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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긴
작품등록일 :
2012.10.20 08:05
최근연재일 :
2012.10.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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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343

작성
12.09.24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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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DUMMY

그러나 에밀리 디아스가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예상이 빗나갔다. 펜너라면 디아스 패밀리의 모든 사람들이 지긋지긋해하고 있었지만 그 딸 에밀리의 수완은 상당했다. 게다가 그에 반해 칼리토의 아들 페일은 사실 성격이 좋지 못해서 에밀리 만큼의 인덕이 없었다.

이리 되다간 조직이 에밀리에게 계승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페일은 그래서 샤라크둠에 의해 디아스 패밀리가 흔들린 지금, 경쟁자인 사촌누이를 제거할 셈이었다.

“그러니까.”

샤라크는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검은 망토를 두른 이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헤드기어까지 쓰고 있는데다가 활까지 들고 있었다.

“이들이 당신들의 비밀부대라 이건가?”

확실히 헐렁한 마피아와는 눈빛이 다르다. 이들 20여명 정도 되는 엘프들은 곧은 자세로 서있는데 마치 예리한 도검처럼 한기가 흐른다. 오크들이 수가 더 많지만 그들도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하이넬라 레인저 출신입니다. 100미터 밖에서 화살을 쏴도 명중하고 전부 아카데미 블루벨트 급 마법사들이지요.”

페일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병원 앞에 모여있던 오크들이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맙소사.”

20여명 밖에 안되지만 하이넬라의 정예병 출신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만한 병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샤라크둠과의 싸움에 내놓질 않다니.

‘이 자식은....’

샤라크는 솔직히 페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그의 제안은 매력이 있었다.

“에밀리 디아스를 불러내면 어쩔건가?”

“저격으로 해치울거요. 물론 그건 샤라크둠, 당신들이 한 거로 해주쇼. 펜너도 죽이고.”

“뭐라고.”

달카스가 페일의 억지스런 요구에 화를 냈다. 그러나 샤라크가 그를 말렸다.

“그렇게 하면 엘프 마피아들이랑 전면전을 벌여야 할텐데?”

“이보쇼. 오크라서 머리가 많이 벗겨진 건 알지만 속까지 텅텅 비어서야 되겠나? 에밀리와 펜너가 죽게 되면 조직은 자연히 내게 이양되거든? 나는 조직을 이양 받고 당신들에게 막대한 위약금을 물리겠지만... 반액은 우리 가문에서 지불할 거요.”

“반액?”

달카스는 이 당돌한 엘프를 어찌해야 하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장한 오크전사들이 움직이자 엘프 군인들도 반응한다. 찰칵 하고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히이이익!”

병원에서 머물던 선량한 사람들이 일제히 도망친다. 주위의 공기가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페일은 당당했다. 이게 담력이 큰건지 아니면 이놈이 사이코패스라 정상적인 감성이 없는건지 모를 지경이다. 아마 후자이리라고 샤라크는 지레짐작했다.

“그 정도면 되잖소? 어차피 엘프들이 탈출했다면서? 그렇게 되면 당신들, 이정도로 매듭지어지는 것만 해도 싸게 먹히는 건데?”

“당신이야 말로 이제 엘프 마피아로 그냥 돌아가면 개털될텐데? 보스 자리에 앉고 싶으면 돈 쓰는데 인색하게 굴지 않는 게 좋을텐데?”

“아니 그보다. 지금 엘프 군인들에게 저격을 시킬 셈인가? 엘프의 화살로는....”

“화살을 빌려주시오.”

엘프 군인 중 한명이 걸어나와 오크들에게 손을 벌렸다. 오크 궁사가 화살을 건네주자 그는 그걸 활시위에 걸고 가볍게 당겨 쏘았다.

퓩!

병원 입구를 장식하고 있던 나무에 화살이 정확히 꽂혔다. 거리로는 약 200보, 그러니까 100여 미터다.

“으음.”

“맙소사.”

표적을 딱히 그려놓고 쏜 것은 아니지만 나무는 그리 굵지 않은 측백나무였다. 100미터 밖에서 사람 팔뚝만한 굵기의 나무에 화살이 꽂혔다는 건 사람을 살상할 수 있다는 증거, 에밀리 디아스의 목숨이 어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그럼 높은 곳에 숨어있어.”

“예!”

엘프 군인은 이 성격파탄의 젊은 엘프, 페일 디아스에게 경례를 붙이고 몸을 날려 나무를 박차고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음.”

샤라크는 그런 엘프들의 무력시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이런 놈들이 있었다면 야습을 했다 해도 저번처럼 그렇게 쉽게 디아스 패밀리가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다.

‘인망이 없는 타입이니 괜찮으려나.’

이런 놈에게 디아스 패밀리의 보스자리를 차지하게 내버려둬도 될까? 그런 회의가 들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해 볼 때는 어느 정도 조직간의 매너를 지키는 에밀리 디아스가 조직을 운영하는게 샤라크둠에서도 편했다. 그렇지만 현재 샤라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고용주.”

“마차가 옵니다.”

엘프 군인들이 자기들 끼리 수신호를 주고 받더니만 페일에게 말했다. 그러자 오크들이 놀라서 병원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과연 병원 입구로 올라오는 작은 언덕으로 한대의 마차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마차를 끌고 있는 두 마리 말이 걸어올 때마다 편자소리가 또렷하게 울려온다. 마차의 움직임을 제지하던 오크들은 마차 안에 탄 이가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자 말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 마차는 병원 정문을 통과해 정원을 가로 질러 샤라크와 페일이 위치한 정원 앞에 섰다.

정원 분수대 옆에 선 말이 가볍게 투레질을 하자 문이 열리고 젊은 금발의 엘프 여성과 하프엘프 한명이 내려섰다.

“아니!”

엘프 군인들이 활과 지팡이를 미스티에게 겨누었다. 그들의 고용주, 페일과 칼리토의 계략을 다른 엘프에게 들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라크가 그들을 막았다.

“그만둬. 그녀는 우리 편이다.”

페일도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사촌이 워낙 많아서 다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에밀리의 친언니인 미스티는 그도 알고 있었다.

“미스티. 오래간만이군. 뭐야. 왜 오크들이 날뛰나 했더니만 그 배후에 당신이 있었나?”

“그래. 간만이군. 페일. 여전히 하는 짓거리가 추잡하구나.”

“뭐라고?”

“왜 그래. 칭찬이야.”

미스티는 엘프 군인들에게 웃음 지으며 그들 사이를 지나쳤다. 엘프 군인들이 활을 거두었다.

“두목. 펜너를 잡아왔습니다.”

“그래.”

샤라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미스티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미스티는 늘 그렇듯 그에게 화사하게 웃음 지어 보인다. 소년시절부터 꿈꿔오던 아름다운 선대의 요정들, 엘프. 그렇지만 이 아름다운 엘프는 사실 샤라크를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왜 그걸 모르겠는가? 샤라크도 그녀의 속셈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라크는 그녀를 위해 기꺼이 펜너를 죽일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아름답거나 샤라크가 엘프 마니아여서가 아니라 그저 진심으로 그녀의, 펜너에 대한 원한을 인정하고 그녀를 동정하기 때문이었다.

‘뭐 엘프 마니아인 내가 이런 마음을 품는 것도 웃기지만.’

샤라크는 쓴 웃음을 짓고 자신의 발아래 쓰러진 펜너를 바라보았다.

“으으윽.”

펜너는 이제서야 약기운이 가셨는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오크들에게 포위당한 걸 깨닫고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된 거지?”

“펜너 디아스.”

샤라크는 펜너를 노려보았다. 오크족의 툭 불거진 어금니 사이로 불쾌한 숨결이 뿜어져 나왔다. 펜너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당신은 샤라크? 왜 우릴 공격한 거요? 난 당신 심기를 거스를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는데.”

“펜너. 삶이라는 건 우리에게 많은 걸 요구한다오. 설사 자신은 삶에 대한 대가를 모두 지불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법이지. 미스티. 당신 손으로 처리하겠소?”

“으음.”

“뭐? 미스티?”

펜너는 깜짝 놀라서 딸을 바라보았다. 샤라크의 옆에 서있던 미스티가 지팡이를 들고 그의 앞에 섰다.

“아... 아니. 이 놈들! 내 딸을 데리고 야한 영화를 찍을 셈이라더니. 그게 사실이냐?”

펜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스티는 어이가 없었다. ‘내 딸’이라니. 이런 무책임한 남자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줄은 몰랐다.

“당신이 뭐라고 해도 당신의 자식들을 가장 괴롭히는 존재는 바로 당신이야. 펜너.”

“으음?”

하지만 펜너는 미스티의 말을 무시하고 이번엔 페일을 바라보았다.

“오 조, 조카! 나 좀 살려주게!”

“정말 분위기 파악 못하는 군.”

네놈이 할 말은 아니지. 듣고 있던 샤라크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확실히 펜너는 추하게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는... 당신에게 내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마음으로 꿈을 접고, 사랑을 포기하고, 그저 당신과 내 가족을 위해 날 희생해 왔는지 말해주고 싶었어. 그걸 당신이 얼마나 망치고 있는지도. 하지만... 이렇게 추잡한 꼴을 보니까 그냥 다 싫어지는 군. 당신에게 내 아픔이나 그런걸 알린다고 해서 뭐가 변하겠어? 안 그래?”

미스티는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병원 앞에 모인 엘프들, 그리고 오크들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미... 미안하다! 미스티. 내가 잘못했어! 나는 그냥 그가, 그 드워프가 좋은 사람인 줄 알았어! 정말이야! 빚을 갚아야 했잖아! 넌 그런 애가 아니야. 어떻게 친아버지를 네 손으로 죽인단 말이니? 응?! 세닐리아의 숙녀였던 네가!? 넌 할 수 없어!”

펜너는 사정하면서 뒤로 엉거주춤 물러났다. 그러나 미스티는 지팡이를 양손으로 잡고 피식 웃었다.

“어떻게 친아버지를 내 손으로 죽이냐고? 난 할 수 없을 거라고? 당신이 틀렸어.”

그리고 미스티의 지팡이가 빛을 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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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40 +20 12.10.20 4,319 20 9쪽
4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9 +14 12.10.10 3,406 16 13쪽
4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8 +8 12.10.04 3,224 15 10쪽
4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7 +7 12.10.03 2,809 22 9쪽
4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6 +4 12.10.02 2,739 19 12쪽
4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5 +6 12.10.01 2,694 18 10쪽
3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4 +7 12.09.29 2,780 18 6쪽
3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3 +3 12.09.27 2,783 15 12쪽
3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2 +4 12.09.26 2,794 22 8쪽
3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1 +6 12.09.25 2,812 14 10쪽
»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30 +2 12.09.24 2,860 16 10쪽
3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9 +2 12.09.23 2,908 20 12쪽
3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8 +7 12.09.22 2,824 15 8쪽
3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7 +5 12.09.21 2,799 15 13쪽
3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6 +3 12.09.20 2,969 17 14쪽
3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5 +7 12.09.19 2,912 18 13쪽
2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4 +7 12.09.18 2,883 15 13쪽
2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3 +3 12.09.16 2,831 17 8쪽
2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2 +5 12.09.15 3,356 17 8쪽
26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1 +6 12.09.14 3,299 17 10쪽
25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20 +8 12.09.12 3,415 15 12쪽
24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9 +3 12.09.11 3,314 17 9쪽
23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8 +2 12.09.10 3,402 15 8쪽
22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7 +8 12.09.09 3,591 22 14쪽
21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6 +4 12.09.09 3,414 17 14쪽
20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5 +2 12.09.09 3,355 18 11쪽
19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4 +2 12.09.09 3,361 19 13쪽
18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3 +1 12.09.09 3,200 18 9쪽
17 제 2 화 디아스 패밀리의 사정 12 +3 12.09.09 3,252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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