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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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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91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4.07 17:02
조회
84
추천
3
글자
7쪽

잠수.

DUMMY

···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

전세계를 커버하는 게임이라고? 과연 이게 버그일까? 그냥 스토리의 일부 아냐?

나는 턱을 매만지고 고양이를 보았다.


"특수한 케이스가 발생할 확률은···."

"없을걸. ···아니, 나도 몰라.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고양이가 말했다.


"64대 현자님이 뭔가 하신 것 아닐까요?"


제니가 물었다.


"그럼 내가 진작에 알아챘겠지."


고양이가 말했다.


"이건 그냥 자연적으로 일어난 현상이야. 누군가의 개입은··· 없어 보이고."

"그렇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한 가진데."


제니가 검지를 치켜세웠다.


"쟤가 실은 멍청한 아이였다는 건··· 말이 될까요?"

"가능성이야 있긴 하지."


고양이가 말했다.


"우리가 아는 건 저 꼬맹이가 미궁을 파훼했다는 거랑 방금 전의 추리뿐이니까. 사실 머리가 어떻다고 논하기엔 정보가 좀 부족하긴 해."

"하지만··· 역시 아니겠죠?"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쟤가 멍청하면 세상 생명체의 대부분은 그냥 단세포 생물일걸."


···설마 거기에 나도 들어가냐? ···야, 아니지?


"아무튼, 지금 우리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예? 악몽님이 위험하다면서요."

"위험하긴 하지."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칼스를 힐끗하고 나와 제니를 번갈아보았다. 그림자가 일렁였다. 붉은색 눈동자가 빛났다.

고양이가 말했다.


"이제··· 쟤가 현자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말이야."


* * *


새로운 문제를 환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건 막상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 해결책이 투명하다는 점이다.

가령 우유팩을 뜯으려는데 앞뒤가 모두 안 뜯긴 것도 모자라 주변에 가위가 없다던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는데 바닥에 닿기 직전 그것에 반응했다던가··· 하드 아이스크림이 녹아 떨어지기 직전인데 다른 손엔 묵직한 비닐 봉투를 든 채 서비스로 받은 김밥을 우물거리고 있다던가 하는 경우는 정말이지 피하고 싶다.

이번 현자도 그렇다.

고양이의 말에 따르면 칼스는 집으로 돌아가는 게 나았다. 그래야 내년도, 내후년도 해가 무사히 동쪽에서 뜰 터였다. 하지만··· 솔직히 이게 게임 스토리의 일부라면 난 지금부터 빵이나 뜯고 있어야 했다.

게임사의 큰그림을 망쳐서 돌아오는 거라곤 경고 메시지나 정지가 전부일 테니까. 하지만 반대로 현자가 되게 놔둔다면? ···음, 분명 유저한테도 영향이 간다 했으니··· 언젠가 또 한 번 게임이 뒤집어지겠지. 만약 버그가 아니라면 말이야. 어쨌든 게임사의 의도대로니까··· 그··· 게임사에겐 좋은 쪽으로 영항을 끼칠 거야.

···근데, 이게 버그면 어떻게 되는 거지? 게임은 게임대로 터지고 게임사는 게임사대로 야근이 터지나?

···응? 잠깐만. 뭐야.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면··· 결국 난 가만히 있는 게 제일이란 소리네?


"그럼··· 악몽님. 저희는 그냥 가만히 지켜보는 게 좋은가요?"


그러니까. 난 가만히 있어야 하나?


"글쎄."


고양이가 말했다.


"어떻게 할까?"

"음··· 악몽님 말씀대로라면 쟤가 현자가 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잖아요."

"저 꼬맹이가 지식을 악용할 생각이 있다면 말이지."


고양이가 꼬리를 까딱였다.


"사실 현자의 멍청함은 신이 구더기를 무서워해서 탄생한 멍청함이니까··· 지식을 악용할 생각만 없으면 똑똑하든 멍청하든 상관은 없어."


하지만··· 글쎄··· 이게 진짜 게임 스토리면 저 꼬맹이도 어떻게든 타락할 것 같은데···. 물론 단순한 버그라면 타락할 확률은 낮을 테고. 근데··· 그러면 멍청한 현자를 원하는 게임과는 결국 반하는 흐름으로 가는 거잖아. ···으, 역시, 이래도 문제, 저래도 문제야.


"뭐··· 우린 저 꼬맹이가 왜 선택됐는지 모르니까. 지켜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해."


고양이가 말했다.


"괜히 설치다가 인과 관계가 꼬이면 결국 우리만 피곤하거든."

"지당하십니다."


아무렴. 피곤한 건 피해가야지. 피곤한 걸 정면으로 헤쳐나가는 건··· 무턱대고 돌진하는 20대 때나 할 법한 멍청한 짓이라고.


"그러니까··· 일단은 그냥 지켜보자. 그리고."


고양이가 말했다.


"난 쟤가 지식을 악용할 꼬맹이로 보이진 않거든."


* * *


외부의 적 대신 아침이 왔다.

안개가 숲을 가렸다. 새소리가 잦아들었고 풀잎마다 이슬이 맺혔다. 이슬이 바짓단을 적셨다. 풀비린내가 밀려들었다. 나는 나뭇가지를 주워 마른 부분을 불씨가 스러져가는 모닥불에 집어넣었다. 난 시계를 확인했다.


- 현실 : 오후 3시 55분. 강제 로그아웃까지 10시간 33분.

- 게임 : 오전 5시 32분.


중앙 중립 국가까지 갈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모포를 덮고 잠든 제니와 칼스를 흔들어 깨우고 고개를 들었다.

나뭇가지 위에 앉아 꼬리를 흔들던 고양이가 하품을 하며 날 내려다보았다.

내가 물었다.


"아직도 감시 중입니까?"

"응."


고양이가 말했다.


"참 질긴 애들이야. 어제는 잠도 안 자는 것 같더라."

"그건··· 힘들겠군요."

"그만큼 현자 후보생이 걔네들한테는 거슬린다는 소리겠지. 음··· 근데 왜 현자한테 그렇게 집착하는진 아직도 모르겠어."


고양이가 말했다.


"지금 현자나 전대의 현자나··· 걔네들한테 딱히 뭘 한 것도 아니거든."

"뭐··· 그것도 신의 설정값 아니겠습니까."


이유 없이 주인공과 적대하는 쩌리 세력들 말이지. RPG 게임에서 절대 없어선 안 될 감초 같은 역할을 맡은 것들에게 이유를 찾아봤자 별 거 없을 거다. 끽해야 뭐··· '세계 정복에 방해가 되니까.' 정도려나?

여기서 조금 더 스토리를 넣는다면 실은 걔네들이 정의고 현자가 악이었다는 소년 만화 같은 구조가 될 테고 말이야.


"아무튼, 이대로 계속 감시 당하는 것도 슬슬 거슬려지려는 참이야. 어떡할까? 여기선 같은 인간인 네 의견이 내 독단보단 좋겠지?"

"···먼저 독단으로 생각한 게 뭔지 듣고 싶군요."

"간단해. 악몽 속에 밀어넣고 나중에 풀어주는 거야. 이러면 아무도 안 죽고 깔끔하게 해결되거든."

"그건 나쁘지 않군요."


일종의 정신 고문이긴 한데··· 불안전한 씨앗을 이용하는 건 아니니까··· 안전하겠지?


"근데 문제는 내가 기억하고 있어야 된다는 거야. 저번에도 오랜만에 생각나서 찾아갔더니 해골만 남아 있더라고. 영혼은 악몽 속에 갇힌 채로 말이야."

"···그건 위험하군요."


야, ···아무도 안 죽는다며. 네 말에 네가 카운터를 날리면 어떡하냐?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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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3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2 7 8쪽
35 잠수. +1 19.03.09 264 7 7쪽
34 잠수. 19.03.07 270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3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6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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