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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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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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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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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4.12.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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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
12쪽

제16장 진정한 용서(2)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마이크를 들고 떠들 수가 없던 행사장내의 기자들이 휴대폰의 문자로 현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다. 방송국에서는 실시간 들어오는 영상과 기자들의 문자를 보고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는데, 그 방송들은 시위를 하는 시위대들의 휴대폰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가 있었다.

“아! 저 저런 황태자부부야. 무릎을 꿇고 빌고 있어.”

“저 저런...”

일본 황실의 황태자부부는 일본 국민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마흔이 넘어 쉰을 바라보는 나이였지만 아직 아들이 없어서 이대로 황실의 맥이 끊어질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을 만큼 황태자와 황태자비는 일본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그런 황태자부부가 죽음의 장소로 직접 찾아가 자신들의 부모님을 살려달라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장면에 일본인들은 비통해하며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분노는 휘를 향한 게 아니라 여기까지 상황을 몰고 온 우베총리에게로 향한 것이었다.

“총리는 당장 나와라!”

“총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비겁한 우베! 당장 총리직을 사퇴하라.”

일부 흥분한 시민들이 시민단체의 리더들 앞으로 나섰다.

“당장 총리를 붙들어 옵시다.”

“겁쟁이 우베를 끌어내라! 일본의 망신이다.”

“총리가 어디 있나? 쳐들어가서 우리가 잡아옵시다. 그리고 이 전쟁을 끝냅시다.”

- 와아! 가자.

- 우베를 끌어내라.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행사장 옆에 있던 대형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황태자의 요청으로 행사용 화면이 아닌 TV를 켠 것이다. 그것도 휘가 알아볼 수 있도록 한국의 뉴스채널을 방영토록 했다.

휘는 통역의 말을 전해 듣고 그러라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자신도 상황이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황태자는 급히 이곳으로 달려오면서 밖의 상황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저 사람에게 대다수 일본 국민들의 심정을 알려주고 싶었다.

채널이 바뀌자 화면에는 YTM의 뉴스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 일본의 상황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국의 뉴스채널에서도 실시간으로 여기 행사장의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TV화면에는 휘의 모습과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황태자 부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잠시 후, 길수정 기자의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길수정 기자는 휘의 신념, 그리고 단호한 의지를 대변하며 일본의 총리가 나타나 항복을 해야만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회에 일본의 정치권과 일부 편향적인 우익인사들이 물러나야할 것임도 얘기를 했다.

곧 화면에는 황궁주위를 둘러싼 시위대들의 모습도 나타났다. 촛불시위를 하던 지난밤의 모습도 보였다.

시위대의 앞을 지키고 있는 준영과 혜영, 타쿠야의 모습도 잠시 스쳐갔다. 휘의 눈이 순간 반짝였다.

시위대가 떠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일왕이 왕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힘겹게 일어섰다.

“이보게.”

일왕이 통역을 담당하는 자를 메말라 갈라진 목소리로 불렀다.

“폐 폐하.”

통역자가 서둘러 일왕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고 있던 황태자비는 안타까운 눈길로 바닥에 누워있는 황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라도 달려가 자신의 시어머니인 늙은 왕비를 돌보고 싶었지만, 자신은 지금 남편의 옆에서 저 자에게 용서를 바라며 무릎을 꿇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찌해야할지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다.

일왕이 휘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내가 직접 총리를 불러보겠네.”

더 이상 이 상태로 있을 수 없단 생각에 일왕이 직접 나섰다.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이게 옳은 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내가 방송을 통해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게.”

왕이 누구에게 허락을 구한단 말인가. 통역을 하는 자가 일왕의 말에 머뭇거리며 통역을 못하고 있자 일왕이 다시 나섰다.

“그냥, 내 말을 그대로 통역해 주게.”

“네? 네... 알겠습니다. 폐하.”

다시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통역하는 자가 예를 취한 후 휘에게 돌아섰다.


다시 중계가 재개되었다. 기자들이 단상의 마이크를 점검하고 카메라의 앵글을 일왕에게 맞추었다.

안 그래도 키가 작은 일왕이 늙고 수척해진 모습으로 단상 앞으로 나섰다.

“우리 일본은 예로부터 조선을 이웃으로 생각지 않고 침략하여 빼앗을 생각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강도짓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에서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지내다가 이제야 내게 고통이 찾아오니 조금이라도 그 비통함을 깨닫게 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일본이 과거 조선에 저지른 잘못된 일들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할 것을 우리 내각에 요청합니다. 그리고 총리는 어서 나타나서 이 일들을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아무 조건 없이 조선에 항복할 것을 총리와 내각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황실을 대표해 국민여러분께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어서 빨리 이 사태가 매듭지어져 우리 일본이 평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말을 마친 일왕이 회한에 젖어들듯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정면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다시 돌아서서 왕비의 곁으로 돌아갔다.

휘는 실시간으로 번역되는 TV의 자막을 통해 일왕의 발표를 지켜보고 있었다.

일왕은 항복을 하라고 발표를 했다.

드디어 준영의 말대로 항복을 받아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내각총리대신의 확답을 들어야했다. 휘가 천천히 단상의 마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휘의 그런 모습이 한국의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TV에도 그대로 나왔다.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온 세계의 이목이 지금 이곳에 쏠려 있었다.

“김 준영이라는 사람을 이곳으로 들여보내시오.”

황실 밖의 시위대들 속에서 준영과 혜영을 봤었다. 준영이 저 바깥에 있을 거란 생각에 휘가 준영을 찾았다. 그리고 돌아서서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을 꺼냈다.

그동안 가급적 사용을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는 상관없을 것 같았다.

신호가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준영이 휴대폰을 받았다.

[매형! 괜찮으세요?]

준영의 목소리와 함께 주변의 시끄러운 소음이 들려왔다.

“지금 나가는 방송 봤는가?”

[네,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입구에 군인들이 지키고 있어서 나서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사람을 보내겠네. 자네 위치가 어딘가?”

[정문 앞입니다.]

“알겠네. 여기서 부탁해 보지. 기다리게.”

휘가 통역을 통해 일왕에게 부탁을 하자 한 사람이 준영을 데리러 밖으로 달려 나갔다.



국방성 지하벙커 상황실.

“이 이... 어떻게 천황폐하께서 저렇게 말씀하실 수가 있나? 이 이런...우라질!”

우베가 상황실에서 테이블을 두 손바닥으로 치며 벌떡 일어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지금 상황실의 대형 모니터들에서는 TV방송과 중요섹터별 화면들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대부분의 화면들에서 시위대들의 모습이 잡혔다.

방송에서는 시위대들이 우베를 찾기 위해 관공서들로 몰려가고 있다고 했다. 경시청 앞과 국방성, 그리고 이미 불타서 폐허로 변해버린 총리실 앞까지도 흥분한 시위대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저것들이 미쳤어! 왜 나를 찾아? 분명 누군가 선동을 하고 있을 거야! 그 놈들을 잡아서 족쳐야 돼.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이런 비상시국에 국민들을 선동하는 거야?”

“총리대신, 자중을 하시지요.”

국방장관이 참다못해 끼어들었다. 지금 상황에서 적어도 도쿄에서는 내각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완패였다.

황궁도 불타고, 자신 있게 지원 나왔던 미국의 특수부대도 괴물에게 요절이 났다. 황궁과 주요관공서가 밀집되어 있는 지요다구는 지금 시위대의 물결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일본국민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들어 대단위 반정부시위를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곳 상황실에 남아있던 내각 장관들은 시위대들이 우글거리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이미 체념을 하고 있었다. 지지기반이 사라진 정권이 무얼 하겠는가? 국민들이 총리를 몰아내겠다고 달려들고 있는데 독재자 혹은 삼류국가도 아닌 다음에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는 없었다.

아니, 지금 상황에서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선조들이 이룩했던 영광을 되찾자는데, 우리 국민들이 왜 반대를 하냐고, 저것들 다 조작된 거야. 조작이라고! 어서 특작대를 불러. 나를 보호하라고.”

우베가 시뻘겋게 충혈 된 눈으로 고함을 질렀다.

“총리대신, 진정하십시오.”

비서실장이 나서서 총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우베는 입에 거품을 물며 막무가내였다.

“내 대에서 일본의 영광을 재현해야 해. 아니,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해야 해. 다시 한 번 아시아를, 아니 전 세계를 호령해야 된다고. 나의 신념이야! 신념, 신념이라고, 흐윽!”

상황실의 모든 사람들이 우베의 광란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치 미친 사람이 거품을 물고 지껄이는 헛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각하! 그만하시지요.”

그때,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상황실에 울려 퍼졌다. 우베가 갑자기 들려온 여자의 큰 목소리에 하던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누구.”

돌아보는 우베의 빨갛게 충혈 된 눈에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늘씬한 미녀가 보였다. 시커먼 특수작전군의 군복을 입었지만 긴 생머리를 늘어뜨리며 뚜벅뚜벅 걸어오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우면서도 한편으론 전사의 모습이었다. 흠이 있다면 이마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조차 여전사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듯했다.

“각하! 이제 그만 끝을 맺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여전사의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갑게 들려오자 달아올랐던 우베의 머리도 차갑게 식어갔다.

“무슨 소린가? 끝을 맺다니?”

“더 이상의 전투가 무의미하니까요.”

“자넨 누군가?”

“특수작전군 소속이었던 겐조 먀야 대위입니다. 이번 작전에도 투입되었었죠.”

특수작전군 소속이었다는 겐조의 말을 우베는 알아듣지 못했다.

“오! 특수 작전군. 잘 왔네, 자네들이 나를 보호해주게. 부하들은 어디 있나?”

“제 동료들은... 신주쿠전투에서 다 죽었습니다. 한 명도 남김없이요. 몰살을 당했죠. 처참하게.”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겐조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총리각하를 보호할 수 있는 대원은 이제 저 혼자뿐입니다. 저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 그게 무슨...”

“각하. 더 이상 그 자를 상대할 방법도, 무기도 없습니다. 항복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제 그만 항복하세요.”

“말도 안 돼! 넌 도대체 어디 군인이야? 대일본제국의 군인이 항복이라니!”

“각하. 우리 일본은 제국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자는 정말 우리 일본을, 아니 우리 일본인들을 다 죽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장 천황폐하와 황태자님의 목숨까지 그 자의 손아귀에 있습니다. 폐하께서도 항복하라고 말하셨잖아요.”

“흐윽!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큭!”

주변에서 지켜보고 있던 장관들이 나섰다.

“총리대신, 저 여군의 말이 맞는 것 같군요. 끝났습니다. 이제 그만 하시지요.”

“더 이상 우리 시민들이 피를 흘리는 것도 막아야겠지만 당장 포로로 잡혀있는 황실이 문제입니다. 만약 폐하나 황태자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국민들이 총리대신에게 잘못을 물을 겁니다.”

“흐으윽, 이 이대로 끝을 내야하다니. 안 돼! 크흑!”

우베가 그 자리에서 무너지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겐조가 다시 우베의 앞으로 다가가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가시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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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5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3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3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68 62 13쪽
121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2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49 57 12쪽
119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6 56 12쪽
»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79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6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59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7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2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48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2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4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7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3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5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2 49 12쪽
106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5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1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0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68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7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6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7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7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3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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