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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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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9.1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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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쪽

동료

DUMMY

한마디로 위치적으로 보나 몬스터의 상태로 보나,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한서준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그에겐 마음껏 몬스터를 유린할 수 있는 무기가 아무것도 없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용케도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파열 수류탄 3발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단지 지나가는 통로일 뿐인 이곳에서 무턱대고 소비하기엔 그건 너무나도 아까운 전력이었다.

이 길이 대구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로 향하는 길이라면야, 이런 잡스런 상념은 모두 배제한 채 아낌없이 수류탄을 사용하겠지만, 아쉽게도 이 길의 끝은 오히려 호랑이 굴이라 해도 좋은 Juggernaut가 있는 장소였다.

어둡고 퀴퀴하기만 한 이곳보다 몇 배는 더 요긴하게 쓰일 장소이자 몇 배는 더 전략적으로 쓰여질 장소인 만큼, 지금은 그냥 쓰지 않고 아끼는 게 현명한 방책이라는 소리였음이다.

까닭에, 슬금슬금 허리춤을 향해 내려가던 왼팔을 우뚝 멈춰 세우고, 판자와 거의 달라붙어 있었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개를 들어 순식간에 멀어져 버린 몬스터 최성민의 위치를, 잇따라 벌써 멀찍이 앞서 나간 최성민과의 거리를 눈대강으로나마 파악하는 것으로 수류탄의 사용을 고려하던 자신의 생각에 억지로나마 장애물을 집어넣은 한서준은, 거듭 고개를 돌려 수면 아래로 어물어물 비춰지는 물고기형 몬스터를 빤히 바라보았다.

물 밖으론 나오지 못한다는 최성민이 말이 마냥 거짓은 아닌 모양인지, 물고기형 몬스터는 그 주둥이를 물 밖으로 꺼내기는 커녕, 오히려 단조로운 움직임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모든 움직임의 궁극적인 목적은 어디까지나 한서준, 바로 판자 위의 움직일 수 없는 먹잇감이었기에, 행동이 극히 반복적이고 제한적이게 될 수 밖에 없는 건 꼭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알고리즘이 입력된 컴퓨터 프로그램처럼, 응당 당연한 일이며 직선적인 과정을 거친 당연한 결과였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엔 '버그'라는 특별하고도 짜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듯, 물고기형 몬스터에게도 이러한 버그와 비슷한 경우인 '생각'이란 행위가 존재하지 않을 리 없었다.

사각. 사각.

지금처럼 판자를 쳐대는 것도 모자라 아예 밑바닥에서부터 갉아먹기 시작한 것만 봐도, 물고기형 몬스터에겐 생각과 더불어 적절한 학습 능력도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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