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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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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66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4.03 16:18
조회
105
추천
4
글자
10쪽

잠수.

DUMMY

"네? 아니, 64대 현자님은 협력과 평화를 중시하는 현자님인데요?"


제니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현자님이 악몽님을 적대한다는 건 뭔가 잘못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

"네가 아는 진실이 무조건 객관적인 건 아니잖아."


고양이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 현자는 방금 네가 말한 말들을 앞세우며 우릴 공격했어. 진정한 평화와 협력은 누군가의 지배하에선 이뤄질 수 없다··· 였던가?"


고양이의 앞발에 깔려 있던 도마뱀의 옆구리가 찢어지더니 붉은색 가루가 흘러나왔다. 도마뱀이 팔다리를 퍼덕이고 꼬리를 휘둘렀다. 불꽃도 뿜었지만, 고양이의 털은 반들반들하기만 했다. 고양이가 하품을 하며 제니를 보았다.


"애초에··· 우리가 뭘 지배했던 건진 우리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하, 하지만··· 이번 현자님은 그··· 규율도 잘 지키고, 말도 잘 듣는다 하지 않았어요?"

"맞아. 지금은 그래. 하지만 예전엔 아니었어. 대체 뭘 보고 우릴 판단했는지 모르겠는데··· 난 언제부턴가 마왕이 돼 있더라고. 용 녀석은 악룡이 됐었고."


···재밌는 녀석일세. 그러니까··· 순전히 본인의 상상만으로 저 고양이 같은 신화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 버렸다는 소리지? 거 참, 목숨이 백 개가 넘는 녀석이네.


"···그,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

"이번 현자는 오점을 남기기 싫어하니까. 현자의 영향력이 큰 너희 인간들의 기록서엔 없을 거야."

"그··· 런 건···, 아무리 현자라도 용납되지 않는 행동인데···."

"너희들이 숭배하는 법전이야 그렇다고 말하겠지."


고양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 법전을 든 인간들은···."

"언제든지 주머니가 뚫려 있는 법이거든."


이런, 재밌는 이야기라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고 말았네.

난 입을 헹구고 제니를 보았다.


"그거 알아? 인간은 의외로 간단해. 오감 중 하나만 자극해도 그것에 금방 신경이 쏠리거든."


나는 입으로 짤랑 소리를 냈다. 고양이가 날 보았고 칼스가 손뼉을 마주쳤다.

역시 똘똘한 녀석이라 금방 알아채는군. 제니는··· 대충 감만 잡은 모양이고.

난 말을 이었다.


"귀를 자극하면 자연스레 눈이 따라가. 호기심이 동하면 그것을 만지게 되지. 그리고 냄새를 맡게 되고, 나아가 맛을 보게 돼. ···뭐, 맛보는 건 그렇다 치고···, 어쨌든 그렇게 그것의 가치를 알게 되면 인간은 미칠듯이 그것을 가지고 싶어져. 욕망이 짙은 인간이라면 더더욱."

"그··· 렇긴 하죠."


제니가 말했다.


"그래서··· 결국 돈 때문에 그때 기록이 안 써졌다는 건가요?"

"법이 가지고 있어야 할 객관적인 오감이 고작 돈 하나에 비틀리는 게 다반사야. 거기서 뭔가를 더 얹어주면 어떻게 될까?"


집이라던가 차라던가··· 아니면 권력이라던가 말이야. 정의를 외치는 인간들을 타락시키는 건 정의를 관철하는 것보다 배부르고 쉽거든.


"정의를 주관하는 천칭이 죄가 아니라 돈의 무게를 재는 건 이미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어. 안 그러니?"

"···네, 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진 알겠어요. 알겠는데···."


제니가 말했다.


"제 말은, 그러니까 현자님도 그런 인간인가라는 거죠. 현자님이 그렇다는 건 단순히 아저씨나···."


제니가 고양이를 힐끔했다.


"악몽님의 주장일 뿐이잖아요. 그냥 상상이 아니냐는 거예요."

"그래, 적어도 난 상상이 맞아.


난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저 고양이는 아닐 거야."


왜냐하면···.


"저런 먼치··· 엄청 쎈 고양이가 굳이 인간들인 우리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현자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거든."


난 제니의 머리를 토닥이고 고양이를 보았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거지."


고양이가 말했다.


"아니면 아닌 거고. 하지만, 나도 도움이 필요할 땐 인간들에게 요청할 때도 있어."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돼냐.


"그래도 네 말은 맞아. 굳이 귀찮게 현자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


고양이가 제니를 보았다.


"마음에 안 들면 없애면 되니까."


제니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가 하품을 했다.


"아무튼, 현자가 날 감시하고 있다는 게 맞다면··· 뭔가 계획하고 있는 게 있을 거야. 가령··· 두 번째 하극상을 준비 중일 수도 있지."

"···두 번째···. 악몽님. 첫 번째는 어떻게 끝났죠?"


제니가 내 품안에 들어와 앉으며 물었다.



[악몽 '나이트메어'에게 새삼 공포를 느낀 이름 있는 NPC 제니가 당신을 의지합니다.]


[이름 있는 NPC 제니의 호감도가 증가합니다.]



무릎을 모으고 앉은 제니가 내 가슴팍에 등을 기댔다.

공포라··· 그럴 만도 하지. 저 고양이는 확실히··· 우리 같은 인간이랑은 좀··· 사고방식이 다르니까.

난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여기 NPC 아이들은 참 쉽게 접촉해 온단 말이야. 게임이라 그런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강제로 언약을 채웠지."


고양이가 말했다.


"죽은 인간도 좀 있었지만, 아무튼 하루만에 끝났어. 싱거웠지. 혹시 몰라 끌고 온 악몽들을 처리하는 게 오히려 일이었고."


고양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현자에게 가담했던 인간들도 처리하는 게···."


제니가 손뼉을 마주쳤다. 고양이가 말을 멈추고 제니를 보았다. 고양이가 수염을 까딱였다. 제니가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그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었다면 현자님이 벌인 일이 안 알려졌을 리가 없어요. 그 사람들은 어떻게···."

"죽었어."


고양이가 말했다. 제니가 말을 멈췄다. 고양이가 가늘게 눈을 뜨고 말을 이었다.


"전부. 하나도 남김없이. 그 인간들과 연관된 친족이나 친구, 심지어 동물들까지 죄다 죽어서 윤회의 고리로 들어갔어. 누가 했는진 모르겠는데···."


고양이가 늘어진 도마뱀을 발톱으로 찍어올렸다.


"내장을 다 드러낸 것도 모자라 뇌를 파먹은 건 적어도 농사나 짓는 인간이 한 짓은 아니지."

"···그럼 현자님이 했다는 건가요?"

"아니? 난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았어. 넌 너무 넘겨 짚는 버릇이 있구나."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도마뱀을 입안에 넣고 씹었다. 잠시 후 고양이의 목울대가 출렁였고 고양이가 입맛을 다셨다.


"그냥 그런 사건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 돼. 그걸 씹어서 삼킬지, 아니면 놓고 감상할지는 네가 알아서 선택하고."

"···네. 아무래도··· 정보가 더 필요하겠네요. 정말로 이번 현자님이 그런 짓을 벌이셨다면··· 지식인으로서 펜만 돌리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제니가 말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악몽님은 큰 거짓말을 하는 셈이에요. 면전에서 욕설을 날리는 거라고요."

"그야 내 말이 거짓말이라면 그렇겠지."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입맛을 다셨다.


"그럼 사과할게. 어디까지나··· 내가 틀리다면 말이야."



* * *


"정령은 맛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겉모습은 파충류긴 한데··· 그냥 뱀이나 개구리 맛인가? 아니면··· 실체가 없은 것들이라 솜사탕 비슷한가?


"샐러맨더는 굳이 따지자면 사과맛이야."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꼬리를 흔들었다.


"꿀 바른 사과맛. 꽤 먹을 만해."

"그렇군요."


음··· 먹고 싶긴 한데··· 역시 안 되겠지?


"게다가 먹는다고 죽는 것들도 아니라서 말이야. 간식용으로는 딱이지."

"그럼··· 저도 먹을 수 있습니까?"

"글쎄?"


고양이가 말했다.


"인간이 정령을 먹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럼 제가 최초가 되겠군요."

"뭐, 먹는다면 말이지."


고양이가 말했다.


"그건 너무 야만적이잖아요."


제니가 말했다.

제니가 목만 뒤로 젖혀 날 올려다보았다.


"먹고 싶어요?"

"뭐··· 먹을 수만 있다면 뭐든 먹고 보자는 게 내 생각이라···."


더구나 여긴 게임이기도 하니까. 신기한 건 뭐든지 만져보고 맛봐야 직성이 풀리는 다 큰 애기가 접속한 셈이라고.

근데··· 야만적이라니. 옆에서 보면 그냥 살아 있는 도마뱀 뜯어먹는 모습··· 음, 조금 와일드하긴 하군.


"그럼 조금만 기다려요."


제니가 말했다.


"중앙 중립 국가엔 맛있는 게 많거든요. 세계 유통의 중심지라 신기한 것도 많고요. 말하는 책이라던가··· 계속해서 물이 차오르는 컵이라든가 말이에요."

"오, 그래?"


그건 기대할 만하겠군.


"하지만."


제니가 칼스를 가리켰다. 칼스가 불쏘시개로 모닥불을 뒤적였다.


"그것도 쟤가 현자가 된다라 결정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요."


제니가 머리를 기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슬슬 정해야 할 텐데···, 쟤도 참 생각이 많네요."

"어쩔 수 없지. 느긋하게 기다리렴."


나는 제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까진 특별한 일도 없었잖아."

"태풍 전의 고요란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아저씨. 역대 후보생들 중 시험을 받기도 전에 죽은 숫자가 이천 명은 넘어가요. 누가 노리는 건진 모르겠는데, 하여튼 다음 현자가 정해질 때까지 후보생은 무척 위험한 상태예요."


제니가 말했다.


"쟤라고 예외는 아니고요."

"물론 예외는 아니지. 하지만 거의 예외나 다름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외부에게 감시를 당한 지도 벌써 네 시간이야. 지금까지 흔한 공격 한 번 들어오지 않은 것을 보면··· 적어도 날 알고 있거나 현자가 어떻게든 처리하는 중이겠지."


고양이가 하품을 했다.


"엄청난 특혜를 받고 있다는 거야."

"···또 그런 자극적인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제니가 미간을 찌푸리며 속삭였다.


"칼스가 들으면 현자는 이제 안 한다고 할 거라고요. 쟤가 은근히 멍청··· 그,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 건 악몽님도 아시잖아요."

"포기하면 아까도 말했다시피 나야 편해. 난 아쉬울 게 없거든."


고양이가 말했다.

···그래, 네 똥 되게 굵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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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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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7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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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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