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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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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71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2.25 16:50
조회
402
추천
10
글자
9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정말 이게 될까요?"


벤이 물었다.

나는 빈 잔에 음료를 따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원하는 건 어차피 단기간에 이득을 얻는 거잖습니까."


난 선영이의 잔에도 음료를 따랐다.


"그렇긴 하지만··· 산 씨. 이건 애초에 현실에서 먹어야 돼요."


벤이 말했다.


"거기다 모든 유저를 이용한다고 하셨는데··· 그게 정말 돼요? 언제 어떤 유저가 접속할지도 모르는데?"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유저가 한꺼번에 접속할 확률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마 확률로 따지면 소수점이 땅을 뚫고 내핵까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고양이를 이용한 거고, 다행히 고양이가 잘 따라줬기에 준비는 이미 다 된 상태다.

남은 시간은··· 앞으로 한 시간 정도. 이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차례지.


"제가 말했잖습니까. 고양이만 한 번 믿어보시죠."

"···알겠습니다."


나는 외투의 앞 지퍼를 풀어 헤치고 김 서린 안경을 벗어 앞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떡볶이랑 순대 주세요."


벌써 오 년째 단골인 주인 아주머니가 넓은 접시에 김이 피어오르는 떡볶이와 순대를 듬뿍 퍼담았다. 맵고 고소한 냄새가 금세 진동했다.


"오늘은 어째 꽃들을 달고 왔을까?"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슬슬 갈 때가 된 거여?"

"가다니요."


농담도.


"그냥 사업 파트너들입니다."

"어라, 나도 사업 파트너였어?"


벌써 떡볶이와 순대를 입에 넣은 선영이 물었다.

···그 볼따구는 좀 빼고 말하렴. 실례잖아.

나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이젠 연관됐으니까. 따지고 보면 그렇겠지."

"우와."


선영이가 소리쳤다. 다행히 뭔가가 튀어 나오지는 않았지만··· 나는 일단 티슈를 뽑아 선영에게 건네주었다.


"···근데, 대체 어떻게 그런··· 음, 고양이를 알게 된 거예요?"


벤이 물었다. 벤은 이쑤시개로 떡볶이 하나를 찍어 들고 노려보다 날 보았다.


"뭔가 어처구니 없는 이유는 아니겠죠? 그런 고양이는 그··· 뭐랄까, 솔직히 게임 후반부에 나올 법한 고양이잖아요. 빨라도 초중반에 이름이나 나올까 말까한 고양이 같은데."


물론 아가씨 말처럼 딱 보스로 나올 법한 고양이긴 하지만, 그냥 나처럼 애들 좋아하는 고양이다. 크게 해는 없다.


"그보다, 왜 대뜸 이상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가 묻자 벤이 미간을 찌푸렸다.


"산 씨는 의자로 글씨를 적고 책상으로 청소를 하는 사람이 느닷없이 박사나 석사가 되면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혹시 이상한 방법 사용한 거 아닌지 안 물어볼 거예요?"


아···.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습니다. 이상할 만도 하군요."


늘 잠만 자겠다고 선언한 놈이 갑자기 보스급 고양이를 데려오면··· 그래, 확실히 이상하다.


"그래도 이상한 이유는 없습니다.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것뿐입니다."


···원래 세상은 '어쩌다 보니'로 시작되서 '이야, 이게 이렇게 됐네?'로 발전하는 겁니다, 아가씨.


"그나저나, 영상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렇게 묻고 나는 꼬챙이에 꿰인 어묵 하나를 크게 베어물었다. 짭짤한 어묵 국물을 머금은 달짝지근한 생선 살이 부드럽게 으깨졌다.


"산 씨가 요청한 대로 만들었습니다."

"빠르군요."


한 일주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빨리빨리 해결하는 타입이군.


"그럼 언제쯤 적용될 수 있습니까?"

"음··· 일단 게임사에 정식으로 요청을 해야 되니까요. 아마··· 넉넉하게 사흘은 필요하니 않을까요?"


벤이 순대를 하나 집어먹었다.


"늦어지면 대충 일주일은 걸릴 거예요."

"그건··· 상당히 느리네요."


영상 하나를 게임에 집어넣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이런 쪽은 잘 모르니 멋대로 판단하기가 좀 힘드네.

나는 입맛을 다시고 먹기 좋게 잘린 간을 집어 소금에 찍었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이 집 순대가 참 맛있단 사실이야. 특히 이 간. 뻑뻑하지도 않고 담백한 게 절로 술이 생각나는 맛이지. 여기에 떡볶이 양념까지 딱 찍어 먹으면···.


"산 씨. 실은 회사에서 자세한 광고 내용을 보고하란 연락이 왔습니다."

"그렇습니까?"


기획이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냅다 오케이를 내린 회사가 드디어 움직였군. 이제 슬슬 지켜보겠다는 뜻인가?


"산 씨.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장난식으로 하시면 안 됩니다."


떡을 질겅질겅 씹어 먹던 벤이 말했다.


"이번 광고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산 씨의 입장이 달라질 테니까요."

"물론이죠."


달라져 봤자 얼마나 달라지겠냐마는··· 아무튼 이것도 엄연히 일이다. 당연히 장난으로 할 생각은 없다. 하려면 제대로, 살벌하게 해야지. 물론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어묵을 마저 해치우고 아주머니를 불렀다.


"왜, 튀김도 줄까?"


나와 벤, 선영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가 물었다.

···아니라니까. 흠흠, 어쨌든, 여기선 당연히···.


"오징어랑 김말이랑 고구마랑··· 에이, 그냥 전부 다 주세요."

"얌마, 왜 네가 시키냐."


나는 선영의 정수리를 탁 때리고 튀김을 살폈다.

···음? 없네?

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오늘은 연근 없어요?"

"연근은 작은 것밖에 없는데. 그걸로 괜찮아?"

"그럼요."


나는 벤을 보았다.


"클라크 씨도 먹고 싶은 거 마음껏 시키십시오. 어차피 제 돈이니까."

"그럼 전 야채튀김으로 할게요. 그게 맛있더라구요."

"네, 야채튀김 추가."


···아주머니. 미소가 떠나질 않으시네. 진짜 아니라니까.


"그나저나 산 씨. 그거 들었어요?"


순대를 떡볶이 국물이 찍어 먹고 종이컵에 어묵 국물을 한가득 떠 조심스레 홀짝이던 벤이 말했다.


"뭘 말입니까?"

"산 씨가 전에 다녔던 회사요. 이번에 도산했더라구요."

"아··· 소식은 들었습니다."


나는 떡과 어묵을 동시에 집어먹었다.

듣자 하니, 사장 아들놈이 예전부터 거래해 왔던 중국 바이어에게 큰 실수를 한 모양이다. 먹는 건 잘하는 놈이 먹을 걸로 실수한 모양인데··· 세상 일이란 게 참··· 아까도 말한 것처럼 '이야, 이게 이렇게 됐네?'로 굴러가는 것 같다. 이번엔 농담이 아니라.

아무튼, 그렇게 중국에서 들어오던 자금줄이 끊기고··· 아들놈은 분수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진행시키다 크게 말아먹고 도산했다고 들었다.

정말이지··· 13년을 바친 회사를 말아먹다니···. 하···, 박수나 좀 쳐야겠다.


"근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망해버렸지? 회사 망하는 게 그렇게 쉬운 거야?"


떡볶이와 순대를 작살내던 선영이 물었다.


"갚을 능력도 없고, 관찰안도 없고, 통찰력도 없는 사람이 오직 자신의 신념만 가지고 아무 곳에서 돈을 끌어다 쓰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선영 씨."


벤이 말했다.


"그리고 이 경우엔 현금도 현금이지만 갖고 있는 자산이 그냥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라는 게 이유가 되겠지요. 회사 자체를 팔아먹어도 환금성이 좋지 않고··· 집에 담보대출을 받을 만한 가치 있는 자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돈은 돈대로 빌리고 갚지를 않으니 바닥을 친 신용으로는 더 이상 빌릴 곳도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순식간에 망한 거지요. 이 경우에 회생 같은 건 꿈도 못 꿉니다."


벤이 떡볶이를 잘라먹고 선영을 보았다.


"이 회사는, 그러니까 사장이 자살이라도 안 하면 다행입니다. 어마어마한 빚쟁이가 된 셈이니까요. 직원들은 회사가 폐업을 하지 않는 이상 밀린 임금은커녕 체당금도 제대로 못 받겠죠."

"···그럼, 오히려 산저씨가 잘린 게 천운이었다는 소리네요?"

"정확히는 산 씨가 억지로 끌고 갔던 게 지금에 와서 터진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벤이 말했다.


"그 회사에서 변한 거라곤 여기 있는 산 씨. 고작 한 사람이 없어진 것뿐이었으니까요. 다시 말해, 산 씨는 의외로 능력자라는 겁니다."


···의외는 뭡니까, 의외는. 사람 기운 빠지게.


"아무튼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일단 먹기나 합시다."


손 뗀지 오래된 일이다. 그러니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아가씨들.


"여기 튀김이 진짜 맛있거든요."


나는 내 앞에 나온 연근 튀김을 집어들었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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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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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0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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