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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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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81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05 20:55
조회
297
추천
8
글자
11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메시지가 눈앞을 도배했다. ···웬일로 좀 잠잠하나 싶더니··· 너네들은 상황 파악도 못하냐?

난 한숨을 내쉬고 메시지창을 닫았다.


"근데, 내가 보기에 이 고대종은 크기가 절대 이 정도가 아닌데?"

"예?"

"이것보단 더 클걸. 내가 들은 미궁은 세상을 뒤덮을 정도라고 했거든."

"그럼 지금 이 미궁은 일종의 파편··· 이라는 소립니까?"

"자세한 건 나도 몰라. 애초에 별로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었으니까."


고양이가 담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냥 들은 것뿐이야. 가짜일수도 있어."



[고대종 '미궁 - 레마나탈'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기록되었습니다. 명성 30 증가.]


[고대종 '미궁 - 레마나탈'이 '고대의 서'에 입력됩니다.]



저기, 시스템이 스포했는데?

···아무튼, 이 미궁은 그럼 일부분밖에 안 된다는 소리잖아. 아, 설마 이거···, 퀘스트로 이어지나?



[강제 퀘스트 : 환영합니다, 미궁 퍼즐! - S급]


[당신은 운 좋게 미궁에 대한 정보를 얻으셨습니다. 모든 미궁을 되찾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미궁과 합쳐보세요!]


[보상 : 미궁 - 레마나탈의 소유권. 놀랍게도 '미궁 소환' 스킬이 '레마나탈 소환'으로 바뀝니다.]



···이어지는군. 혹시나 한 게 역시나가 됐어.


"아무튼 이제 슬슬 시도해 봐. 더 늦어져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갔다.

아이들은 각각 침대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의 수프는 그대로였고 난로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아이들의 얼굴엔 짙은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


"자, 일단 모여봐라."


난 손바닥을 한 번 마주쳤다.

침대에 앉아 있던 제빵 아이가 날 보더니 침대에서 벗어나 판매 아이의 옆에 앉았다.

나는 아이들과 마주보는 자리에 앉아 수프를 가리켰다.


"괜찮으면 좀 먹으렴. 맛있을 거야."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고 날 쳐다보기만 했다. 얼굴의 반쪽이 짙은 음영이 둘러싸여 있었지만 눈은 굳어 있었고 반쪽만 보이는 입술을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그래. 먼저··· 너희들에게 사과하는 게 먼저겠지."


하지만 과연 사과가 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모든 건 결국 내 욕심이 발전해 빚어진 결과잖아. 애초에··· 난 사과할 자격도 없어.


"미안하다."


나는 머리를 숙였다.

자연스레 아이들의 눈과 표정에서 탁자로 시선이 내려갔다. 장작 타들어가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그때, 뭔가가 탁자를 두드렸다.

고개를 드니 고양이가 보였다. 고양이는 나와 아이들 사이에 앉아 하품을 쩍 해대고 있었다. 고양이가 날 툭툭 건드렸다.


"됐고. 얼른 나가라. 슬슬 들어올 것 같으니까."

"···벌써 말입니까?"


여기 들어온 지 이제 3분도 안 된 것 같은데?


"악몽은 따라다니는 성질을 가졌거든. 얼른 꿈으로 안 바꾸면 조만간 여기에도 들어올 거야."

"···그건 곤란하군요."


진짜··· 사과할 틈도 안 주는구나.

나는 고양이 너머로 아이들을 보았다.


"들었겠지만, 아무래도 여기서 벗어나는 게 먼저인 것 같다, 얘들아."


나는 수프를 한쪽으로 밀었다. 고양이도 같이 한쪽으로 밀었다.


"일단 이 악몽을 먼저 깨야 돼. 그럼 우리가 동시에 이 악몽이 바뀌길 원해야 한단다. 할 수 있겠니?"


아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이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3초를 세마. 그 후엔 뭔가가 바뀌길 강하게 원하면 돼. 알겠지?"


아이들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시작하마. 3."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눈을 감았다. 나는 아이들을 지켜보다 고양이를 바라보았고 고양이는 동공을 축소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뭔가가 바뀌길 원한다라···, 이처럼···.


"2."


포괄적인 것도 없을 거야. 하지만 이만큼 다양한 것도 없지. 무엇이든 바라면 바뀐다니··· 이 고양이. 역시 엄청난 보스급이잖아.


"1."


그런 점에서, 빨리 이 거지 같은 악몽이 깨졌으면 좋겠어. 아니면 저 아이들만이라도 현실로 직통으로 내보내던가. 그것도 아니면··· 아, 혹시··· 이런 것도 되려나?


"혹시나 하는데 말이야."


고양이가 말했다.

···뭐지? 된 건가?

고양이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이던 나는 아이들을 보았다. 거기엔 두 개의 빈 의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됐다.

나는 옅은 숨을 내쉬고 다시 고양이를 보았다.


"너, 혹시 되살리고 싶단 생각했어?"


고양이가 물었다.


"어··· 안 되는 겁니까?"


뭐든지 원하면 바뀐다길래··· 죽는 것 자체를 없던 일로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지. ···안 되는 거였어?


"안 되는 건 아닌데···."


고양이가 수염을 까딱였다.


"넌 어떻게 탈출하려고?"

"예? 그야··· 다시 원하면 바뀌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나갔으니 이젠 그냥 제 악몽 아닙니까?"

"이번인 그냥 그 꼬맹이가 죽어서 그런 거잖아."


고양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는 그 꼬맹이가 죽어서 꼬맹이가 꾸던 악몽 자체가 없어진 거였어. 그래서 세 명으로 됐던 거고. 근데, 지금은 나머지가 그냥 꿈에서 깨어난 것뿐이야. 악몽 자체는 온전하다고."

"꿈에서 깨어난 건··· 취급을 안 하는 겁니까?"


고양이가 날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고양이가 다시 말했다.


"반대로 물어보자. 너, 지금까지 한 번도 꿈이 기억난 적 없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겠지. 당연해.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아냐."


고양이가 말했다.


"자, 다시 물을게. 지금의 넌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어쨌든 꿈을 꿨고,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란 기억을 가지고 있어. 맞지?"


뭔가··· 느낌적인 느낌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네.


"네. 맞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고양이가 동공을 확장하고 침대를 쳐다보았다. 나도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 침대를 보았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음을 느끼면서 벌떡 일어섰다.

침대 위엔 반쯤 파먹힌 얼굴로 죽어 있던 아이가 멀쩡한 얼굴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와 고양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는 놀란 얼굴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고 날 향해 물었다.


"여긴 천국인가요?"


동시에 고양이가 날 보며 입을 열었다.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고, 넌 그 꿈이 네 인생에서 아예 소멸된 거라고 말할 수 있겠어?"


나는 아이와 고양이를 번갈아보았다.

먼저··· 그래, 너다.


"소멸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아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는 가늘게 눈을 뜨고 아이를 힐끗 쳐다본 뒤 입맛을 다셨다.


"그래. 그리고··· 한 번 소멸한 꿈은 다시 복구되지 않아, 멍청아."


나도 마저 아이를 힐끔거리고 고양이에게 상체를 기울였다.


"···그럼 저 아이는···."

"죽었지. 꿈이 현실에서 죽은 것까지 되살리진 않거든."

"하."


난 다시 아이를 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지만 얌전히 옷매무새를 다듬고 앉아 있었다.

얌전하고, 어딘가 기품이 넘치는 게 보통 아이가 아닌 것 같은데··· 그··· 미안하다.


"아무튼, 넌 네 스스로 악몽을 탈출할 기회를 날려 버렸어. 참고로, 난 이제 안 도와줄 거야. 아니, 못 도와줘."


고양이가 말했다.


"엘프들이 알아채고 날 부르고 있거든. 거기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힘을 받은 네가 아이들에게 간섭한 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아. 내가 여기서 널 도와줬다간 너도 저주를 받게 될 거야. 걔네들이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이거든."

"저주···."


저주라··· 딱히 상관없는데. 어차피 이 일만 끝나면 잠수 탈 생각이라 저주 같은 거 걸려 봤자··· 신경 쓸 거리도 못 돼. 내가 뭐 게임을 게임답게 즐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잠만 자려고 산 건데 말이야.


"상관없습니다."

"그래, 상관··· 응? 없다고?"


고양이가 동공을 확장했다.

왜 이래? 선수끼리.


"상관없습니다, 저주 따위. 그냥 보내주십시오."


아무튼 이 거지 같은 악몽에선 빨리 벗어나고 싶으니까. 그런데··· 그러면 그··· 좀 미안해지는데···.

난 아이를 보았다.

금발 아이는 빙긋 미소 지었고 난 입술을 깨물고 눈을 돌렸다.

심장이 덜컥대고 이마가 간지러웠지만 애써 무시하고 고양이를 보았다.


"···그런데, 저 아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이 악몽이 깨지면 같이 사라지겠지."


고양이가 말했다.


"쟤는 네가 되살린 순간부터··· 악몽의 일부가 되었으니까."

"···그렇습니까?"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그럼 난 저 애를 두 번 죽이는 셈이 되는구나. ···이 게임. 사실 나랑 안 맞는 거 아닐까? 목적부터가 글러먹어서 그런가?


"아무튼, 상관없다고? 그럼 바로 보낸다?"

"아···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아. 그럼."


고양이가 내 이마에 발을 올렸다.

하지만 조금씩 풍겨져 나오던 보랏빛 안개는 다시 고양이의 발에 흡수됐다. 뭐지?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문제가 있는 건 아니고."


고양이가 말했다.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네 목적. 아직 못 이뤘잖아. 그것도 상관없어?"

"아."


맞아. 그러고 보니 이 악몽, 애초에 광고 테스트 때문에 시작한 거였잖아. 예상치도 못하게 아이들이 말려들어서 까먹고 있었는데··· 맞아, 이거 광고였어. ···근데, 광고가 너무 무자비한 거 아니냐? 내가 만들긴 했지만 엄청 가차 없잖아. ···광고도 못 보고 죽은 사람이··· 좀 있을 것 같은데? ···이걸 광고라고 봐도 되나? 그냥 대형 폭탄 하나 떨군 것 아니야?


"하나만 묻겠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죽은 사람 있습니까?"


고양이가 날 빤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없어."

"그렇습니까?"


다행이다. 물론 반응들을 봐야 알겠지만, 죽지 않았다는 건 일단 성공적으로 광고를 봤다는 소리였다.

그럼 다음은 순전히 소비자들, 그중에서도 게임에 목숨을 건 선발대들의 몫이었다. 이건 일종의 낚시면서 숨은 그림 찾기니까. 선발대가 미끼를 먹고 그림을 찾으면 나머지는 그저 그들이 뚫어놓은 루트대로 편안하게 먹이를 먹으면 됐다.

아마 선발대에 비해 구입량은 좀 적겠지만 게임은 순전히 재미 이외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본인의 게임 실력에 자부심을 가진 사람들의 경쟁 심리를 고려해 보면,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꼬박꼬박 사먹을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효과가 입증되어야 하지만··· 그건 순전히 벤 아가씨의 몫이니까 나와는 상관없다.

난 이제 아이디어 값만 받고 잠수를 타면 되니까.

아무튼··· 광고를 확인하는 일은 내 생각엔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이제 와서 오류를 발견해 봤자 어차피 늦기도 했고.


"그냥 보내주십시오."


차라리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게 더 건설적이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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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잠수. 19.04.08 91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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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1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1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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