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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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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84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2.28 18:49
조회
345
추천
8
글자
8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그럼··· 여기에 저 말고 또 다른 방문자가 있다는 겁니까?"


그러면 곤란하지. 얼른 광고를 봐야 할 것 아니야.


"그렇다기 보다는··· 음··· 방문자가 아닌데."

"예?"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누구라는 겁니까? 주민입니까?"


설마 씨앗이 잘못 심어져 말려들었다··· 라든가. 그런 귀찮은 거 아니겠지?

나는 무너진 건물 사이로 숨었다. 뒤쫓아오는 살덩이들과의 거리는 아직 상당했다. 물론 대놓고 숨어지겠냐마는··· 어차피 지금은 전진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어떻게든 저 돼지를 몰아내던가··· 건물이라도 방패삼아 농성을 해야지 방법이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봐."


고양이가 반절만 남은 창가에 올라가 밖을 내다보았다.

나는 급한대로 돌멩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부서진 책상 다리를 그러쥐었다.


"이거··· 일이 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방문자가 아니잖아."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날 돌아보았다.


"걔네들이야."

"걔네들이라면···."


···아, 아니. 말 안 해도 알겠다.


"···페리랑 카난. 둘이 여기 와 있습니까?"

"응."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변하기 전 애들. 이런 적은 처음인데."


고양이가 동공을 축소했다.


"아무래도 씨앗이 심어진 모양이야. ···너, 애들한테 뭐 먹였지?"


뭐지? 저 확신범이라는 말투는?


"아무것도 안 먹였습니다."

"아무것도? 잘 생각해 봐. 정말 아무것도 안 먹였어?"


안 먹였다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보다, 둘은 괜찮은 겁니까?"

"괜찮지는 않지."


고양이가 말했다.


"둘이 흩어져 있어. 아무래도 도망치는 모양인데··· 한 명은 아직도 광장에 있네."


나는 바로 건물을 뛰쳐나왔다. 살덩이들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굴리자 무언가가 머리 위를 스쳐지나갔다.

일어서서 주위를 살펴봤지만 샛길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찾으러 갈 생각이야?"


공중을 밟고 다가온 고양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살덩이들에게서 멀어졌다.

손이 날아들었다. 몸을 최대한 틀어 피하고 들고 있던 탁자 다리를 살덩이에게 던졌다. 다리는 살덩이의 몸에 닿자마자 꼿꼿하게 박히더니 순식간에 빨려들어 사라졌다. 입술을 깨물고 돌멩이를 꺼내 던졌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살덩어리들이 거리를 좁혀왔다. 나는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렸고 잡히는 대로 그들에게 집어던졌다.


"이건 꿈속이니까. 뭔가 바뀌길 기대해 봐. 그럼 공격이 먹힐지도 모르지."


···그게 말처럼 쉬웠으면 아마 지금쯤 무쌍을 찍고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저 살덩이들은 그대로다. 닿는 족족 무엇이든 잡아먹는 저 성질도 그대로고 집채만 한 크기도 그대로다. 오히려 점점 커지면서 역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어떻게 안 됩니다!"


내가 외치자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내 머리 위에 앉았다.


"그럼 이번만 특별히 도와줄게."


고양이가 앞발을 내밀었다.

살덩어리들의 움직임이 일제히 멎었다. 성문 앞에서 토끼들을 잡아먹고 있던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자, 이제 지나가."


고양이가 말했다.


"충분할 만큼은 멈춰 있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나는 살덩이들을 지나쳐 광장으로 돌아갔다. 광장은 조용했다. 곳곳에 널린 살덩어리들은 모두 멈춰 있었고 사람들도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그 사이로 내 움직임 소리만 울려 퍼졌다.

분수대를 가로질러 아이들의 집으로 곧장 뛰어가 집안을 확인했다. 골목길로 통하는 뒤쪽 벽이 허물어져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집은 모든 곳이 멀쩡했다. 그러나 곳곳엔 흙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나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글쎄, 일단 네 발 밑은 확인해 봤어?"

"예?"


그때 뭔가가 내 발목을 붙잡았다.

탁자 아래, 밀가루 포대 사이로 자그마한 팔 하나가 튀어 나와 있었다. 포대로 몸을 가린 채 엎드려 있던 판매 아이였고 나는 서둘러 아이를 안아들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동자와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팔에선 피가 흐르는 중이었다. 옷은 군데군데가 찢어져 멀쩡한 곳이 없었다.


- 그···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입을 다물고 나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나는 아이의 등을 토닥였다.



[판매 NPC의 불안이 큰 폭으로 하락합니다. 판매 NPC가 안심하고 당신에게 기댑니다.]


[판매 NPC가 당신을 크게 의지합니다.]


[판매 NPC의 호감도가 대량 증가합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어떻게, 현실로 못 보냅니까?"

"응. 불가능해. 지금은 말이야."


고양이가 탁자 위에 올라가 앉으며 말했다.


"내가 말했지? 걔네들한텐 외부에서 방해가 들어오고 있다고. 그리고 지금도 살짝 건드려 봤는데··· 이번에도 방해가 들어올 낌새가 보여. 아마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면 또 검이 내려와서 찍을 거야."


고양이가 붉은색 동공을 확장했다.


"나, 아니면 그 아이. 둘 중 하나는 무조건 꼬치가 되겠지. 나야 뭐 찍혀도 걱정은 없지만···, 문제는 저 아이야."


고양이가 날 빤히 쳐다봤다.


"아무튼, 사실대로 말해. 진짜 뭐 먹인 거 없어? 네 손으로 직접 말이야."


···야, 지금 그게 중요하냐?

나는 고양이를 노려봤지만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숨을 쉬고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없···."


···잠깐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제가 만든 것도 해당됩니까?"

"만들었다고?"

"예. 아이들 도와준다고 빵을 한 번 만들었습니다."

"씨앗 만진 손으로?"

"예? 예. 뭐··· 그렇습니다."

"그래, 너 참 잘 했다."


고양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씨앗에 오래 노출된 사람에게 말 그대로 움직이는 전염병이 되거든. ···그래, 애초에 내가 말을 안 했었구나."


나는 아이의 떨리는 어깨를 감싸쥐었다. 아이는 아직 얼굴을 묻고 있었고 내 옷을 양손으로 꽉 붙잡고 있었다.


"씨앗을 오래 만진 손으로 뭘 만지면 그게 병처럼 옮겨 가. 그것도 어중간하게 말이야. 물론 그 상태 그대로는 문제가 안 돼. 하지만."


고양이가 내 어깨 위로 올라와 아이의 머리 위에 발을 올렸다. 아이가 어깨를 움찔했지만 그 이상 움직이지는 않았다.


"음식물로 옮겨가서 누군가가 먹는 행위는··· 씨앗 심기나 다름없는 행동이거든. ···역시, 이 아이는 지금 씨앗이 어중간하게 심어진 상태야. 그럼 아마 다른 애도 마찬가지겠지."


고양이가 고개만 돌려 날 보았다.


"어중간한 씨앗이 심어지면 어떻게 되는지는 말해준 것 같은데, 기억하지?"

"물론입니다."


분명··· 악몽과 현실의 구분이 없어진다 했었지.


"거기서 만약 내가 이 아이를 강제로 내보내려 해 봐. 내가 아니면 이 아이가 찔리는 건데, 그렇게 큰 검에 찔리면 스쳐도 치명상이야."

"그럼 어떡합니까?"


꿈에서 죽으면 현실도 죽는다.

···이것 참. 이 애들은 진짜 눈을 뗄 수가 없구나. 물론··· 기본적으로 내 잘못이긴 하지만···.


"어떡하긴. 네가 이 악몽을 깨야지.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난 크게 개입할 수가 없거든."


고양이가 말했다.


"예전에도 그렇고··· 아까도 혹시나 했는데, 지금 보니까 확신이 들더라."


고양이가 앞발로 내 이마를 짚었다.


"저 애들한테 걸린 저주. 아마 엘프들이 건 걸꺼야. 그러면 난 당연히 개입할 수 없어. 그러기로 약속했으니까."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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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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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6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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