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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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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92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2.26 19:04
조회
386
추천
11
글자
9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자, 자. 슬슬 일어나라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눈을 뜨려 했지만 이상하게 눈꺼풀이 무거웠다. 몸도 무거워 팔은 꿈쩍도 하질 않았다.


"음, 아직 제대로 정착이 안 됐나?"


뭔가가 가슴팍을 꾹하고 눌렀다. 숨이 막혔지만 눈꺼풀의 무게감은 사라졌다. 나는 급히 눈을 떴다.

황금색 털을 가진 고양이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앞발로 내 가슴팍을 밟고 있었다.


"이제야 일어났네."


고양이가 말했다.


"한 번 봐. 네가 생각한 세상이 맞는지."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늘은 붉었고 태양은 검었다. 부서진 분수대와 벤치, 가판대가 깔린 광장 곳곳엔 정체모를 살덩이가 사람들을 잡아먹는 중이었고 내 얼굴 바로 옆에는 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이게···."

"네가 바라는 악몽."


고양이가 분수대의 부서진 난간 위로 올라갔다.


"네 마음속에 그려지고 있는, 오직 너만의 악몽. 꽤 재밌는 세상인데?"


사람들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다. 뛰는 사람, 저항하는 사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은 사람들이 보였다. 비린내가 진동했다.

나는 난간을 짚고 일어났다. 아직 몸이 무거웠지만 다가오는 살덩어리를 피하기 위해선 이 정도도 감지덕지였다.

나는 자꾸 기울어지는 몸을 가누면서 분수대를 따라 걸었다. 살덩이는 느렸고 거리는 조금씩 벌어졌다.


"처음엔 무슨 생명체인가 싶었는데··· 이거, 오래 전에 멸종한 고대종이잖아. 대체 어떻게 안 거야?"

"···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옛날 게임 몬스터가 나온 모양인데··· 자세한 건 나도 모른다. 애초에 게임 같은 건 별로 하지도 않았으니까.

또 다른 살덩어리가 앞에서 다가왔다. 옆으로 몸을 꺾자 핏물과 살점으로 가득한 길이 나타났다. 핏물 아래에서 뭔가가 꿈틀거렸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핏물로 뒤덮인 길 외의 모든 곳이 살덩어리로 막혀 있었다. 입맛을 다시고 조심스레 발을 들이밀었다. 뭔가가 발바닥을 탁하고 때렸다. 발을 치우자 눈 없는 뱀 같은 것이 핏물 아래로 가라앉는 게 보였다. 크기는 주먹만 했지만 그것은 가지런하게 자란 이빨을 내보이며 그르렁하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게 내 악몽이라고?


"제 악몽은 참··· 그로테스크하군요."


왜 이런 것들이 튀어 나온 건지 의아하지만··· 아무튼 악몽은 악몽이다. ···확실히 좀 괴상하긴 하군.


"그러니까 말이야."


고양이가 머리 위로 올라와 앉으며 말했다.


"거기다 너는··· 음, 고대종을 무서워한다는 게 좀 특이하네. ···아, 혹시 방문자들의 원래 세계엔 아직도 활동 중인 것들이야?"

"설마요."


그냥··· 영화에서 본 비주얼인데···. 이번에 본 영화가 좀 충격적이었나? 그대로 나오네. ···응? 잠깐. 그렇다면···.

나는 뭔지 모를 생명체를 발로 짓밟았다. 핏물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뭔가가 우그러지는 감각이 발끝에서 느껴졌다.

핏물에 반쯤 몸을 담근 그것은 혀를 길게 빼문 채 짓눌려 있었다. 옆구리가 터져 새하얀 내장이 쏟아지고 있었고 갈라진 정수리에선 박살난 두개골이 튀어나왔다. 정수리에서 묽은색 액체가 나와 핏물을 뒤덮었다.

그것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생각대로군요."


영화에서도 이 좁쌀 같은 괴물을 이렇게 죽였다.

먹히지 않을까 했는데··· 다행히 영화와 동일한 설정인 듯했다.

나는 핏물을 가로질렀다.


"그나저나, 언제쯤 바뀌는 겁니까?"

"나야 모르지."


고양이가 말했다.


"네가 바뀌길 원하면 언제든지 바뀔 거야. 하지만 지금 주변이 이렇다는 건···."


고양이가 그르릉 소리를 냈다.


"넌 아직 여기에 있는 게 더 좋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소리지."


···그거 꽤 무서운 소린데. 내가 꼭 사이코패스나 뭐 그런 거 같잖아.

나는 이따금씩 살점을 물어뜯으려 달려드는 좁쌀들을 밟아 죽였다. 이빨 사이의 날치알을 으깨는 것처럼 톡톡 터지는 게 제법 중독성이 있었지만 지금 내 뒤엔 아직도 두 마리··· 마리? 마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살덩어리 둘이 따라오고 있었다. 한눈 팔 시간은 없었다.


"다른 방문자들도 마찬가지야."


고양이가 말했다.


"물론 지금은 탈출한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너처럼 이제 막 헤매는 사람이 있어. 아, 맞다."


고양이가 문득 고개를 숙여 날 쳐다보았다.


"처음 악몽을 꾸기 시작해서 아직까지 꾸고 있는 방문자가 한 명 있더라고. 알아?"

"저야 당연히 모르지요."


지금까지라는 건··· 현실로도 하루가 지났다는 소린데. ···강제 로그아웃도 안 된 거야?


"···그 사람, 괜찮습니까?"

"멀쩡하더라."


고양이가 말했다.


"악몽 자체를 파괴하고 있던데. 그러니까··· 하루종일 싸우고 있어."

"그게 가능한 겁니까?"


악몽이 왜 악몽이겠나.

그 사람이 가진 가장 큰 공포를 보여주기 때문에 악몽인 거다. 그런데 그런 악몽과 싸우고 있다고? ···이제 넘어야 할 건 나 자신뿐이다 같은 건가?


"가능이야 하지. 정신력이 어마어마하게 좋은 인간이라면 말이야."

"그럼··· 그 사람은 어마어마하다는 말이군요."

"응."


고양이가 말했다.


"그 정도면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인간이야. 아마 이대로 둬도 알아서 깨고 나올걸?"


···그렇다면, 당신은 내 광고를 물리적으로 회피한 최초의 1인이 되겠군요. 박수를 쳐드리겠습니다.

근데 솔직히··· 악몽을 혼자 힘으로 깨고 나올 정도면 알약 같은 건 필요도 없을 거다. 알약을 먹을 그 잠깐조차 그 사람에겐 낭비겠지.


"대단한 인간이야. 아무리 힘이 분산됐다고는 해도 내 악몽을, 그것도 힘으로 깰 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핏물을 다 건너자 성문이 나왔다. 하지만 살덩어리들은 여전했고 육편들도 끊이질 않았다. 창으로 살덩어리를 찌르던 경비병이 그대로 끌려가 갑옷째 으스러졌다. 비명은커녕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다른 경비병이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납작해지는 것으로 끝났다. 기합과 비명이 구분되지 않는 외침이 잦아들고 비린내와 역한 내가 진동했다. 나는 코를 틀어막고 날 쫓아오는 살덩어리 둘을 확인했다. 거리는 상당했지만 살덩이들은 꾸준히 움직이고 있었다. 계속 도망친다면 잡힐 일이 없겠으나 그러기 위해선 성문을 지키는 살덩이를 치워야 했다.


"저 고대종은 상당히 골칫거리야. 잘 봐. 입 같은 것도 없지?"


실눈을 뜨고 살펴보니 과연, 입 같은 건 없었다.


"저 살에 닿는 것들은 무조건 흡수되거든. 그게 뭐든지 간에 말이야. 저게 먹을 것이라 인식하면 그게 이루어져. 참 골치 아픈 것들이지."



[고대종 '자이언트 갓이터'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기록하셨습니다.]


[최초로 고대종에 관한 기록을 획득하셨습니다. 명성 50 증가.]



자이언트 갓이터? 이름부터가 심상치가 않은··· 잠깐, 자이언트 갓이터라고? 그거 분명···.


"···드래곤 세이버 최종 보스몹이잖아."


기억났다. 저놈.

스킬이고 뭐고, 유저고 뭐고 전부 다 잡아먹는 최악의 밸런스 파괴 보스몹. 마법을 날려도 잡아먹는다란 설정으로 면역이고, 검을 꽂아도 살이 두껍다며 반감이다. 화살은 말할 것도 없고 총도 물론이다. 때문에 한때 PC 온라인 게임의 탑을 달리는 보스몹이었다··· 로 알고 있지만···.


"···그, 만약에 말입니다. 직접 본 적도 없는 것들이 원래 악몽으로 나오기도 합니까?"


난 단 한 번도, 저놈을 본 적이 없다. 군대 동기한테 악명만 몇 번 들어봤을 뿐, 사진조차 본 적이 없는 놈이다. 그런데 내 악몽에, 고양이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자세한 모습으로 나왔다? 아귀가 안 맞는다.


"그건 아니야. 본 적 없는 것이 악몽으로 나오면 그냥 그림자 덩어리만 나올걸. 근데··· 음,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진 알 것 같아. 아무튼, 너도 잘 모르는 게 저렇게 구체적으로 나온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가 있긴 해."


고양이가 금빛 꼬리를 살랑였다.


"너, 다른 인간하고 악몽을 공유하고 있어."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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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7 1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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