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8,908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12.10 00:05
조회
2,042
추천
62
글자
12쪽

제16장 진정한 용서(5)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죄 없는 많은 이들이 내 손에 죽었소. 이제 나는 그들의 원혼을 달래려 제자리로 돌아가야겠소.

일왕과, 태자, 그리고 일본정부에서 지난날에 대해 반성하고 사과했으니 이쯤에서 정리를 해야겠지.

앞으로 주변뿐만이 아니라 이웃나라, 이웃국민들과도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오.

지난날 일본의 잘못은 여러분의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매듭짓도록 하고, 여러분도 나를 용서하기 바라오.“

휘가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때, 힘겹게 앉아있던 일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고 황태자가 얼른 다가가 부축을 했다.

“끄응, 나를 저 사람에게 데리고 가거라. 으차!”

일왕이 황태자의 부축을 받으며 휘에게 다가가자 지켜보던 기자들이 다시 웅성거렸다.

휘가 돌아서자 그 앞에 일왕이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며 휘에게 절을 올렸다.

“고맙소, 당신은 또 다시 잘못된 길로 가고 있던 우리 일본을 구한 영웅이시오. 우리 일본의 모든 국민을 대신해 감사를 표합니다.”

일왕의 목소리는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휘와 황태자, 그리고 단상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똑똑히 들렸다.

“과한 말씀이시오. 그만 일어나시구려.”

이제 휘도 일왕이 상징적인 인물일 뿐이란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 나라를 상징하는 왕이란 인물이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는 건 과하단 생각이 들었다.

휘도 엎드려있는 일왕의 앞에 무릎을 꿇고 일왕을 두 손으로 일으켰다.

황태자가 얼른 일왕을 다시 부축하자 일왕이 마이크로 향했다.

“나는 저 분에게 우리 일본을 대표하여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이것밖에 없었소이다.”

일왕의 힘없고 떨리는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저 분은 잘못된 길을 가는 우리 일본을 구한 영웅이십니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에서 배워야합니다. 앞으로 수년, 혹은 수십 년 후, 또 다시 전쟁의 참화에 우리 일본의 젊은이들이 죽음으로 내 몰리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준 저 분이 진정한 우리 일본의 영웅이십니다. 내가 감사를 표하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

우베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지며 푹 숙여지는 모습이 TV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다음날, 미국과 한국, 일본의 3자 정부대표의 긴급회동이 있었다. 이미 내각이 모두 퇴진한 일본은 차관급들이 회의에 참가 했다.

회의내용은 어제 조선과 일본의 종전합의안을 인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주일 미국대사와 주일 한국대사는 고민스러웠다. 과연 실체가 없는 조선을 한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서 설왕설래 많은 말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본국의 훈령을 기다리며 오후까지 이어진 마라톤회의에서 오히려 일본의 강력한 요구로 준영과 타결한 내용을 한국과 미국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이어서 미국을 옵서버로 한 한국과 일본의 협정문이 채결되었다. 미국은 이 상황에 속은 쓰렸지만 현 상황에서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 준영은 한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본 황실에서 특별히 모시겠다고 했으나 준영은 혜영의 식당이 편했다. 그것은 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처럼 식당에 혜영부부와, 백곰, 그리고 준영과 휘가 자리를 했다. 방안에는 이모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었다. 내일 떠나는 준영이 모시고 갈 예정이었다.

“이런 날 이모가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혜영이 방 안에 차려진 이모의 영정을 보며 안타까운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이모도 기뻐하실 거예요. 이제 다 끝났잖아요, 누나도 너무 슬퍼마세요.”

준영이 혜영을 달래줬다.

“그래, 참 많은 사연이 있었고 상처도 컸다. 이모도 그리 그리던 고국 땅으로 돌아가시니, 이제 자영이도 정신이 돌아오고 호도 잘 자랐으면 좋겠다.”

혜영의 말에 휘가 대답을 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내가 돌아가 자영과 호를 살펴보겠소. 기운만 맞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시오.”

휘의 말에 혜영이 배시시 웃었다.

“이젠 나도 이모를 닮아가나 봐요. 왜 휘씨의 말이 이렇게 듬직하게 들리죠? 마치 자영이가 금방 나아서 언니하고 부르며 달려 올 것 같네요.”

“내 노력해 보리다.”

“호호호! 제발 그리되게 해주세요.”

타쿠야가 주방에서 음식을 내오며 즐겁게 웃는 혜영을 보고는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다. 오랜만에 보는 밝은 웃음이었다.

“자기야~ 어서 고기 구워야지. 동서하고 처남 배고프겠다. 나는 상추 씻어서 올게.”

“그래, 자기야. 우리 자기 고마워요~”

“헤헷!”

혜영의 미소에 타쿠야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 퍼졌다.

“어, 큰 매형, 제가 도울게요.”

준영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일본말로 타쿠야에게 얘기하자 타쿠야가 얼른 준영을 자리에 앉혔다.

“아냐, 처남. 고생했는데 처남은 그냥 자리에 앉아서 맛있게 먹으면 돼, 야! 너 백곰. 너 거기서 먹고만 있을 거야? 네가 이리 따라와.”

자리를 차지하고 우물거리던 백곰이 타쿠야를 째려봤다.

“형님은 맨날 나만 가지고 뭐라 그래.”

“야! 내가 만만한 게 너 밖에 더 있냐? 잔말 말고 따라와. 하하핫!”

그날 밤 혜영의 식당에서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

아침부터 몰려든 인파에 공항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준영이 오늘 일본에서 귀국한다는 뉴스에 취재진은 물론이고 일반국민들까지 손에 태극기를 들고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삑삑!

“물러나 주세요. 위험합니다.”

“아! 밀지 마요. 다쳐요.”

“여기 까칠한 아이가 있어요. 밀지 마세요.”

휠체어를 탄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입국장으로 향하는 길은 사람들로 만원이었고 그래도 사람들은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공항 측으로서는 난감한 일이었다. 입국장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까지 갇혀서 일대는 마비상태였던 것이다.

그때, 입국장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다.

“아! 나온다!”

“어디? 어디? 와아!”

짝짝짝!

박수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꺄악! 사랑해요!”

“와아! 존경해요.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김준영!”

“만세!”

“대한민국 만세!”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김준영을 연호하는 가운데 이모의 영정을 앞세우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던 준영은 입이 떡 벌어졌다.

아마 기자들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지만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데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자신을 연호하고 있으니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항측에서 내리기 전 자신을 붙잡아두고 왜 제일 마지막에 나오게 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김준영씨, 저 쪽에 기자회견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쪽으로 이동해 주시죠. 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

어리둥절해 있는 준영에게 안내를 맡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렇게 총까지 둘러 맨 공항 경비대원들에 둘러싸여 검정양복을 차려입은 사내의 안내로 자리를 옮기려 할 때였다.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통로로 설치된 라인을 헤치며 휠체어가 불쑥 삐져나왔다.

“안됩니다. 물러나세요.”

경비대원의 제지를 받자 휠체어를 밀고 있던 여자가 소리쳤다.

“이분은 생존해 계신 위안부할머니세요. 제발 한번만 뵙게 해주세요. 소원이십니다.”

여자의 말에 주변사람들이 같이 호응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소원을 들어 줘!”

“소원! 소원!”

“소원, 소원!”

정신없이 남자에게 손목이 잡힌 채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던 준영의 귀에 위안부할머니라는 말이 어렴풋이 들려왔다. 그리고 소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의 합창소리가 들렸다.

준영이 고개를 돌려보니 경비대원의 제지에 멈춰있는 휠체어가 보였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있는 할머니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잠깐만요.”

“네? 왜 그러십니까? 지금 빨리 이동하셔야합니다. 김준영씨 때문에 공항이 마비상태입니다.”

사내가 다급한 듯 준영에게 재촉을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니죠. 잠시 기다리세요.”

“어? 김준영씨 어딜 가십니까?”

준영이 돌아서서 휠체어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자 사내와 경비대원들도 부리나케 준영을 쫓아왔다.

-소원! 소원!

이제 사람들의 구호는 소원으로 통일되어 계속 울려 퍼졌다. 돌아오는 준영을 보고도 사람들은 환호와 기쁨의 비명대신 소원이라고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준영이 휠체어 앞에 다가가 우뚝 서서 내려다보니 기력이 없는지 고개가 자꾸만 흔들리는 할머니가 태극기를 손에 꼭 쥔 채 앉아있었다.

“김준영씨 할머니가 꼭 뵙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리라는 걸 알면서도 여기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휠체어를 잡고 있는 여자가 울먹이며 말했다. 주변에서 소원이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준영이 쪼그려 앉으며 할머니와 눈높이를 맞췄다.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이제 다 돌아가시고 마지막 남은 위안부 할머니세요. 자기가 죽기 전에 저 일본 놈들에게 사과 받아야 하는데 소원을 이루셨다고 마중 나가서 고맙다고 해야 한 대요.”

그 말을 듣는 준영의 코끝이 찡해졌다.

“할머니. 힘들게 왜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저보고 오라고 하시지.”

준영이 할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뒤척였다.

“으응... 젊은이가 우 우리 늙은 것들... 소 소원을 들어준 사람이구만. 고 고마우이. 정말 고마워.”

“고맙긴요. 할머니. 당연히 해 드렸어야 하는 일인데, 우리가 힘이 없어서 그동안 마음 아프게 해드렸어요. 오히려 죄송해요.”

“고 고마워. 그래서 내가 절을 하려는데 나 좀 일으켜 주겠나? 이제 나...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안돼요. 그냥 이대로 계세요. 그리고 돌아가시긴 왜 돌아가셔요. 이제 맘껏 누리고 사셔야죠.”

“아냐, 먼저 간... 치 친구들에게 가서 알려 줘야지.”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그 울먹임이 퍼져갔다.

찰칵! 찰칵!

어느새 기자들이 몰려들어 그런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준영이 이모의 영정과 유해를 조심하며 할머니를 살며시 안았다.

늙어 쭈그러진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며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습기가 맺혀갔다.

준영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 저랑 같이 가요.”

휘가 자리에서 일어나 휠체어를 돌려세웠다.

“자, 여러분! 환영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돌아가야죠. 할머니가 지나실 수 있도록 길 좀 열어주세요.”

준영의 말에 앞을 막고 있던 사람들이 옆으로 비켜나며 길이 열렸다. 준영이 휠체어를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 김준영씨. 회견을 하셔야하는데요.”

아까 그 사내가 쫓아와 준영의 팔을 잡았다.

“우선 할머니 먼저 차에 태워드리고요. 공항이 복잡하다면 기자회견은 그냥 서울 가서 할게요.”

“어? 그 그게, 저기 기자들이 기다리는데.”

사내의 말에 상관없이 준영이 휠체어를 밀고 나가자 같이 휠체어를 밀고 있던 여자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했다.

사람들에 휩쓸려 공항 밖으로 빠져나온 휘의 앞으로 벤이 다가왔다. 할머니를 태우고 온 차량이었다.

곧, 할머니를 안아서 차에 태우자 여자가 휠체어를 접어 뒤에 실었다.

“그냥 저도 이차를 타고 서울까지 갈 수 있을까요?”

“그러시겠어요?”

“네, 기자들보다는 할머니랑 얘기도 나누고 집에도 빨리 가고 그게 좋겠네요.”

“좋아요, 그럼 기사아저씨. 출발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부웅!

그렇게 준영을 태운 채 떠나는 차량을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었고 준영을 회견장으로 안내하려던 사내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봉황의 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6 에필로그[완결] +36 14.12.19 1,612 52 11쪽
125 제17장 귀로(4) +2 14.12.17 1,546 58 12쪽
124 제17장 귀로(3) +4 14.12.15 1,373 59 13쪽
123 제17장 귀로(2) +6 14.12.14 3,253 79 12쪽
122 제17장 귀로(1) +4 14.12.12 1,968 62 13쪽
» 제16장 진정한 용서(5) +4 14.12.10 2,043 62 12쪽
120 제16장 진정한 용서(4) +4 14.12.08 1,549 57 12쪽
119 제16장 진정한 용서(3) +8 14.12.07 1,647 56 12쪽
118 제16장 진정한 용서(2) +9 14.12.05 1,579 53 12쪽
117 제16장 진정한 용서(1) +7 14.12.03 1,607 63 12쪽
116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6) +6 14.12.01 2,659 85 12쪽
115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5) +2 14.11.28 1,458 56 11쪽
114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4) +2 14.11.26 2,502 76 11쪽
113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3) +6 14.11.24 1,449 49 12쪽
112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2) +6 14.11.21 1,793 55 11쪽
111 제15장 단죄, 그 마지막(1) +2 14.11.19 3,045 69 12쪽
110 제14장 일본징벌(6) +4 14.11.17 2,208 63 13쪽
109 제14장 일본징벌(5) +6 14.11.14 2,114 58 12쪽
108 제14장 일본징벌(4) +8 14.11.12 1,435 59 12쪽
107 제14장 일본징벌(3) +6 14.11.10 1,852 49 12쪽
106 제14장 일본징벌(2) +8 14.11.07 2,446 132 12쪽
105 제14장 일본징벌(1) +2 14.11.05 1,621 56 12쪽
104 제13장 불바다(7) +6 14.11.03 1,532 51 11쪽
103 제13장 불바다(6) +2 14.10.31 1,730 57 12쪽
102 제13장 불바다(5) +4 14.10.29 2,769 155 12쪽
101 제13장 불바다(4) +4 14.10.27 2,417 72 12쪽
100 제13장 불바다(3) +4 14.10.24 2,557 177 12쪽
99 제13장 불바다(2) +6 14.10.22 2,847 139 12쪽
98 제13장 불바다(1) +4 14.10.20 2,137 61 12쪽
97 제12장 살육(8) +4 14.10.17 1,844 6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