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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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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87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22 21:28
조회
172
추천
5
글자
8쪽

잠수.

DUMMY

"그래도 집행자가 마냥 나쁜 건 아닌데."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꼬리를 좌우로 까딱였다.


"아무튼, 일단 집필부터 해 봐. 단순한 집필가에 괜히 '신화'라는 단어가 붙은 건 아니니까."

"···뭔가 이유가 있다는 소리군요."

"이유야 충분하지. 그리고,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겪는 게 더 이해가 될 거야."

"그렇군요. ···그럼, 악몽도 마찬가지입니까?"

"맞다면 맞다고 할 수 있고."


고양이가 눈을 세로로 좁혔다.


"추적자는 악몽을 찾아내고 그 악몽을 관리하는 게 일이야. 집필과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그런데, 둘이 합쳐져 집행자가 나온 겁니까?"

"일단 두 가지의 장점만 섞어 만든 거야. 나름 엄청나다고."


아··· 그래요? 나름이요?


"···아무튼 알겠습니다."


나는 제빵 아이가 건네주는 빵을 받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 이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잘 사용하는 겁니까?"


어찌됐든 신화다. 일반 전사나 마법사, 뭐··· 궁수 같은 직업들하고는 운용법 자체가 틀리겠지. ···스킬도 그렇고.


"간단해. 일단 집필서부터 꺼내. 그리고 아무거나, 보이는 대로 적어 봐. 그럼 그 다음의 일은 알아서 보일 거야."


고양이가 말했다.


"난 꽤 친절한 고양이거든. 다 준비해 뒀지."

"그렇··· 군요."


불안하지만··· 그래, 먼치킨 고양이를 믿자. 고양이가 좋다고 하면 좋은 거겠지.

난 빵을 뜯어 고양이에게 주었다. 고양이는 빵을 물고 화덕 위로 올라갔다.

난 땀을 흘리는 제빵 아이에게 티슈를 건넨 뒤 무릎도 마저 내주고 집필서를 생각했다. 금색 천과 은색 천을 반절씩 엮어 만든 표지의 책이 눈앞에 나타났다.

책은 4인용 탁자 위를 덮었다. 밀가루가 사방으로 터져 나갔고 나는 아이를 안아들고 뒤로 물러섰다. 의자가 딸깍거리며 기울었다 원래대로 돌아갔다.

···대박 크구나.

난 아이를 내려놓고 두 손으로 책을 펼쳤다. 탁자 밖으로 내 손가락만 한 두께의 표지가 튀어 나갔다. 쿵 소리가 울렸다. 탁자가 기우뚱하며 반대편 발을 들어올렸다. 밀가루가 바닥에 처덕였고 위로 솟구쳤다. 나는 책을 두 손으로 눌러 탁자를 바로잡고 고양이를 보았다.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화 '집필서 - 포식자'를 처음으로 펼쳤습니다. 명성 30 증가.]


[신화 '집필서 - 포식자'가 당신을 주인으로 인식합니다.]



"운도 좋네."


고양이가 말했다.


"그거. 웬만해선 안 나오는 집필서야."

"···집필서는 랜덤입니까?"


나는 얼굴과 온몸에 묻은 밀가루를 털어내며 물었다.


"그렇다기 보다는 각자 맞는 주인에게 찾아가지. 적성 같은 걸로 따져서 말이야."


고양이가 말했다.


"한 번 채워진 집필서는 서고에 꽂혀. 그리고 봉인 비스무리한 게 돼. ···아무튼, 신화급 집필서는 더 이상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하나가 용케 나왔구나."


···도서관도 있어? 일단 갖출 건 다 갖췄구나.

나는 책을 살펴보았다. 백지였고, 종이는 가벼웠다. 40cm 길이의 빨간색 깃펜이 표지 하단의 고정된 바구니에 들어 있었다.


"오, 뭐야, 뭐야."


고양이가 책 위에 앉아 앞발로 깃펜을 꺼내들었다. 고양이가 눈을 가로로 확장했다.


"이거 피닉스 깃털이잖아. 이게 여기 있네?"

"네? 피닉스라고요?"


난 외침이 울린 쪽을 바라보았다.

문앞에서 제니가 뛰어오고 있었다. 제니의 발 아래에는 바구니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뒤엔 판매 아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제니가 고양이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제니의 정수리를 손날로 내리쳤다. 제니가 머리를 감싸쥐고 멈춰섰다.

야, 뭐가 그리 급하냐.

난 바구니를 가리켰다.


"정리하렴."

"하, 하지만."


제니가 정수리를 쓰다듬으며 입술을 내밀었다.


"저거 피닉스인데요?"

"피닉스가 뭐."


난 바구니에 눈짓했다.


"얼른 정리하렴. 네가 한 거니 네가 치워야지."

"으으···."


제니가 바구니를 주워 판매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됐어요?"

"그래."


내가 말하자 제니가 고양이에게 뛰어갔다.

···저게 저렇게 좋냐? 피닉스라면 그냥 불닭이잖아. 왜 저렇게 호들갑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고 판매 아이에게 다가갔다. 아이는 겹쳐진 바구니 위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 제발 얌전히 좀 있어.


아이가 입을 뻐끔거렸다.


- 이상한 바람 좀 불어넣지 말라고. 쟤, 지금도 저 모습 때문에 집에도 못 가고 있거든?


"···그, 그래?"


하긴··· 저 모습으로 살아서 돌아왔다고 해봤자··· 몬스터로 취급 당하겠지. 아니면 유령이거나.


- 그리고, 옆집 멍청이한텐 무슨 바람을 넣었는지 모르겠는데···.


아이가 내 앞에 서서 날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 저번처럼 위험한 짓은 하지 마. 알겠어?


"그... 건···."


나도 장담할 수가 없는데. ···하지만.


"걱정마렴. 이번에 위험한 일은 없을 테니까."


저번에도 그랬듯이, 정답은 어차피 정해져 있다.

판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알았으면 쟤네들 정신 좀 다시 불러와. 저게 뭔데 저렇게 쳐다보고 있는 거야?


"···글쎄다. 피닉스가 어쩌고 하던데."


그냥 불닭이야. ···근데 그게 고양이까지 저럴 정도로 그렇게 신기한 건진 몰랐네.

아이가 이마를 짚고 고개를 흔들었다.


- ···아무튼, 다시 원상복귀 해 놔. 저대로 뒀다간 하루종일 쳐다볼 것 같으니까.


"그래. 알겠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고양이와 제니가 둘러싼 빨간색 깃펜을 집어들었다.


"아, 아직 다 안 봤는데!"


제니가 달라붙었지만 난 팔을 들어 제니보다 높은 곳에 깃펜을 두었다.


"그만해, 거머리냐?"


···몸 색깔은 거머리 같긴 하네. ···아무튼.


"이게 그렇게 신기해? 그냥 불닭 깃털이잖아."

"그냥 불닭이라니요?"


제니가 말했다.


"대충 만년 전부터 기록이 끊긴 신비의 생명체에 대한 단서가 지금, 여기서 잡혔다고요. 오히려 흥분하지 않는 당신이나 쟤네들이 이상한 거예요. 우리가 정상이라고요."

"맞아."


고양이가 말했다.


"팔천 년 정도 됐나? 나도 그때부터 피닉스 소식을 못 듣긴 했어."


···진짜? 그보다, 너··· 팔천 살이 넘는다는 소리네?


"···아무튼, 그럼··· 이게 팔천 년 전 깃털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난 고양이에게 물었다.


"그건 아니야. 그 깃털은 본체가 죽으면 빛을 잃거든."


고양이가 말했다. 고양이가 앞발로 깃털의 끝을 건드렸다. 진홍빛 알갱이가 우수수 떨어졌다. 알갱이는 바닥에 닿기 직전 사그라들었다.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봐. 빛이 살아 있잖아.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야. 어디에 처박혀 있는진 모르겠지만."

"살아 있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발견이라구요."


제니가 말했다.


"피닉스는 사라지기 직전 세상에 뿌려진 모든 깃털을 회수했다고 들었어요. 아마 누구도 찾지 못하게 하려고 그랬겠죠. 그래서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했었어요. 근데···."


제니가 깃펜을 바라봤다.


"이렇게, 멀쩡히 남아 있는 깃털을 발견했다는 건 정말이지 대발견이에요. 세계 학회에 알리면 앞으로 20년 정도는 연구 자금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고요."

"···그, 그래?"

"네, 그래요."


제니가 말했다.


"무려! 20년 동안! 공짜로 연구를 할 수 있다고요!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고요! 필요한 재료 같은 것도 죄다 공짜로···!"


···너도 돈 밝히는 게 만만치 않구나. ···나랑 좀 닮았네. 그나저나···, 이게 그렇게 귀한 거라고?

나는 혼자서 떠드는 제니를 내버려두고 깃펜을 살펴보았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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