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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066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10.09 00:05
조회
1,917
추천
67
글자
12쪽

제12장 살육(6)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휘가 안력을 높여 전각주위를 바라보았다. 그것들은 웅웅 소리를 내며 세를 키워가더니 어느새 전각을 뒤덮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곧 하얀 선의 궤적을 그리며 일부가 휘를 향해 쏘아졌다.

쏴아악!

콰쾅!

그러나 쏘아진 실처럼 하얀 선의 연기는 중간에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친 듯 굉음을 내며 뒤로 튕겨졌다.

-캬아아악!

휘의 심상에서 봉황이 날카롭게 울었다. 휘의 머리에 다시 두통이 몰려왔다. 필시 봉황은 저 하얀 연기를 기피하는 듯 했다. 휘가 앞으로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딛었다.

다시 흰 선이 쏜살같이 날아왔지만 부딪쳐 돌아갔다.

[나를 풀어 줘...으으]

휘의 뇌리에 무언가 억눌린 목소리가 들린 듯했다. 휘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무언가 봉황과 자신의 의지와 저 하얀 빛무리 사이를 막아서는 느낌이었다.

“이익!”

쉬이익!

휘가 입술을 깨물며 앞으로 나서서 봉황도를 휘둘렀다. 저 빛 무리를 막아서는 것을 없애야 했다. 봉황이 급하게 만류를 했지만 의지의 싸움에서 휘가 앞섰다.

까가강!

쇳소리를 내며 도리이의 양쪽 기둥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그그긍.

쿠쿠쿵!

야스쿠니신사의 정문을 바라보며 위용을 자랑하던 커다란 도리이가 뒤로 서서히 넘어지며 쓰러졌다.

-카아아아!

다시 봉황이 날뛰는 것과 동시에 전각위의 빛 무리 중 일부가 갈라져 나오며 휘의 머리를 향해 쏘아져왔다. 도리이가 무너지자 이번엔 중간에 빛 무리를 막는 게 없었다.

휘가 다시 주저앉아 봉황이 준 고통에 머리를 쥐어뜯었다. 봉황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으으으... 이제 그만 날 나 줘.]

[난 돌아갈래.]

[이제 그만 편히 쉬고 싶어. 크으으.]

봉황과 의지의 싸움을 하는 휘의 머리에 빛 무리와 함께 온갖 생각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원혼이었다. 수십, 수백 년을 갇혀있던 원혼들이 봉황의 기운을 느끼고는 달라붙기 시작한 것이다.

푸스스스.

원혼들은 봉황의 기운에 닿자 곧 소멸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자유를 찾은 것이다. 그러나 원혼들과 부딪치는 봉황은 핏빛 기운을 잃어갔다. 아니, 광기가 사라진다고 해야겠다. 그럴수록 휘의 의지는 조금씩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휘의 두통이 조금씩 사라지며 자신의 의지를 되찾기 시작했던 것이다.

투타타타!

그때, 강한 빛이 휘를 향해 쏘아졌다. 휘가 빛이 내려오는 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타타타타!

그곳엔 헬기가 휘를 향해 서치라이트를 비추며 멈춰있었다. 주변엔 이미 다른 헬기들이 도착하여 특수부대원들을 내려놓고 있었다. 내려선 특수부대원들은 신속히 주변으로 흩어져 휘를 향해 다가오며 총을 겨눴다.

헬기에서 일본어로 방송이 들려왔다. 휘가 관심이 없다는 듯 신사의 전각방향으로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

기이잉! 척!

드르르르륵!

파파파팍!

헬기에서 기관포탄을 퍼부었다. 휘의 앞으로 바닥의 돌들이 깨져나가며 비명을 질렀다. 헬기에서 휘의 발 앞에 위협사격을 가한 것이다. 휘가 다시 몸을 돌려세우며 헬기를 바라보았다.

주변으로 다가서던 특수부대원들도 총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그 총구에서 쏘아진 붉은 레이저 빛이 휘의 온몸에 총탄자국처럼 꽂혔다.

피 칠을 한 휘가 오른팔을 들어 올려 칼끝을 헬기를 향해 겨눴다. 마치 도발을 하듯.

쉬익! 쉭!

잠시의 틈도 없이 휘의 칼끝에서 붉은 빛 덩어리가 헬기를 향해 쏘아졌다. 아무도 반응하지 못할 짧은 시간이었다.

퓨욱! 퓩!

잠시 헬기의 몸체에 빛이 닿았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헬기는 미동도 없이 제자리에 떠있었다.

콰콰쾅!

빛이 사라진 것 같더니 갑자기 헬기에서 폭발이 일었다. 하늘에 떠있던 헬기가 통째로 터져버린 것이다. 헬기의 잔해가 사방으로 불꽃을 일으키며 쏟아져 내렸다. 주변이 환하게 변하며 불꽃이 장관을 이뤘다.

“아악!”

“으아악! 피해!”

아래에 있던 특수부대원들이 파편을 뒤집어쓰며 쓰러졌다. 일부는 황급히 다른 쪽으로 뛰어갔다.

“쏴! 놈을 쏴라!”

타타탕!

드르륵! 드르륵!

피해를 입지 않은 특수부대원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휘를 향해 총을 갈겨댔다.

휘의 몸이 집중사격에 충격을 받은 듯 일순 흔들렸다.

그러나 사격이 멈추자 휘의 모습은 그 자리에 없었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때 신사의 정면에 걸려있던 하얀 천으로 된 장막에 불이 붙었다. 야스쿠니신사를 상징하는 모양이 그려진 장막이 불타고 있는 것이다. 불길은 순식간에 지붕끝자락까지 타올랐다.

“불이야!”

“아악! 불이 붙었다.”

신사 내부로 피신을 했던 사람들이 불길에 놀라서 뛰쳐나왔다. 특수부대원들이 달려왔지만 뛰쳐나오는 사람들 때문에 진입을 할 수가 없었다.

“신사에 들어가면 안 된다. 사격중지.”

신사에 총질을 할 수는 없었기에 달려왔던 특수 부대원들은 신사주변을 포위만 하였다. 헬기들은 휘의 알 수 없는 공격에 격추당한 후, 전각의 주변으로 거리를 두고 호버링을 하며 서치라이트만 비추고 있었다.

전각내부로 들어온 휘의 눈에 하얀 실타래처럼 혹은 연기처럼 뭉클뭉클 뭉쳐있던 원혼들이 모여들었다. 원혼들은 서로 경쟁하듯 먼저 다가오려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그들의 한 맺힌 절규가 휘의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휘는 어쩐지 이 느낌이 낯설지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이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생각났던 것이다. 예전, 천종의 소종주가 보낸 자객들에게 자신이 죽음을 당할 당시 술법사라는 놈이 사용했던 결계와 비슷해 보였다. 죽었으나 혼이 묶여 육신을 떠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와, 죽었으되 떠나지 못하고 결계 안에 갇혀있는 저들.

신이라 추앙받는 몇 몇을 위한 들러리로 억겁의 시간을 속박되어 있던 것이리라.

일왕을 신격화하고 궁성의 옆에 신사를 지었다. 궁성의 안녕을 위하여 천종의 종주는 술법사들을 동원하여 특별한 결계를 설치하였다. 바로 전쟁으로 죽은 자들의 영혼을 모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불려와 모인 영혼들은 결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더 이상 신사의 건물을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죽어서도 일왕의 수호신으로 이용만 당한 것이다.

그 원혼들이 봉황의 기운에 반응을 하였다. 봉황의 기운은 원혼들을 달랠 힘이 있었다. 원래 가진 힘이라면 저들 원혼들의 한을 달래주고 저승으로 돌아가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봉황은 피에 굶주린 살귀가 되어 자신의 생존을 위한 살육을 저지르고 있었다. 원혼과는 상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봉황의 기운에 닿기만 해도 원혼은 소멸되어버렸다. 대신 봉황은 자신의 기운을 그만큼 잃어버리게 되었다. 오늘 많은 살인을 하며 피를 흡수하였지만, 저 원혼들을 태우며 기를 다 빼앗겨버린 것이다.

봉황은 악을 쓰며 원혼, 혹은 원귀들을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 신사의 내부에서는 휘의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했다. 휘가 강하다기보다는 봉황이 변한 악조가 힘을 쓸 수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으리라.

휘가 봉황의 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칼에서 불이 일었다.

스으윽!

휘가 앞으로 걸어가며 칼을 휘둘렀다.

화르륵!

곧 칼끝에서 꺼지지 않는 불길이 퍼져나갔다. 휘가 가는 길에 서있는 기둥들이 잘려나가며 무너지고 불길이 붙었다. 제단과 결계들이 부서지고 불타며 갇혀있던 원혼들이 더욱 더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원혼들은 곧장 휘에게 달려들어 봉황의 패악한 기운을 갉아먹으며 소멸해갔다.

-캬오오오!

봉황은 붉은 피를 토하며 어떻게든 피하려 몸부림을 쳤지만 휘는 요지부동이었다. 이미 휘의 몸은 원혼들의 연기에 둘러싸여 보이지도 않았다.

파지지직!

푸스스스.

수많은 원혼들이 휘의 심상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마치 이 신사의 자랑인 것 마냥 고이 모셔졌던 가미가제특공대처럼, 휘의 심상에 굳건히 버티고 있던 봉황을 향해 곧장 부딪쳐 소멸해갔다.

휘의 주변에 하얀 빛 무리들이 점점 옅어져갔다.

봉황은 핏빛 붉은 기운을 잃어가며 점점 몸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퍼덕이던 날개마저 부러졌다.

-끅끄끄끄.

봉황이 흐느끼듯 신음을 흘리며 날개를 접었다. 그 커다랗던 몸체는 조그맣게 변해갔고, 붉게 물들었던 눈도 까만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힘없이 파르르 떨든 작은 봉황이 머리를 날갯죽지에 파묻으며 심상의 나래로 아득히 잠들어갔다.

끄아아아!

단전에 갑작스레 찾아온 고통에 휘가 두 팔을 벌리며 포효를 했다. 봉황이 죽은 것이다.

어떻게든 살고자했던 아니, 주인의 영혼을 지키려했던 봉황이 두 번씩이나 주인을 살리고는 결국, 자신이 죽어간 것이다. 그제야 휘의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우우우!”

사자후를 터뜨리듯 휘의 울음이 신사주변에 퍼져나갔다. 그 울음에 장단을 맞추듯 휘가 예의 그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봉황의 춤, 검무가 시작되었다.

일본이 종교시설이라고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전범자를 합사하며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던, 그토록 말썽 많고 탈도 많았던 야스쿠니신사가 무너지며 불타올랐다.

화르륵!

쿠쿵!

우르르.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특수부대원들이 어쩔 줄을 모르고 물러서고 있었다. 초기에 진입을 시도하려했으나 신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미적거리고 있었는데 내부에서부터 화염이 치솟더니 급기야 붕괴되어 버린 것이다.

혹시라도 괴물이 튀어나올까 뒤로 물러서며 경계만 취할 수밖에 없었다. 헬기들도 공중에서 자리를 지키며 서치라이트만 비췄다.

애앵! 애애앵!

사이렌 소리도 요란하게 소방차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이미 도쿄는 학살극과 총격, 그리고 헬기의 추락 등으로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들의 정신적 신앙시설인 야스쿠니신사가 불길에 휩싸여 사라져 버렸다.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으니 전 국민, 아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수백 명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과 종교시설인 야스쿠니신사가 참화에 휩싸이는 장면은 계속 TV화면을 통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많은 도쿄시민들이 불안에 떨며 피난을 서두르고 있었다.



불타오르는 야스쿠니신사의 정문 앞.

아무리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살벌한 곳이라도 기자들의 특종에 대한 취재욕심은 막을 수 없는 것이라, 이곳 신사의 정문 앞에도 수많은 방송차량들과 기자들이 몰려들어 또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카메라엔 뭐가 잡혀? 그 괴물 어딨어?”

“으음... 안 보여, 저 신사 안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불에 타서 죽은 걸까?”

“뭐야~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려?”

카메라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경태가 타박을 했다.

“길수정! 너 은근히 저 괴물이 사람들을 더 죽였으면 하는 것 같다.”

“칫! 그건 아니지만 괴물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잖아. 왜 일반인은 놔두고 코스프레 행진참석자들만 죽인 걸까? 그것도 참혹하게. 너도 봤잖아. 죽은 사람은 다 참가자들이야. 저 괴물의 정체와 살해동기만 밝히면 세계적 특종이라고. 전 세계 톱이 되는 거야.”

“어이구~ 그저 특종에 눈이 멀었어. 쯧쯧!”

“야! 이게, 저는 아닌 것처럼 왜 이래.”

수정이 경태의 옆구리를 슬쩍 쳤다. 경태가 허리를 비틀다가 헛바람을 삼켰다.

“어헉! 저 저...”

“뭐야~ 슬쩍 건드렸을 뿐인데.”

경태가 카메라에 눈을 더 들이밀며 외쳤다.

“야야! 나타났다! 나타났어. 괴물!”

“뭐어? 어디 어디?”

타타타탕!

푸슝! 푸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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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의 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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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에필로그[완결] +36 14.12.19 1,615 52 11쪽
125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7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5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5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70 62 13쪽
121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4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51 57 12쪽
119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8 56 12쪽
118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80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8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60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9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3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50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3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6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9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4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7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4 49 12쪽
106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7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2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2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70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9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8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9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9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5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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