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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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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83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10 18:45
조회
231
추천
7
글자
8쪽

잠수.

DUMMY

"···마법사란 게 그렇게 괴상한 족속이었습니까?"

"일단··· 책을 거꾸로 들고도 정독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은 아니지."


···어, 그건 신기한데.


"아무튼, 저게 두 번째 이유야. 이해했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호기심은 고양이도 죽인다··· 고 했지. 물론 저 고양이는 죽지 않겠지만.


"그런데, 왜 판매 아이는 저 아이를 모르고 있습니까?"


나는 제니를 보며 물었다.

판매 아이는 분명··· 제빵 아이가 혼자 떠들고 있다 했다. 그렇다면··· 판매 아이는 저 꼬맹이를 못 보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거? 딱히 이유는 없는데."


고양이가 말했다.


"그냥 안 보고 싶으니까, 믿기 어려우니까 안 보이는 것뿐이야. 인간의 정신은 그만큼 복잡하거든. 아무튼, 그냥 저 꼬맹이가 지금 여기에 있다고만 말하면 해결돼."

"···간단하군요."

"악몽은 아무한테나 열려 있으니까."


고양이가 말했다.

나는 혼자서 떠들고 있는 제니를 보았다. 제니는 눈을 감고 있었고 턱 위의 검은색 구멍만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그나저나, 이제 어쩔 거야? 난 이대로 저 꼬맹이를 연구할 생각인데. 뭣하면 너도 도와줄래?"

"아뇨."


미안하지만, 이건 고생 끝에 얻은 휴식이야, 고양아. 너한테 반납할 이유는 없어.


"이대로 잠이나 잘까 생각 중입니다."

"잠? 겨우?"

"애초에 접속··· 그러니까 방문자가 된 이유가 여기서 잠이나 자려고 했던 거니까요."


광고도 끝났고 악몽도 끝났고···, 나머지 선전 광고도 벤 아가씨의 회사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내 역할은 모두 끝났다. 거기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회복된 것 같아 더이상 발목 잡힐 건 없었다.


"그래? 너도 참 특이한 인간이구나."


고양이가 말했다.


"그래도 생각 바뀌면 말해줘."



[대기 퀘스트 : 그림자 인간 연구 - D급]


[악몽 '나이트메어'를 도와 그림자 인간을 연구하시오. 수락 시 즉시 시작되며, 수락하기 전 악몽 '나이트메어'가 먼저 연구를 끝낼 시 이 퀘스트는 자동적으로 소멸합니다.]


[보상 : 연구 결과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수락할 일?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고양이를 탁자에 올려놓았다. 나는 제빵 아이와 제니를 번갈아보았다. 두 명 모두 말을 붙여도 자기들만의 세상을 벗어나진 않을 것 같았다.

난 밖으로 나갔다.

훈풍이 부는 광장은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곳곳에 앉아 간식을 먹었고 그중엔 제빵 아이의 빵도 몇 개 섞여 있었다.

나는 판매 아이를 보았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가판대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몇몇은 줄을 지나쳐 가판대까지 걸어갔고 아이에게 포대 조각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빵 구매를 예약했던 유저들이었다.

포대 조각을 가진 사람들은 두 번째 줄을 형성했다. 그들은 서로의 조각을 확인하며 알아서 앞뒤를 바꿨고 아이는 그들에게 조각을 건네받고 빵을 건네주었다.

좋아, 팍팍 사가라. 지갑을 열어. 얼른 돈을 꺼내라고.

나는 아이에게 걸어갔다.

조각을 받고 빵을 주고, 돈을 받고 돈을 거슬러주느라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던 아이가 나에게 입을 뻐끔거렸다.


- 얼른 도와.


"그래, 알겠다."


자기가 싸질러 놓은 똥은 원래 자기가 치워야 하는 법. 거기다 처음부터 줄을 서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도 좋지 않으니··· 도우미는 꼭 필요했다.


"넌 티켓 없는 사람들을 상대하렴. 티켓을 가진 사람들은 내가 맡으마."


- 응.


난 조각을 든 사람들 앞에 섰다.


"자, 기억하시는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드린 예약 티켓을 가지고 오신 분은 이제부터 제가 안내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빵은 한 시간만에 매진됐다. 티켓도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는 회수했다.

나는 아이를 도와 가판대를 정리했다.

가판대 위는 비어 있었지만 빵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는 남아 있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아왔다. 난 계속해서 그들을 돌려보냈고 계속해서 가판대를 정리했다.


"그거 아니?"


내가 묻자 바구니를 겹치던 아이가 날 보았다.


"제니 말이야. 딱히 죽은 건 아니야."


- 뭐?


아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 뭔 소리야? 그럼 제니가 살아 있다는 소리야?


"살아··· 있다기보다는···."


그게 살아 있는 건가? 정신적으로는 제니인데 육체적으로는 악몽이니까··· 음, 이걸 '제니는 살아 있다.'고 봐야 하나? 따지고 보면 복제품 같은 건데.

하지만 뭐···,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그래, 살아 있어. 몸은 예전의 몸이 아니지만··· 아무튼 살아 있긴 해."


아이의 눈이 커졌다.

나는 계속 말했다.


"네가 아까 그랬지? 네 친구가 자꾸 허공에다 말한다고. 그거 제니한테 그런 거야. 아, 그렇다고 귀신은 아니고. 그러니까··· 악몽이 실체화···."


아이가 집으로 뛰어갔다.

나는 입을 다물었고 아이가 놓고 간 바구니를 챙겨들었다.


"하여간."


그렇게 좋나? 쟤가 저렇게 뛰어가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나는 빗자루와 발판도 마저 챙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판매 아이는 제니를 안고 있었고 제니는 아이의 등을 토닥이는 중이었다. 제빵 아이는 둘을 웃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탁자 위는 비어 있었다.

나는 챙겨온 물품들을 내려놓고 집을 나섰다.


"어때, 아직도 조수가 될 생각은 없어?"


담벼락 위에 앉아 하품을 하던 고양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너한테 줄 시간은 없다니까.


"그보다, 연구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한데··· 내가 있어봐야 어차피 애들한텐 방해만 될 테고··· 연구가 딱히 급한 것도 아니거든."


아··· 그래요?

나는 광장으로 나가 분수대 앞 벤치에 앉았다. 해는 기울어졌고 하늘 끝에선 붉은 석양이 번지고 있었다. 그 외엔 푸르기만 했다. 구름은 보이지 않았다.


"도와주면 대우가 좋을 텐데."


분수대까지 따라온 고양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잘렵니다. 그만 가보시지요."

"진짜 자려고? 농담인 줄 알았는데."

"전 농담 같은 거 안 합니다."


상대가 애들이라면 몰라도.

나는 하품을 하고 벤치에 누웠다. 분수대에서 풍기는 시원함이 가끔 추울 때도 있지만··· 날씨만 좋고 얼굴의 철판만 두껍다면 이만큼 편안한 잠자리도 없었다.

나는 고양이를 보았다.


"뭣하면 같이 자시지요."

"어라? 이야, 나보고 같이 자자는 사람은 네가 처음인데."


고양이가 말했다.


"난 악몽이야. 같이 자면 너, 또 악몽 꿀걸."

"그렇습니까? 그럼 사양하겠습니다."


그 거지 같은 악몽을 다시 꿀 바에야 차라리 현실에서 자고 말지.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도··· 음, 좋아. 오랜만에 잠이나 자볼까? 안 잔 지도 벌써 몇 백 년은 지난 것 같으니까."


···그렇게 안 자고도 버틸 수 있는 거야? 그 몸은?

그때, 배 위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묵직했지만, 묘하게 적당해 계속 올려놓고 싶은 묵직함이었다. 그건 꼬물거리며 움직이다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같이 자면 악몽 꾼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물었다.

···맞다고 해 봐라. 분수대에 집어 넣어 버릴 테니까.


"그건 악몽일 때의 이야기지."


고양이가 말했다.


"잊었어? 난 신화도 겸하고 있어. 이번엔 특별히 꿈을 꾸게 해 줄게. 네가 바라는 꿈 말이야."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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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잠수. 19.04.14 96 1 7쪽
52 잠수. 19.04.12 76 2 6쪽
51 잠수. 19.04.10 89 3 9쪽
50 잠수. 19.04.08 91 4 6쪽
49 잠수. 19.04.07 84 3 7쪽
48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1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 잠수. 19.03.10 232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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