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90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06 19:11
조회
272
추천
8
글자
7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첫 구매자는 언제쯤 예상하십니까?"


내가 묻자 휴대폰 너머로 무언가를 팔랑이는 소리와 함께 벤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 일단 산 씨의 예측대로 저희 측 약이라는 사실은 밝혀졌어요. 그래서 문의는 계속 들어오는 중인데···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라이프 공식 사이트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게시글 숫자가 어마어마했다. 악몽과 약. 이 두 개가 중심 키워드였고 그중 약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그럴 만도 했다. 한 번 뽕맛에 중독된 사람은 예로부터 답도 없다 했으니까.

시범 단계로는 게임 내에서 약을 주었지만, 먼치킨 고양이를 이용해 실제 약의 능력과 동일하게 구현해냈다. 아마 먹자마자 캐릭터의 몸놀림과 감각의 섬세함이 두세 배는 증가했음을 느꼈을 것이다. 게이머로서는 빠져나갈 수 없는 쾌감을 안겨다 주었으니··· 랭커든 일반 유저든 어떻게든 정보를 알아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터였다.

빠르게 올라가는 게시글에서 그러한 감정이 느껴졌다.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믿음이 세워지기 전이지요. 그때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 혹시 영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 이틀 내로 올라갈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그럼 올라가는 대로 바로 재생하십시오. 그리고, 혹시 게임에 접속해보셨습니까?"


- 아뇨. 아직요.


"그렇군요. 그러면 나중에 천천히 즐겨보십시오. 실은 유저들에게 약을 전달할 때 선영이를 모델로 썼습니다. 일종의···.

"여신!"


선영이가 소리쳤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휴대폰 바로 옆으로 다가온 선영이의 머리를 밀어냈다.


"···예. 행운의 여신 같은 걸로 꾸며놨습니다."


내가 말했다.


- ···그렇군요. 순간 화재 경보기가 울린 줄 알았어요.


벤이 말했다.


"미안합니다. 얘가 좀··· 말괄량이 기질이 있어서."

"말괄량이라니!"


선영이가 내 머리를 두손으로 헤집었다. 머리가 순식간에 덥수룩해지고 간지러워졌다.

에이, 이 귀찮은 녀석!

나는 선영이의 팔을 붙잡았지만 나머지 손은 휴대폰을 들고 있었기에 뇌의 명령을 거부했다.

선영이는 웃으며 내 목을 감싸안고 머리 위에 턱을 괴었다.


"진정해. 사업 얘기 중이잖아?"

"그게 네가 할 소리냐?"


손을 놓고 이마를 밀었지만 힘을 주고 버티는지 정수리가 아팠다. 난 한숨을 내쉬고 선영이에게 신경을 끈 뒤 컴퓨터 화면을 봤다.

빠르게 올라가는 게시물 가운데 중요한 제목만 추려냈다.


"아무튼··· 예상대로 광고임을 깨닫는 사람들이 슬슬 늘어나고 있군요. ···슬슬 불만 사항들이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 예. 정확하시네요. 맞아요. 지금의 유저들은 광고한테 이미 호되게 당한 상태니까요. 들어오는 불만들이 어마어마해요.


일명 '페리 사건'으로 불리는 호감도 하락 사태의 공식 발표가 있은 후로부터··· 약 4억 명의 유저들이 게임사와 각 기업들에게 보낸 탄원서로 게임 내에선 광고가 조금씩 사라지는 추세였다.

그런 와중에 이런 대형 광고를 쾅! 터뜨렸으니··· 흠, 지금쯤 여기나 저기나 또 난리가 났겠군.


"그런 것들은 맡겨두겠습니다."


홈페이지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악몽과 약이 광고와 약으로 뒤바꼈다. 나는 다른 사이트로 들어가 뉴스를 확인했다. 뉴스는 잠잠했다. 어쩌면 기자 몇명이 벌써 벤 아가씨의 회사에 전화를 걸고 있거나 비행기에 타고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잠잠했다.

그래도 서너 시간 정도 뒤면 기사가 나올 터였다. 악몽과 약. 광고, 그리고··· 기업 간 커넥션을 제목으로. 제딴엔 현명하다고 착각하는 유저나 기자가 신나서 물어 뜯을 냄새 좋은 기사로 말이다.


"그리고, 게임사 측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 협상은 잘 됐습니다, 산 씨. 먼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일단 저희 측에서 날짜를 제시하기 전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기로 했습니다.


벤이 말했다.


- 세상에 돈 싫어하는 기업은 없으니까요.


"그렇지요. 지당합니다."


그래, 앞으로 신나게 물고 뜯어라, 개새끼들아. 너네들이 혹할 만한 뼉다귀는 여기 많으니까. 그거나 뜯고 있어. 그동안 살점은 우리가 다 발라먹을 거야.

갈빗살이 그렇게 맛있더라.


"인수합병을 노리는 겁니까?"


- 글쎄요.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산 씨가 궁금하시다면 따로 정보를 수집할 순 있습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냥 물어본 것뿐이니까요."


그럼··· 슬슬 본 이야기로 넘어가볼까?

나는 선영이에게 손짓했다. 냉장고를 가리킨 다음 아래에서 위로 손목을 꺾었다. 선영이가 몸을 돌리자 입을 열었다.


"보수는 언제쯤 들어옵니까?"


- 내일 들어갈 겁니다.


"빠르군요."


- 이런 일은 확실히 해야 되니까요. 판매량에 따라서는 보너스가 추가 지급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난 맥주캔을 땄다. 선영이는 의자를 가지고 와 내 옆에 앉았고 챙겨두었던 과자 부스러기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 지금 술 마셔요?


벤이 물었다.


"그게 거기까지 들렸습니까?"


···귀가 엄청 밝은 아가씨로군.


- 네. 소리가 좋네요.


"···그럼, 나중에 같이 한잔 하시지요."


- 좋아요. 무르기 없습니다?


"염려 마십시오."


- 염려··· 는 해야 겠어요. 산 씨는 전과가 있잖아요. 그러니··· 아, 아예 지금 약속을 잡죠. 이번 주 일요일. 어때요?"


전과라니? 설마··· 아직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어? ···이 아가씨. 은근히 뒷끝 있는 타입인데?


"오후 7시 정도면 됩니까?"


- 네. 그 시간이면 문제없어요.


벤이 말했다.


- 선영이도 데리고 오시고요. 이젠 한 배에 탔잖아요.


나는 선영이를 보았다. 과자를 씹으며 날 쳐다보던 선영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난 선영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가서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난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안경도 벗어놓고 기지개를 폈다. 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쌉싸름한 맥주의 향과 라벤더 샴푸의 향이 코끝을 감돌았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다.

선영이가 맥주캔을 들어보였다.


"이제부터··· 나랑 산저씨 둘만의 시간이야? 비밀 데이트?"

"그럴 리가."


나는 휴대폰의 전원을 눌러 선영이에게 보여주었다. 선영이가 미간을 오므렸다. 난 선영이의 이마를 손날로 내리쳤다.


"가서 잠이나 자라, 꼬맹아. 너랑 나랑 이 시간에 술친구하기엔 넌 아직 꼬맹이잖아."

"에이, 내 나이가 몇인데?"

"네 나이가 뭐. 그럼 내 나이는 몇이냐?"

"산저씨는··· 음, 몇이었지? 미안, 자꾸 까먹네."

"···하, 그래. 기대도 안 했다. 넌 널 업어키운 부모 나이도 모르냐?"

"부모는 무슨. 산저씨는 그냥 산저씨잖아."


선영이가 픽 웃었다.


"뭣하면 오빠라고 불러줄까?"

"···그건 관둬라."


난 맥주를 들어올리던 손을 내리고 과자를 집어들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중앙 +1 19.04.17 133 4 6쪽
53 잠수. 19.04.14 96 1 7쪽
52 잠수. 19.04.12 76 2 6쪽
51 잠수. 19.04.10 89 3 9쪽
50 잠수. 19.04.08 92 4 6쪽
49 잠수. 19.04.07 84 3 7쪽
48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2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3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2 7 8쪽
35 잠수. +1 19.03.09 264 7 7쪽
34 잠수. 19.03.07 270 7 7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3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6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