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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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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10.0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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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동료

DUMMY

하지만 이러한 몸의, 다시 말해 '생존'이 바탕이 된 본능의 판단이 이번엔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약 십여 초 가량을 그렇게 몸뚱이만 떨어대던 몬스터 최성민이 마침내 묵직하게 동결된 공기를 깨부수고 일구어 낸 토막토막 잘려나간 행동, 다름 아닌 몇 마디의 말들이 한서준의 본능적인 판단을 180°로 뒤엎어 버렸던 탓이었다. 정확히는, '말'이라는 행위 자체가 다시금 점화된 한서준의 경계심을 아예 확 틀어 버리다 못해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 버렸다고도 할 수 있었다.

"···가··· 까이··· 오, 오진··· 마, 말··· 아라···. 피, 피··· 냄··· 새가··· 나, 나를··· 자··· 자극··· 한다···."

힘겹게 입을 열고 뱉어낸 말이 순전히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예의상 뱉은 말은 아니라는 모양인지, 몬스터 최성민의 몸통을 가로지르는 수십 쌍의 눈알 안엔 하나같이 거미줄 같은 혈관들이 툭툭 불거져 있었고, 서로 다른 관절을 가지고 자라난 오른쪽의 두 개의 팔은 각자가 각자의 생명을 쥐고 있는 것처럼, 팔을 움직임으로써 발생하는 모호한 흔들림과, 그런 과정을 거쳐 움직이는 관절과 역관절의 오른팔이 모두 미묘하게 어긋나 있었는데, 각각 반대되는 팔이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부들부들 떠는 것이, 복구된 오른팔에게 부여된 일종의 전제였던 모양인지, 위쪽에 나붙은 역관절의 팔이 이런 미세한 부들거림으로 빈틈없이 뒤덮이자마자, 아래쪽의 팔이 꼭 파리를 쫒는 것처럼, 삽시간에 좌우로 홱홱 휘둘러지며 방어막 비스무리한 검은빛 먹선을 몸통 바로 앞에, 그러니까 잔뜩 먹을 머금은 붓을 있는 힘껏 찍어누르듯이 진하게 그려내었던 것이었다.

그건 어떻게 보면 방어를 취하는 자세와도 같았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성의 명령에 따르지 않는 오른팔을 억지로 제어함으로써 불거진 부작용과도 같은 자세이기도 했다.

뚜두둑!

그리고 그 증거로, 몬스터 최성민은 한서준과 마찬가지로 그나마 멀쩡한 왼팔을 이용해 오른팔을, 좀 더 명확히는 팔과 어깨의 구분선이라 할 수 있는 어깨의 끝에서부터 총 두 개의 오른팔을 망설임 없이 뜯어내 버렸다.

자그마한 신음 하나 흘려내지 않으며, 마치 자기 것이 아닌 남의 팔을 뜯어내는 것처럼 소름이 끼칠 정도의 침묵이 가라앉은 주변에 일순 섬뜩한 파육음을 퍼뜨려 내며, 무감정한 표정과 무자비한 손놀림에 어울린다라 할 만한 그 어떠한 고통도 일절 느껴지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단번에 두 개의 팔을 뼈째 뽑아내 아무렇게나 내던져 버린 것이었음이다.

이건, 오른팔이 머리의 명령을 제대로 듣지 않았기에 발생한 무심하기 짝이 없는 즉결 처분의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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