 현장에 도착할 것 같았다.

‘뭐 그러면 더 좋고.’

보안관 겔렌은 하품을 하면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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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20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7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4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40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5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1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4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5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3 14 10쪽
3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9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70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3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2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7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300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5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6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1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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