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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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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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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11.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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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14장 일본징벌(2)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신주쿠역 부근은 전쟁 중이란 얘기가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평온했다. 다만, 사람들의 왕래가 적고 차량들의 이동도 눈에 띠게 줄어들어 예전 방문했을 때의 활기차고 복잡했던 도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에서 일본으로 오는 비행기는 좌석이 텅 빌 정도로 한산했다. 서둘러 일본에 도착한 준영은 곧 혜영을 찾았고 이모의 빈소에서 한참을 울었다.

이모의 시신은 화장을 하여 잠시 보관하고 있다가 한국으로 모셔가기로 혜영과 얘기를 마쳤다.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이모는 그렇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피해를 입은 주택가의 시민들은 도쿄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거나 본인들이 원한다면 국가수용시설로 보내졌으나 혜영은 신주쿠를 떠나지 않았다. 가게에 임시로 잠자리를 만들고서는 타쿠야와 둘이 생활하기로 했던 것이다.

일본경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준영은 병원의 영안실에서 곧바로 빠져나와 길수정 기자가 묵고 있다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은 신주쿠역 부근에 있었고 예전에 준영도 몇 번 묵었던 곳이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 떠나오기 전 행동방향을 결정해둔 준영이었다. 물론, 휘의 결정이 가장 큰 변수겠지만 만나서 얘기해보면 될 일. 지금 휘는 병원의 영안실에서부터 남몰래 준영을 뒤따르고 있었고 준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프론트에 짐을 맡기고 체크인을 한 준영이 커피숍으로 향했다. 요즘 상황을 반영하듯 커피숍엔 손님이 없었다. 여행객들은 이미 대부분 일본을 떠났거나 적어도 도쿄에서는 벗어나 있었기에 호텔의 투숙객은 수정과 같은 기자들 외에는 별로 없었다.

홀로 창가에 앉은 준영이 한국에서 파악한 길수정 기자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미 오전에 길수정 기자와는 통화를 한 상태였고 길수정 기자가 묵고 있는 호텔에 준영도 예약을 하였다.

창밖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는 준영을 향해 한 남자가 다가왔다. 커피숍엔 준영 혼자였기에 그 남자의 발길은 곧바로 준영을 향했다.

“저... 혹시, 길 수정 기자를 찾아오셨습니까?”

남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준영에게 한국말로 물어왔다.

“네, 그렇습니다. 좀 전에 통화한 분이신가요?”

“아, 역시. 한국분이셨군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길 기자가 아직 준비가 덜 되어서 올라가려면 좀 기다려야겠는데 괜찮겠습니까?”

“준비라뇨?”

준영이 의아한 듯 경태에게 도리어 물었다.

“아! 그거, 여자들 그거 있잖아요. 꾸미는 거. 1시간 정도 남았다고 여유롭게 씻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런,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일찍 찾아왔군요.”

“아닙니다. 여자들이란 게 다 그렇죠 뭐. 하하핫!”

“그럼, 저도 여기 호텔에 예약을 했는데 제 방으로 갈까요? 여긴 너무 눈에 띠어서 말하기가.”

“아! 그럼 그러시죠.”

두 사람이 카운터에서 짐을 찾은 후 승강기를 이용해 준영의 방으로 향했다.

딸각!

“들어오시죠.”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선 준영이 경태를 안내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김준영이라고 합니다.”

“아, 네. 전 김경태라고 합니다. 여기 명함이.”

경태가 명함을 꺼내서 준영에게 내밀었다.

“저는 TV로 길수정 기자만 봐서 자세한 얘기는 길수정 기자와 함께 했으면 합니다만.”

“하하! 그러시겠죠. 잠시 짐 정리하며 기다리시죠. 방도 알았으니 제가 가서 데려오겠습니다.”

“그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경태가 돌아가자 준영이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열어 재끼고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며 도시의 정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스으윽!

밖을 내다보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던 준영의 눈에 거실에 우뚝 서있는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헉? 누 누구?”

“처남, 놀라지 말게.”

곧 추레한 몰골의 사내가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매... 형?”

“반갑네. 내가 호의 아비 되는 사람일세.”

“아! 매형,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요. 반갑습니다.”

“이런 꼴로 나타나 미안하네.”

“아닙니다. 뒤 따른단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감쪽같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모나 누님들의 말씀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가? 허헛!”

“그런데 앞으로 어쩌실 계획이십니까?”

“지금 바로 얘기를 해야 하는가?”

“아, 아닙니다. 우선 좀 씻으시고 제 옷으로 갈아입으시죠. 저랑 사이즈가 비슷하니 옷도 맞을 겁니다.”

“그러세.”

준영이 휘를 샤워실로 안내하고 벗어둔 옷들을 준비한 비닐에 넣어 치운 후 자신의 가방에서 활동하기 편리한 옷들로 꺼내놓았다.

휘가 샤워를 끝내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수정이 경태와 함께 다시 준영의 방을 찾았다. 둘이 방안으로 들어섰을 때에는 이미 휘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길수정입니다.”

“반갑습니다. 김 준영이라고 합니다.”

넓지 않은 방이어서 수정과 경태가 자리에 앉자 의자가 없었다. 준영이 커피포트에 전원을 켜고서는 침대에 걸쳐 앉았다.

“커피라도 한 잔 하면서 얘기 나누죠.”

“그러세요. 그런데, 한국에서 오신 건가요?”

“네, 오늘 아침 비행기로 왔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하시는 일은?”

“경찰입니다. 이번 일과는 연관이 전혀 없지만.”

“경찰이요? 한국 경찰?”

“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경찰이라는 게 이번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일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준영이 일어나 커피를 타러가자 경태가 따라 일어섰고 수정은 녹음기와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수첩을 펼쳐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믹스커피 좋아하십니까? 한국에서 가져왔는데.”

“좋죠, 고맙습니다. 호호홋!”

“요즘 젊은 여자 분들은 믹스커피 안 좋아하시던데...”

“전 없어서 못 마십니다.”

“다행이군요.”

경태가 커피 잔을 내려놓고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며 촬영준비를 하자 준영이 손을 저었다.

“촬영은 좀 더 있다가 결정이 나면 하죠.”

“네? 아 알겠습니다.”

“우선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두 분께 약속을 받아야할 게 있습니다.”

“무슨 약속이죠?”

“첫째. 취재원 보호, 그리고 두 번째는 나중에 제 부탁을 들어달라는 겁니다. 그리고 모든 대화와 취재 창구는 저로 일원화 해 주십시오.”

“취재원 보호는 기자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부탁이라는 건 저희의 능력으로 가능하다면 꼭 들어드리겠습니다. 이제 얘기를 시작해 주시죠.”

“좋습니다. 얘기하죠. 지금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일본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사람은 한 명입니다.”

“역시, 그랬군요.”

“흐음... 그 사람이 혹시 우리 한국과 관련이 있습니까?”

수정과 경태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자신들이 지켜봐 왔던 사항에서 어느 정도 예견이 되었던 내용이었다.

“네, 그 사람은 조선에서 왔습니다.”

준영의 말에 두 사람이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네? 어디요?”

“조선? 그럼 북한이 관련된 겁니까?”

놀라는 두 사람에게 준영이 고개를 저었다.

“아마 얘기를 듣고도 믿지 않으실 겁니다. 그래서 두 분 앞에 그 사람을 소개하겠습니다.”

수정과 경태가 다시 크게 놀랐다. 그 사람을 지금 자신들에게 소개 해 주겠다니 갑자기 가슴이 쿵쿵 뛰었다.

“지 지금 여기서 소개해 주겠다고요?”

“그 그 사람이 지금 여기 있습니까?”

두 사람의 놀라는 표정에 준영의 얼굴에 웃음이 스쳤다.

“네. 나오시죠.”

준영이 뒤를 돌아보며 가볍게 얘기하자 공간이 한순간 일렁거렸다.

“헉!”

“뭐 뭐야?”

그리고 놀라는 두 사람 앞에 휘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경태가 바삐 움직여 이런저런 물건들을 장만하고 호텔방의 한쪽 면을 정리하여 아쉬운 대로 티 나지 않도록 인터뷰장소를 만들었다. 화면상으로는 하얀 벽만이 보이고 의자마저 천으로 가려 여기가 호텔방이라는 것은 전혀 알아볼 수 없도록 만들었다.

휘로부터 전후 이야기를 듣게 된 수정과 경태는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어떻게 100여년의 시간을 건너뛰어 조선시대의 사람이 21세기에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휘의 얘기를 들으며 그동안 일어난 사건들을 조합해 보니 개연성은 충분했다. 일본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들이 휘의 얘기를 듣다보니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슈퍼맨소동, 일본천종의 집단 살인극, 나가사키살인사건, 그리고 최근의 전쟁, 모든 게 착착 맞아 들어갔다.

일반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항이라도 기자인 수정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사안들 이었다.

결국 준영의 부탁으로 휘의 몇 가지 시범까지 곁들여진 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좋아! 가자고. 이제 네가 조작해”

경태가 휴대폰의 카메라를 거치시켜 두 사람에게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준비 됐나요?”

“되었소. 시작하시오.”

수정의 말에 옆자리에 앉아 있는 휘가 무심한 듯 입을 열었다.

수정이 그런 휘를 힐끗 바라보고는 앞으로 다가와 카메라의 촬영시작을 눌렀다. 곧 경태가 다가와 화면을 들여다보고는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수정이 바로 옆에 앉아있는 휘를 한번 쳐다보고는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세웠다.

“안녕하십니다. YTM의 길수정 기자입니다. 저는 일본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의 상대방. 즉, 아직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전쟁수행 주체세력에 대해서 계속 추적을 해왔습니다. 저희의 카메라에 잡힌 영상흔적과 이동경로, 그리고 탐문을 통하여 취재를 하던 중 우연히 교전세력, 그 당사자와 접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접촉은 저쪽에서 먼저 접근해 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어찌되었던 이제 여러분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습니다. 일본정부가 이번 전쟁에 대한 발표가 없는 상황에서 전쟁의 한 쪽 당사자로서 인터뷰에 응해주셨습니다.

우선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입장을 들어본 후 질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정이 얼굴을 옆으로 돌려 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휘가 전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눈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번뜩였다.

“흠흠...”

잠시 휘가 기침을 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조선에서 왔소이다. 여러분이 믿든 말든.”

휘의 말이 잠시 끊어지며 눈에서 한광이 번뜩였다.

“나는... 간악한 왜놈들의 손에 처참하게 죽은 조선왕비의 호위무사요.”

휘가 잠시 말을 끊고 손을 앞으로 천천히 내밀었다. 그 손끝에서 붉은 빛이 솟아나더니 어느새 휘의 손에 봉황의 칼이 쥐어져있었다. 곧 봉황의 칼에서 불길이 화악 일었다.

그 상태로 다시 휘의 말이 이어졌다.

“오로지 그 복수를 위해 내가 돌아왔고. 이제 받은 만큼 왜놈들에게 모두 돌려 줄 것이오.”

휘가 손을 내리자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사라지며 칼도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휘의 눈이 붉게 물들며 전방의 카메라를 향했다.

“패악한 왜왕에게 전한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은 시작일 뿐이다. 너희 왜놈들이 저지른 일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터, 지금부터 대 조선의 무사로 너희 일본에 전쟁을 선포하노라. 너희 왜국이 항복을 하고, 무릎 꿇어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날까지 내 너희를 단죄하겠다.”

낮으면서도 힘찬 휘의 말이 조용한 실내에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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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에필로그[완결] +36 14.12.19 1,612 52 11쪽
125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6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3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3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68 62 13쪽
121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2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49 57 12쪽
119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6 56 12쪽
118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79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6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59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8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2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49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3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4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8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4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5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2 49 12쪽
»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6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1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0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68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7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7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7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7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4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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