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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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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70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29 18:53
조회
127
추천
5
글자
8쪽

잠수.

DUMMY

"그리고··· 명령권자는 당연히 현자고."


고양이가 말했다.


"재밌는 짓을 하고 있어. 이 정도면 거의 부정이거든."

"부정이요?"


제니가 미간을 찡그리고 칼스를 보았다.

칼스가 고개를 흔들고 손사래를 쳤다.

제니가 고양이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얘가 현자가 된다는 소리예요? 시험 관계없이?"

"음··· 내가 그렇게까지 말한 기억은 없는데."


고양이가 제니의 이마를 탁 쳤다. 고양이가 제니의 눈앞에서 샐러맨더를 흔들었다.


"그래도 거의 정답이야. 현자 이놈. 이 꼬맹이를 후계자로 생각 중이거든."

"네? 왜요?"

"간단해."


고양이가 말했다.


"최초로 평민 출신 현자를 뽑아보자는 생각 때문이야. 이번 현자 후보생 중에 평민은 얘 하나 뿐이거든."

"···정말 되도 않는···."


제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요. 애초에 현자님에게 평범을 기대하면 안 됐었네요."


제니가 말했다.

나는 모닥불을 뒤적거렸다. 숯 하나를 나뭇가지로 쳐 밖으로 빼내고 돌멩이로 숯을 내리쳤다. 여러 개로 나눠진 숯을 나뭇가지로 조지며 난 칼스에게 말했다.


"잘 됐구나."


칼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자 말에이요?"

"그래. 일단 제니나 고양이 말이 사실이라면··· 거의 무혈입성이잖니."

"그래도··· 그건 치사한 거잖아요."

"세상은 원래 치사한 게 절반이란다."


나는 엄지 손가락만 한 숯 하나를 집어들었다. 검지와 엄지에 까끌까끌한 숯가루가 묻어나왔다.


"거기다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치사하게 태어나는 사람도 있어. 그게 누군지 알아?"

"어··· 잘생긴 사람들이요?"

"응? 아··· 맞아. 잘생긴 것도 치사하긴 하지."


···내 눈코입은 잘 있나? 확인 안 한 지 좀 된 것 같은데.


"아무튼,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란다."

"아니라면··· 혹시 귀족님들이나 부자들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잘 아는구나."


나는 칼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사람들이야 진짜 치사한 사람들이지.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태어났으니까. 치사하게도 우리가 못하는 걸 할 수 있는 일종의··· 선택 받은 사람들이니까."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도 재능이다.

누군 아니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 원장님이나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내 동년배들은 다 그렇게 생각한다.

···금수저 이 부러운 자식들. 너네들만 맛있는 거 먹고, 너네들만 좋은 거 입고, 응? 너네들만 재밌는 거 하고 말이야. 왜 우리는 따돌리냐, 엉? 너네가 맨날 먹는 엿가락 좀 같이 바수어 먹는 게 그렇게 힘드냐? 금수저 이··· 부러운 자식들아. 너네는 진짜 치사하다, 응? 진짜 치사하다고.


"···아무튼, 그런 것들이 현자까지 차지하면 얼마나 치사하겠니? 그냥 이 기회에 네가 먹어 버리는 게 좋아."


나는 칼스의 어깨를 토닥이며 검지와 엄지를 맞붙였다.


"돈 장사는 원래 한철 장사가 제일이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거랑 이거랑은 좀 다르죠."

"응? 왜? 현자도 인생 한철로 벌어먹고 사니까 결국 한철 장사잖아. 거기다 연금까지 나온다고. 한철 장사하다가 건물까지 산 셈이야."


그 다음엔 임대료나 받아먹으면서 잘 살면 되고.

나는 칼스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남들한테 치사하다는 소리 좀 들으면 노후까지 완벽하게 보장된다니까."

"···지금 그게 애한테 할 소리예요?"


제니가 칼스를 끌어당겼다. 제니는 칼스의 머리를 토닥이고 날 노려보았다.


"이제보니 완전 새카만 아저씨네요."

"음··· 내가 좀··· 그렇긴 하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고 싶으면 좀 치사해야 돼. 정직하게, 한달 벌어서 한달 먹고 살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야."

"누가 뭐래요? 근데 칼스는 아직 그런 얘기를 할 나이가 아니잖아요."


난 칼스를 보았다.

칼스는 제니에게 안긴 채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하고 있긴 한데···.


"···걔, 너보다 두 살밖에 안 어리잖아. 이 세계에선 다 큰 거 아니냐?"


그리고 말이야.


"애초에 현자, 한다고 했잖아? 이 경우는 더 좋아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말해 준 건 그냥 부가적인 수입일 뿐이라고. 근데 왜 나만 나쁜 놈이 됐지?"

"그러게."


고양이가 말했다.

봐라. 저 고양이도 그렇다잖아.


"그렇다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애를 똥통 속에 막 집어넣으려고 해요?"

"이건 똥통 축에도 못 껴. 오줌통도 될까 말까인데. 그리고, 돈은 언제나 깨끗하단다. 더러운 건 오히려 인간이지."


나는 제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건 마법사인 너도 모르는 건 아닐 텐데?"

"···물론, 알기야 알죠."


제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어요. 시기라는 것도 있고. 그리고, 쟤가 현자가 되겠다는 게 단순히 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자라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글쎄."


땅에 내려온 고양이가 제니를 올려다보았다. 고양이는 도마뱀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애초에 걔가 현자가 되려는 이유도 빵가게 꼬맹이들한테 인기가 있으려고 한 거잖아. 그것도 딱히 좋은 의도라곤 보기 힘든걸."


···진짜? 진짜 그게 이유야? 그래서 갑자기 현자를 하겠다고 나선 거였어? 그 위풍당당한 걸음과 각오는 꼬맹이들을 위한 거였어?

난 칼스를 보았다. 칼스가 얼굴을 붉히고 눈을 돌렸다.

너··· 이 자식.


"진짜 남자구나."


솔직히, 감탄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저 인기가 좋아지려고 세상한테 도전장을 내밀다니···.

역시···.


"세상 모든 생명체가 그렇지만··· 젊다는 건 참 좋아, 그치?"


고양이가 말했다.


"아무렴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젊다는 건 그 자체로도 무기가 되니까요."


칼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제니가 한숨을 쉬고 칼스를 놓아주었다. 칼스가 쭈뼛쭈뼛 걸어왔다.


"뭐, 장난은 이쯤하고."


고양이가 칼스를 보았다.


"그래서, 넌 어쩔 거야? 너도 들었다시피, 넌 지금 중앙 중립 국가로 가기만 하면 현자 확정이야. 부정 행위로 말이야."


고양이가 머리 위의 도마뱀 꼬리를 잘근잘근 씹었다.

···응?


"하지만··· 들어보니까 넌 부정 행위 같은 걸 싫어하는 모양이네."


칼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쉽지만 이번 대 현자는 다음으로 미뤄질 거야."


고양이가 말했다.


"지금 현자가 원하는 건 평민 출신의 똑똑한 녀석이거든. 그리고··· 걔는 하기 싫다는 녀석을 억지로 하게 만드는 성격도 아니야."

"···그럼···."

"또 너 같은 녀석이 나올 때까지 65대 현자는 봉인될 거야. 새로운 아이가 쓸 만해 질 때까지니까··· 적어도 15년 정도는 말이지."


고양이가 말했다.


"어쩌면 수백 년은 넘게 말이야. 17대 현자가 그렇게 230년을 버렸고··· 53대 현자가 그렇게 120년을 버렸어."

"···지금 압박 주는 건가요?"


제니가 물었다. 고양이가 고개를 저었다.


"딱히. 그냥 현자가 안 되면 어떻게 되려나하고 짐작할 뿐이야. 저 꼬맹이가 현자가 되든 말든 상관없어, 아니, 솔직히 안 되는 게 더 좋아."


고양이가 말했다.


"지금의 현자는 쉽게 고장도 안 나고, 일 처리도 익숙하고, 규율도 잘 지키고, 말도 잘 듣고, 무엇보다···."


고양이가 동공을 세로로 좁혔다.


"새로운 것보단 기존의 것이 더 관리하기가 편하거든. 우리는 평소처럼만 행동하면 되니까 말이야. 괜히 새로운 게 들어온답시고··· 익숙한 일과를 뒤엎을 필요가 없다는 거지."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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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199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1 5 7쪽
36 잠수. 19.03.10 231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7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0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2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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