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생이란 것이 참 오묘한 놈이라 언제 확 눈앞으로 들이닥칠지 모른다.
생각지도 못하게 길을 가다 그럴 수도 있고, 식사를 하다 그럴 수도 있으며, 가만히 잠을 자다 그럴 수도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희생자들을 만들어 내고, 이에 희생당한 이들은 대부분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굴복하며 죽어버리고 만다.
때문에 사람들은 이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고 감식시키기 위해 수많은 보험에 들며, 일부러 밝은 쪽만 바라보려 하고, 되도록이면 이것들을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인간의 기억이란 더할 나위 없이 간사한지라 조그마한 자극이 있어도 금세 어두운 쪽으로 물들어 잊었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게 만든다.
비에 얼굴을 아예 덮어버리고 숨을 콱 틀어막고 싶은 장마철이 되면 미칠 듯이 쑤셔오는 오른쪽 눈알처럼.
혹은 눈이라도 내리면 혹시나 이 눈들이 뒤틀려진 신체를 원상복귀 시켜주지 않을까하며 미친놈처럼 눈을 맞고 있는 이 오른팔과 오른다리처럼. 무언가 매개체가 있으면 인간은, 이 빌어먹을 뇌는 끊임없이 그날의 기억을 재생시키며 생생하게 그날의 고통을 곱씹게 해준다.
마치 절대 벗어날 수 없는 끔찍한 고문이라도 하는 것처럼. 오로지 죽음만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 말해주는 지옥의 파수꾼과도 같이.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