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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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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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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4.12.0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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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2쪽

제16장 진정한 용서(3)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삐뽀 삐뽀!

행사장 앞으로 구급차가 달려와 왕비와 행사장의 위급한 환자들을 급히 후송했다. 행사장에 잡혀있던 인질들은 모두 풀려나 후송되었다.

이제 행사장엔 단상 위의 일왕과 황태자부부, 그리고 단상에 앉아있던 대신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준영과 우베총리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우베의 곁엔 겐조와 총리호위실장이 서 있었다.

아직도 피비린내가 실내에 진동하고 있었지만 휘는 개의치 않았다.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자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췌한 몰골로 불안한 듯 서있는 우베 총리의 앞으로 휘가 한발자국 걸음을 옮겼다.

“네가 일본의 총리라는 자인가?”

통역이 조심스럽게 다가가 휘의 말을 우베에게 전했다.

“저... 일본의 총리대신이 맞는지 물어 봅니다.”

우베의 눈길이 통역을 향했다가 다시 휘에게로 돌아갔다. 그 얼굴표정에 분노가 가득 했고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며 으르렁거렸다.

“그렇다. 내가 대일본 총리대신이다.”

“그렇다고 합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준영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통역을 하는 자에게 휘를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 분의 말은 제가 통역을 하겠습니다. 혹시, 틀린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본어를 통역하신다고요?”

“네. 그쪽은 상대편의 말만 통역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준영의 말에 통역을 담당하던 자가 눈치껏 뒤로 물러섰다. 그 자리를 준영이 차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저 자가 일본총리라는 자입니다. 그런데 항복하는 자의 언행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주 고자세네요.”

뒤로 물러선 통역을 하던 자의 얼굴빛이 갑자기 벌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단 말이지?”

준영의 말에 휘가 우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에서 순간 빛이 번쩍였다.

“윽!”

화가 난 얼굴로 휘를 노려보던 우베가 숨을 들이키며 고개를 휙 돌렸다. 휘의 눈빛에 이미 질렸는데 갑자기 숨이 턱하고 막히며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던 것이다.

숨이 막히고, 온 몸이 따끔거리며 오한이 느껴지는 게 다리가 저절로 떨려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하였다.

“항복을 하겠느냐?”

휘의 말에 준영이 일본말로 그대로 통역하였다.

“항복을 하겠느냐?”

“으으으...”

우베가 얼굴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대답은 않고 끙끙거리고만 있자 휘의 손에서 불쑥 칼이 솟아올랐다.

스윽!

“허억!”

솟아오른 칼이 자신의 목에 닿자 우베가 기겁을 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옆에 서있던 총리경호실장도 깜짝 놀라 다리를 후들거리며 떨고만 있었다.

“안돼요!”

그때, 우베의 뒤에 서있던 겐조가 앞으로 뛰어들며 우베를 가로막았다.

“항복을 하겠다고 왔습니다. 더 이상의 무력은 사용하지 말아주세요.”

휘의 살기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말을 하는 겐조의 목소리도 떨려왔다.

준영이 앞으로 나서며 겐조에게 일본말로 소리쳤다.

“위험해요! 나서지 말고 물러나세요.”

이미 총리를 따라 그녀가 나타날 때부터 준영은 그녀를 살피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총리를 따라 나타난 그녀가 불안했던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로 인해 휘가 살기를 늦추자 겐조가 고개를 들어 휘를 바라봤다.

휘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그때, 준영의 말이 이어졌다.

“항복하러 왔답니다. 무력사용은 그만하라고 하네요.”

“저자의 입으로 항복하겠단 말을 하도록.”

휘의 손에서 봉황의 칼이 스르르 사라졌다.

준영이 말을 전하자 겐조가 돌아서서 바닥에 주저앉아 떨고 있는 우베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항복하겠다고 말씀하세요.”

“크흑! 우리 대일본이, 내가 이렇게 굴복해야 하다니.”

우베의 말에 자신의 의자에 힘겹게 앉아있던 일왕이 소리쳤다.

“그만! 총리는 어서 항복을 선언하고 이 상황을 종료하시오. 모든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소.”

우베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일왕을 바라봤다.

“폐하! 폐하와 우리 대일본제국의 영광을 위한 저의 신념이... 크흑! 고작 저 저 한 놈 때문에 무너지다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항복이라니오. 차라리 자결을 해도 시원치 않을 일입니다.”

“으음... 당신의 신념이 과거를 부정하고 이웃을 괴롭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구려. 어서 끝내시오.”

“폐하! 폐하는 우리 대일본의 태양이십니다.”

“나는 한낱 늙은 인간일 뿐이오. 당신도 나를 그렇게 대하지 않았소? 모르지. 저 사람은 진짜 조선의 신 일지도. 허허...”

두 사람의 대화를 준영을 통해 듣고 있던 휘가 우베를 쳐다봤다. 그러자 우베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기이한 자세로 조금씩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헉!”

우베가 놀라며 발버둥을 쳐보려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자신의 몸이 의지와 상관없이 똑바로 서 있었던 것이다.

“기다려 줄 수가 없구나. 시간을 끌어봐야 모두가 피곤할 뿐. 어서 네 입으로 항복한다고 선언하라.”

준영은 철저히 휘의 말을 그대로 통역했다. 오히려 화가 난 음성으로 더 재촉을 했다.

“피할 길이 없습니다. 어서 여기 일을 끝내고 폐하를 모셔야합니다.”

일왕의 초췌한 몰골을 바라보던 겐조도 다시 우베를 재촉했다.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은 TV로 중계되고 있지 않았다. 준영의 요청으로 기자들과 중계진 모두를 행사장 밖으로 쫓아냈기 때문이다. 투철한 기자정신도 휘에게는 고양이 앞의 쥐 꼴이었다. 반항하며 몇마디 지껄여봐야 이마에 커다란 혹만 얻은 채 실려 나가야했다. 그나마 죽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휘에게 언론의 자유니, 기자의 특권 같은 얘기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게 한다고 목을 자르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기며 기자들 모두가 조심하고 있었기에 말을 잘 따랐다.

준영은 기자들을 밖으로 내보내며 가까운 곳에 항복조인식과 기자회견을 할 자리를 만들어놓으라고 말해 놓았다.

이쯤 말해 놓았으면 기자들이 알아서 자리를 만들 것이다. 아니, 관리들을 이용해 만들라고 요구할 것이다.

“네놈의 개떡 같은 신념으로 고통 받을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네놈의 신념만 소중하다고 우길 참이냐? 그렇다면 나의 신념으로 너를 벌하겠다. 내 신념은 오직 복수다!”

지켜보던 휘가 우베를 향해 진정한 살기를 들어냈다.

“흐으윽! 으으으... 크윽!”

우베가 뒤늦은 공포에 바닥을 굴렀다. 몸은 사시나무 떨듯 파르르 떨렸고 바늘로 온몸을 찌르는 고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 너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고통 받는 자의 서러움과 아픔, 그리고 비참함을 조금은 느꼈을 테지. 이래도 아직 네놈의 신념을 얘기하겠느냐? 원한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주겠다.”

살기는 오직 우베 한 명에게만 향했다. 그렇기에 주변의 사람들은 알 수없는 불안감속에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 그만, 제발 그만하세요.”

겐조가 나서서 휘의 팔에 매달리며 말렸다.

“끄으으... 하 하겠소.”

살기가 사라지자 우베가 몸을 웅크리며 말을 더듬거렸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던 것이다.

“똑 바로 말해라.”

휘의 말을 전하는 준영의 말이 더 고압적이었다.

“하 항복하겠소. 흐윽!”

우베의 입에서 드디어 항복한다는 말이 나왔다.

준영이 황태자에게 문서작성기와 프린터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일 왕궁은 이미 반 이상이 부서지거나 불타버렸지만 아직 깨끗한 건물도 남아있었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황태자의 안내에 따라 한 건물로 향했다.

그들이 행사장 밖으로 나오자 기자들이 몰려 있다가 벌떼처럼 달라붙었지만 휘의 손짓 한 번에 모두 나가떨어졌다. 질문을 해보기도 전에 남녀불문하고 이마에 혹이 생기며 그 자리에서 꼬르륵 기절을 한 것이다.

분명 기자회견장에서 보자고 얘기했지 않느냐는 준영의 말만 뒤로 남았다.


문서작성은 준영의 손에서 작성되었다. 그리고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로 번역되어 곧 바로 출력되었다.

이날을 위해 준영은 미리 항복문서를 작성해 USB에 담아두었던 것이다. 출력된 문서를 다시 한 번 검토하는 준영의 얼굴이 감격에 겨워 발갛게 상기되었다.

자신의 손으로 우리 민족의 한(恨)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씻어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준영이 각 3부씩 복사한 항복문서를 가지고 사람들이 기다리는 응접실로 향했다.

휘의 감시 하에 일왕은 황태자비의 간호를 받으며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우베총리는 생기를 잃은 멍한 표정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앉아 있었고, 나머지 대신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황태자가 기거하던 건물은 무사하여 응접실을 이용할 수 있었고, 시중을 드는 사람들도 달려와 불편함은 크게 느끼지 못하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지쳐서 축 늘어져 있었다.

“다 되었습니다. 한번 읽어들 보시죠.”

준영이 인쇄물을 일왕에게 먼저 건넸지만 일왕은 황태자에게 받으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난 필요 없소. 이제 모든 건 황태자의 뜻에 따르도록 하시오.”

그런 일왕에게 준영이 단호히 말했다.

“황태자에게 이양되지 않은 이상, 직접 사인을 하셔야합니다.”

“이미 국세가 있던 곳도 불타버려 흔적도 없으니, 사인이야 내가 직접 할 테니 황태자가 검토하도록 하시오.”

이쪽으로 이동해오다가 자신의 침전으로 사용하던 궁궐이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것을 눈으로 확인한 일왕이었다.

왕비가 병원으로 실려 간 이후, 머물던 집까지 사라지자 기력이 사라지는 게 모든 것에 의욕을 잃어 무기력해진 일왕이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황태자에게 물려주고 그만 쉬고 싶었다.

준영이 할 수없이 인쇄물을 황태자와 총리에게 건넨 후, 남은 1부를 들고 대신들을 쳐다보다가 그냥 돌아섰다. 많이 알아봐야 좋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발표 장소에서 다 드러날 것. 총리와 일왕의 사인만 받으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인쇄물을 휘에게 건넸지만 휘는 관심이 없는 듯 한번 쑥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 이게 뭐야? 지 지금 여기에 사인을 하라는 얘긴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문서를 살피던 우베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소.”

준영의 대답에 우베의 눈이 부릅떠졌다. 가만히 지켜보니 통역인지 뭔지도 모를 자가, 자기 혼자 작성해온 항복문서라는 걸 승인하라고 건네주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어린애들 장난도 아니고, 보기도 전에 짜증부터 났던 것이다.

“도대체 자네는 누군가?”

“난 저 분의 대리인이요.”

“그럼 이게 저 자의 뜻이란 말인가?”

“말을 조심해서 하시오. 저분은 승전국으로서 최고로 지위를 가지신 분이오.”

“흥! 왕비의 호위무사가 최고의 지위인가?”

우베가 코웃음을 쳤다.

“현재 조선의 유일한 분이시오. 나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비딱하게 시비 걸지는 않겠소, 비웃고 싶다면 그런 분에게 패한 당신들을 비웃는 게 나을 것이요.”

“이익! 이 이자가.”

우베의 얼굴이 벌겋게 변해갔다.

“예전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던 선조들이 우리 조선에 이렇게 굴욕적인 조인식을 하도록 만들었었소. 그때, 당신들은 가짜 국세로 조선이라는 나라전체를 빼앗았지만 지금 이 문서엔 그런 치졸한 조항이 없소. 우리가 도둑놈이 아니라는 걸 다행으로 생각하시오. 아시겠소? 우베씨."

"뭐 뭣이라...이익!"

"당신이 여기 총리라는 직함으로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면 제일 먼저 당신 목이 잘렸을 것이오. 그러니 다행으로 알고 어서 서명하시오.”

“크흑!”

이제 우베의 얼굴은 빨갛다 못해 굴욕감에 하얗게 질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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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6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3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3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68 62 13쪽
121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2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49 57 12쪽
»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7 56 12쪽
118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79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6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59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8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2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49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3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5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8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4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5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2 49 12쪽
106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6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1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0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69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7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7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7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7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4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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