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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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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9.1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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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DUMMY

한서준은 서둘러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여전히 판자의 아랫면을 갉아먹는 몬스터의 난잡하게 자란 이빨들을 피해 바로 세 번째 판자 위로 성큼 건너갔다.

이번엔 이전만큼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오른발의 부목이 판자에 뚫린 이음매 사이의 구멍으로 기다렸다는 듯 콱 틀어박혀 버린 탓에, 그만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엎어져 버리고 말았으나, 그건 한서준에게 오히려 더할나위 없는 호재好材로 다가왔다.

쿠왕!

두 번째 판자의 출렁거림으로 그 위의 먹잇감이 다음 판자로 건너갔다는 걸 눈치챈 것인지, 돌연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솟아난 끈적한 액체의 산이, 삽시간에 꿀렁꿀렁 흘러내리기 무섭게, 절대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던 물고기형 몬스터의 커다란 입을 포함한 소용돌이같이 뒤틀린 몸뚱아리가, 엎어진 한서준의 뒷통수 바로 위, 그야말로 간발의 차라 할 수 있는 세 뼘 정도의 차이만 간신히 남기고 쏜살처럼 스쳐 지나갔던 것이었다.

만약 부목이 구멍에 빠지지 않아 애당초 넘어질 일이 없었다면, 그대로 몬스터의 이빨에 걸려 믹서기에 갈린 양파같이 갈가리 찢겨져 나갔을 게 틀림없었다.

흔히들 말하는 뒷걸음질을 하다 쥐를 잡은 격, 그러니까 그 자신도 믿기 힘든 천운天運이 따라준 셈이었음이다.

허나 아직 뚜렷한 방안도 없는 지금, 이게 마냥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이때까진 몬스터의 공격을 오직 한서준, 그 자신의 운으로만 피했다고는 하나, 이다음 판자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며, 또 그렇게 되야 할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는 탓이었다.

까닭에, 차라리 멈추지 않고 바로 몬스터를 피해 연속적으로 판자를 건너가거나, 적당한 무기를 찾아 몬스터와 맞서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알맞은 대처법이었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극히 짧은 시간 내에 판자를 건너기엔 그의 몸이 잘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 발 밖에 남지 않은 수류탄을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도 없었다.

고작 이런 곳에서 사용하기엔 앞서 판단했듯이 무척이나 아까울 뿐더러, 어차피 유일한 타격점이라 할 수 있는 몬스터의 입 안에 제대로 쳐박을 기회도 쉽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태껏 있었던 기회라봐야, 몬스터의 입 안에 쇠파이프를 박아 넣었던 처음이 전부였다.

게다가 기회를 만든답시고 무리하게 몬스터의 공격을 유도하는 것도 몸을 가누는 게 평범한 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수고스러운 한서준에겐, 그다지 적합한 일이 아니었다.

머리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몸은 이러한 머리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몬스터의 공격을 유도하는 건 되려 제 명줄을 다급하게 재촉하는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한서준은 엎어져 있던 몸뚱이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워낙 짧은 시간 동안 거친 움직임을 여러 번 시도한 덕인지, 그렇게 반갑지 않은 근육의 경련이 벌써부터 오른쪽 신체를 집어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뇌를 푹푹 찌르는 따갑고 육중한 정전기가 순간 오른쪽 어깨에서부터 퍼져나감과 동시에, 이제껏 없었던 왼쪽 후두부의 간질 같은 극렬한 떨림이, 꼭 살점이 가위로 미어지는 것 같은 고통을 수반한 채 순식간에 그의 전신을 짧지만, 빳빳하게 경직시켜 버렸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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