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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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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93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04 18:44
조회
300
추천
6
글자
8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무너진 천장과 으깨진 살점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1층의 각 통로는 입구와 왼쪽만 제외하면 돌들로 막혀 있었고 그나마도 거대한 바위가 산더미였다.


"어디 있습니까?"

"위."


고양이가 말했다.


"어떻게 할래?"

"어떻게고 자시고."


2층이라고? 그럼 방법이 있지.

나는 판매 아이를 꽉 끌어안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두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였지만 다리와 허리에 힘을 주자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오, 뭐야? 너 마법도 할 줄 알았어?"


휘청일 때 발톱을 박아넣은 건지 욱씬거리는 머리 위에서 고양이가 물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흔들었다.


"칭호··· 라고, 방문자들이 가질 수 있는 그런··· 능력 같은 것 때문에 이런 겁니다."

"칭호? 방문자들의 특혜인가?"

"그럴 겁니다. 아무튼, 칭호 몇몇 개엔 공짜로 쓸 수 있는 스킬이 붙어 있습니다. 이건 그중 하나지요."

"오, 편리한데."


고양이가 말했다.


"제한 같은 건 없는 거야? 그럼 완전 엄청난 아티팩트나 마찬가지잖아."

"아쉽게도··· 딱 한 번. 3분만 날 수 있습니다."


분명··· 네 등에 탔을 때 얻은 칭호였었지. '그 어떤 유저보다 빠른 스타트'란 이름의 칭호. 어디에 써먹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걸 이렇게 사용하네.

나는 2층 계단으로 몸을 틀었다.

판매 아이는 두 눈을 꼭 감고 있었고 옷을 잡은 손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난 아이의 등을 토닥이며 잔해물 사이의 빈 공간으로 들어갔다. 2층은 거기에 있었다. 나는 공중에 뜬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2층에서··· 구석. ···좀 위험한 거 같은데."


고양이가 2층 복도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고양이가 입맛을 다셨다.


"마법사 꼬맹이. 벌써 죽었잖아."

"예?"

"죽었다고."


고양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보았다.


"다시 한 번 말해줄까? 죽었어. 그럼 현실도 죽었겠지. 어쩔 수 없어."


나는 서서히 가라앉는 몸을 안전하게 착지시키고 판매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고양이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디 있습니까?"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렇게 인지할 만큼 머리가 냉정하다는 것엔 놀랐지만 한순간 호흡은 턱하고 막혔다. 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귓속을 장악했다.


"복도를 따라가서··· 다섯 번째 방이야."


나는 바로 방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이의 얼굴을 뜯어먹고 있는 뱀을 낚아채 패대기를 친 뒤 여러 번 짓밟아 터뜨렸다.

나는 아이를 지나쳐 구석에 박힌 채 떨고 있는 제빵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울고 있었다. 연신 입을 벌리고 있었지만 흘러나오는 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안아들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떨었고 난 아이의 눈을 가린 뒤 밖으로 나가 판매 아이에게 안겨주었다.


"···조금만 있어라."


다시 방으로 돌아와 아이를 확인했다.

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에게선 생명과 관련된 반응은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았다. 뜯겨나간 반쪽 얼굴에서 쏟아지는 피만이 유일하게 그 아이를 거쳐 움직이고 있었다.


"···진짜 죽은 겁니까?"


뒤따라온 고양이에게 물었다.


"그래."


고양이가 말했다.


"어중간한 씨앗이 심어진 아이야. 지금쯤··· 현실에서도 저렇게 죽었겠지."


고양이가 날 보았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이게 다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마. 애초에 까먹고 말도 안 한 내 잘못도 있으니까."


···네 잘못이든 내 잘못이든··· 어쨌든 돈 한 번 벌어보겠다고 한 게 어린애를 죽였어. ···뭐, 물론 이게 인공지능이란 건 알고 있고, 진짜가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충격이 좀 상당하네. 벌써부터 기분이 더러워지잖아.


"하."


입술을 깨물자 혀끝에서 비린 맛이 났다.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이의 반쪽만 남은 눈을 감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제빵 아이는 많이 진정된 상태였지만 여전히 울고 있었다. 얼굴은 초췌했고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다. 판매 아이보다 명백하게 상태가 심각했다.

친구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목격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들이 살짝 뒤로 물러섰다. 아이들의 눈은 불신과 원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래, 이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지.


"슬슬 가자꾸나."


나는 아이들에게 손짓했다.

현실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 장소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었다.


"미궁 소환."


이 스킬을 또 여기서 써 먹을 줄은 몰랐는데··· 역시, 뭐든 갖고 있으면 결국 언젠가는 쓰게 되는 법이라니까.

내 손에서 번져 나온 회색 연기가 사라지고 반쯤 부서진 나무 문 위로 잿빛 철문이 나타났다.

나는 머뭇머뭇거리는 아이들을 억지로 들여보낸 뒤 고양이를 돌아보았다.


"미움받았네. 너나 나나."


입을 열기 전에 먼저 고양이가 말했다.


"어쩔 수 없지. 나야 뭐··· 억겁을 살면서 그냥저냥 스쳐갈 뿐인 인연이지만···, 넌 아니지? 어떻게 할 거야?"

"···글쎄요."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그런 걸 묻는다면··· 그건 불가능해. 한 번 어긋난 감정선은 웬만하면 복구되지 않으니까. 그렇게 보이도록 위장은 할 수 있지만··· 위장은 위장일 뿐이야. 진실이 될 수는 없어.


"노력은 해 봐야죠."

"그래."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악몽에서 벗어나야지. 꿈으로 만드는 방법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뭔가가 바뀌길 원하는 거야. 너희 세 명이 동시에 말이야. 이 악몽은 하나이면서 넷··· 그러니까 이젠 너희들 세 명이 만들어낸 악몽이니까."

"한꺼번에 동일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겁니까?"

"한꺼번에는 맞지만 동일한은 틀려."


고양이가 말했다.


"뭐든 바뀌길 원하기만 하면 되니까. 사람마다 꿈은 다르잖아."

"그렇군요."


···처음부터 내 꿈은 말아먹은 셈이었군.

나는 한숨을 내쉬고 고양이를 머리 위에 태웠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익숙한 T자형 골목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던 아이들이 날 쳐다보았다. 원망과··· 불신. 하지만 조금씩 담겨 있는 고마움과 복잡함. 아이들의 눈엔 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지나쳐 미궁에 숨겨져 있는 집을 드러내었다.


"들어가서 좀 쉬거라. 여기라면 안전하니까."


악몽이 여기까지 침투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나는 이 말을 속으로 삼키고 아이들을 집안에 들여보냈다.


"재밌는 곳이네."


고양이가 담벼락 위로 올라가며 말했다.


"미궁이라고 했지? 이것도 고대종이잖아."

"고대종··· 말입니까?"


내가 아는 고대종은 하나밖에 없는데···.


"그럼 이것도 몬스터란 소립니까?"

"몬스터··· 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 근데, 무생물이라 보기도 어려워. 이건 일단 살아 있긴 하니까."


그러면··· 그동안 내가 먹는 수프는 뭐 위액이나 그런 거야? 이불은 그··· 융털 같은 거에, 침대는 막 세포막 같은 거고? ···그거 엄청난걸?



[고대종 '미궁 - 레마나탈'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기록되었습니다. 명성 50 증가.]


[고대종에 대한 정보를 일정량 기록하셨습니다. 직업 '고고학자' 전직 퀘스트가 해방되었습니다.]


[유일 칭호 '고고학자가 꿈이라고요? 그런 당신에게 마법의 나침반을 선물을 드립니다.'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킬 '고대의 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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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잠수. 19.04.08 92 4 6쪽
49 잠수. 19.04.07 85 3 7쪽
48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2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3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2 7 8쪽
35 잠수. +1 19.03.09 264 7 7쪽
34 잠수. 19.03.07 270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3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1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6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7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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