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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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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67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2.24 16:18
조회
438
추천
14
글자
7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점점 시야가 높아지고 몸에 닿는 바람이 차가워졌다. 심장이 뒤늦게 몸을 따라오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유일 칭호 '그 어떤 유저보다 빠른 스타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준비해."

"이미 다 됐습니다."


어차피 뿌릴 뿐이다. 준비라고 해 봤자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게 전부지.

고양이가 광장 바로 위까지 이동해 멈췄다. 사람들은 그때까지도 온갖 말이 뒤섞인 덩어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고 누구도 고양이를 쳐다보며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 않았다.


"해."

"알겠습니다."


나는 한 움큼 쥔 씨앗을 아래로 뿌렸다. 수십 개의 씨앗이 유저들 사이로 사라졌다. 심어진 건지 의심스러웠지만 고양이가 별말 없이 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아 제대로 심어진 모양이었다.

두 번째로 움켜쥐자 이번엔 다수의 검은 것과 노란 것이 섞여 들었다.

나는 그것도 마저 뿌리고 고양이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런데, 색이 다른 것도 그냥 뿌립니까?"

"참 빨리도 물어본다."


고양이가 아래를 내려다보고 하품을 했다.


"상관없어. 남들보다 조금 불안정한 악몽을 꿀 뿐이니까."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 왜, 간혹가다 나오잖아. 악몽을 꿨는데 그 속에서 다친 상처가 현실에서도 나온다던지 하는 거 말이야."

"어···."


그건··· 상당히 위험한데.


"그럼 죽으면···."

"현실도 죽어. 간단한 이야기지?"


결과가 간단하지가 않잖아.

하지만··· 그래. 오히려 잘 된 걸 수도 있다.


- 원래 장사를 잘 하려면 누구도 알 수 없게, 꼭 자기가 이득을 받는 것처럼 보이게 사기를 쳐야 돼. 그리고 그 사기를 아주 잘 치려면 약간의 진실은 불가피하지. 사람은 일단 진실을 보여주면 누구보다 잘 믿거든. 사실이 아니라 진실 말이야.


원장님. 당신의 명언을 여기서도 써먹는군요.

나는 한숨을 내쉬고 고양이의 등을 두드렸다.


"계속 가지요. 딱히 상관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어."


고양이가 다시 발을 움직였다.


* * *


광장에 모인 유저와 도시, 사냥터에 흩어진 유저들을 찾아 씨앗을 심는 일은 금방 끝났다. 중간중간 새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 덕에 떨어질 뻔한 것이 서너 번 정도 있었지만 씨앗을 뿌리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광장으로 돌아오자 하얀 옷을 입은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경비병과 기사들도 일부가 없어진 상태였고 유저들은 각자 사방으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대부분이 만족한 얼굴이었지만 경비병과 기사들은 흉흉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대충 끝난 모양이네."


작아진 상태로 담벼락 위에 앉아 목덜미를 긁던 고양이가 말했다.

나는 빈 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넣은 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미는 제빵 아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아이도 내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끝난 겁니까?"


내가 묻자 세수를 하던 고양이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금쯤이면··· 그래. 이틀 정도 남았어."

"이틀이라."


꽤 길다. 물론 게임 속 시간으로만 따진다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기다리는 일밖에 안 남았군요."


그렇다고 해라, 고양아.


"맞아."


하하. 반가운 소리네.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다듬었다.


"이제 뭐··· 시간이나 때우면 돼. 그러니까."


고양이의 붉은색 눈동자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난 그때까지 어딜 좀 다녀와야겠어. 저 애들. 잘 지키고 있어야 된다?"

"아무렴요."


걱정은 붙들어 매라, 고양아. 우주방어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그래. 그럼 잘 지키고 있어."


고양이가 하늘을 밟고 올라갔다.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갔다. 탁자 앞에서 밀가루를 반죽하던 판매 아이가 나에게 손짓했다. 아이는 물이 담긴 바구니와 수건, 장갑을 차례대로 가리키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 좀 거들어.


아이가 입을 뻐끔거렸다.


"···장사는 일주일 정도 쉰다고 하지 않았니?"


내가 물었다.


- 이건 그냥 연습 겸 신종 개발이야. 쉬면 뭐해? 연습이라도 해야지.


"그래도··· 말이야. 쉴 때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해보니?"


여기가 뭐, 블랙 빵집이나 그런 것도 아니잖아, 응? 막 일만 시키고, 마음에 안 든다 싶으면 꼬투리를 잡아 잘라버리는 그런 회사가 아니잖아, 꼬맹아. 안 그래?


- 왜. 이것도 쉬는 것의 일종인데.


아, 그러니까··· 일이 내 반려자다?

···이런 말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 듣는 건 이번이 처음이네.

나는 한숨을 쉬고 제빵 아이를 보았다. 제빵 아이도 마찬가지로 장갑과 모자를 쓰는 중이었고 앞엔 반죽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이거야 원··· 사장이나 전무나 일 중독이라니. ···아무래도 여기 있다간 붙잡히겠어.

나는 뒷걸음질로 문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을 열려는 순간, 나는 모든 행동을 멈춘 채 날 쳐다보는 두 쌍의 눈을 발견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문고리를 꽉 붙잡았다.


- 어디 가세요?


제빵 아이가 입을 열었다.


- 도망가는 거야?


판매 아이가 입을 열었다.

조금도 흘러나오는 소리는 없었지만 아이들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날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섭다, 얘들아. 내가 빵집에 들어온 건지 유령의 집에 들어온 건지 헷갈리잖아.


"···그··· 광장엘 좀···."


- 그거, 우리 도와주는 것보다 급한 일이야?


판매 아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열었다.


- 진짜요?


제빵 아이가 물었다.

제빵 아이는 의자에서 내려와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 제가 알기로는··· 아저씨는 다른 방문자분들이랑 별로 안 친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건 또 어떻게 안 거니? 그보다, 그렇게 다가오지 마렴. 진짜 무섭거든? 심장의 세세한 감각도 그렇고··· 등골이 서늘해진다란 감각까지 재현한 건 놀랍지만···, 대체 저 아이들에게 무슨 성격을 심어놨길래 예전부터 저런 공포 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거야?


- 거짓말은 나쁜 거 아시죠?


"···알다마다."


나는 바깥으로 발을 하나 내놓았다.

제빵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날 올려다보았다. 아이가 문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 다치지 말고 돌아와요.


양심 자극 공격을 하다니···. 보통내기가 아니군. 거기다 저 미소는··· 그래, 인정한다. 이번엔 네가 이겼어.

나는 한숨을 쉬고 바깥으로 나간 발을 안으로 들였다.


"됐다. 그냥 도와주마."


제빵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내 손을 잡아당겼다. 판매 아이는 다시 반죽을 시작했고 나는 제빵 아이가 가리키는 대로 손을 씻고 장갑을 낀 뒤 의자에 앉았다.

내 앞으로 반죽 한 덩이가 툭하고 놓였다.

···뭔가 함정에 빠진 것 같지만··· 으, 됐다, 됐어.

나는 코를 한 번 찡그리고 반죽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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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잠수. 19.04.05 102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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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잠수. 19.03.28 119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0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199 5 8쪽
38 잠수. 19.03.17 198 8 11쪽
37 잠수. 19.03.11 221 5 7쪽
36 잠수. 19.03.10 231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7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0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2 10 9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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