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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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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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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4.12.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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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2쪽

제17장 귀로(4)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게. 금방 뛰어다닐 정도로 나을 수 있는 게 아니야”

“뛰어다니다니요. 제대로 걷기만 해도. 흑!”

“여 여보, 우리 호가 걸을 수 있다고요?”

지희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깜짝 놀랐다.

“자 잠깐, 우리는 방에 들어가 있자. 매형이 호를 보신다니까 방해하지 말고 피해 드리자고.”

“응? 아 알았어요.”

“해 뜰 때 까지만 방해를 하지 않으면 되네.”

“아 알았어요. 매형. 꼼짝도 안하고 있을 게요.”

“허허, 그 정도는 아니네, 나만 건드리지 않으면 돼.”

“알겠습니다. 저흰 신경 쓰지 마세요.”

두 사람이 얼른 안방으로 들어와 불을 끄고 침대로 올라갔다.

“여보, 아주버니가 대단한 분인 건 알겠는데, 아픈 사람 치료도 할 수 있어요?”

깜깜한 어둠속에서 지희가 준영에게 돌아누우며 물었다.

“응, 이모 말로는 누나의 화상도 치료를 했대. 혜영누나가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는지 알아? 매형만 한국으로 가면 자영누나 금방 일어날 거라고 자신하더라고.”

준영이 자신의 배위에 올라온 지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대답을 했다.

“아! 정말 호가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다닐 수만 있다면.”

지희가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그동안 직접 키우며 이제 호는 자신들에게 아들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 지희의 마음을 준영도 알고 있었다. 아직 결혼한지는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자신들에게 아기가 없으니 호를 키우는 재미에 폭 빠져있었던 것이다.

“매형을 믿어봐. 호도 그렇고 누나까지 분명 낫게 해줄 거야.”

“그래요, 믿어볼게요. 그런데 오늘 밤 잠은 올 것 같지 않아.”

“나도 그래.”

그렇게 뒤척이며 밤을 지샌 준영과 지희가 창밖이 훤하게 밝아오자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으흑! 이 이게?”

“큭, 이게 무슨 냄새야?”

둘이 코를 잡으며 거실로 향하자 호의 앞에 앉아 있던 휘가 눈을 번쩍 떴다.

“일어났는가?”

“네, 매형. 어 어떻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고약한 냄새는 뭡니까?”

“허허, 녀석이 많이 힘들었네. 좀 씻겨 주겠는가?”

준영이 호를 덮어놓은 이불을 뒤집자 시커먼 오물과 함께 냄새가 확 올라왔다.

“으헉! 크으...”

지희도 곁으로 다가와 얼른 호를 안아들었다. 호에게도 시커멓고 끈적거리는 액체가 잔뜩 묻어있는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어머? 얘는 괜찮은 건가요?”

“그게 다 그놈 몸에서 나온 불순물이오.”

“그 그럴 수가?”

둘 다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제가 호를 씻길 게요.”

“그 그래, 내가 이불을 갖다 버릴 게.”

준영이 얼른 베란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이불을 개켜놓고 정리를 했다. 지희는 호를 안아들고는 욕탕으로 들어갔다.

“이제 자영에게 가봐야겠네. 저 방에 있지?”

“바 바로요?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 내 마누라를 치료하는데 힘든 게 대수인가. 죽더라도 해야지. 허헛.”

휘는 호의 몸을 볼 수 있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치료도 잘 되었다. 지금 자신의 몸속에는 봉황의 기운은 거의 남아있질 않았다. 봉황의 씨앗을 싹틔우느라 모든 기운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데 호도 봉황의 기운을 타고났다. 자신과 자영의 사이에서 난 아이이니 당연한 듯도 했지만 봉황의 기운이란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수백만 중에 하나가 나올까 말까한 희귀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사부님도 또 그 위의 사부님도 후예를 찾기 위해 온 조선을 돌아다닌 것 아니겠는가.

이건 하늘의 뜻이라 여기며 감사했다.

휘가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 자영이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 자영,”

휘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자영을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자영은 평온한 듯 보였다.

“미안하오, 자영.”

다시 한 번 휘의 눈시울이 붉어지며 감회가 새로웠다.

뒤따라 들어온 준영은 말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방문을 잠그고 잠시 둘이 있어야겠네.”

휘가 돌아보지도 않고 입을 열었다.

“그 그러세요. 뭐 부부가 둘이 있겠다는데 누가 뭐라겠어요. 허허.”

준영이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밖으로 나가자 휘가 방문을 잠그고 침대로 다가갔다.

“자영, 내가 돌아왔소. 이제 정신을 차리시오.”

휘가 침대로 올라서며 자영을 일으켜 앉혔다. 그리고 자영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아아!”

휘의 손길에 자영의 눈이 떠졌다가 다시 감기며 입이 살짝 벌어졌다. 그리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씻기는 도중 깨어난 호는 완전히 달라진 아이가 되어있었다. 깨끗한 목소리와 또렷한 발음으로 엄마를 찾는데 지희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 여보, 호를... 우리 호를 봐 봐요.”

지희가 물기도 닦지 않은 호를 욕탕 밖으로 데리고 나오며 준영을 불렀다.

“왜 그래? 호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

준영도 지희의 목소리에 놀라서 바로 달려왔다.

“삼촌!”

호가 준영을 보고 쪼르르 달려왔다.

“어이구, 우리 호. 깨끗이 씻었구나.”

얼떨결에 달려오는 호를 얼싸 안아든 준영이었다. 그런 준영에게 지희가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자기는 호가 달라진 것도 몰라?”

“응? 아! 그 그래, 호가 절뚝거리지 않고 달려왔어. 호 호야! 너 다시 한 번 걸어봐.”

준영이 호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뒤로 물러섰다.

“삼촌! 삼촌!”

호가 다시 준영에게 달려왔다. 그런 호를 준영이 두 팔을 벌리며 안아주었다.

“호야! 으흐흑! 우리 호야 이젠 다 나았네. 다 나았어. 흑!”

지희가 타올을 들고 뒤따라 다가와 호를 감싸며 같이 울기 시작했다.

“흑흑! 말도 똑바로 잘해요. 눈도 초롱초롱해졌고.”

“그래, 이제야 호도 제대로 자라겠어. 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준영과 지희가 호를 가운데 두고 감격의 눈물을 흘릴 때, 자영의 방문이 열렸다.

덜컥!

“아! 우리가 소란을 떨었나 봐요.”

안에서 치료를 하고 있는데 자신들 때문에 잘못될까 두려워 지희가 얼른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자영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자영의 눈은 또렷하니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고 검은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이미 한차례 울었는지 눈 주위는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누 누나?”

“혀 형님.”

“준영아. 흑!”

준영과 지희의 놀란 눈을 바라보던 자영이 준영의 이름을 불렀다.

“누 누나! 누나 깨어났구나. 으헝! 누나.”

준영이 벌떡 일어나 자영을 꼭 껴안았다.

“준영아! 우리 준영이가 맞구나 흐흑!”

둘이서 방문 앞에서 껴안고 울고 있자 호도 울음을 터뜨렸다.

“아앙! 엄마, 삼촌. 앙앙!”

“흑흑! 호야, 삼촌이랑 엄마가 기뻐서 우는 거야. 흑흑!”

지희도 호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호? 호라고? 얘가 내 아들 호란 말이야?”

자영이 호를 내려다보자 지희가 타월로 감싼 호를 안아들었다.

“네, 호가 이렇게 자랐어요. 흑흑!”

“엉엉! 엄마, 엄마.”

호가 손을 벌리며 자영에게 가려고 버둥거렸다.

“호 호야! 으흐흑!”

자영이 호를 받아서 품에 꼭 껴안고 뺨을 비벼댔다. 호도 기쁜 듯 작은 손으로 자영을 안았다.

한동안 그렇게 온 가족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며칠 후.

강원도 동해안.

간성을 지나 통일전망대가 지척인 곳의 이름 모를 해변의 소나무 숲.

파도가 밀려오는 모래밭이 눈앞에 펼쳐진 소나무 숲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은 두 젊은 부부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뒤에는 하얀색의 승용차가 햇볕에 반짝이며 여행을 온 가족들의 평화로운 풍경을 말해주 듯 서있었다.

꺄르르.

아이의 웃음소리도 파도소리에 어울리며 들려왔다. 곧 모래밭을 뛰어다니는 작은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푸른 바다와 모래밭이 좋은 듯 폴짝 폴짝 뛰어다니더니 기어이는 풀썩 앞으로 넘어졌다. 곧 젊은 여자가 일어나 넘어진 아이를 향해 달려갔다.

“호호호! 호야, 입에 모래 들어가면 안 돼.”

그 모습을 지켜보는 세 사람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따라 일어서려던 자영의 손을 잡은 준영이 따스한 눈빛으로 말했다.

“누나, 그냥 둬. 지희도 그동안 호를 키우면서 정이 많이 들었어. 이렇게라도 조금 더 둘이 있게 놔뒀으면 좋겠다.”

“그렇지, 내 미처 생각을 못했구나. 준영아, 네 처 고맙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네 처가 너무 고생 많았어.”

“아냐, 누나. 오히려 호가 있어서 더 좋았지.”

“고마워, 그리고 너희도 어서 빨리 애를 가져야지.”

“노력할게. 안 그래도 처갓집에서 난리야. 하핫!”

“호호호, 장모님 등쌀에 시달리는 거 아니니?”

“매번 보약지어 오셔서 그거 먹느라 시달리긴 하지.”

자영이 눈물을 글썽이며 준영의 손을 꼭 잡았다.

“그래, 내 사랑하는 동생 준영아. 잘 살아야해.”

준영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누나, 내 걱정은 마. 이제야 다 모여서 잘 살아볼까 했는데 또 이별이야. 누나, 그리고 매형, 호야까지 다들 몸 건강해야해.”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마. 저이가 떡하니 있는데 우리 걱정을 왜 해.”

자영이 묵묵히 앉아있는 휘를 보며 웃어줬다.

“그러네, 매형이 있으면 걱정할 일이 없지.”

둘의 얘기를 듣고 있던 휘가 나섰다.

“처남, 두 사람 걱정은 말게, 내가 가장인데 내 식구 제대로 못 살피겠는가?”

“헉! 매 매형, 그런 뜻은 아니고요.”

“허허허! 아네, 내 자네 맘을 모르겠는가. 겨우 누나 정신이 돌아와 즐겁게 지내보려고 했는데 헤어져야하니 마음이 아프겠지.”

“그래요. 누나랑 행복하게 지내보고 싶었는데.”

“준영아. 흑!”

다시 자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 자영의 등을 토닥거리며 휘가 입을 열었다.

“나도 그러고 싶네만, 예전 자네에게 얘기했듯이 내 몸이 정상이 아니네.”

“예, 얘기하셨잖습니까?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그래, 그런데 호를 봐서도 이젠 돌아가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거야. 내가 지금 이 몸으로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벌모세수를 해 줄 수도 없네.”

“네? 무슨 세수요?”

“그런 게 있네. 호는 이제 내 뒤를 이어야하네. 그러자면 수련도 해야 하고 배울 것도 많아. 우리 봉황문을 찾아 제대로만 배우면 나 정도는 가뿐히 넘어설 걸세.”

“호가 매형을 넘어선다고요?”

준영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응, 나의 기운을 이어받았네. 그러니 당연히 나보다 강해져야지.”

“그 그게 가능한 겁니까?”

“그래서 돌아가려는 거야. 가끔씩 나들이 올 테니 걱정 말고 기다리게.”

“휴전선을 넘어온다고요?”

“같은 민족끼리 갈라져있으니 때가되면 저것도 없애버려야겠지.”

“하하하!”

준영이 휘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매형의 말이니 언젠가는 휴전선도 없어질 거란 믿음이 절로 생겼다.

“그리고 쓸데없이 이것저것 알아보려 하지 말게. 자네가 다치면 이 사람이나 호가 마음 아파할거고, 그리되면 우리가 다시 세상에 나와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매형이 타고오던 비행기를 공격한 놈들 아닙니까? 매형을 죽이려 한 놈은 밝혀야지요.”

“그것도 때가 되면 다 밝혀질 걸세. 자네가 얘기한 정치인들이든, 미국 놈이든, 러시아든, 중국이든, 자네가 나서지 않아도 언젠가 드러날 일이야. 그 때, 해결하면 돼. 내가 못하면 이제 호가 있지 않은가. 자넨 우리가 오면 반갑게 웃으며 맞아주면 되네.”

“아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늦어지기 전에 가봐야겠네. 갈 길이 멀어.”

“네, 매형.”

잠시 후, 눈물의 작별을 고한 일행이 남과 북으로 나뉘어 각자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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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에필로그[완결] +36 14.12.19 1,612 52 11쪽
»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6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3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3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68 62 13쪽
121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2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49 57 12쪽
119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6 56 12쪽
118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79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6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59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8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2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49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3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4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8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4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5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2 49 12쪽
106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5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1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0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68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7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7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7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7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4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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