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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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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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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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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10.0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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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DUMMY

그렇게 한참을,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걸음을 반복하며 판자 하나하나를 신중히 밟고 나아가던 한서준이, 문득 뭔가가 생각난듯 약 판자 여덟 장 정도를 앞선 몬스터 최성민에게 다소 큰 소리를 내어 말했다.

"그런데··· 용케도 스코프를 들여다 보는 것이 조건이라는 걸 알아챘군. 나도 아직 제대로 된 확신을 갖지 못한··· 그··· 초능력··· 인데."

그러자 어둠 속에 가려져 잘 보이지도 않던 몬스터 최성민에게서 "자세히 지켜봤으니까 안다."라는 짧은 대답이 곧장 공기를 진동시키며 날아왔다.

한서준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어차피 딱히 할 말도 없을 뿐더러, 어디까지나 '안전'을 중시한 판자를 건너는 일에 모든 신경을 끌어모아야 했던 탓이었다.

물론 단지 심심풀이에 불과한 잡담은 표면적인 이유를 넘어선 경직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는 부가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건 그저 몸이 바쁘지 않을 때, 즉 안전하다라 인식되는 장소에서나 들어맞는 조건부적인 유희일 따름이었다. 전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잡담은 되려 판단력을 흩뜨리고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자칫 간단한 실수 한 번으로 또다시 끈적한 물에 빠질 수가 있는 만큼, 지금은 정신을 분담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서준은 그런 식으로 다물어 버린 입을 곧바로 열 수밖에 없었다.

그건 결코 잡담이 원인이 아니었다.

"···여기서부턴··· 나를··· 잘··· 따라와야··· 한다···. 필요하다면··· 가까이 붙··· 도록··· 해라···."

심하게 말을 더듬은 때로부터 불과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확연하게 좋아진 발음과 발성으로 대뜸 입을 열고 말하는 몬스터 최성민의 꿈틀거리는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귓가를 간질이자마자, 저도 모르게 멈춰선 한서준이 아주 커다란 모순이 존재하는 몬스터 최성민의 말에 딱딱한 반문을 내던진 것이었다.

"그건 날 죽이고 싶다는 소리인가?"

"···그러고··· 싶었다면··· 벌써··· 그랬지 않··· 았을 것··· 이란 생각은··· 안 해··· 봤나···?"

점점 멀어져 가는 목소리의 끝단을 붙잡기 위해 재차 멈췄던 발을 움직이며, 한서준은 요 며칠 간, 아니, 이젠 기억마저 흐릿해진 지난 몇 년 간을 전혀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던 코웃음을 오늘로서 픽 흘려내었다.

"그럼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했다는 것이로군."

"···느슨해진 긴장··· 은 죽음과 직결··· 되는 커다란 문제점··· 이니까···.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이기도 하다···."

이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건지 추측도 안 되는 차이를 보여주면서도, 뒤를 돌아볼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 모양인지, 오로지 직진만을 고수하며, 뒤따르는 한서준에게도 마찬가지의 직진을 거진 간접적으로 강요하던 몬스터 최성민이 거듭 입을 열고 말을 이어낸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른 뒤가 아니었다.

짧게 끝난 잡담만큼이나 짧게나마 벌어진 거리를 빠르게 좁혀내기 위해 한서준이 부리나케 최성민을 쫒아가는 사이, 다시 말해 연속적으로 판자를 두 장이나 건너다 못해 곧장 왼발이 세 장째에 해당하는 판자에 다다랐을 때에, 꼭 새벽녘의 안개가 그러하듯, 느릿느릿한 몬스터 최성민의 목소리가 한서준의 주위를 만연한 덩쿨같이 휘감아 묶어 버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앞··· 에서부터는··· 나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 하는 편이··· 좋을 것이란 건··· 사실이다···. 아까 보았던··· 아귀··· 처럼 생긴 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놈이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덩쿨처럼 엉겨붙는 질긴 음성과, 갑자기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며 내려앉은 싸늘함에도 한서준은 바쁘게 움직이던 발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벌써 세 장째를 넘어 네 장, 잇따라 다섯 장째에 해당되는 판자를 조심조심, 차곡차곡 건너가며, 점점 커지는 목소리와 더불어지는 몬스터 최성민의 인영을 유일하게 빛을 반사하는 왼쪽 눈동자 안에 또렷히 담아낸 뒤, 경고를 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과의 거리를 유지하지 위함인지 알 수 없는 우뚝 선 상태로 수십 쌍의 눈알을 일제히 동원해 자신을 바라보는 몬스터 최성민과의 거리를 정확히 판자 두 장 정도가 남아 있게끔 적절하게 좁혀낸 한서준은, 여태껏 바쁘게 움직이던 발을 약간 허무하리 만치 단숨에 멈춰 세웠다.

그리고 다시금 시작된 몬스터 최성민과의 일 대 다수, 좀 더 명확히는 한 개의 눈알과 총 마흔다섯 개의 눈알이 빚어내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눈싸움을 이어가다, 이내 먼저 입을 염과 동시에 밀집된 시선을 거두고 나아가 몸까지 돌리는 몬스터 최성민의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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