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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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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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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9.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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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허나 그렇다 한들, 다시 엎어져 지렁이처럼 꿈틀대며 고통이 지나가기만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한정적인 시간도 시간이지만, 무엇보다 잠시라도 멈추면 곧장 죽음을 맞이할 것 같은 물고기형 몬스터의 저돌적인 공격이 재차 시작되려 하고 있었기에, 단 1초의 시간도 낭비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서준은 급하게 움직이려던 발을 우뚝 멈춰 세우고, 그만 석상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아니, 급작스레 불쑥 튀어나온 무언가에 순간적으로 시야를 방해 받는다라 인지하자마자, 생각과 주도권을 앗아가는 추위와 경련, 그리고 또다시 이어질 몬스터의 공격을 대비한 긴장감으로 덧칠된 머릿속에 기이하리만큼 또렷하게 파고드는 구둑구둑한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며 목소리가 안내하는 말에 따라 갑자기 눈을 가린 무언가, 즉 시커멓고 차가운 냉기를 뿌리는 괴이하고 무거운 막대기 비스무리한 철제 물품 하나를 간신히 받아든 한서준은, 금방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어디서, 어느 국가에서 만들고 유통된 것인지 모를, 다시 말해, 저격수로 활동하면서 보아온 수많은 저격총들과 비슷하긴 하나 엄연히 다른 형태를 가진 낯선 저격총.

한서준에게 날아온 정체불명의 무언가는, 다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너절하고 먼지 낀 저격총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날려보낸 장본인. 그 장본인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성큼성큼 판자를 건너가 먼저 끝에 다다라 있을 것이라 추측했던 몬스터 최성민이었다.

그는 함몰된 눈꺼풀을 끔뻑이며, 한서준과 두 칸 정도 떨어진 판자 위에 가만히 서서 한서준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변이된 모습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팔짱까지 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게다가 마치 구경이라도 하는 것처럼, 한서준이 저격총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말을 내뱉었던 방금 전과는 달리 그의 입은 굳게 다물어져 도대체가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팔짱을 풀고 도와줄 생각도 딱히 존재하진 않는 모양인지, 그의 몸은 어떠한 미동조차 하지를 않았다.

대신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만큼이나 무거운 입술 사이를 벌려내 방금과 똑같은, 꼭 텁텁한 과자를 입 안에 잔뜩 욱여넣은 듯한 구둑구둑스런 목소리로 몇 마디 말을 더듬더듬 토해내기만 할 따름이었다.

"···내가··· 정··· 신을··· 차, 차··· 차려··· 었··· 을··· 때부터··· 너··· 를··· 고, 관··· 찰··· 해··· 앴··· 었··· 다···. 그, 그리고··· 겨, 결··· 론··· 을··· 내렸··· 지···."

몬스터 최성민의 느릿느릿한 말이 미처 첫 번째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한서준은 재빨리 몸을 앞으로 수그렸다. 이전과 전혀 다를 게 없는 끈적한 액체의 파도를 일으킨 물고기형 몬스터가 다시금 펄쩍 튀어오른 탓에 생명을 지키려는 인간의 본능이 반사적으로 안전하다라 인식되어지는 행동을 임의로 실행한 것이었다.

까닭에 한서준의 자세는 곧장 원래대로 돌아갔다.

또한 이에 그치지 않고 허리를 꼿꼿이 편 채, 어느덧 조준경의 배율을 최소한도로 낮춘 스코프와 유려한 곡선이 돋보이는 개머리판을 각각 왼쪽 눈과 왼쪽 어깨에 가져다 대고, 흡사 이날만을 고대했다는 양, 산처럼 솟아올라 주르륵 흘러내리는 끈적한 액체의 실질적인 두께와 그 안에서 스프링처럼 튀어나올 몬스터의 순간적인 가속도, 그리고 지저분하게 자란 이빨들이 앞으로 물어 뜯을 유효한 공격 반경들을 그야말로 삽시간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전광석화인 양 모두 계산해 낸 한서준은, 나아가 머리의 효율적인 명령에 따라 이 몸으로는 약간 버겁다 싶은 긴 총구를 빠르게 아래로 내려 대뜸 몬스터와 반대되는 방향에 놓인 판자의 끄트머리를 정확히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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